신화를 지워버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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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96
작품등록일 :
2024.05.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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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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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올림포스 012. 이브 에데니아(3)

DUMMY

나는 우르크의 왕을 통해 하투사에 산다는 소녀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그 대략적인 정보를 얻었을 때, 나는 어이없는 사실에 그만 실소를 터트려버리고 말았다. 그 소녀의 나이가 고작 10살이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지 않은가? 고작 10살짜리 어린 여자아이의 미모에 대한 소문이 하투사와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이 우르크에까지 도달하다니.

도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소녀가 고작 10살짜리 어린애라는 것을 알아버린 순간, 나는 내 당초 계획대로 그 소녀를 대려와 제우스를 꼬드기는 데에 써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다시금 고민해야만 했다.

만약 그 10살짜리 어린아이를 써먹는다고 치면 나는 적어도 10년, 그 아이가 역할을 완수할 수 있을 정도로 키워서 써야만 했다. 그런데 사이에 크로노스가 제우스를 살려두고 있는 이유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단정을 지을 수가 없다.

젠장, 이건 결국 사르디스에 가 보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건방진 꼬맹이녀석을 만나 그 입에서 듣지 않으면 확신할 수가 없다. 그 계집애는 분명 크로노스가 제우스를 살려두는 이유를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제우스의 힘이 크로노스에게 들어간다면 자신의 목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계집애가 저렇게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자체로 그걸 증명하는 게 된다. 하지만 그 꼬맹이 계집의 태도 하나로 단정지어버리고 일을 계획하기엔 1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네메시스, 그 계집의 여유가 1년짜리 여유인지, 5년짜리 여유인지, 10년짜리 여유인지는 내가 알 길이 없으니까다.

그러니 들어야겠다. 꼬맹이자식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를 들어야겠다. 듣고 나서 내가 직접 판단내려야겠다. 10년,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


***


라파엘이 지방을 돌아다닐 때처럼 ‘바람’을 사용하여 빠른 이동을 했음에도 사르디스로 이동하는데엔 한나절을 통째로 써야만 했다. 그리고 네메시스는 사르디스의 변두리 민가에 살고 있었다. 이걸 알아내는 데에도 사르디스에서 4일을 더 써야만 했다. 혼자 온 데다가 일반인을 연기했던 탓이다. 너무 자리를 오래 비웠어. 정말이지 귀찮게 하다니······.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있었다. 네메시스가 사는 집의 문을 열었는데 네메시스가 웬 어린 아이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날 알아본 네메시스는 놀람과 즐거움 섞인 표정으로 반갑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뭐야? 할멈. 진짜로 올 줄은 몰랐는데.”

“뭐냐? 이 아이는?”

아이는 나를 피해 네메시스의 등 뒤로 숨었다.

“아.”

내 질문을 받은 네메시스는 뭔가 재밌는 것을 떠올린 것처럼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비웃음 섞인 얼굴로 이야기를 이었다.

“할멈이 알 바는 아니지.”

하!

건방짐에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대답이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얘야, 집에 있으렴. 어딜 좀 다녀오마.”

네메시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이의 이마에 손가락을 짚었다. 그러자 작은 어둠이 아이의 이마를 감쌌고 아이는 마치 잠시 정신이라도 잃은 듯 멍하니 섰다.

귀찮게 달라붙을 걸 막기 위해 권능을 쓴 것일 테지. 아이들은 성가시니까.

네메시스는 그대로 아이를 안아들어 이부자리에 눕히고는 말했다.

“자리를 옮기자고. 할 얘기가 있어서 찾아온 거 아냐?”

“물론이다.”

그렇게 우리는 근처 인적 드문 장소에 나란히 섰다.

“아는 걸 다 털어놓아라. 너 번개의 아이에게 분명 이것저것을 들었지?”

“아는 것 다라고 해도 나, 할멈이 듣고 싶어하는 게 뭔지 모른다고?”

“안다 한들 달라지더냐? 너는 늘 네가 말하고 싶었던 것만 말했어.”

“그럼 알 거 아냐. 할멈이 그렇게 나온다 해서 내가 아는 걸 다 털어놓지 않으리란 걸.”

네메시스는 의외로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느때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흥분을 숨기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남의 신경을 긁는 저딴 말을 주저리면서도 눈매와 말투가 진지했다는 걸로 알 수가 있었다.

나도 살짝 진지하게 나가기로 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이곳에서의 우리의 이해는 일치한다.

“질문을 바꾸지. 어째서 우라노스의 아들은 번개의 아이를 수확하지 않는 것이지?”

“그것은 제우스가 크로노스에게 충성하는 걸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야.”

역시나. 네메시스는 순순히 내가 원하는 정보를 풀기 시작했다.

“번개의 아이가 그렇게 말했나?”

“아니, 자체적으로 모은 정보다.”

뭐라?

“장난하냐?”

내가 날카롭게 물어보자 네메시스도 날카롭게 응수했다.

“장난으로 보여? 내 안목을 못 믿는 거야? 이거 당신 작품이잖아?”

“쯧.”

이런 개 같은 꼬맹이, 죽여버릴 수도 없고. 자기 목에 칼이 들어오는 일이다. 이 꼬맹이가 사활을 걸고 조사하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 일단 나로써도 귀를 기울여볼 수밖에 없지만.

“내가 네 안목을 믿어야만 하는 이유를 말 해 봐라.”

“말 했지, 제우스를 직접 만났다고. 2주 동안이나 어울렸다. 복수만을 생각하는 애새끼가 내 앞에서 속내를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추상적인 근거긴 했지만, 나름 수많은 근거가 담긴 대답이기도 했다. 제우스가 꼬맹이와 2주 동안이나 어울렸다는 것은 제우스가 꼬맹이를 그만큼 경계하지 않았다는 것. 그렇게 경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수만을 생각하던 애새끼인 제우스는 자신의 속내를 숨길 생각도 하지 못하고 꼬맹이에게 전부 드러내보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저 꼬맹이의 지금 저 말은 그런 말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그걸로 알 수 있었을 만큼 면밀하게 관찰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방금 이 꼬맹이의 말대로 나는 이 꼬맹이의 안목을 믿는 편이다. 일단 내 작품이기도 하니까.

“알았다. 믿지.”

그렇다면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않을 이유도 없다.

“네가 보기엔 어떨 것 같으냐? 우라노스의 아들이 번개의 아이를 언제까지 살려 둘 것 같지?”

네메시스는 내 말에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며 턱을 감싸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뒤 생각이 끝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다 알았다는 듯한 이야기를 했던 네메시스는 여기선 확답하지 않았다.

“모르겠어. 10년 전 할멈이랑 이야기하고 나서 크로노스를 만난 적이 없으니 그 자식이 제우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 진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제우스는 10년이나 수확 당하지 않았지. 그래서 그런 건지 제우스도 그간 자기가 한 가짜충성이 먹힌 거란 자각은 있던 것처럼 보이더군. 적어도 나와 어울리던 동안엔 스탠스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어. 그러니 현상유지가 되는 한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해.”

“일리 있는 말인 것 같구나.”

그래, 꼬맹이의 말대로다. 바꿔 생각하면 제우스는 번개의 권능을 들고도 10년이나 수확당하지 않았다. 그러니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크로노스가 제우스를 살려두는 이유는 제우스를 통해서 얻을 수 없는 정보라는 것. 이것은 내가 이 꼬맹이의 태도를 보고 당장의 여유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원하던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번개의 아이의 거처를 아느냐?”

“아니, 몰라. 크로노스의 거처는 알지만 제우스는 크로노스와 별개의 거처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찾아간다 한들 쉽사리 만날 수 있진 않을 거야. 만약 크로노스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아웃이다. 게다가 할멈은 입장상 에데니아를 뜰 수 없잖아?”

“그렇지. 그러니 물어본 것이었다. 내가 직접 간다면 귀찮게 번개의 아이를 만날 게 아니라 우라노스의 아들을 직접 죽였겠지.”

“근데 그렇게 자리를 비워서야 오딘이나 라가 가만있진 않을테고.”

“자식들이 지키고 있다지만 내가 자리를 비우는 건 위험하다. 내가 자리를 비우는 걸 라가 눈치챘다간 무슨 일을 벌일 지 예측할 수가 없어. 이나라 어디에 첩보원이 얼마나 있는지 알지 못하는 만큼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다. 게다가 애초에 그런 이니시에이팅을 했다간 전쟁이 일어나버리지. 내가 우라노스의 아들을 죽이고 올림피아를 점령하려 한다면 반드시 올림피아 땅은 전쟁터가 돼. 오딘이랑 라는 그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얼간이들이 아니다.”

“그리고 그건 할멈도 마찬가지고.”

“그래. 라나 오딘이 똑같은 짓을 하려했다면 나 역시 개입했겠지. 우라노스의 아들놈만 죽는다면 네 년은 어찌되든 상관이 없겠지만 내가 귀찮아지니 말이다.”

“내가 그래서 할멈을 찾은 거야. 셋 중 권모술수에 가장 능하니까.”

하, 귀엽네.

“제법 늘었구나. 꼬맹이.”

“꼬맹이, 꼬맹이거려봐야 나도 알맹이는 할망구니까 말야. 할멈.”

“그랬었구나. 그래봐야 나한텐 꼬맹이일 뿐이다.”

“네, 할멈 잘나셨어요.”

네메시스는 이윽고 한껏 진지한 태도로 이야기를 이었다.

“뭐, 할멈에게 이런 말 하는 게 괜찮은 것인진 모르겠지만 이래봬도 나는 제법 아슬아슬한 상황에 올라와 있단 말이야.”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니?”

“외부의 변수가 개입해서 지금의 상황을 뒤흔든다면 내가 꽤나 골치가 아파져.”

“외부의 변수라면 무엇을 말하는 게냐?”

“예를 들면 ‘라’, 이 자식이 뜬금없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야.”

“그 놈이 뜬금없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우라노스가 죽었다는 게 들키는 게 아닌 이상 없지 않느냐?”

“정보라는 건, 언젠가 새어나가기 마련이니까.”

“당장에 걱정할 건 없겠지. 일전에 올림피아에 첩보원을 심었다가 보복을 거하게 당하고 나서는 올림피아 쪽은 쳐다도 안보는 한심한 쫄보다. 지금 그 땅에도 오벨리아의 첩보원은 없을 거야.”

“첩보원이 문제가 아니야. 일반 사람들이 문제다. 우라노스가 종적을 감춘지도 10년 가까이 지났어. 올림피아 현지에선 이걸 이상하다 여기는 소문이 조금 형성되는 분위기도 있었지. 올림피아와 오벨리아 사이를 오가며 교역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 그런 소문이 새어나갈 가능성도 있어.”

“호오, 확실히.”

확실히, 그런 가능성은 존재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생겨 라의 귓구멍에 우라노스가 부재중이라는 소문이 들어가게 된다면 그 쫄보 자식이 다시 첩보원을 심어도 이상하지 않을 터, 그럼 위험한 불씨가 타오르는 꼴이 된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해 줘야만 하겠군.”

“할멈이 그걸 해결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래, 확실히 우리들은 나라를 지배하는 것에만 관여를 하고 있지 사람들의 상업활동에는 손을 데지 않고 있어. 내가 알기로 그건 오벨리아도 같은 형편이다.”

“그게 상관 있다는 거야?”

“그래, 내가 우리쪽 상인들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것이야. 오벨리아의 상인들보다 올림피아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제안하면서 손해를 보지 않을 방법들을 고안해주도록 하지. 오벨리아의 물품들이 올림피아에 필요한 경우, 양 쪽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교역 방식을 꼬아버릴 수도 있다. 요컨데, 오벨리아와 올림피아의 직접적인 교역을 비틀어주겠다 이거야.”

내 설명을 들은 꼬맹이의 낯빛에 화색이 돌았다.

“호? 확실히 그거라면 방금의 문제에 유효하겠군? 역시 권력이라 이건가?”

“이몸을 칭송하도록.”

내가 네메시스를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이야기하자 네메시스는 즐겁다는 듯 웃었다.

“아하하하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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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올림포스 012. 이브 에데니아(4) 24.06.12 10 0 13쪽
» 26화. 올림포스 012. 이브 에데니아(3) 24.06.11 9 0 12쪽
26 25화. 올림포스 012. 이브 에데니아(2) 24.06.10 8 0 14쪽
25 24화. 올림포스 012. 이브 에데니아(1) 24.06.08 8 0 12쪽
24 23화. 올림포스 011. 결단 24.06.06 8 0 12쪽
23 22화. 올림포스 010. 귀향 24.06.05 9 0 12쪽
22 21화. 올림포스 009. 네메시스(2) 24.06.04 8 0 15쪽
21 20화. 올림포스 009. 네메시스(1) 24.06.03 9 0 13쪽
20 19화. 올림포스 008. 교전(2) 24.05.31 11 0 11쪽
19 18화. 올림포스 008. 교전(1) 24.05.30 10 0 13쪽
18 17화. 올림포스 007. 조우(2) 24.05.29 11 0 14쪽
17 16화. 올림포스 007. 조우(1) 24.05.28 11 0 12쪽
16 15화. 올림포스 006. 공투의 시작(2) 24.05.27 10 0 12쪽
15 14화. 올림포스 006. 공투의 시작(1) 24.05.24 9 0 13쪽
14 13화. 올림포스 005. 제우스(3) 24.05.24 11 0 15쪽
13 12화. 올림포스 005. 제우스(2) 24.05.22 8 0 12쪽
12 11화. 올림포스 005. 제우스(1) 24.05.21 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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