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지워버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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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96
작품등록일 :
2024.05.10 22:49
최근연재일 :
2024.09.09 23:23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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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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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361,867

작성
24.05.1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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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쪽

0화

DUMMY

그리스 신화, 북유럽 신화, 이집트 신화.

사람들 사이에 전해져오는 다양한 신화들.

당연히 허구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실존하는 신화다.

내가 그 신화를 ‘지웠기에’ 얘기가 와전되었을 뿐.

이야기는 신화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내가 내 힘을 자각하지 못 했을 때부터 시작한다.


***


2500~2600년 전의 기술로는 만드는 게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호화로운 금속제 마차.

갓 스무살이 되었던 나는 그런 마차에 타고 ‘에데니아’ 변방의 도시, ‘하투사’에 방문하고 있었다.

마차의 창 밖으론 소박함을 이루고 있는 시가지의 건물들과 사람들이 보인다.

그 거리에서 떠들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무렵 내가 있던 그 마차에선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나는 마차 안에서 그걸 바라볼 뿐이다.


호화로운 마차를 타고 가는 주제에 무슨 궁상을 떨고 있는 거냐 할 수 있는데,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걸면 아까운 게 당연지사다. 그리고 나는 지금 돼지다.

돼지가 자신의 목에 진주 목걸이가 걸렸다는 걸 알고 있는데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자신을 고깝게 보지 않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거니까.


내 동승자들은 이런 생각을 할 리가 없다.

그녀들은 나같은 '돼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귀족 영애다. 귀족 영애의 목에 진주 목걸이가 걸려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불편하다. 그런 내 마음을 달리는 마차가 알아줄 리 없다. 그저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내달릴 뿐.

마차는 순식간에 목적지인 거대한 신전, ‘지구라트’에 도착했다.

이제 창 밖에는 웅성거리며 분주히 움직이는 신관들의 모습이 보인다. 내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다. 내 목에 걸린 진주의 실체다.

신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다가도 마차의 문이 열릴 때에 맞춰 제자리에 도열한 뒤 마차에서 내릴 사람들을 향해 미리 고개를 숙인다.


마차에서 먼저 내린 내 동승자들은 당당하게 그 환영을 받으며 신관들로 둘러 쌓인 길을 걷는다.

제일 마지막에 내린 나는 먼저 내린 언니들의 당당한 뒷모습을, 언니들이 일으키는 신비로운 기적들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내가 이 자리에 서있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던 가장 큰 이유를. 내가 '돼지'일 뿐인 이유를.


분명 땅에 발을 딛은 큰 언니의 발걸음에서 물보라처럼 일어나는 잔물결,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던 작은 언니의 손동작에서 뽑혀나오는 검은 금속 재질의 검.

언니들과는 태생부터가 달라 아무것도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같은 마차에서 내렸다는 이유로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 주제에도 맞지 않는 거한 환영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런 내가 '돼지'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건 지금으로부터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 된다.


작가의말

20240902수정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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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바벨 006. 마인의 행방 24.09.09 4 0 14쪽
63 62화. 바벨 005. 정산(2) 24.09.06 7 0 12쪽
62 61화. 바벨 005. 정산(1) 24.09.02 6 0 13쪽
61 60화. 바벨 004. 시련(4) 24.08.30 13 0 12쪽
60 59화. 바벨 004. 시련(3) 24.08.26 10 0 13쪽
59 58화. 바벨 004. 시련(2) 24.08.23 11 0 16쪽
58 57화. 바벨 004. 시련(1) 24.08.19 8 0 13쪽
57 56화. 바벨 003. 잠입 준비(3) 24.08.16 11 0 15쪽
56 55화. 바벨 003. 잠입 준비(2) 24.08.12 11 0 12쪽
55 54화. 바벨 003. 잠입 준비(1) 24.08.09 11 0 12쪽
54 53화. 바벨 002. 그 날의 기억 24.08.05 11 0 12쪽
53 52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3) 24.08.02 11 0 12쪽
52 51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2) 24.07.30 11 0 11쪽
51 50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1) 24.07.25 11 0 12쪽
50 49화. 2부 프롤로그(4) 24.07.22 13 0 13쪽
49 48화. 2부 프롤로그(3) 24.07.19 10 0 12쪽
48 47화. 2부 프롤로그(2) 24.07.15 11 0 12쪽
47 46화. 2부 프롤로그(1) 24.07.12 11 0 12쪽
46 45화. 2부 프롤로그(0) + 짧은 공지 24.07.08 14 0 15쪽
45 44화. 1부 마지막화 24.07.06 11 0 11쪽
44 43화. 1부 에필로그 (3) 24.07.04 12 0 12쪽
43 42화. 1부 에필로그 (2) 24.07.03 14 0 15쪽
42 41화. 1부 에필로그 (1) 24.07.02 11 0 13쪽
41 40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마지막(투지) 24.07.01 13 0 14쪽
40 39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일곱째(최종 국면) 24.06.28 12 0 15쪽
39 38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여섯째(역습의 전조) 24.06.27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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