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멘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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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ch4808
작품등록일 :
2024.05.12 20:25
최근연재일 :
2024.09.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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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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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저녁 만담

DUMMY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미리 방을 나와 식당으로 향하는 에델.


아직 식당에 다다르지 않았음에도,


복도 너머로 들려오는 대화 소리.



“스승님은 어디 계신지 아세요?”


“카일렙스 님? 모르겠구나. 항상 행방이 묘연한 분이시니...”


“어딜 가신 거지? 흐음...”


“허허, 스승님이 그리도 좋으니?”


“엑, 아뇨. 좋은 건 아니고... 그냥 나이도 많으시고 하니까, 걱정하는 거죠.”


“하하핳핳! 카일렙스 님을 걱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제자인 너밖에 없을 것 같구나.”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


가벼워진 발걸음.



“어? 누나!”


“일찍 나왔구나.”


“두 사람은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하하... 어쩌다 보니?”



눈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아스테르의 얼굴을 보곤 놀라며 아스테르에게 다가가는 에델.


에델은 심각해진 얼굴로 앉아 있는 아스테르의 얼굴을 살며시 붙잡았다.



“이게 뭐야? 눈가가 왜...”


“아~ 이건 그...”


“울었니?”


“크흠... 그~”



동생을 걱정해주는 에델의 손짓에 흐뭇하게 웃는 렉툼.



“남자에겐 밝히기 부끄러운 비밀도 있는 법이란다. 넘어가주렴.”


“으으으... 아빠! 아빠가 그러신 거예요?”


“어?”


“아아! 누나! 아니야, 아니야!”


“우으...”


“하하하핳! 아빠보다 동생이 먼저다 이거야?”


“으으...”



그리고 이런 그들의 모습을 주방 안에서 흘깃 보고 있는 리파의 시선.



얼마 후,


진수성찬으로 가득한 손수레를 끌고 주방에서 나타난 리파.


아스테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리파를 도왔다.


리파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아스테르의 어깨를 때렸다.



“야! 내가 할 수 있다...”


“에이~ 같이 하면 빠르잖아~”


“씨이...”



그렇게 아스테르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음식들로 채워진 식탁.


리파는 천천히 빈 수레가 있는 곳으로 몸을 옮기며 렉툼에게 형식적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드르르륵...


덥석.



“어디가?”


“뭐?”


“밥 안 먹어?”


“별로 생각 없...”


“그러지 말고 얼른 와.”


“읏...”



식탁에 앉아있던 렉툼도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리파, 오늘은 함께해줄 수 없겠니? 아저씨도 리파가 같이 먹어준다면 좋겠...”


“알았어요... 그렇게 하면 되잖아요...”


“히히.”


“이거 놔!”


“에?”


“힘만 무식하게 세 가지고...”



직사각형 모양의 식탁,


아스테르와 렉툼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 있었고,


바로 옆의 짧은 변에는 에델이 앉아 있었다.


리파의 옆에서 걸으며 그녀에게 묻는 아스테르.



“어디 앉을래?”


“흥.”



드르륵.


털썩.


아스테르의 바로 옆에 앉는 리파.


렉툼은 장난기 섞인 얼굴로 넌지시 말했다.



“리파도 아스테르가 반가운가 보구나.”


“그런 거 아니거든요?”



태연한 척을 하고 있지만,


경직된 에델의 표정.



“제 자리는 이곳이 맞으니까, 이 자리에 앉았을 뿐이에요.”



리파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렉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시작된 식사.


다행히도 아스테르가 있었기에,


분위기는 금세 시끌벅적하고 화목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근데, 아저씨는 돈이 왜 이렇게 많아요?”


“하하하핳... 나 말이니?”


“네, 학원을 다녀 보니까 알겠어요. 아저씨 엄청 부자죠?”


“푸흡...”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리파.



“너 아저씨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었어?”


“공무원이시잖아.”


“푸하핳하핳! 공무원이긴 하지~”


“응?”



리파는 아스테르의 팔을 찰싹찰싹 때리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집중시키는 에델.



“크흠... 아스테르?”


“응?”


“그... 우리 아빠는...”



고개를 쭉 내밀고 바보를 놀리는 얼굴로 진실을 전하는 리파.



“대법관이시라고.”



진실을 전해 듣고도 대법관이 어떤 직위인지 알지 못하는 아스테르는 그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일 뿐이었다.



“이 바보야, 제국에서 왕 다음가는 직책이잖아.”


“뭐? 진짜?”


“어.”



직관적인 설명에 눈을 휘둥그레 뜨는 아스테르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매일 집에만 계시잖아! 난 당연히 평범한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그야! 그렇게 높은 사람이면 수도에서...”



헛기침을 하며 뒷목을 긁적이는 렉툼.



“하하하, 아스테르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아스테르에게 있어서 렉툼은 밖이 싫어 저택에 틀어박힌 동네 아저씨였지만,


사실 렉툼 유스티아는 굉장히 어린 나이에 그 총명함과 자질을 인정받아 최연소로 대법관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한 위인이었다.



“나는 그냥 평범한 아저씨라고 생각했...”



아스테르의 어수룩함에 혀를 내두르는 리파.



“평범한 동네 아저씨가 이렇게 큰 대저택에서 사용인들을 거느리고 살겠냐고.”


“그... 렇긴 하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하는 렉툼.



“하하하... 그냥 평범한 동네 아저씨가 맞지. 그렇게 특별한 사람은 아니란다...”


“그, 그럼! 아저씨 왕도 만나본 적 있어요?”


“아아, 국왕님?”


“네!”


“젊었을 적에 몇 번 뵌 적이 있긴 하지.”


“오오오... 국왕님은 어땠어요?”


“으음... 내 기억으로는... 굉장히 평범한 분이셨어. 결국 국왕이라고 해도 같은 사람인 거 아니겠니.”


“오오...”



아이처럼 반짝이는 눈망울로 렉툼을 바라보는 아스테르의 시선이 귀여웠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고 미소를 짓는 에델.



“원래 대법관은 집에만 있어도 되는 거예요?”


“하하... 그런 건 아니란다. 원래는 수도의 관저에서 지내야 하지만...”



리파가 아스테르의 옆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능력을 내세워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지~”


“하하하...”


“에? 그게 무슨...”


“아저씨는 매일 저택에 찾아오는 공무원들한테 고마워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 나도 평소에 감사를 전하고 있단다...”



렉툼이 처음부터 저택에 틀어박혀 자택 근무를 한 건 아니었다.


그가 막 대법관에 임명되었을 때는 여느 고위 공직자처럼 수도의 관저에서 그의 가족들과 함께 지냈었다.


당연하게도 바쁜 날이 많았고 이런저런 행사나 모임에 불려 다니기 일쑤였다.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를 찾는 곳은 많았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렉툼은 자신의 업무와 일상에 불만이 전혀 없었다.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대법관이라면 응당 참여해야 할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바쁜 일상들을 보내던 와중...


그의 아내인 마리골드의 병세가 갑작스럽게 악화되었다.


그녀의 몸은 나날이 야위었고,


너무 병약해진 탓에 어른인 그녀를 어린 에델이 돌봐야 하는 지경까지 되었다.


결국 렉툼은 대법관의 자리를 내려놓아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사실을 편지로 적어 국왕에게 전했다.


일방적인 사직서를 건네고 외진 지방에 있는 가문의 대저택에 이사를 간 렉툼.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당연하게도 아내의 건강이었다.


일은 어찌저찌 새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무작정 시골 생활을 시작한 도중 받게 된 의외의 편지.


편지에 적힌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국왕의 국새가 찍힌 편지에는 국왕의 명령으로 렉툼의 사직을 불허하고 사정을 헤아려 자택 근무를 위한 편의를 제국에서 봐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충격적인 제안.


렉툼은 고민도 하지 않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자택 근무를 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던 마리골드가 세상을 떴기 때문에,


관저로 돌아가 근무를 하는 게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관저에서 일을 보는 게 렉툼에게도 더 편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자택 근무를 그만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너무 익숙해져 버렸고,


맛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가끔 그의 지인과 공무원들이 그에게 눈치를 주기도 하지만,


대법관에게 지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자택 근무는 계속되고 있다.


자신도 켕기는 게 있었는지 헛기침을 하는 렉툼.



“크흠... 자택 근무가 몸에 배어버렸는데... 어쩌겠니.”


“변명은...”


“분명, 안사람도 내가 자택 근무를 이어가길 바라고 있을...”


“어떻게 그런 핑계를... 에휴...”


“크흠!”



참을 수 없는 호기심.


제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직책?


제국의 국왕과의 친분?


엄청난 엘리트?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무례한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냅다 뱉어버리는 아스테르.


왠지 아저씨라면 분명 흔쾌히 알려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 그럼! 아저씨!”


“응?”


“하, 한 달에 얼마 벌어요?”



에델은 무례한 질문이라는 걸 알고는 아빠의 눈치를 살폈다.


리파는 그녀도 궁금했는지 눈을 반짝거리며 렉툼에게 물었다.



“솔직히 저도 궁금해요! 아저씨 얼마나 벌어요?”


“그게 그렇게 궁금하니?”


“네!”


“네!”


“크흠... 자, 자, 여기로...”



조금 몸을 일으켜 고개를 내미는 렉툼.


아스테르와 리파도 몸을 세워 렉툼의 입가에 귀를 내밀었다.



“소근소근...”


“히이이익!”


“그, 그렇게나...”



세상의 진실을 마주하고는 쩍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하는 소년과 소녀.


렉툼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수염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충격에 휩싸여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아스테르.



“자주 가는 스파게티 가게가 한 그릇에 10 페쿠니아니까...”



리파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의 어리석음에 한탄했다.



“하아... 이게 불편한 진실이라는 걸까... 괜히 물어봤어...”



세상엔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지식들도 많지만,


그만큼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득이 되는 지식들도 많은 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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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2. 기대와 실망 24.09.15 4 0 10쪽
122 121. 담배 연기 24.09.14 6 0 9쪽
121 120. 거래 24.09.13 6 0 10쪽
120 119. 초읽기 24.09.12 5 0 10쪽
119 118. 성냥을 든 남자 24.09.11 5 0 10쪽
118 117. 보이지 않는 심지 24.09.10 5 0 11쪽
117 116. 드리운 어둠 24.09.09 5 0 9쪽
116 115. 지켜야만 하는 것 24.09.08 6 0 9쪽
115 114. 노파와 사과 24.09.07 6 0 10쪽
114 113. 마치 나른한 오후처럼 24.09.06 7 0 10쪽
113 112. 집단 지성 24.09.05 5 0 11쪽
112 111. 다른 목소리로 불리는 같은 호칭 24.09.04 4 0 10쪽
111 110. 도망 24.09.03 4 0 12쪽
110 109.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24.09.02 6 0 8쪽
109 108. 고작 한 명 분의 무게 24.09.01 5 0 12쪽
108 107. 슬픔과 눈물의 역설 24.08.31 6 0 8쪽
107 106. 전부 알고 있다는 착각 24.08.30 7 0 12쪽
106 105. 머리색 24.08.29 5 0 10쪽
105 104. 금발의 여자들 24.08.28 6 0 10쪽
104 103. 모닐레 24.08.27 5 0 10쪽
103 102. 스튜 24.08.26 6 0 10쪽
102 101. 순응과 체념, 그 사이 어딘가 24.08.25 5 0 10쪽
101 100. 끝까지 함께 24.08.24 6 0 11쪽
100 99. 마지막 방문자 24.08.23 5 0 11쪽
» 98. 저녁 만담 24.08.22 6 0 10쪽
98 97. 반면교사 24.08.21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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