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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ch4808
작품등록일 :
2024.05.12 20:25
최근연재일 :
2024.09.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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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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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2. 집단 지성

DUMMY

그래도 손님이라는 입장이 있기에,


남매가 사용하는 2층을 놔두고 3층 빈 방을 고른 아스테르.


침대가 없는 방이었지만,


아스테르는 등만 붙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잘 수 있다며 넥토를 안심시켰다.


왠지 남매가 함께 사용하는 2층에서 생활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짐을 전부 옮기고 거실 소파에 자리를 잡아 방학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주 박력 넘치게 열리는 현관문.



쾅!



“오빠~ 일어났어?”


“어~ 왔어?”



밝은 미소를 지으며 거실에 들어서는 금발의 소녀.


소녀는 또 초면인 남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아스테르는 넥토의 여동생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만 트리코는 낯선 아스테르가 부담스러웠는지 지레 겁을 먹고 울티오의 뒤에 숨어버렸다.


아스테르를 발견하자마자 웃음을 터트리는 울티오.



“푸흡... 우리 지금 뭐 하는 거냐.”


“뭔데? 왜 웃는데?”


“아니, 방학인데 이게 맞나 싶어서.”


“잘 지냈어?”


“잘 지내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그냥 지내는 거지.”


“야! 너 지금, 매일 우리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 챙겨 먹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하여간, 무심하기는~ 에잉~ 쯔쯔쯧...”


“아줌마한테는 항상 고맙다고 하거든?”



자신을 빼놓고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오빠들.


트리코는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바보처럼 손을 절레절레 흔드는 아스테르.



“안녕~ 난 아스테르라고 해. 넥토랑 친구고... 음... 뭐라고 얘기해야 하지?”


“그냥 친구라고 하면 되지.”


“왜? 평소에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지를 먼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게...”


“푸하하하핳!”


“끄응...”



자신에게 빈정거리는 친구들을 무시하고 다시 위축된 트리코를 바라보는 아스테르.


트리코는 여전히 어색한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넥토.



“흠... 이것 까지는 안 꺼내려고 했는데...”



씨익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가리는 얼굴.


울티오의 등 뒤로 몸을 반쯤 숨긴 채로 아스테르가 무얼 하는지 지켜보는 트리코.



“베~”



얼굴을 감추고 있던 큼지막한 두 손을 치우자 그 안에는 잔뜩 구겨져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한 아스테르의 얼굴이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인 자극.


뿜어져 나오는 웃음.



“푸흡! 푸하핳핳하핳! 그게 뭐예요~”


“으헤~ 웃어줬다.”


“진짜! 이~씨! 바보 같아!”


“흐헤헤헤헿!”



금세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감을 보곤 흐뭇하게 웃는 넥토.


울티오는 굳이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리코와 아스테르가 금세 가까워지자 알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트리코의 오빠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해바라기 같이 밝은 미소.


밝고 귀여운 여동생이라는 존재는 오빠들의 입가에 미소가 띠게 했다.


서 있는 세 명의 오빠들을 한명씩 가리키는 트리코.



“원래 오빠!”


“잘생긴 오빠!”


“이상한 오빠!”



그렇게 항상 붙어 다니던 세 바보와 한 소녀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상황은 정리되고,


잠깐의 환영식 그리고 안부 인사가 오간 후.


거실 소파에 모인 세 남자,


그리고 소녀.


심각한 얼굴의 아스테르와 넥토,


그와 달리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자리는 채운 울티오,


그리고 이런 세 명의 무릎 위에 걸쳐 널브러져 있는 트리코.


의미심장하게 시작을 알리는 넥토.



“자, 그럼 시작하자고.”


“저... 근데...”


“뭔가, 제군?”


“트리코가 듣기엔 좀...”


“하? 너무해!”



트리코가 세 오빠의 허벅지 위에서 격하게 꿈틀거렸다.



“그... 좀...”


“흐음...”



아스테르의 눈동자를 살피는 넥토의 눈동자.


넥토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트리코!”


“아아아아아아! 싫어!”


“떼잉... 칵! 그만! 오빠들 심각한 거 안 보여?”


“왜 난 안 되는데! 같이 있고 싶단 말이야!”


“어른이 되면 그때 알려줄 테니까, 어서!”


“아아아아아아!”



격한 반발.


무릎 위에 누워있는 트리코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 울티오의 손.



“애초에 네가 들을 가치도 없는 이야기일 게 뻔해.”


“하지만...”


“이따 이야기 끝나면 그림 그리러 갈게.”


“뭐? 정말?”


“응.”


“아싸! 약속이다?”



트리코는 울티오와 새끼손가락을 내걸자마자 싱글벙글 미소를 짓곤 손을 흔들며 2층으로 사라졌다.



“자, 이제 불청객은 떠났으니... 어서 말해보게. 대체 무슨 일이...”


“그게 사실은...”



아스테르는 친구들에게 방학 사이에 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저택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꿉친구,


그 친구와 에델 누나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


싸늘해진 저택의 분위기,


그 사이에서 엄청나게 시달렸던 일,


그리고 문제가 된 소꿉친구의 충격적인 고백까지.


사실 엄밀히 생각해보면 타인과 상의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어떻게 보면 남에게 해서는 안 될 이야기.


냉정하게 말하면 타인에게 꺼낸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예의가 아닌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스테르에게 그런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넥토와 울티오는 믿을만한 사람이었고,


그들에게 자신의 사사로운 일을 알리는 걸 수치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정답을 찾아 나선 탐구자였다.


아스테르에겐 하루라도 더 빨리 자신의 입장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알게 되는 것만이 우선이었다.


아스테르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던 순간만 해도,


넥토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싱글벙글했었고,


울티오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눈동자에 생기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스테르가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읊조리기 시작하자,


이야기에 담긴 그 무게를 깨달은 두 사람은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아스테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 그렇게 된 거야.”



해야 할 말을 전부 끝낸 아스테르.


역시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넥토였다.



“일단 물어보겠는데...”


“응?”


“에델 누님이 널 좋아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


“뭐? 누나가?”


“하아...”


“에이~ 누나는 날...”



딱 잘라 말하는 울티오.



“그 여자가 널 좋아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눈치라고는 더럽게 없는 너밖에 없어.”


“저, 정말로?”


“어.”


“하, 하지만... 난 누나가 나를 가족이라고...”



피식 웃는 넥토.



“뭐~ 부부도 가족이긴 하니까?”


“...”



아스테르는 정말로 에델이 자신을 이성적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꽤 크게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쉴 틈을 주지 않는 울티오.


질문에서 드러나는 울티오의 성향.



“그래서, 이 이야기를 우리한테 늘어놓는 이유가 뭔데? 원하는 게 있으니까, 꺼낸 거 아냐?”



울티오는 늘 그랬다.


공감보다는 상황의 파악과 그에 맞는 해결책을.


사사로운 일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


“하아... 진짜 애새끼도 아니고...”


“야! 아무리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19살밖에 안 됐거든? 너도 동갑이고?”


“그 정도 먹었으면, 좀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해라.”


“난 너희랑 다르게, 그, 뭐야... 이런 건 잘 모르니까...”


“쯧, 그놈의 몰라는.”


“...”



공감보다 해결에 치우친 울티오와 달리,


먼저 아스테르의 의사를 묻는 넥토.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응?”


“아무리 모른다고 말은 해도, 네가 바라는 게 있을 거 아냐. 도망을 쳤다는 건, 그곳이 더는 네가 바라는 곳이 아니게 되었다는 거 아냐?”


“아... 난 그저...”



언제나 그랬다.


넥토는 이상하게 평상시엔 굉장히 가볍고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중요한 순간에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무언가를 깨닫거나 다시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난 돌아가고 싶어. 예전처럼... 그러니까, 내 말은, 같이 웃고 떠들면서 놀았던 어렸을 때처럼...”



울티오는 질린다는 얼굴로 아스테르를 나무랐다.



“넌 너무 꿈속에서만 사는 게 문제야. 현실을 봐. 몸이 성인이 되었는데, 어떻게 그 시절로 돌아가겠냐. 안 그래?”


“...”



울티오와 달리 무언가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만 같았는지,


넥토를 스윽 바라보는 아스테르.


하지만 넥토도 이번엔 아스테르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어, 아스테르.”


“왜?”


“넌 아닐지 몰라도, 리파라는 애하고 에델 누님은 더는 너를 같은 눈으로 볼 수 없게 된 거니까.”


“...”


“넌 두 사람이 네 앞에서 연기라도 해주길 바라는 거야? 아무렇지 않은 척?”


“난, 두 사람이 나랑 대체 뭘 하고 싶어 하는 건지 모르겠어. 이해를 할 수가 없...”


“임신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저, 정말로... 그... 그러니까, 그걸...”



한숨을 푹 내쉬며 아스테르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울티오.



“야, 이 병신아, 진짜 임신하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겠냐?”


“그, 그럼?”


“자기랑 사귀어 달라는 소리를 그렇게 한 거지, 등신 같기는...”


“그럼 그냥 사귀어 달라고 말하면 되잖아! 난 처음에 갑자기 임신시켜 달라고 해서 입도 뻥긋 못했는데...”



옆에서 허탈하게 웃음을 토해내는 넥토.



“근데, 그 리파라는 여자애가 조금 과격하긴 하네. 쉽지 않은 여자애야.”



울티오가 얼른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다는 얼굴로 아스테르에게 물었다.



“그래서, 넌 어떤데?”


“나?”


“타르타루스랑 사귀고 있는 거 아니었어?”


“에? 그, 그런 사이...”



이성 이야기만 나오면 소극적으로 변하는 아스테르에 질렸다는 듯이 아스테르를 몰아붙이는 울티오.



“사귀는 사이가 아니어도, 서로 마음이 있는 상태인 건 맞잖아. 내 말이 틀려? 둘이 밤새 몸까지 섞었으면서, 발뺌 좀 그만 해라.”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씩씩대는 숨소리.


넥토는 얼굴은 웃고 있지만 몸이 왠지 모르게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넥토.



“잤냐?”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잠만, 잠만 같이 잤어.”


“곧 자냐?”


“뭐?”


“곧 잘 것 같냐고.”


“그, 그건 왜 묻는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아스테르의 대답에 조용해진 남자들.


그리고 적막을 깬 넥토의 한탄 섞인 한마디.



“시발...”


“...”


“푸흡...”



실연의 상처는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았었나 보다.


물론, 넥토는 연을 맺은 적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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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5. 붕괴 24.09.18 2 0 10쪽
125 124. 편지 24.09.17 2 0 10쪽
124 123. 미사 24.09.16 3 0 13쪽
123 122. 기대와 실망 24.09.15 4 0 10쪽
122 121. 담배 연기 24.09.14 6 0 9쪽
121 120. 거래 24.09.13 6 0 10쪽
120 119. 초읽기 24.09.12 5 0 10쪽
119 118. 성냥을 든 남자 24.09.11 5 0 10쪽
118 117. 보이지 않는 심지 24.09.10 5 0 11쪽
117 116. 드리운 어둠 24.09.09 5 0 9쪽
116 115. 지켜야만 하는 것 24.09.08 6 0 9쪽
115 114. 노파와 사과 24.09.07 6 0 10쪽
114 113. 마치 나른한 오후처럼 24.09.06 7 0 10쪽
» 112. 집단 지성 24.09.05 6 0 11쪽
112 111. 다른 목소리로 불리는 같은 호칭 24.09.04 4 0 10쪽
111 110. 도망 24.09.03 4 0 12쪽
110 109.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24.09.02 6 0 8쪽
109 108. 고작 한 명 분의 무게 24.09.01 5 0 12쪽
108 107. 슬픔과 눈물의 역설 24.08.31 6 0 8쪽
107 106. 전부 알고 있다는 착각 24.08.30 7 0 12쪽
106 105. 머리색 24.08.29 5 0 10쪽
105 104. 금발의 여자들 24.08.28 6 0 10쪽
104 103. 모닐레 24.08.27 5 0 10쪽
103 102. 스튜 24.08.26 6 0 10쪽
102 101. 순응과 체념, 그 사이 어딘가 24.08.25 5 0 10쪽
101 100. 끝까지 함께 24.08.24 6 0 11쪽
100 99. 마지막 방문자 24.08.23 5 0 11쪽
99 98. 저녁 만담 24.08.22 6 0 10쪽
98 97. 반면교사 24.08.21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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