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도감 채우는 회귀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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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은빛유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4 17:59
최근연재일 :
2024.05.28 19:2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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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51

작성
24.05.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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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재도전

DUMMY

어느 날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나타났다.


몬스터들에게 재래식 병기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소총, 수류탄, 기관총, 야포, 미사일, 심지어는 핵폭탄까지도.


콰아아아앙!


낙진과 버섯구름 아래에서도 몬스터들은 건재했다.


케륵!


기존의 수단으로는 훗날 가장 허약한 종으로 판명된 고블린조차도 죽이지 못했다.


끝났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때, 세계 각지에서 그들이 나타났다.


“이 빛은 대체······.”

“머릿속으로 뭔가가, 큭. 이게 뭐야······. 내 능력······이라고?”


각성자.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은 마력을 각성해 천신만고 끝에 인류의 영역권을 수복해나갔다.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우리의 영웅들이 세계 최초로 게이트를 닫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게이트는 자체적인 이공간, 던전으로 이어져 있다.


각성자는 이 던전으로 들어가 중심부의 핵을 깨뜨림으로써, 게이트를 소멸할 수 있었다.


“이제 사냥당하는 건 우리가 아닙니다. 놈들입니다.”


대통령의 명연설에 힘입어.


사람들은 게이트를 드나드는 각성자들을 헌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정석, 몬스터의 소재, 각종 아티팩트 등······.


헌터들은 던전의 산물을 바깥으로 가져와 인류의 황금기를 열었다.


그러나 그 영광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력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가장 최근의 초대형 게이트 수치를 몇 배나 뛰어넘었습니다.”

“방금 미국에서도 초대형 게이트의 전조가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중국, 러시아에서도······.”

“일본 정부가 지원 요청을······.”


새로이 등장한 흑색 게이트는 어떤 헌터도, 어떤 공격팀과 길드도 공략하지 못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때가 되었다.


던전 브레이크.


수많은 헌터를 매장한 몬스터의 군세가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인류는 그렇게 멸망했다.


그러나 나, 김진택을 비롯한 극소수의 생존자들은 여전히, 이 땅에 두 발로 서 있다.


서 있기만 할 뿐이 아니다.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간다.


우리는 세계를 일주하며 우리 세계를 유린한 몬스터들을 사냥해나갔다.


‘재앙’이라 불렸던 흑색 게이트의 보스급들도 예전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리 생존자들의 공통점은 초성장형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늦어버렸어.”


‘용사’ 특성을 보유한 유승현은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하곤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우리가 가진 특성의 비밀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다면, 하여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결말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말마따나 너무 늦었다.

대처는 물론 감사와 작별 인사마저도.


길었던 순례행의 종착지는 미국.


마지막 재앙의 이름은 ‘떨어진 샛별 루치페르’였다.


***



키아아아아악!


단말마와 함께 루치페르의 숨통이 끊어졌다.


우리는 수많은 몬스터의 시체 위에 서 있었다.


“······.”


허무하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나는 기계적인 동작으로 눈앞의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어떤 감흥도 없다.

다만 거슬리기에 치우려는 것이다.


[신화 등급 ‘떨어진 샛별 루치페르’ 카드를 획득했습니다.]

[신화 등급 컬렉션 ‘타천’을 완성했습니다.]


【타천】


[떨어진 샛별 루치페르]+[멸망으로 이끄는 자 도비엘]+[칼을 내리는 자 벨리알]+[간음하는 자 아자젤]


“우리도 한때는 높고 빛나는 곳에 있었다.”


부가효과: 전 능력치+300


[신화 등급 컬렉션 ‘타천’의 효과로 전 능력치가 300 증가합니다.]


[영웅 등급 컬렉션 ‘어둠에서 태어난 자 어둠으로 돌아가다’를 완성했습니다]


【어둠에서 태어난 자 어둠으로 돌아가다】


[떨어진 샛별 루치페르]+[뼈를 먹는 드래곤]+[만종을 삼킨 키메라]


“역시, 여기가 편해.”


[영웅 등급 컬렉션 ‘어둠에서 태어난 자 어둠으로 돌아가다’의 효과로 암흑 계열 저항력이 50 증가합니다]


[전설 등급 컬렉션······.]


모든 각성자는 고유한 특성을 개화한다. 카드화는 내 특성의 힘이다.


내 특성은 수집.


처음으로 몬스터를 처치했을 때.


정확하게 말하면 직접 살해나 그에 준하는 기여도를 달성한 살해 행위 이후 해당 몬스터의 카드를 만들어낸다.


어떤 기능도, 어떤 능력도 없는 카드다.


내 몸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자동으로 돌아오기에 판매조차 하지 못하는 기념품.


이깟 특성을 어디다 써먹는다는 말인가.


다른 헌터들은 물론 나조차,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연한 기회에, 어떤 아티팩트를 얻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그 아티팩트는 수많은 주인의 손을 거쳐 어느 암시장에서 헐값에 팔리고 있었다.


“······전지의 도감?”

“500만 원에 가져가게.”

“마력이 느껴지긴 하는데······ 무슨 숨겨진 기능이라도 있습니까?”

“인상이 좋군. 300만 원에 주겠네.”


상태창에 뜬 정보는 무척 빈약했다. 어떤 능력치도 붙지 않은 쓰레기템이다.


부가효과는······ 미묘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나는 그 아티팩트가 마음에 걸렸다.


촤륵!


겉장을 넘기자마자 흠칫 놀랐다.


‘전지’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아티팩트는 백지였다.


새하얀 무지, 종이는 보기보다 두께감이 있었다.


그런데 단순한 백지가 아니었다.


아주 익숙한 모양과 크기의 홈이, 페이지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기념사진을 넣으면 아주 볼만할 거야. 이번 기회에 가족 앨범 하나 장만하는 게······.”


아니.

아니다.


이건 그렇게 쓰라고 만들어놓은 아티팩트가 아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그런 확신이 들었다.


“사겠습니다.”


지갑을 탈탈 털어 도감을 산 다음, 애물단지 같은 카드를 끼워 넣었다.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 특성은 반쪽이었다.

이 아티팩트와 병용해야 비로소 온전한 힘을 발휘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전용 아티팩트.


오직 나만이 제대로 쓸 수 있는 장비다.


게이트에서 쏟아져나오는 무수한 아티팩트 중 어떻게 딱 한 개를, 그것도 이런 뒷골목에서 찾아낼 수 있었을까.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확률을 뚫은 셈이었다.


나 같은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 몇 되지 않을 터였다.


일단 내가 아는 건 다섯 명.

현재의 동료들뿐이다.


전용 아티팩트를 가진 자는 다른 각성자와 달리 성장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끝없이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이.


띵!

띵!

띵!


“······.”


닫아도 닫아도 메시지가 계속 올라왔다. 루치페르는 꽤 많은 컬렉션과 이어져 있었다.


능력치가 폭증한다.


띵!

띵!

띵!

띵!


내 상승세는 다른 동료들보다도 우월하다.


가뜩이나 압도적이던 능력치가 더욱 상승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게 무슨 소용일까.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유승현이 공허한 목소리로 물었다.


“······.”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유승현이 무릎을 꿇으려다가 멈칫, 엉거주춤한 자세로 굳었다.


“개 같은······.”


그의 특성은 ‘용사’.


어떤 절망에도 굴하지 않는, 무한한 용기를 선사하는 힘이다.


마음이 꺾이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

당연히 무릎을 꿇는 것 또한 허락되지 않는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숨 좀 돌리지. 이젠 귀를 잘라낼 수도 없으니, 힘들군.”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이 이미 사라진 귀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특성은 ‘사자와의 소통’.


죽은 자들의 귀곡성은 그의 귓가에 끝없이 달라붙었다.


“······죽는 건 어때?”


금발 벽안의 마법사, 리자가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할 만큼 했잖아, 우리. 마지막까지 살아남았고 원수도 갚았고······.”


그녀의 특성은 ‘절대 암기’.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능력이다.


그녀는 각성한 이후의 매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모든 비극과 좌절을, 후회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그만하자. 제발.”


이번에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조용한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우리의 탱커 덩치였다.


“······.”


덩치는 침중한 얼굴로 여느 때처럼 입을 닫고 있다.


그는 굉장히 과묵한 사람이다.

왜냐면 그의 특성이 ‘과묵’이기 때문이다.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기에 그는 지옥불과도 같은 울화를 삼키고 또 삼켜야만 했다.


그런 덩치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륵 흘러내렸다.


묵직하고 사내답지만 그 또한 사람이다.


가장 선두에 서서 온갖 몬스터들을 받아내던 그가 스스로를 감내하지 못해 울고 있었다.


나는 모두의 면면을 살피며 저 멀리 수평선을 내다보았다.


날이 밝고 있었다.


동이 튼다.

우리의 여정이 끝났음을 알리는 축포처럼도 느껴졌다.


“······.”

“······.”

“······.”

“······.”

“······.”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어떤 선택지를 제시해 줘야 할까.


말을 고르던 그때였다.


띵!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뭐지. 아까 끝난 게 아니었나.’


이상한 일이었다.


컬렉션 기능은 처치와 동시에 갱신된다.


이렇게 몇 분의 유예를 두고 나타나는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이유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쪽이었다.


[유일 등급 컬렉션 ‘재도전’을 완성했습니다.]


【재도전】


[떨어진 샛별 루치페르]+[멸망으로 이끄는 자 도비엘]+[칼을 내리는 자 벨리알]+[간음하는 자 아자젤]+[가장 낮은 곳의 성모 아이람]+[사령왕 게헤트]······


‘유일 등급?’


도감의 최고 등급은 ‘신화’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카드도 컬렉션도 지금까지 뜬 것 중 가장 높은 게 신화 등급이었으니까.


‘그런데 신화가 끝이 아니었다는 건가.’


뭐, 더 높은 등급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등급은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이 유일 등급 컬렉션을 이루는 카드의 숫자였다.


메시지 창은 전에 없을 정도로 길게, 어느 정도 길어진 다음에는 좌우로 넓게 퍼져나갔다.


“어디까지 늘어나는······.”

“뭐?”


동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이 휘황한 광휘와, 방대한 활자의 벽이.


신화 카드를 넘어 전설 카드에 도달했다.


[화염을 토하는 적염룡]+[얼음을 들이키는 청옥룡]+[어둠 속에서 웅크리는 흑린룡]+[번개를 찢어발기는 뇌전룡]+[칼날을 벼리는 검마룡]+[재보를 탐하는 금애룡]+[창공을 누비는 관조룡]······


전설을 넘어 영웅으로.


[지옥의 간수]+[가레인 늪지의 히드라]+[망국의 아크 리치]+[국왕 고블 3세]+[타락한 세계수]······


영웅을 넘어서 희귀로.

희귀를 넘어 고급으로.

그리고 고급을 넘어서 일반으로.


······[고블린 주술사]+[고블린 전사]+[고블린]


몬스터 중 최약체라고 평가받는 고블린까지 이 유일 등급 컬렉션에 들어가 있었다.


‘이 정도로 방대한 컬렉션이라니.’


나조차도 흠칫 놀랄 정도였다.


유예는 이 리스트를 출력하느라 생겨난 듯한 모양이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보상을 주려고 이런······.’


나머지 메시지를 확인한 뒤 나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다시, 시작하겠는가?”


부가효과: 회귀


[유일 등급 컬렉션 ‘재도전’의 효과로 회귀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활성화 시 당신은 시간을 역행해 각성 직후의 시점으로 되돌아갑니다.]


[컬렉션을 활성화하겠습니까?]


[Y/N]


‘시간을······ 되돌린다고? 그런 터무니 없는······.’


믿을 수 없었다.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니.


이 모든 비극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니.


그러나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도감의 메시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강해졌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믿어야만 했다.


내 전용 아티팩트를, 내 특성을.


“다들······ 할 말이 있어.”


나는 동료들에게 제삼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바로 새로 시작하는 것.


“······말도 안 돼.”

“이대로 천천히 죽어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바로 칼 물고 죽는 것보다는 훨씬 더.”


우리는 그때부터 계획을 세웠다.


인류가 멸망한 세계에서 인류와, 우리를 살릴 계획을.


모든 준비가 끝난 직후, 나는 컬렉션을 활성화했다.


작별 인사는 따로 하지 않았다.


우린 또 만날 것이다.

언젠가, 지금보다 더 멋진 세계에서.


그간 거추장스럽게 시야를 가리던 메시지를 마침내 수락했다.


[Y]


[컬렉션을 활성화합니다.]


시야가 급변했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익숙하고도 그리운 정경이 펼쳐져 있었다.


“······.”


집이다.


과거 내가 머물렀던 자취방.


눈앞에 시퍼렇게 떠 있는 상태창이 내가 막 각성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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