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도감 채우는 회귀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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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은빛유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4 17:59
최근연재일 :
2024.05.28 19:2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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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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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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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헌터 자격시험(1)

DUMMY

헌터 자격시험 당일.

각성자 관리 협회 경기도 지부, 제1 시험장.


시험장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직원들은 입구까지 나와 목청껏 절차를 안내했다.


“수험증과 신분증을 미리 꺼내주세요. 현장 확인 후 대기실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통제에 따라주시지 않아 생기는 불이익에 협회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참고해주십시오!”


헌터 위주의 사회.


헌터는 주류이자 대세이자 전도유망한 직종이었다.


최하위 F급 헌터만 되어도 웬만한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았고.


E나 D급 헌터 정도 되면 대기업 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았다.


당연히 그 이상의 등급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격증만 따자. 제발.”

“어, 이제 시험장이야.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니까? 응원은 못 해줄망정······.”


게다가 헌터 자격증은 각성자 등록증의 상위호환. 취득만으로도 각종 기업, 기관 입사에 가산점을 받는다.


따라서 사람들이 헌터 자격에 목을 매는 목을 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나는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현장 확인을 마친 뒤 대기실로 이동했다.


대기실은 출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당이었다.


너른 강당에는 의자 수백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와, 분위기 한번 살벌하네.”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한데?”


서로 친구인 듯한 응시자 두 명이 내 대각선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그들은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눈빛 봐라. 기세랄까, 살기랄까. 쳐다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네. 진짜 응시생 맞아?”

“개나 소나 붙여주는 게 아니니까. 전직 군인이나 짐꾼, 길드 인턴들처럼 게이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괜히 재시율이 높은 게 아니네.”


‘하하.’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앞자리 친구들은 다른 응시생들을 무슨 역전의 명수처럼 생각하는 듯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다들 거기서 거기야. 마력 수치가 꽤 높은 사람은 몇 있지만 그래 봤자 병아리지.’


전신의 감각을 일깨워 체크해 봐도 합격선인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일단은 저 친구.’


도도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있는 안경잡이 앳된 남성과.


‘그리고 저 친구.’


그보다 더 앳된, 이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


마력량은 물론 기세와 동작도 나름대로 다듬어져 있다. 내가 없었다면 수석과 차석을 석권하고도 남았겠지.


‘안됐지만 수석을 양보할 생각은 없어. 이쪽도 사정이 있거든.’


헌터 자격시험의 수석 합격자에게는 특전이 주어진다.


그 특전이란 바로 신인 드래프트의 1차 모집 전형을 패스하는 것이다.


수치 세부 측정과 모의 토벌, 그리고 모의 대련까지.


1차 모집 전형은 가장 큰 거름망인 만큼 쓸데없이 번거롭다. 할 수 있다면 패스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10:30.


쿵!


시간이 되자 개방되어 있던 출입문이 닫혔다. 앞쪽에 마련된 단상으로 한 사내가 올라왔다.


나이는 삼십 중반쯤 되어 보였다.


무채색 정장, 목에는 공무원증을 걸고 있었는데 전형적인 관료의 상이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실실거리고 있지만 저 남자, 보통 공무원이 아니었다.


‘강하다. 최소 B급. 전직 헌터인가?’


“응시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각성자 관리 협회 예방대응국 1팀장 도정민입니다. 이번 시험의 총감독을 맡게 되었습니다.”


도정민이 손짓하자 좌우에 시립하고 있던 직원들이 무언가를 응시자들에게 나눠주었다.


그것은 은은하게 푸른빛을 내뿜는 작은 팔찌였다.


“이 팔찌는 여러분의 생체 반응 및 마력을 실시간으로 계측합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겸하며, 통신 기능은 덤입니다.”


도정민이 자신의 귀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시험 속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거나 3차를 제외한 1, 2차 시험에서 마력을 사용하면 즉시 탈락, 바로 시험장에서 이탈해주십시오.”


쿠구구구구!


단상 위에서 엄청난 마력과 은근한 살의가 쏘아졌다.


“미친······.”

“······뭔.”


응시자 대부분이 탄식하며 몸을 움찔거렸다.


“권고는 한 번뿐입니다. 이의제기는 받지 않겠습니다.”


명백한 무력시위.

강제로라도 끌어내겠다는 의사의 표명이었다.


‘짓궂긴. 스트레스라도 풀러 온 건가.’


피식거리며 웃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


도정민의 눈이 일순 커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입가의 미소는 조금 더 짙어져 있었다.


“응시자 전원, 밖으로 나가주십시오. 지금부터 1차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헌터 자격시험은 도정민의 말마따나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몬스터 사냥에 필수적인 3요소.

체력, 정신력, 전투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1단계는 체력.

응시자들은 순수한 신체 능력만으로 정해진 코스를 주파해야 한다.


운동장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시험장의 뒷산 중턱을 찍고 내려와야 하는데 그 거리는 자그마치 7km.


거리도 거리지만 세부 코스 또한 녹록지 않았다.


‘저 산은 인조 던전이나 마찬가지지.’


스킬, 특성, 아티팩트를 통해 뒷산에는 던전의 환경 중 일부가 재현되어 있다.


산어귀는 빽빽한 수림, 오르막길은 가파른 자갈길, 중턱은 모래사장이었고.


중턱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는 인공 늪지와 허리께까지 오는 수풀, 그리고 얼음 빙판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마력 없이 이 코스를 완주하는 건 쉽지 않다.


나 이외의 응시자는 애 좀 먹을 것이다.


“그럼······ 시작!”


총감독 도정민이 손을 휘젓자 손끝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펑!


‘전력으로 간다.’


나는 있는 힘껏 땅을 박찼다.


***


도정민과 예하 감독들은 디스플레이 아티팩트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니터링 분위기는 적당히 화기애애했다.


다들 오며 가며 안면을 터놓은 사이.


격무에 시달리다가 도피성 출장을 나왔다는 공통점 또한 내적 친밀감을 더해주었다.


“도 팀장 요새 정신없었다면서?”

“말도 마십시오. 그놈의 서든 게이트······.”

“세 건이라고 했었나?”

“한 건 추가돼서 네 건입니다.”

“······늘었네? 토벌 주체는?”

“놀랍게도 미상입니다.”

“거 참, 재수도 없지. 윗대가리들은 보고서에 빈칸이 있는 꼴을 못 보니······ 힘내세.”

“힘내야죠. 그러려고 바람 쐬러 나온 것 아닙니까. 근데 참······.”


도정민이 한 응시자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오길 잘했군요. 이런 구경을 하게 될 줄이야.”

“누구 말인가?”

“최선두. 216번 응시자, 김진택입니다.”

“어떻길래 자네가 그 정도로······ 허?”


중년 감독이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다가 탄성을 터뜨렸다.


“벌써 오르막길을 완주했다고?”

“꽤 재밌어 보여서 출발 직후부터 쭉 지켜봤는데 이 사람, 완전 물건이네요.”


슥.


도정민이 디스플레이 화면을 확대하며 말했다.


“대단한 신체 능력입니다. 전위 쪽 특성 같은데 맨몸으로도 F급, 아니 E급 헌터의 기량과 맞먹을 정도예요.”

“2번 응시자, 마력 감지. 실격입니다.”

“5, 10, 11번 응시자, 마력 감지. 실격입니다.”


도정민이 웃으며 모니터에 떠오른 응시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렇게 마력을 질질 흘리는 애송이들과는 비교가 불가합니다.”

“확실히 대단하긴 하네. 김진택, 김진택이라······. 여기 있네.”


중년 감독이 참고용으로 마련된 노트북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김진택, 29세. F급 각성자. 뭐야, 각성한 지 두 달도 안 됐잖아?”

“재능이란 거겠죠. 보십시오.”


파바바박!


김진택은 중턱에 도달해 거침없이 모래사장을 돌파하고 있었다.


“저래 봬도 보통 모래사장과는 다릅니다. 어설프게나마 사막 지형을 옮겨 둔 것이라 피로도가 상당하지요. 그런데 저 사구(沙丘)들을 대단히 영리하게 통과했습니다.”


도정민이 직접 발을 들어 보이며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이런 원리입니다. 보폭을 좁게, 그리고 단숨에 밟는 거죠.”

“그런 것도 보이나? 하긴, 자네는 B급 헌터였으니까. 대단한 안목이군.”


보조진행요원이 더듬거리며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216번, 종반 코스 돌입. 기록은······ 15분 21초······!”

“······하.”


도정민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수치로 듣자 한층 더 소름이 돋았다.


‘완전 괴물이군. 지치지도 않는 건가? 기계 같은 페이스 조절에, 무엇보다 몸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아.’


“101번, 389번. 거의 동시에 사막 지형에 돌입!”


도정민이 조금은 아쉬워하며 화면을 돌렸다.


그래도 명색이 총감독이다. 최선두만 살펴서는 안 될 일이었다.


“101번 박유진. 389번 신하림. 저 둘도 괜찮긴 하네.”

“그렇겠지. 저 둘은······ 내정자니까.”


중년 감독관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유진은 환희 길드, 신하림은 AR 길드 인턴 출신이야.”

“아, 저 두 사람이 바로 그······. 말이 인턴이지 사실상 작정하고 기른 유망주일 터. 과연 출중한 기량이네요.”


도정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환희와 AR이면 저렇게 이 악물고 뛸 만도 하지. 최근의 무력충돌 때문에 잔뜩 날이 서 있으니까.’


이번 시험은 두 길드 사이의 알력 다툼과 이어져 있었다.


어떤 길드의 유망주가 수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거의 마무리된 여론전의 승자가 정해질 것이다.


‘아쉽게도 차석을 놓고 싸워야 할 판이지만.’


“216번, 늪지 통과. 기록, 21분 39초······.”

“······벌써? 말도 안 돼. 혹시 어떻게 통과했습니까?”

“그냥, 밟고 넘어갔습니다.”

“밟다니? 뭘요?”

“안전사고 방지용으로 미리 띄워둔 부유물들을······ 막 뛰어넘던데요?”

“······.”


지형에 따라 주법(走法)이 변화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김진택은 그야말로 모든 상황에, 최선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파바바바박!


수풀지대를 헤엄치듯 가르며 통과한 뒤 마침내 마지막 코스, 빙판 경사로에 접어든 김진택.


“저건?”


그의 손에는 자그마한 나무판자가 들려 있었다.


“늪지대에서 챙긴 건가? 대체 왜······.”

“총감독님? 혹시 저래도 됩니까?”

“······.”

“······.”


도정민을 포함해 모든 감독의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촤아아아악!


김진택은 나무판자를, 마치 스노보드처럼 타고 빙판을 내려왔다.


터무니없는 균형감각과 센스였다.


“216번 1차 시험 통과. 28분 19초입니다!”


유려한 호선을 그리며 제동하는 김진택. 그의 표정은 한없이 여유로워 보였다.


***


1차 시험 종료.


2, 3등과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딱히 기쁘다거나 후련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결과지. 기초 능력치도, 전투 경험도 차원이 다르니까.’


“지금부터 여러분은 유사 극한 환경에 처하게 될 겁니다. 전부 정교하게 묘사한 가짜 감각이지만 가짜도 가짜 나름이죠.”


총감독 도정민이 묘하게 흥분한 어투로 2차 시험의 개시를 알렸다.


2차 시험은 정신력 및 환경 적응 테스트.


1차 시험처럼 몸을 쓰지는 않지만 그 이상으로 가혹한 시험이다.


“최대한 버티십시오. 팔찌는 최소한의 생명 기능을 유지해주지만 정신줄까지 붙잡아주진 않습니다.”


그의 시선은, 이번에는 꽤 오래 내게 머물러 있었다.


딸깍.


도정민이 다른 감독관들과 함께 멀찍이 떨어졌다. 그리고는 수정구처럼 생긴 아티팩트를 작동시켰다.


츠츠츠츠츠!


독특한 마력 파장과 함께 일대의 풍경이 녹아내린다.


“속이 이상······.”

“우욱······!”


응시자 몇 명이 즉시 정신을 잃었다.


촤르륵!


팔찌 아티팩트가 펼쳐지며 캡슐처럼 응시자들의 몸을 감쌌다. 아티팩트의 보호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시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파앗!

파앗!

파앗!


녹아내린 풍경은 곧 몇 번이나 변모했다.


빙하. 화산. 고산. 해저.

저온, 고온, 저산소, 수중.


아티팩트로 인한 환각.


환각은 시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감을 마구잡이로 뒤섞어놓으며 응시자들의 정신을 코너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숨 막혀. 살려······.”

“켁, 케헥!”

“너무 뜨겁······.”

“꺼어억!”


응시자들이 무더기로 쓰러진다.

도처에서 은색 캡슐이 생겨났다.


촤르륵!

촤르륵!

촤르륵!


극복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다.

버텨내기 위한 시험이다.


실전보다도 가혹한 환경 변화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응시자가 얼마나 스트레스 상황에 강한지를 판별한다.


“크으······.”

“······.”


어느 시점을 넘어서서는 한 명씩, 말없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쯤이야.’


그러나 내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흑색 게이트.

재앙급 몬스터.

피와 재.

죽음과 폐허.


그리고 멸망.


환각보다도 더 끔찍한 기억이 정신을 일깨웠다.


“······한계 작동 시간을 초과했습니다. 2차 시험을 종료합니다.”


도정민은 질린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나는 어느새 최후의 1인이 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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