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도감 채우는 회귀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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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은빛유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4 17:59
최근연재일 :
2024.05.28 19: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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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수 :
64,151

작성
24.05.2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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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헌터 자격시험(3)

DUMMY

“4조,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파지직!


시험 개시와 함께 눈앞의 풍경이 일변한다.


아공간 생성, 환각, 감각 증폭, 살기 방출······.


여러 아티팩트의 기능으로 말미암아 한 평짜리 부스는 드넓은 유사 던전으로 변모했다.


무대는 숲.


F급, 생태형 던전이다.


‘3차 시험에는 몇 가지 정해진 패턴이 있다. 특정 필드에서 특정 몬스터만 출몰하지.’


동굴은 코볼트, 습지는 리자드맨, 초원은 그레이울프 같은 식이었다.


숲은 기동이 편하고, 시계도 동굴이나 초원에 비하면 괜찮은 축에 속한다.


고블린은 몬스터 중 최약체라고 알려진 허약종. 응시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비교적 낮다.


그레이울프나 리자드맨에 비하면 선녀라는 평이 대다수였으니까.


따라서 숲과 고블린의 경우 응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조합이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숲이 좋지. 깔끔하고, 편하고. 기록을 한참 더 앞당길 수 있겠어.’


나는 질주하며 마력의 흐름을 포착했다. F급 던전, 마력의 농도가 낮기에 흐름을 읽어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츠츠츠츠!


인위적인 마력의 파장 몇 개가 어지러이 꼬여 있었다.


‘아티팩트의 파장인가. 이것들은 전부 무시하고······.’


불과 몇 호흡 만에 마력의 근원을 찾아냈다.


‘저기다.’


던전 코어.


다른 응시자들이 온갖 생고생을 하며 찾아낼, 그마저도 대부분은 도달하지도 못할 목적지를 나는 순식간에 찾아내 버렸다.


이젠 전부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케륵!

케르륵!


북동쪽으로 진로를 바꿔 달려가는데 전방에서 헛기침 같은 울음이 들렸다.


고블린이다.


‘꽤 오랜만이네.’


서든 게이트 때는 최대한 빨리 토벌해야 했기에 컬렉션 수집용으로 한 마리씩만 잡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3차 시험은 토벌 시간에 토벌 내용까지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촤아악!


칼질 한 번에 한 놈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작별했다.


‘괜찮은데.’


시험용 바스타드 소드는 생각보다 더 튼튼하고 예리했다.


그간의 탈락자들이 무기 탓을 하며 무수히 많은 민원을 넣은 덕분이겠지.


케르륵!


서걱!

서걱!

콰직!


횡베기와 종베기, 찌르기까지.


회귀 이전 체득한, 최근 다시 손에 익기 시작한 검술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역시 검이 최고다.


다른 무기도 웬만큼 써봤지만 검만큼 마음에 드는 무기는 없었다.


촤아악!


살상 능력에 치중한 극도의 실전검.


여기에 컬렉션으로 끌어올린 능력치가 더해지니 고블린들은 썩은 나뭇가지보다도 더 맥없이 스러졌다.


서걱!

촤아악!


나는 거침없이 던전 코어를 향해 전진했다.


‘신경 쓸 게 없으니 시원시원하네.’


유사 던전인 만큼 여기서는 어떤 부산물도 얻어내지 못한다.


이는 내 특성 또한 마찬가지.

수집은 이런 환상 속의 몬스터를 죽인다고 발동하지 않는다.


이미 고블린의 일반 등급 컬렉션을 완성하기도 했지만, 아예 카드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가벼웠다.


펑! 펑! 펑!


고블린 무리를 도살하고 땅을 박찬다.


최소한의 마력만 사용하고 있음에도 몸은 몇 미터씩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고작 F급, 모든 마력을 끌어쓸 필요는 없다. 과분하기도 하지만 다른 의도도 있었다.


‘시험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새어나갈 거다. 환희, AR······. 두 대형 길드가 끼어 있으니 더더욱.’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밑천을 얼마쯤 숨겨놓는 게 좋을 것이다.


‘신체 능력은 뛰어나지만 마력 총량과 조작은 그에 못 미치는 신인. 이게 베스트야.’


촤아아악!

서걱!


보이는 족족 고블린을 갈아버린 뒤 던전 코어에 다다랐다.


케르르륵!


다른 놈들보다 등빨이 더 좋은 고블린 전사가 나름대로 포효했지만.


서걱!


일검에 목을 날렸다.


콰직!


던전 코어를 파괴하며 시험 종료.


파지직!


시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


“아, 거기서 두 놈이 더 튀어나오냐.”

“너무 급했어. 조금만 더 천천히······.”


나는 부스 밖으로 나와 다른 응시자들과 함께 시간을 죽였다.


아직 다른 조원들, 2명이 시험 중이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치이익.


한 부스에서 박유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


그의 얼굴은 조금 해쓱했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뭔가 해냈다는 듯, 후련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


“······너.”


박유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비릿하게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박유진이 고른 무기는 단검.

그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는 모양새가 여간 양아치 같지 않았다.


“216번. 그렇게 입을 놀리더니 꼴좋군.”

“······?”

“이게 현실이다. 넌 이놈들과 똑같은 패배자에 불과해.”


박유진이 주위의 응시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

“······.”


응시자들은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음에도 애써 눈을 피하기만 했다.


“계속 그렇게, 나대지 마라. 여기가 시험장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교육해줬을 텐데 아쉽······.”


치이익!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부스가 열렸다.


박유진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졌다.


“아······.”


초췌한 얼굴의 신하림이 이쪽을 보고는 상황 파악을 완료했다.


그녀의 얼굴 위로 짙은 그림자가 졌다.


“하, 하하하······!”


박유진은 신하림을 한껏 비웃어주고는 출입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가는 길에, 나한테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밖에서 마주치면 죽인다. 알아서 피해 다녀라.”


하하하하하!


뭐가 그리도 유쾌한지 박유진은 목청껏 쪼개며 사라졌다.


‘병신.’


참 웃음이 많은 친구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쪽팔릴까.


‘수석이 물 건너갔으니 뺑이 좀 쳐야 할 거다. 신인 드래프트 1차 모집은 번거롭기로 소문이 자자하니까.’


명목상 인턴이지만 사실 길드 소속이나 마찬가지니, 직속 상관 격 되는 사람에게 쿠사리도 웬만큼 먹겠지.


물론 내 알 바는 아니다.


***


모의 토벌을 마지막으로 모든 시험이 끝났다.


“응시자분들,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빌린 아티팩트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턱.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해, 시험장의 누구보다도 강대한 마력을 지닌 자는 한 명뿐이었다.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이번 헌터 자격시험의 총감독, 도정민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잠깐이면 됩니다. 급한 용무가 없으시면 커피나 한 잔 하시죠.”


도정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덧붙였다.


“조용한 곳에서요.”


B급 헌터, 도정민.

역시나 기억에는 없다.


아군으로 포섭해야 할, 혹은 미리 처단해야 할 명부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주시할 정도의 거물은 아니다.


‘그래도 B급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S, A, B, C, D, E, F.


각성자 및 헌터, 그리고 게이트의 등급은 총 7개로 분류되어 있다.


B급 헌터는 못해도 대한민국 헌터 중 상위 30% 안에 드는 주전력에 속한다.


모르긴 몰라도 커피 한 잔 마실 정도의 가치는 있는 사내였다.


“좋습니다.”


나는 도정민을 따라 어느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은 넓고 또 조용했다.

나는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세팅된 책상 중 하나를 골라 앉았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도정민은 어디론가 훌쩍 사라졌다가 곧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 들려 있었다.


“오늘 대단히 고생 많으셨습니다.”


도정민이 빙긋 웃어 보이며 커피를 건넸다.


“잘 먹겠습니다.”


대단한 고생까지는 아니지만 몸을 좀 쓰기는 한 터라 커피는 짜릿할 정도로 시원했다.


나는 몇 모금 더 마신 뒤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어떤 용무 때문에 부르신 겁니까? 아직 시험 중인 걸로 아는데.”


도정민이 커피를 홀짝이다가 조용히 웃었다.


“시험이야 거의 막바지니 괜찮습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진택 씨를 따로 모셨습니다. 우선, 헌터가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헌터라뇨? 아직 자격증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 정도로 기록을 갈아치우셨는데 자격증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총점을 세세히 따져볼 필요도 없지요.”


도정민이 검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어느 정도 짐작하고 계셨겠지만 압도적인 1등. 수석 확정입니다.”


당연한 결과였다.


1차 시험 1등.

2차 시험 1등.

그리고 3차 시험도 완전 토벌에 다른 유망주들보다 몇 발은 더 빨랐으니까.


“행정 처리가 끝나면 진택 씨는 정식으로 헌터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자격증은 며칠 안으로 자택으로 배송될 겁니다. 그리고······.”

“바로 질문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허례허식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


도정민이 미소를 거둬들이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진택 씨는 혹시 협회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역시. 목적은 이거였나.’


나는 모르는 척, 태연하게 대꾸했다.


“신인 드래프트가 코앞입니다. 이 시기에 사전 접촉은 불법 아닙니까?”

“위법이죠. 그마저도 유명무실하고요.”

“하긴 길드 인턴 같은 대놓고 몰아주기식 제도보다는 사전 접촉 쪽이 더 젠틀하긴 하죠.”

“심지어 저는 사전 접촉도 아닙니다. 그저 선배 헌터로서 진택 씨가 염두에 둔 곳이 있는지를 여쭤보는 것뿐인걸요.”

“대답해드렸으니 가면 되나요?”

“그건······ 아닙니다. 후, 쉽지 않은 분이시네요.”


도정민이 피식 웃으며 좀 더 유해진 태도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진택 씨를 모니터링하면서 몇 번이나 감탄했습니다. 대단한 재능과 센스였어요. 장차 얼마나 더 발전할지 궁금해지더군요. 자연히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과찬이십니다.”

“빈말이 아닙니다. 각성한 지 두 달 남짓, 최초 측정치가 낮긴 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선 C급은 물론 저 같은, B급도 될 수 있을 겁니다.”


B급이라.

언젠가는 될 것이다.


다만 그 시기는 도정민의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겠지만.


도정민은 조금 빨라진 말투로 협회의 장점을 차례차례 나열했다.


“커리큘럼은 웬만한 상위 길드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빵빵하고, 공무원이라 퇴직 후에는 연금도 따박따박 나오죠. 현장에서 몇 년 구른 뒤에는 저처럼 준 사무직으로 순환 근무도 가능하고요.”

“······.”

“아, 물론 당장 정하시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다만 협회도 좋은 선택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도정민이 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나중에 이쪽으로 문자 한 통만 넣어주시겠습니까?”

“예방대응국······.”

“쉽게 말해서 게이트 일기 예보와 처리를 담당하는 부서죠. 지금은 보고서만 찍어내고 있지만 이래 봬도 끗발이 꽤 있는 편입니다.”


도정민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기라도 하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때 치안경비국의 팀장이기도 했었죠.”


‘치안경비국!’


치안경비국은 각성자 관리 협회의 산하 조직으로 그 영향력은 예방대응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협회의 날고 기는 요원들이 포진한 무력담당 부서.


치안경비국의 무력과 정부에서 위임받은 여러 권한에 힘입어, 협회는 대형 길드 ‘3강 5중’ 중 5중의 말석에나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협회의 장점은 차차 알아나가기로 하고······ 우선은 쓸만한 연줄이 생겼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아무래도 내가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


“문자 보냈습니다.”


나는 즉시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는 쓸만한 연줄이 아니었다.

그는, 굉장히 쓸만한 연줄이었다.


인맥이란 것이 거미줄처럼 타고, 타고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그와 안면을 트고 또 호감을 심어준 것은 상당한 성과였다.


“네, 저장해놓겠습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소식이라뇨?”

“플러팅이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맛보기라고나 할까요. 하하. 아마 지금의 진택 씨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일 겁니다.”


헌터 자격시험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집으로 작은 종이봉투가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이었다.


“왔다.”


봉투 안에는 형식적인 안내문과 더불어 자그마한 직사각형 자격증이 들어 있었다.


[E급 헌터 자격증]


김진택


24052-경-1-1


E급은 밑에서부터 두 번째, 바닥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것은 만년 E급을 전전하는 헌터의 경우에 한한다.


헌터 자격시험에서 곧바로 E급을 받은 사람은 해당 기수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뜻으로 어디 가서 유망주를 자처할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나는 다섯 손가락 정도가 아니었다. 일련번호의 끝자리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경-1-1


순서대로 경기도, 제1 시험장을 뜻한다. 가장 마지막 숫자는 등수였다.


즉 나는 이번 기수의 첫 번째.


수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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