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도감 채우는 회귀 헌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은빛유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4 17:59
최근연재일 :
2024.05.28 19: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41
추천수 :
38
글자수 :
64,151

작성
24.05.15 19:20
조회
55
추천
6
글자
12쪽

각성자 등록

DUMMY

각성은 인종과 나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


유전적 형질은 물론 성장 환경이나 개인의 성정과도 무관하다.


그 원인과 조건은 불명.


지금은 물론 먼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과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결과였다.


각성자는 각성과 동시에 마력과 상태창을 얻는다.


나는 먼 옛날 그랬던 것처럼 상태창을 꼼꼼하게 살폈다.


<상태창>

이름: 김진택

특성: 수집

근력: 10

내구: 8

민첩: 7

체력: 11

마력: 9


“음.”


꼼꼼하게 살피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수치.


새삼 과거로 돌아왔음이 실감 났다.


‘그래. 이 정도로 낮았었지.’


재앙을 사냥하던 때와 비교하면 자릿수 자체가 달랐다.


네 자리에 육박하던 능력치가 두 자리로 줄어들었다.


‘힘과 내구, 체력은 나쁘지 않아. 딱 성인 남성 평균······. 민첩은 좀 심각하긴 하지만. 문제는 역시 마력이다.’


근력, 내구, 민첩, 체력은 10이 평균치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평균의 기준점은 비각성자다.


즉 각성 직후의 각성자는 신체 능력만 놓고 보면 일반인과 큰 차이점이 없었다.


그렇다면 각성자와 비각성자의 격차는 어디에서 오는가.


해답은 바로 마력에 있었다.


마력은 스킬과 아티팩트를 작동하는 원동력으로 몬스터를 살상할 수 있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헌터들의 휘발유이자 전기이자 물과 공기인 셈이다.


그런데 이 마력의 초기 수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사람은 두 자리를 간신히 도달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세 자리를 넉넉하게 뛰어넘기도 한다.


마력은 재능, 혹은 자질.


괜히 헌터 등급을 책정할 때 이 마력 수치를 중요시하는 게 아니었다.


‘마력 수치가 한 자리. F급 하위도 간당간당하다.’


괜히 내가 짐꾼으로 전향한 게 아니었다. 헌터는 꿈도 못 꿀 정도로, 절망적인 능력치다.


만약 이 수치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서는 말이다.


내 특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이깟 수치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나는 상태창의 특성 항목을 꾹 눌렀다.


파앗!


<특성>

이름: 수집

효과: 죽음에 이르게 한 몬스터를 마력 평면체 안에 박제합니다.


‘능력치뿐만 아니라 특성도 그대로다.’


나는 그대로다.

그럼 나 이외에는 어떨까.


동료들과 논의하며 쟁점이 된 지점도 여기였다.


시간을 역행해 각성 직후의 시점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돌아가기만 할 뿐이라면.


세계가, 역사가 전부 뒤바뀌어 있다면 우리의 준비는 하등 쓸모없게 될 터였다.


말에 어폐가 있지만 ‘과거’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를 대비한 플랜B로 있긴 있다.


철저한 임기응변.


어떻게든 강해져서 어떻게든 헤쳐나간다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무책임한 무계획이다.


“부디 이 기억들이 헛되지 않기를.”


리자에게서 ‘절대 암기’의 기억 일부분을 이어받은 것은 메인 플랜, 플랜 A를 위해서다.


과연 써먹을 수 있을까.

아니면 없을까.


나는 구형 스마트폰을 켜서 최신자 뉴스 기사를 훑었다.


-14년 전 수원 던전 브레이크 추모식

-게이트 입찰과 관련해 환희 길드와 AR 길드의 무력충돌, 부상자 다수

-협회에서 신인 드래프트 일정 발표, 두 달 동안 참가자 모집 후 공개경쟁을 통해 선발 예정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여론의 뭇매에 이용재 회장 사임. 게이트 산업 독과점 논란에 대기업 쇄신 분위기가 형성되리라······


웹서핑을 통해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도 체크한 다음에야 확신이 섰다.


“그대로다. 전부.”


머릿속 빽빽한 체크 리스트가 전부 맞아떨어졌다.


나는 정말로, 그 시절 그때로 돌아온 것이다.


‘확인이 끝났으니 우선 그것부터 해야겠지.’


스마트폰을 쥔 손이 옅게 떨렸다.


‘분명히, 그래, 이렇게······.’


잠깐 버벅거리긴 했으나 결국은 성공했다.


나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영겁과도 같은 시간을 기다렸다. 얼마 후 누군가가 자취방 문을 두드렸다.


똑똑.


“왔다.”


나는 문밖에 놓여있는 봉지를 잽싸게 집안으로 들였다.


‘미친.’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웠다.


치킨과 그에 곁들일 맥주다.


입안에 침이 절로 고인다.


‘이게 음식이지. 이게 음식이야.’


멸망한 세계에서 식량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운 좋게 야생 동식물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은 몬스터가 주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다.


그 엿 같은 감각을 이 시대의 음식을 통해 몰아냈다.


와삭!


두툼한 닭 다리를 씹고.


벌컥!


시원한 생맥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크으.”


절로 감탄이 나왔다.


치킨 한 마리를 전부 끝장내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후.”


처절했던 시절의 기억이 조금은 씻겨나가는 듯했다.


“돌아왔구나, 정말.”


나는 배를 두드리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아무리 대단한 위업을 달성했다고 한들.


이런 본질적인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배부르고 등 따시면 그만이야.’


나는 흑색 게이트와 그로 말미암을 멸망을 막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영웅이 되기 위함이 아니었다.


거창한 대의는 물론 싸구려 인정 욕구를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다만, 나와 옛 동료들이 잘 먹고 잘살기만을 소망한다.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좋은 옷을 걸치면 그게 행복이다.


우리가 아무 걱정 없이, 어떤 결핍 없이 무사태평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만이 내 회귀의 유일한 목적이다.


***


“산성전자 공고 봤어? 올해도 비각성자 전형은 계획이 없다네.”

“시발, 상태창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다 때려치우고 공시나 준비할까, 우리.”

“공시는 무슨. 헌터 자격증 가산점 올랐단다. 8점에서 10점으로. 이게 나라냐?”


버스 뒷자리에서 취준생들의 푸념이 들려왔다.


헌터 중심의 사회.


게이트가 열렸지만 취업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각성자 우선 채용 트렌드 때문이었다.


‘그래, 그랬었지. 그래서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공채도 특채도 전부 떨어졌던가.’


남 일이 아니었다.


이 시절의 나 또한 취업 시장에서 연전연패해 결국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었다.


고깃집.

편의점

PC방 등.


이젠 헐값에 시간을 팔 이유가 없다. 나는 날이 밝자마자 알바를 전부 때려치웠다.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겠습니다.”

“갑자기 왜······.”

“저, 각성했습니다.”

“뭐?”


헌터가 될 것이다.

내 목표를 위해, 안온한 삶을 위해.


나는 그 첫걸음을 위해 각성자 관리 협회로 가고 있었다.


삐이익.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거대한 사옥이 나를 반긴다.


각성자 관리 협회 경기도 지부.


강남에 위치한 협회 본부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그 규모는 근처의 다른 건물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각성자 적합 여부 검사>


1층 안내 데스크는 벌써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직원 십수 명이 악을 써가며 사람들을 줄 세웠다.


“신분증을 미리 꺼내 주십시오. 이 서류들을 작성하고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검사는! 조를 나눠 선착순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나는 데스크 직원의 안내에 고분고분 따랐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곧 내가 속한 조의 차례가 되었다.


“8조 분들은 일어나서 6층 적합 검사 부서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적합 검사부의 외관은 종합 병동을 방불케 했다.


온통 흰색 일색에 각종 분석과 계측 기기가 방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박수용 씨. 1번 검사실로 들어가십시오.”

“조인제 씨. 2번 검사실로······.”


대기열은 꽤 빠르게 줄어들었다.

10분쯤 뒤, 마침내 스피커가 내 이름을 호명했다.


“김진택 씨. 8번 검사실로 들어가십시오.”


검사실 내부는 좁고 삭막했다.


지친 기색의 직원 한 명이 다소 까칠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측정기 내부로 들어가 주세요.”


CT 촬영실 같은 곳에 들어가 안내 음성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


“아, 하시고. 네. 끝났습니다. 나오세요. 다음은 혈액 검사입니다.”


이후 피를 뽑고 몇 개의 간단한 설문 조사를 했다. 남은 절차를 끝내고 10분쯤 기다리니 검사 결과가 나왔다.


직원은 무감한 눈으로 그것을 쳐다보고는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다 작성하고 싸인까지 해서 5층으로 내려가세요.”


5층 각성자 등록부서에서 서류 제출로 또 씨름한 뒤에, 나는 마침내 각성자 등록증을 손에 넣었다.


등록증에는 내 생년월일과 주소지, 발급일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김진택: F급 각성자>


“음.”


이제 끝.


썩 만족스러웠다.


‘절차가 좀 번거롭긴 해도 당일 발급이라. 정확도도 높고······ 이만하면 됐지.’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각성자 등록증은 신분증의 기능에 더해 특정 장소의 입장권 역할도 한다.


각성자 전용 거래소.


나는 이제 각성자 전용 거래소의 출입 권한을 얻은 것이다.


협회 지부는 각성자 전용 거래소를 끼고 있다. 이곳의 거래소는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거래소 직원의 표정은 협회 직원들보다는 밝은 편이었다.


삑!


출입구의 개폐 장치에 등록증을 대자 신원 조회가 끝났다.


“일전에 방문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카탈로그가 필요하시다면······.”

“카탈로그는 괜찮습니다. 아티팩트를 사러 왔습니다.”

“네, 찾으시는 아티팩트의 분류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세부 옵션을 말씀해주시면 바로 찾아드리겠습니다.”

“세부 옵션까지는 필요 없고 검 한 자루 사러 왔습니다.”


나는 짤막하게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보급형, 헌터 자격증 미소지자도 구매 가능한 물건으로.”

“······이쪽으로 쭉 들어가시면 보급형 장비 판매관이 있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거래소는 더 좋은, 더 희소한 물건을 위층에 전시해둔다.


2층부터는 일반 등급.


고급, 희귀 등급의 물품은 몇 층은 더 올라가야 있을 테고 영웅 등급은 전용 라운지 등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거래되곤 한다.


일반 등급에도 못 미치는 보급형 장비는 이렇게 1층에 늘어놓는 게 보통이었다.


“어서 오십쇼.”

“자격 미소지자도 휴대 가능한······.”

“저깄습니다.”


판매관 직원이 대충 손가락을 들어 옆쪽을 가리켰다.


[할인 중]


‘운이 좋군.’


마침 염가로 내놓은 따끈따끈한 장비들이 있었다.


검, 도, 창, 갑옷 등의 보급형의 보급형 아티팩트들.


산성이나 GG 등의 메이커도 아닌 어디 중소 공방에서 들여온 듯한 물건이었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 F급 헌터나 짐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런 무기를 쓴다.


‘싼 게 비지떡이라지만 아티팩트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군.’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보다 더 좋은 물품은 헌터 자격증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게 대부분인 데다.


[신환은행]

잔고: 704,120원


통장 잔고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50만 원입니다.”


‘아슬아슬했어.’


통장이 한층 더 부실해졌다.

당분간은 라면만 먹고 지내야겠다.


그래도 며칠만 버티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절대 암기’의 기억에 의하면 팔일 뒤, 경기 외곽에서 자그마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거국적으로는 작은 이벤트지만 내게는 아니다.


전에 없는 빅 이벤트.


이 이벤트를 얼마나 잘 넘기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행보가 정해진다.


며칠 남짓한 기간 동안 나는 방에 틀어박혀, 혹은 인근 야산에서 훈련에 매진했다.


돈으로 때울 수 없기에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후!”


검을 휘두르는 한편 체내의 감각을 관조했다.


몸 안을 타고 흐르는 아주 미약한 기운.


느끼는 것과 움직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마력량이 워낙 적어서 움직이다가 멈춰버린다. 이런 불상사가······.’


그래도 어떻게든 시일에 맞출 수는 있었다.


띵!


[일반 스킬 ‘신체 강화’를 획득했습니다.]

[일반 스킬 ‘마력 방출’을 획득했습니다.]


“······됐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나는 룬석 없이 스킬을 습득했다.


가장 기초적인, 요령에 가까운 스킬이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상태창과 장비.

그리고 기초 스킬.


이로써 모든 준비가 끝났다.


드디어 D-DAY.


나는 경기도 외곽의 한 폐공장 터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도감 채우는 회귀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을 알려드립니다. 24.05.29 12 0 -
11 아임파더(1) 24.05.28 15 0 13쪽
10 선물(2) 24.05.27 21 2 13쪽
9 선물(1) 24.05.24 26 1 13쪽
8 헌터 자격시험(3) 24.05.23 33 4 13쪽
7 헌터 자격시험(2) 24.05.22 38 4 13쪽
6 헌터 자격시험(1) 24.05.21 39 3 13쪽
5 수집 시작(2) 24.05.20 42 3 12쪽
4 수집 시작(1) 24.05.17 44 3 13쪽
3 서든 게이트 토벌 24.05.16 51 6 13쪽
» 각성자 등록 24.05.15 56 6 12쪽
1 재도전 24.05.14 77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