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웨딩홀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완결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8.14 20:1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15
추천수 :
29
글자수 :
128,917

작성
24.06.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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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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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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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와이파이 존

DUMMY

“또야 또!”


환하게 웃고 있는 신랑 신부의 커다란 사진이 바닥에 놓였다.


폭신한 의자에 몸을 파묻은 과장은 사진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


“아니 미리 취소를 했으면 다른 팀이라도 구했지. 그냥 안 오면 어떡해?”


“그래도 지난번보다 낫지 않아요?”


“하긴 그때는 하객들까지 다 왔는데 신랑 신부만 안 왔었지.”


“이번에는 미리 얘기했잖아요.”


“요즘 들어 파혼이 더 많아진 것 같아.”


과장의 한숨이 문밖까지 나왔다.


“왜?”


지나가던 유나가 멈칫하고 섰다.


“뭐, 이쪽 일이 다 그렇지.”


서리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꾸하며 바른 자세로 걸어갔다.

쫓아가며 유나가 되물었다.


“뭔데? 왜?”


나, 이렇게 호기심이 강했나?

늘 주변에 별 관심 없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알고 싶었다.


“너!”


서리가 멈추고 유나를 돌아봤다.

싸늘한 표정.

저럴 때 보면 찬 기운이 바닥부터 얼어버리는 것 같다.


뚜벅뚜벅 다가오는 서리의 구둣발 소리가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내가 뭘 잘못했지?

순간 유나도 욱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일하는데 궁금한 거 물어보지도 못해?


뚜벅뚜벅! 소리에 잡고 있던 유나의 멘탈이 무너지며 쭈그러들었다.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되나?”


목소리까지 의기소침.

이렇게 직장 생활에서 자존감을 잃어가는구나...


“그런 거야?”


멈춰 선 서리가 한마디 했다.


“뭐가?”


뭐지?

유나의 머리로 그냥 서리가 이상한 돌... 아이로만 보였다.


“별거 아닌데 쪼는 거. 별거 아닌데 욱하는 거. 지나고 보면 그냥 그럴 수 있는...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내가 뭐 시시꼴꼴 일일이 챙겨 볼 순 없지만 대부분 그랬어.”


속사포처럼 말하는 서리가 무서웠다.


점점 작아지는 유나의 목소리.


“그..... 그러니까 뭐가?”


“결혼!!”


“뭐?”


진짜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결혼이 뭐?

왜?

유나 머리 위의 물음표가 가시기도 전에


서리가 목을 좌우로 젖히며 손을 풀었다.

이제 내가 일 좀 해야겠다.


“무슨 소리야. 여기 일은 혼자 다 하는 거 같더구먼."


“그런 거 말고 진짜 내 일.”


“뭔 소리? 네 할 일이 그거 말고 또 있어?”


“훗”


“뭐야?”


넌 모르겠지만 그런 게 있어라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서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


에리다누스에서 정서리의 역할은 ‘마법 세계’ 아니 ‘지하 세계’로 들어온 인간의 영혼을 접수하는 일이었다.

인간의 영혼이 별빛처럼 떨어질 때 서리는 그들을 찾아 돌려보냈다.


인간 세계로 온 지금은 웨딩홀에서 진행을 맡고 있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또 하나

서리의 중요임무 중의 하나는

바로 이별로 아픈 그들에게 다시 사랑을 피워주는 뭐 말하자면 꺼지지 않은 불씨를 다시 활활 태워주는 역할을 한다.


에리다인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올 수도,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으며 세상이 마법이라 부르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 그들의 능력은 발휘되기 힘들다는 아픈 현실.


와이파이 존처럼 오직 웨딩홀에서만 에리다누스에서와 마찬가지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능력이 있지만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그래서 그들은 이곳에서 살 수 없다.

빨리 목표를 달성해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웨딩홀에 갇히게 될 것만 같아 두려웠다.


DALL·E 2024-06-06 14.25.50 - In a Japanese anime style, depict a character named Seori in a magical world. Seori is performing a magical ritual,.jpg


“안녕하세요. 웨딩홀입니다.”


탁! 하고 끊기는 소리와 함께 서리의 짜증 섞인 비명이 들렸다.


“야! 사람이 말하는데 끊어?”


“사람은 아니지.”


나지막하면서 시크한 목소리로 기찬이 콕 집어 알려주었다.


“너 지금 그게 할 소리니? 아니면 네가 나가서 데리고 오든지.”


“버스 탈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가?”


“택시 타고 가!”


서리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능글능글 은근히 속을 긁어대는 기찬의 말투를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왜? 또 전화 끊어?”


벌컥 문이 열리며 단발머리 기민이가 들어왔다.


“'웨' 자만 나와도 끊어버려.”


“포기해! 다음 주를 기약하지 뭐.”


“아 진짜. 한 주 날리는 거잖아.”


“확! 저주해 버릴까?”


“장난하니? 여기서?”


“아 몰라! 이렇게 된 거 잠이나 자!”


“네가 언제 잠을 잤다고.”


서리의 말에 기찬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게. 인간화되고 있나?”


“무섭게 왜 그래?”


서리가 질색했다.


“내가 다녀올까?”


기민이 대뜸 말했다.


“납치라도 하게?”


“아니, 정산하고 가라고 해야지.”


“그렇지. 그건.”


“유나 데리고 가!”


언제 왔는지 과장이 문에 기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유나는 왜?”


“인간이잖아.”


“그래서?”


“알바 비 공짜로 줘? 뭐라도 시켜야지.”


“은근히 돈 밝혀.”


"까짓 것 얼마든지 만들면 되는데”


“만들면 뭐해. 밖으로 나가면 아무것도 없는데.”


“아우 짜증 나!”


과장이 팽! 하고 돌아서서 나갔다.


에리다 인에게 돈, 보석 모든 것은 손가락 하나만 까딱이면 그냥 생기는 거였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돈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하얀 연기가 되어 휘리릭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그들의 에너지가 너무 약해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은 하지만 아직 원인파악을 완전히 다하지 못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상희 생각에 또 화딱지가 올라왔다.


“유나야!”


“응?”


드레스 실에 앉아 거울을 보며 혼자 놀기에 빠져있던 유나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노니?”


“응”


“장난해?”


천천히 느긋하게 걸어 나오며 유나가 하품을 했다.


“오늘 식 취소됐다며.”


“댕겨 와!”


“어딜? 아우 졸려”


“퇴직할래?”


“아니요!”


유나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디 가?”


“가자!”


똑 단발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쟤랑? 둘이?”


“나도”


기찬이 따라 나오며 한번 웃어 주자 유나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너도 가?”


“응 나도 가”


별말 하지 않았는데 참 예쁘게 웃는다 싶었다.

자기도 모르게 따라 웃으며 유나가 헤벌쭉 말했다.


“같이 가자!”


뭐, 이게 현실이지. 외모가 다하는.


--------------------------------------------------


“어디라고?”


버스에서 내리다가 내리쬐는 태양빛에 인상이 저절로 써졌다.

벌써 두 번째 갈아타는데도 멀었다는 똑단발.

길을 제대로 알기는 아는 걸까?


“목말라”


유나가 진심으로 말했다.

아스팔트 바닥이 쩍쩍 달라붙는 것 같이 더운 날이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왔어야 하는데 웨딩홀에서 나온 거 티 내야 한다고 셋 다 유니폼 차림이었다.

빵빵한 에어컨 바람에 웨딩홀 안에서야 긴 팔에 조끼까지 괜찮았지만 지금 이 날씨에 이 복장은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과장의 이상한 고집에 화가 났다.

자기야. 편하게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외근의 고초를 알 리가 없지.

겨드랑이가 폭 젖은 느낌이라 슬쩍 날갯짓을 하며 말려 봤지만 땀이 흐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난 이제 안되겠어. 뭐 좀 마시자! 너네는 목도 안 말라?”


유나가 길에 쪼그리고 앉았다.


“돈 없어”


“뭐?”


이런 가난하고 여린 여자의 얼마 되지 않는 지갑을 털어야 한단 말인가?

상황에 전혀 맞지 않고 여리다는 생각에 스스로 찔렸지만 어쨌든 나보다 돈 많을 것 같은데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뭐 할 수 없지.

유나가 아주아주 천천히 지갑으로 손을 뻗치는데 똑단발 아니 기민이가 손가락을 올렸다.


뭐 하는 거지? 이상하게 생긴 애가 이상한 짓만 한다 생각하는데 기찬이 옆에서 낄낄대고 웃었다.


“야! 장난해?”


그러게 기찬이가 그래도 머리는 멀쩡하네. 쟤는 정신세계가 의심스럽다니까 하는데


“이렇게 하면 딱! 하고”


기민이의 손가락으로 유나를 향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나의 호주머니에서 시원하고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뭐야. 나도 이상해진 건가?

이것도 뭐 최면 같은 건가?


유나가 호주머니에서 콜라 캔을 들어 올렸다.


“대박! 뭐지?”


유나가 콜라를 흔들며 기민이에게 다가갔다.


“뭐지?”


이상하긴 기민이와 기찬이도 마찬가지였다.


“왜 되지?”


기찬이가 기민이에게 물었지만 기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몰라!”


유나가 흔들던 콜라를 들어 기민이 앞으로 가져갔다.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실험해 보겠어.”


“뭘?”


기민이 대답할 새도 없이 유나의 손이 콜라캔 뚜껑으로 향했다.

고리에 손가락을 걸고 기민의 눈을 똑바로 봤다.

두려움에 떠는 기민이 손으로 막을 새도 없이 유나의 손은 힘을 주어 고리를 당겼고, 그 순간 폭발하듯 콜라가 위로 뿜어져 올라올 것 같았는데

올라오다 말았다.


“뭐지?”


후드득 바닥으로 얼음조각이 튀고 콜라 거품이 하늘을 향해 치솟은 상태로 얼어붙어 떨어졌다.

덩달아 유나의 손도 얼어붙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왜 되지?”


이번에는 기찬의 검지가 올라와 있었다.


“되네.”


“우와! 돼.”


“뭐가 돼? 나 좀 어떻게 해줘.”


유나가 소리를 질렀지만 기찬과 기민은 밝게 웃으며 행복해했다.


유나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DALL·E 2024-06-06 14.25.06 - A scene featuring three characters in a humorous and magical moment. Yuna, a 20-year-old woman with an updo hairstyle, is holding a cola can. She is 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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