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웨딩홀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완결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8.14 20:1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20
추천수 :
29
글자수 :
128,917

작성
24.08.01 16:20
조회
10
추천
1
글자
10쪽

멤브레인은 어디에

DUMMY

“유나야!”


과장의 우렁찬 목소리에 유나가 눈을 떴다.


“뭐야?”


“뭐가?”


“나 왜 여기 있는 거죠?”


“내가 아니?”


“아니, 방금 전에 학교였는데...”


“학교?”


“왜 내가 예전에 상희 언니랑 눈꽃이랑 같이 다녔다는 학교 있잖아요. 이사장님이 그 학교 이사장이라서 이사장이고.”


“당연히 알지.”


“거기 있었는데”


“상희가 거기 있어?”


“거야 모르죠. 못 만났는데...”


“그럼 넌 거기 왜 간 거야?”


“만나러 갔겠죠.”


“그런데 왜 못 만났어?”


“아이 진짜! 나도 그게 궁금하다고요.”


과장의 답답한 말에 유나가 폭발했다.


유나야 일반인이니까 그렇다 치고 과장은 그래도 에리다인인데 뭐 좀 알아야 하는 거 아냐?


이건 뭐 유나보다 더 모르는 게 많으니 뭐, 발전이랄 게 없었다.


“어떡해요? 문도 안 열리고”


“801호?”


과장이 문 쪽을 슬쩍 보더니 말했다.


“열까?”


“열 수 있어요?”


“나야 모르지. 네가 열어야지.”


그러면 그렇지 뭘 기대해.


“아, 진짜 왜 자꾸 나한테 그래요. 지금 상황 적응도 안 됐는데.”


“그냥 운명이라 생각해. 사람이 뭐 생각하는 대로 살 게 되니. 그렇게 되니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지금 철학 하세요?”


“그래 보여?”


과장이 좋아했다.


과장에게 철학이라는 건 꽤 교양 있어 느껴졌다.

인간 세상에 살면서 물들어간다는 게 ‘취향’ 뭐 그런 게 생기는 건가 보다.

과장은 자신의 취향이 고급스러웠으면 했다.


“그나저나 저 문은 어떻게 열어?”


“두드려요.”


“좀 전에 내가 두드린 거는 뭐 디드린 거니?”


너무 인간 세상에 적응을 잘 하신 건지 말장난도 수준급이다.


“아! 피곤해! 과장님 그만!”


“뭐가 그만이야?”


“잠깐만요.”


유나는 귓구멍을 후비적대며 과장의 샤우팅으로 지친 귀를 풀어주고 문 앞에 섰다.


심호흡을 크게 한 후,


손가락을 구부려 문에다 대고... 똑똑 두드리니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구? 세요?”


“와! 씨. 차별하나? 내가 두드릴 때는 기척도 없더구먼.”


과장의 욱하는 소리에 다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좀!”


“뭐? 뭐?”


도를 닦는다는 심정으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휴!”


“휴!”


과장이 따라 한다.


‘아주 그냥 가지가지 하신다’

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래, ‘경로 우대’ 라는 말을 되새기며 꾹 눌러 참았다.

따지고 보면 과장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았는지 가늠할 수도 없지 않나? 한 천 살? 아니 만 살은 됐을 것 같다.


“나이가?”


“갑자기?”


생각하면 말로 튀어나오니 마음 수련이 더 필요한가 보다.


“갑자기 궁금해서”


“모르지. 세어본 적이 없는데”


“늙지는 않나 봐요.”


“외모? 호호 호호호. 원래 이랬... 아니다. 나 요즘 여기 주름도 지는 것 같고. 진짜 이러다 늙는 거 아냐?”


과장이 눈가를 만지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공기가 오염돼서 그런가? 피부과라도 가봐야 하나?”


“뭐 별다른 거 없네요. 여기나 거기나.”


씁쓸한 미소와 함께 유나가 다시 노크를 하려다가 그냥 쓱 하고 문을 밀어봤다.


“뭐, 밀면 밀릴 것 같아?”


과장의 코웃음에 오기가 생긴 유나가 앞으로 밀리지 않는 문을 옆으로 밀자 살짝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어?”


“어?”


“잠긴 거 아니었어?”


“뭐야. 원래 열리는 문이었던 거야?”


허무하면서 좀 전에는 열리지 않다가 지금 열리는 거라는 생각을 하며 노력에 의미를 부여했다.

원래 그런 거라면 지금 꽤 쓸데없는 고생을 한 거니 헛수고가 되지 않기 위해서 문은 갑자기 열리게 된 거여야 했다.


“마법을 걸었나 봐요. 제가”


“그래, 그런가 보다.”


웬일로 과장이 좋게 맞춰줬다.


“자! 같이 미는 거야.”


신성한 느낌으로 숨을 고른 후 둘은 동시에 문에 손을 댔다. 서로 눈짓으로 신호를 준 후 힘껏 옆으로 밀었다.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힘겹게 열릴 줄 알았던 문이 미끄러지며 시원하게 열렸다.


동굴처럼 어두운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안이 더 무서워 문을 다시 닫을까 잠시 고민했다.


속에서 뭐가 나올지 몰라 긴장한 채 안으로 발을 넣었다.

발끝은 들어가지 못하고 탁하고 부딪히며 바로 막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막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뭐지? 투명 문도 있어요?”


“몰라. 아니 어차피 못 들어갈 거 문은 왜 열리게 한 거야?”


“들어가야죠.”


“안 되잖아.”


“그러니까 방법을 찾아야지.”


“아주 잘나셨어. 그렇게 잘났으면 빨리 방법을 좀 찾던지.”


유나는 한 가지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과장과 나는 맞지 않는다.’


“손전등 같은 거 없어요?”


“여기”


말하기 무섭게 과장이 손전등을 유나에게 건넸다.

이런 건 수급하기가 아주 수월한가 보다.


속을 들여다봐도 보이는 게 없어 답답한 마음에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따라쟁이 과장도 함께.


슬쩍 과장의 얼굴을 쳐다본 유나가 별생각 없이 과장이 한 것처럼 그대로 손가락을 탁! 쳐보았다.


뭐 별일 있겠어?

혹시?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복도.jpg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쭈그리고 앉은 두 사람이 동시에 위를 올려다봤다.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얼굴을 한 이사장은 하얀 양복 차림이었다.

천사처럼...


“여기는 어쩐 일로...”


과장 답지 못하게 목소리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뭔가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을 들킨 것처럼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한숨을 폭하고 내쉰 이사장이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유나가 들어가지 못한 방으로 성큼 발을 내민 후 안으로 쑥 들어가는 모습에 둘은 할 말을 잃었다가 욱하고 화가 올라왔다.


“아니, 왜 제 혼자 들어가? 야!”


손가락을 내밀며 쭉 뻗은 과장의 팔을 안에서 나온 손이 휙 하고 낚아채서 잡아당겼다.


이제 복도에는 유나 혼자 남았다.


“야! 나도”


반말한다고 뭐 어쩌겠어?

설마 죽이기라도 하겠어? 하는 마음에 냅다 질렀다.


잡혀들어가는 과장의 꼴이 조금은 우스워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잡혀가기 위해 어깨를 안쪽으로 쓱 밀어내 보였다.


왜 아무 소식이 없지?

나만 두고 가려는 거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나의 불안이 점점 커졌다.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갔다.

발끝이 아닌 손끝을 밀어 넣었다.

손끝이 막에 닿기도 전에 안에서 나온 손이 유나를 잡아당겼다.

아주 세게


“엄마야!”


짧은 비명과 동시에 안으로 들어온 유나가 저도 모르게 90도로 몸을 숙여 인사했다.

801 방.jpg

“안녕하세요. 선배님”


2년간의 훈련으로 인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어, 그래.”


어색하게 손을 든 민서의 양옆에는 이사장과 과장이 앉아 있었다.

살짝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선배님이 왜 여기에?”


“그러게”


“이사장님. 설명 좀...”


유나가 살짝 째려보는 눈으로 표정 없는 이사장을 쳐다봤다.


“이사장님.”


유나의 채근에도 아랑곳없이 팔짱 낀 손에 힘을 꽉 준 채 그대로 버티기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왜 뭐?”


“일단 이분은 돌려보내자고.”


과장이 민서를 가리키자 민서가 사라졌다.


“어디로 보낸 거예요? 설마 민서 선배를....”


울컥하고 눈물이 올라왔다.


“죽이기라도 한 거예요?”


유나의 화가 잔뜩 난 목소리에도 이사장은 가만히 있었다.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씩씩대며 다가가는 유나보다 과장이 빨랐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과장의 센 손바닥이 이사장의 뒤통수를 때린 순간 드디어 한 마디 했다.


“아!”


“가만히 있을 거면 여긴 왜 온 거야?”


“나도 그게 궁금하다고. 자꾸 불려와.”


“누가 널 불러?”


원래 둘 사이가 저랬는지 뭐, 좋은 사이같이 보이진 않았다.


“아무래도 유나 같은데... 이게 뭔지 나도 모르겠어.”


과장은 듣기 능력이 거의 영점에 가깝다.

상대가 말을 하든 말든 냅다 본인이 할 말만 했다.


“상희는 어딨어?”


“그냥 뭐...”


“죽였어?”


“아직 그렇게까진”


“죽일 거야?”


“뭐...”


“저 새끼 진짜 나쁜 놈이네.”


유나가 팔을 걷어붙이며 다가서는데 과장이 막았다.


“넌 왜 자꾸 이사장 불러?”


“내가 언제? 요”


“그랬다잖아.”


“아, 진짜. 상희 언니나 데려와요.”


“너 나랑 결혼하자!”


“이건 또 무슨.”


이사장이 드디어 미쳤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그래야 다 해결될 것 같아.”


진짜 사람을 얼마나 만만히 봤으면


“저도 눈 있거든요.”


“그래, 얘도 보는 눈이 있는데 너랑 왜?”


과장까지 벌떡 일어났다.


“안 그럼 죽여야 하는데.”


“뭐?”


“왜?”


“나한테 방해가 될 테니까.”


“씨.”


유나가 씩씩대며 욕설을 뱉자 과장이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안 죽어.”


“그럼 결혼해야 돼요?”


“안 해도 돼. 내가 쟤 죽일 거거든.”


“하하하 마음대로”


이사장이 늘 하던 대로 양손을 위로 올리며 어깨를 으쓱한 후 이동할 포즈를 취하는데 유나가 손가락을 위로 들었다.


뭘 알고 한다기보다 감이라고 해야 하나?


“뭐지?”


“과장님 지금이에요. 죽이세요.”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누군가를 해한다는 것을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을 거라 유나도 짐작하고 있었다.


“뭐 필요하다면...”


이건 또 무슨.


과장이 정말 그럴 마음이 있었던 거야?

말릴 새도 없이 과장이 이사장을 쏘아보았다.


유나가 느끼기에 이미 시선으로 한번 쐈다.

두 번째는 말로 쏘겠지 라 생각했는데.


“윽”


과장의 손에 목이 잡힌 이사장이 발버둥을 쳤다.


외적으로 키도 훨씬 더 크고 튼튼해 보이던 사람인데 저렇게 물론 야리야리한 여자는 아니지만 여자 손에 번쩍 들리니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과장이 괴성을 지르며 한 번 더 위로 올리려고 하는 순간 이사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10 이시언
    작성일
    24.08.03 18:57
    No. 1

    엠브레인 2로 봐야 하나요 전 전편에 제목과 같아서요. 내용은 다르지만 서도...... 이제 1편 남았네요. 작가님 일러스트 일때문에 바빠서 요즘 글 잘 못올리고 계신거에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8.14 19:17
    No. 2

    ^^ 늘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마무리가 쉽지는 않네요. 원래 가려던 방향이 있었는데 그래도 정리하려니 쉽지 않았어요. 미련이 남아서인지 살짝 여지를 남겨두고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이시언
    작성일
    24.08.03 18:57
    No. 3

    멤브레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8.14 19:18
    No. 4

    멤브레인이 메인 주제라... 2를 썼어야 했는데 그대로 갔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이시언
    작성일
    24.08.14 19:42
    No. 5

    혹시 본생직 하시느라 바빠서 그러시는거는 아니죠? 아쉬워서 그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8.17 10:43
    No. 6

    취미로 시작한 작업인데 아무래도 선보다는 후가 되어서 여전히 부끄러운 글만 쓰게 되나 봐요... 조금 더 집중하며 본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 웨딩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공존 +4 24.08.14 10 0 13쪽
» 멤브레인은 어디에 +6 24.08.01 11 1 10쪽
28 28화 진짜와 가짜 +2 24.07.26 11 1 11쪽
27 801호 +2 24.07.19 17 1 9쪽
26 노숙자 +4 24.07.17 14 1 9쪽
25 멤브레인 +2 24.07.09 12 1 9쪽
24 S와 H +2 24.07.08 13 1 10쪽
23 호텔리어 +6 24.06.29 16 1 9쪽
22 신령님의 정체 +2 24.06.26 13 1 9쪽
21 무당이 어때서? +2 24.06.25 16 1 9쪽
20 신비한 원통 +4 24.06.24 14 1 9쪽
19 도둑질 +2 24.06.21 17 1 10쪽
18 신이 된 여자 +2 24.06.20 14 1 9쪽
17 믿음과 배신 +2 24.06.20 18 1 9쪽
16 혼례식 +2 24.06.18 14 1 9쪽
15 미안함 / 못다한 결혼식 –기억할 수 있을 때 +2 24.06.17 14 1 9쪽
14 땡땡이!! +2 24.06.14 15 1 10쪽
13 저승사자 맞네! +2 24.06.12 17 1 10쪽
12 능력자 +10 24.06.10 30 1 9쪽
11 와이파이 존 +2 24.06.06 16 1 10쪽
10 잃어버린 시간 +2 24.06.05 17 1 10쪽
9 옆집 오빠 +2 24.06.04 16 1 10쪽
8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6 24.06.03 15 1 10쪽
7 행복한 야구선수 +4 24.05.31 20 1 9쪽
6 에리다누스 +2 24.05.30 15 1 9쪽
5 행복한 부부 +2 24.05.29 20 1 9쪽
4 이래서 돈을 버는 구나~ 알아버린 돈의 맛 +4 24.05.27 23 1 9쪽
3 아르바이트 24.05.24 18 1 10쪽
2 마법 웨딩홀 24.05.23 30 1 9쪽
1 마법 웨딩홀을 소개합니다. +2 24.05.22 45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