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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8.14 20:1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16
추천수 :
29
글자수 :
128,917

작성
24.07.17 17:20
조회
13
추천
1
글자
9쪽

노숙자

DUMMY

“안 오지?”


“안 오네”


“어떡하지?”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 옷을 입은 과장님, 명부 대리님과 카메라맨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들을 멀리서 보면 옷 색깔 덕분에 아주 화사해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세상 이런 거지가 없다 싶게 불쌍한 몰골이었다.


“진짜 돈 없어?”


“없어.”


과장의 짧은 한 마디에 멀쩡하게 생긴 기찬도 멀리서 보기에만 화사한 팀 옆에 주저앉았다.


“유나는 어디 간 거야?”


“유나만 있어도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기민이 기찬 옆에 쭈그리고 앉으며 나무랐다.


“넌 애가 없어졌는데 걱정도 안돼?”


“걔 생각보다 많이 강해. 지금 우리가 제일 걱정이야.”


“해진다!”


푸른 논과 어우러져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이 핑크빛으로... 점점 더 붉게 변해갔다.

아래로 내려가는 태양은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에리다누스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네.”


“늘 푸르고 맑은 곳이니까.”


“아름답다.”

기찬.jpg



“개뿔. 그렇게 겪어도 모르겠니? 노을이 진다는 것은 어두워질 거라는 거야. 길바닥에서 노숙할 거야?”


과장의 말을 따르듯 붉은 하늘은 순식간에 내려앉을 듯 어두워졌다.


여기에 비까지 온다면...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에 기찬이 벌떡 일어났다.


“부정탔어. 부정”


나무 아래로 도망쳐 비를 피하며 과장을 노려봤다.


“대책도 없이 나서냐? 대장이면 대장답게 잘 좀 준비해야지. 우산도 안 챙겨?”


“이 새끼가? 야! 내가 네 엄마야?”


“우리한테 엄마가 어딨어?”


“없지. 없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주고받은 과장과 기찬은 씩씩대며 마주 섰다.


‘우르르 쾅쾅’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자 빗물이 더 거세지고, 화난 마음에 불을 붙이듯 주변이 번쩍이면서 싸우라고 부추겼다.


“에이!”


“에이 뭐?”


“에이”


“에이 뭐냐고? 아주 칠 기세다.”


“치라면 못 칠 줄 알고?”


“그래, 쳐! 어디 쳐봐! 어떻게 되나?”


신기하게도 주변의 아무도 이들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재미나서 구경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들 그냥 무기력하게 쭈그리고 있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번쩍!하고 주변이 밝아지더니 푸른 논 위로 검은 그림자가 쑥 올라왔다.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살인자처럼.


논두렁.jpg


“그래서 뭐? 뭐?”


과장의 유치한 말꼬리 잡기는 이어졌다.


논 위로 올라온 검은 그림자가 뚜벅뚜벅 그들 가까이 걸어오자 그제야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뭐냐?”


기찬의 한마디.


“여전하네.”


이사장 특유의 담담하면서 낮은 목소리가 평온하게 울렸다.


“데려간 거야?”


이사장 품에 안겨 기절한 듯 잠든 유나를 보며 기찬이 물었다.


“반대라고 해야 할까? 내가 불려갔으니.”


“뭐라는 거야?”


“일단 좀 무거워서 그러는데...”


유나를 받아달라는 표현이었다.


이사장의 팔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고소한 듯 쳐다보던 기찬은

유나를 받아들 생각이 일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이려고 얼른 팔짱을 끼고 받아쳤다.


“유나가 이사장을 데려갔다는 거야? 쟤가 뭔 능력으로?”


“헉 헉..... 나도 그게 좀 궁금해서.”


바닥에 머리가 닿을 듯 내려지는 유나를 보고 기민이 받아들려 다가가자 기찬이 막아섰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다시 데려온 거지?”


“헉헉 그게...”


이제는 더 이상 무리였다.

빗물이 고인 바닥에 유나는 그대로 눕혀질 듯 이사장의 팔의 힘이 다 빠져버렸다.


유나의 긴 생머리는 아래로 늘여졌고 이미 찰랑이며 물 고인 바닥에 여러 번 쓸려 반이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휴!”


할 수 없다는 듯 드디어 기찬이 움직였다.


이사장의 손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유나를 받아들었다.


“우이 씨”


뒤로 휘청이며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얘 뭐야?”


드디어 이사장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나는 이제 그만!”


“잠깐!”


과장이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니, 이거 설명이 좀 필요하지 않아?”


“무슨?”


“왜 말을 하다 말아. 어디 자리를 좀 옮겨서 얘기하지.”


과장이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얼굴에 위엄을 잔뜩 담아 말했다.


“아하하하, 여기서는 마법이 영 통하지가 않나 보네.”


“아니 뭐...”


구차했다.

과장이 나름 이사장보다 위치적으로나 직급으로나 위인데 지금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었다.


이사장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마음대로 능력 발휘가 되는 건지.

지금 과장의 추측으로는 훔쳐낸 마법 에너지밖에 답이 나오지 않았다.


“상희는...”


이놈의 빗물은 점점 더 위력을 더하며 아예 쏟아붓고 있었다.

입 주변으로 물이 줄줄 흘러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반면 이사장은.

빗물이 흐르다가도 바로 말라버려 헤어스타일이며 옷에서 물기를 찾을 수 없었다.

똑같이 빗물이 퍼붓는 야외에서 둘의 모습은 처참하리만큼 달랐다.


과장의 자존심도 빗물과 함께 폭삭 젖어가고 있었다.


“상희는 잘 있어?”


간신히 말을 이은 과장의 말에 이사장은 고개를 돌리더니 조용히 사라졌다.


“이 새끼! 야!”

논두렁기찬.jpg


앙칼진 과장의 목소리가 허공을 찌르며 톡 하고 초라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쏴' 하는 소리와 동시에 빗물이 쏟아져내렸다.


“나, 나 좀”


기찬이 유나를 질질 끌며 나무 밑으로 이동하려다가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안고 있는 유나를 내려다보고

다시 나무 밑에 초라하게 선 자신의 일행을 쳐다본 후

고개를 내려 유나를 또다시 바라다봤다.


“우리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뭐해? 빨리 와!”


과장이 소리를 지르자 바로 옆에 선 서리가 귀를 막았다.


"좀! 소리 좀 그만 질러!”


“내가 무슨 소리를 질렀다고 그래?”


“아 진짜. 귀 터질 것 같아”


“무슨 싸움꾼이야. 이거 리더십의 문제 아니야?”


가만히 있던 카메라맨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지금 리더십이라고 했어? 왜 직접 해보시겠다?”


“못할 것도 없지.”


“해봐! 해봐!”


보라색 블라우스를 입은 과장은 더 광적으로 보였다.


“잠깐만!”


기찬이 우렁차게 말하자 동시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얘 알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유나를 간신히 든 두 팔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유나의 옷은 빗물에 흠뻑 젖었고, 벌린 입으로 익사할 듯 빗물이 들어가고 있어 보는 사람들도 불안했다.


“저기...”


서리가 손을 들었다.

왠지 지금 이 상황에 그냥 말하면 안 될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 허락을 구했다.


“왜?”


“유나 그러다 물먹을 것 같은데. 쟤는 그냥 사람이잖아. 그러다 큰일 나”


순간 놀란 기찬이 앞으로 유나를 끌어안으며 입으로 들어가는 빗물을 몸으로 막았다.


위로 힘을 주느라 이제는 두 다리가 바들거리며 떨렸다.

기민의 몸이 당장이라도 출동할 듯 앞으로 향했다.

기찬을 걱정하는 건지, 유나에 대한 다른 마음이 있는 건지 스스로도 명확히 알지 못했다.

어쨌든 신경이 너무 쓰였다.


“유나가 지금 여기 있잖아.”


“그런데 그게 뭐?”


과장은 나무가 가려주지 못한 빗물 때문에 눈물을 흘린 듯 번진 마스카라로 판다 눈이 되어 짜증을 부렸다.

콕콕대며 내려온 마스카라 물이 눈을 찔러 따끔거렸다.


“이거!”


기찬이 스쾃 하듯 구부린 다리 위에 유나를 받친 채 유나의 등에서 간신히 손을 빼내어 위로 올렸다.


엄지와 검지가 만난 순간.


탁!


환한 불빛이 눈앞을 가리며 따뜻한 온기가 주변을 채웠다.


호텔 스위트룸을 연상하게 하는 아늑한 공간은 언제 빗속에 있었냐는 듯 안정적이고 차분했다.


“살았다.”


“멍청이. 유나가 왔는데 왜 그 생각은 못 했을까?”


과장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자 블라우스에서 물이 똑똑 떨어졌다.


“참!”


과장의 손가락이 '탁'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하얀색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과장은 개운하다는 표정으로 소파로 가서 앉아 어느새 한 손에 와인 잔까지 들었다.


유나를 안고 바들거리는 자세 그대로 있었던 기찬은

유나를 카펫이 깔린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그 옆에 바로 대자로 뻗어버렸다.


“아! 나 두 번은 못하겠다. 야! 다음에는 네가 들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기민이 노란색 실크 실내복으로 탈의하고 유나 곁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 유나 가까이 다가간 기민의 손가락이 '탁'하고 하늘 바라보며 소리를 내자

유나의 젖은 옷은 기민 것과 비슷한 노란 실내복으로 바뀌었다.

다시 한번 '탁'하고 소리를 내자

유나는 방안 침대로 옮겨져 있었다.


노란 유나.jpg


“아! 아! 내가 그 생각은 왜 못했지?”


아직도 손이 떨리는 두 팔을 위로 올리며 기찬이 억울해 했다.


“바로 이거 차이지.”


기민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툭툭 치자 기찬이 바닥을 구르며 화를 냈다.


“아, 억울해. 아!”


“억울하면 시간을 되돌리던지.”


우아하게 와인 잔을 입에 댄 과장의 목구멍으로 와인이 채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기찬의 한 마디에 사례에 걸린 듯 기침을 심하게 했다.


“그럴까?”


벌떡 일어난 기찬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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