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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8.14 20:1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17
추천수 :
29
글자수 :
128,917

작성
24.06.20 00:35
조회
17
추천
1
글자
9쪽

믿음과 배신

DUMMY

“뭐해? 신부대기실 안 가고?”


“내가?”


“그럼 내가 가?”


“아니야. 지금 갈게”


늘 신랑 신부는 서리가 챙겼는데 오늘따라 유나에게 다녀오라고 했다.

괜히 뭔가 나쁜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

뭐야. 신부 성질머리가 사나운가?

찜찜한데.


“신부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수줍은 미소의 신부는 텔레비전에서나 볼 것처럼 가녀린 모습이었다.

상냥하고 친절한 신부의 모습에 안도했다.

목까지 올라온 드레스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노출을 극히 꺼리는 부끄럼쟁이 신부라는 것을 알 게 해주었고, 그래서 더 우아해 보였다.


“지금 신랑분 준비하고 계시니까요. 제가 사인 드리면 나오시면 됩니다. 친구분들은 어디 계시죠? 입장 전에 사진 찍으셔야 되는데.”


그러고 보니 주변에 도와주는 도우미 분 외에 아무도 없었다.

당황한 신부가 변명하듯 둘러댔다.


“제가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아, 네. 그러실 수 있죠. 그럼 준비하고 나오세요.”


돌아서는 유나는 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친구가 없어도 한두 명은 있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서리가 자신을 보낸 것도 그렇고 뭐가 있긴 있는 거다.

사실 저런 천사 같은 얼굴 뒤로 이상한 애를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성격이 지랄맞은가 보다 하면서 나오는데, 건너편에서 보이는 여자가 눈에 레이저를 쏘며 신부 대기실을 보고 있었다.


올 것이 온 것 같은 기분.

분명히 뭔가 있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선 여자의 옷차림부터 결혼식 복장은 분명히 아니었다.

검은 스타킹과 검은 미니스커트 위로 가죽 재킷, 검고 긴 생머리에 짙은 화장.

저건 분명 싸우러 온 거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말로만 듣던 현장을 직접 보게 될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정리도 본인 몫이라는 부담감이 같이 왔다.



같은 여자로서 나쁜 여자는 벌받아야지.

특히 임자 있는 남자만 탐내는 이상한 애들이 꼭 있으니.

그러면서 약해 보이는 신부 대기실의 외로운 신부를 한번 흘낏 봤다.

스타일로 봐서는 반대인 것 같은데, 설마 반대 입장인 거 아냐?

별 상상이 다 들었다.


“뭔데, 뭔데?”


바쁜 걸음으로 서리에게 다가갔다.


“뭐가?”


“분명 뭐가 있는데, 신부가 좀 나빠?”


“뭐가 나빠? 유나 넌 .... 일하러 왔으면 일이나 해. 괜히 엉뚱한데 신경 쓰지 말고.”


“일하는 거야. 봐봐.”


유나가 다시 마이크 앞으로 가는데 서리가 잡았다.


“저쪽 끝으로 가서 신부님 드레스 잡아드려.”


“암만 선배래도 뭐가 다 명령이야. 드레스 잡다가 머리끄덩이 잡히는 거 아냐?”


“눈치는 더럽게 빨라.”


“정말 그런 거야.”


“좀 가! 시간 다 됐어.”


구시렁대며 뒷자리로 간 유나의 눈에 신부가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조용히 다가오는 게 보였다.

뒤로 미니스커트의 여자도 조용히 따라왔다.

DALL·E 2024-06-20 00.10.50 - A Japanese anime-style illustration of a woman in her 30s with jet-black long straight hair. She is wearing a black mini skirt and a leather jacket, l.jpg

무섭게 뭐야? 그림자도 아니고. 아 진짜.

유나는 잘 올린 머리를 다시 한번 꽉 잡고 신부에게 다가갔다.


“신부님 이제”


하다가 그제야 신랑을 제대로 봤다.

신랑 맞나?

신랑 아버님?

머리가 하얗게 샌 염색할 생각조차 없는 신랑을 보고 어리고 고운 신부를 다시 봤다.

설마 돈 보고?

세상 참 청춘을 버리면서까지 돈이 중한 것인가? 싶어 불쌍하기까지 했다.

뭐 그냥 딱 봐도 견적이 나왔다.

저 여자는 분명히 신랑의 딸일 거다.

재산 뺏어가는 신부에게 앙심을 품은. 콩가루네. 콩가루.

혼자 이야기 만들기에 빠져 결론까지 내렸다.

뒤에 여자는 이제 신부의 단명을 빌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당장 머리카락 잡힐 걱정은 내려놨다.


“준비하세요.”


유나가 뒤로 가서 무거운 드레스를 온 힘을 쏟아 힘껏 들어 올렸다가 천천히 아래로 길게 내렸다.

그래도 몇 번 해보니까 처음보다 요령이 생겨 손목이 덜 아팠다.

이런 것도 다 경험치라며 뿌듯해하는데 미니스커트의 여자가 성큼 앞으로 다가와서 여자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디 감히?”


굵고 낮은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외모와 달리 나이 든 목소리라 더 놀랐다.


“아니... 저....”


쭈굴해지며 한 발 뒤로 물러나는데 여자는 신부의 얼굴을 보고 계속했다.


“지금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가.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그래야 네가 살아.”


‘뭐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맨 앞에 앉았던 신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언제 일어났는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가슴께로 올려 싹싹 빌고 있었다.

앞에 귀신이 있나?

비스듬히 신부를 향한 것인지 긴 머리 무서운 여자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빌고 있었다.


미니스커트의 여자는 어디서 났는지 화려한 문양의 부채를 꺼내 신부의 드레스를 탁탁털기 시작했다.

드레스만이 아니었다.

팔, 다리 온몸을 두들기듯 털어댔다.

이건 무슨 귀신 쫓는 사이비 같은 느낌에 거부감이 드는 행동이었다.


“저기...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유나가 끼어들자 부채를 탁하고 닫은 여자가 레이저가 나올 것 같은 눈으로 유나를 째려봤다.


“어디 감히?”


“죄송합니다. 식은 시작해야 해서요.”


하는데 서리가 다가와 유나를 앞으로 끌고 갔다.


“예법이 마다마다 달라. 여기는 종교가 달라서 그렇구나 생각하고 가만히 있어.”


‘탁! 탁! 탁!’


여자의 부채질은 계속됐다.

어디선가 템포가 어마어마하게 빠른 음악이 흘러나왔다.

웨딩홀과는 거리가 먼 빠르고 빠른 북소리 같기도 하고, 징 소리 같기도 한 묘한 음악이었다.

아래로 깔리는 웅얼대는 소리는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낮게 웅얼대며 위로 징징 둥둥 둥둥...

듣고 있던 유나는 돌 것 같아 귀를 막았다.


하객들은 뭐 하고 있나 봤더니 하나같이 양손을 모아 빌고 있었다.

같은 종교집단에서 나온 게 분명했다.


여자가 신처럼 위대한 존재가 된 그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쪽에서 조용히 결혼식을 할 것이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와서 이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귀를 파고드는 끔찍한 음악과 춤을 추는 무서운 여자.

그 여자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더 이상한 사람들.


가녀린 여자가 불쌍하기도 하고, 나이 든 신랑이 더 나빠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뭐 다 가치관이 다르고 사는 방법이 다르다지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는 거 아냐?

최소한 본인이 원하는 사람과 해야지.


“괜히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는 뭐... 그냥 보고 있는 거야.”


“그게 뭐야? 화딱지 나.”


찰칵하며 카메라의 불빛이 보였다.


쿵쾅대는 음악에 맞춰 여자는 폴짝대며 앞으로 걸어 나와 정중앙에 섰다.

이제는 여자가 지금 결혼식의 주인공이었다.


마치 무당이 굿하는 모양으로 구두를 멀리 벗어던진 채 맨발로 춤을 추던 여자는 또다시 부채를 들어 소리가 음악을 뚫을 만큼 힘껏 여자를 때렸다.

우아하게만 보였던 드레스가 여자의 상처를 가리기 위한 붕대로 보여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핏빛에 물든 드레스처럼 처절하게 보였다.


번쩍번쩍 카메라를 든 아저씨의 손이 바빠졌다.

마치 여자의 장단에 춤을 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빠르게 셔터를 눌러댔다.

옆에서 캠코더를 든 기찬과 똑 단발 기민은 카메라 아저씨의 보조에 맞추어 여자들 주변을 연신 돌고 있었다.


“아우 정신 사나워.”


“쉿! 조용히 해.”


본인이 조용히 하라 해 놓고 서리가 낮게 말을 이었다.


“인간에게서 나오는 에너지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게 뭔지 알아?”


“뭐 자기장?”


“이과적인 대답 말고.”


“사랑, 믿음, 슬픔, 분노, 배신감. 뭐 이런 거?”


“똑똑하네.”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건 왜?”


“지금 아주 높은 에너지가 나오고 있거든. 믿음 그리고 나올 배신 그리고 앞으로 나올 사랑”


배신? 사랑?


“믿음에서 속았다는 것을 안 순간 그들 마음에 타오를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다시 태어날 가족에 대한 사랑. 원래 고생 끝에 낙. 불행 뒤의 행복이 더 큰 법이거든. 오늘 짭짤한데”


서리의 입꼬리에 만족의 미소가 떠올랐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인간의 에너지?

짭짤?

아니 그거랑 돈이랑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

뭐, 누가 돈 봉투라도 던져주나?

이 난장판에 돈 봉투라니...

내가 그동안 너무 속세에 찌들었나 보다.


“응, 넌 너무 세속적이야.”


“소름”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거야? 서리 쟤? 맞다! 너도 에리다 뭐시기였지...


음악이 빨라짐에 따라 여자의 발이 바닥에 닿는 시간보다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점점 하늘로 떠오르는 여자의 모습과 함께 하객들의 머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쿵쿵쿵쿵


음악소리와 그들의 머리가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박자를 맞춰 미묘한 조화를 이뤘다.

DALL·E 2024-06-20 00.19.30 - A colorful Japanese anime-style illustration of a bride sitting in a bridal waiting room. She is wearing a modest wedding dress with a high neckline, .jp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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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0 이시언
    작성일
    24.06.20 16:24
    No. 1

    하객은 뭐 하고 있나 봤더니 하나같이 양손을 보아<- 오타 빌고 있었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요 에리카님 건강 지키시고 많이많이 써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에리카짱
    작성일
    24.06.21 18:06
    No. 2

    감사합니다. 늘 시언 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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