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법사였던 제갈세가 고명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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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갓짓
작품등록일 :
2024.05.23 21:21
최근연재일 :
2024.08.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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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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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마법사의 경지.

DUMMY

마법사의 경지.


돌아오자마자 서고로 향했다. 어릴 적엔 이곳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그 이후로는 꽤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서고의 출입이 좀 빡빡해졌다. 전에 없던 경비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를 통과하자 서고를 정리하는 지긋한 나이의 사서가 말을 걸어왔다.


“아이고, 도련님 아니십니까. 큰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그는 책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건넸지만, 눈을 마주치자 그에게서 압도적인 선인의 기운이 느껴졌다.


‘대체 누구길래 저런..’


윤종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다행이군요. 혹. 알아보시겠습니까?”


‘설마... 이 정도 경지의 사람이라면. 혹시.. 생각을 돌이켜 보니 아비의 스승 뻘 되는 사람이었다. 윤종도 아주 어릴 적 그에게 여러 가지를 배웠던 기억이 났다.’


“은.. 은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렸을 적 잠깐 보았는데 기억하시는군요. 아주 오랜만입니다. 멋지게 장성하셨습니다.”


“은거하셨다 들었는데 여긴 어찌..”


은사는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아. 찾고자 하는 서적이 좀 있어서요.”


“편히 둘러보시지요.”


과거 속세를 벗어나셨던 은사마저 돌아와 이곳을 지킨다고 하는 게 좀 이상했지만, 가주와 대부분의 원로들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기에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윤종은 자리에 앉아 아무 책이나 펴고 생각을 정리했다.


삼엄해진 경계와 지하 서고로 가는 길의 입구에 자리해 있는 은사. 다시 한번 진법을 보러 가기는 그른 것 같다.


완전히 기척을 숨길 수 있는 마법은 적어도 세 번째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저 은사님이 지키고 있는 한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만일 은사가 자리를 비운다면 몰래 잠입해 볼 만하지만, 저 정도 경지라면 자리를 비워도 분명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것 같다.


이 방법은 포기하자.


-도련님! 도련님!


-혹시 도련님 여기 계신가요.


-방금 들어가셨네.


-내가 못살아 정말. 도~련~님~! 빨리 나와주세요.

‘시끄러워 죽겠군.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는 없으니 나가볼까.’


윤종은 은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서고 밖에서 호들갑 떠는 시녀에게 다가갔다.


“여기까지 와서 무슨 일이냐?”


“아니 도련님! 거의 한 달을 다녀오셨는데 서운하게 도착하자마자 서고로 가는 게 어딨 어요! 소식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시냐고요.”


“설마 보고 싶다고 그리 외친 것은 아니겠지?”


“그건 아니지만.. 서운하다고요.”


“그래 미안하다. 근데 무슨 일이지?”


“오늘 소가주님께서 참여 중인 무림맹 차기 후보 후기지수들의 모임이 제갈세가로의 방문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고 합니다.”


“근데 왜?”


“왜 긴요. 당연히 맏아들이신데 손님맞이는 하셔야지요.”


“내가? 잠깐만. 그렇지!”


잠깐만. 무림맹의 차기 후보들이라면 얼굴을 알려 놓는 것 자체가 큰 기회잖아. 누이인 제갈연희를 비롯한 앞으로의 무림을 이끌어나갈 검증된 인재들이니까.


윤종은 비장한 얼굴을 하며 눈을 반짝였다.


“어서 그분들에 대한 정보에 빠삭한 애 한 명 데려오너라.”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윤종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


대충 정보 파악은 완료했다.


생각보다 거물들일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남궁수야의 명성에 비해선 별 볼일 없었다. 앞으로의 무림을 이끌어 갈 것이라 예상되는 후지기수 정도?


근데 그들에게서 들려오는 소문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이제껏 사고 친 사건들을 보니 철이 없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별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경지를 올리는데 집중했다.


-


몇 시진 후.


“도련님~! 또 어디 가셨지?”


“아, 좀 전에 참마동에 들어가셨는데 못 들으셨나요?”


“네에?! 참마 동이요?! 거긴 무인들이 수련하러 가는 곳이잖아요. ”


“그렇죠.”


“호위무사가 '그렇죠'가 뭐예요. 말리셨어야죠!”


“워낙 완고하셔서...”


“하긴. 그 고집을 누가 말려. 근데 갑자기 왜 또 그토록 싫어하던 참마동에 가신 건지.”


“그 사실, 이번에 행상 중 겪으셨던 일이 마음에 좀 남으셨나 봅니다.”


“아...”


“그곳에서 목숨을 잃은 이도 있고, 그래서 마음에 짐이 크셨을 겁니다.”


“······.”


-


참마동의 안 쪽.


어릴 적 내공을 모으기 위해 한때 이곳에서 생활했지만 결국 내공은 모이지 않았지만. 그때와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인 이곳의 모습을 보니 그때의 절망스러웠던 감정이 다시금 느껴졌다.


윤종은 옛 생각을 뒤로한 채 중앙에 앉아 마나를 느꼈다.


두 번째 경지는 마나가 몸을 거쳐 타고 흐르는 그 핵심 경로인 '마경'을 만들어내는 단계이다. 마나가 최적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경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옛날 생각이 나는 군. 얼마나 많은 애송이들에게 이 마경을 설계해 주었던지.'


이 마나의 길인 마경은 앞으로의 경지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명문가라 할지라도 시간을 내어 자존심을 굽히고 직접 마탑을 찾아와 자제의 마경을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나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전생보다 정교하고 탄탄한 길을 완성했다. 교수 시절 추가적인 연구 끝에 알아낸 심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추가적인 길까지 만들어 새겼다.


정교한 작업이었기에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비교적 쉽게 두 번째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한숨 돌린 후. 두 번째 경지를 시험해 보자 역시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마법이 시전 되었다. 그만큼 한 호흡에 시전 가능한 마법의 수도 많아졌다.


마나의 농도도 부족하지 않고, 두 번째 경지도 문제가 없으니. 곧바로 세 번째 경지에 오를 준비를 했다. 이는 이곳 참마동에 오게 된 주된 이유이다.


세 번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정련된 마나를 몸 전체에 퍼뜨리고 경지에 오를 때까지 지독하게 버텨내야 한다. 보통은 몸 전체에 퍼뜨릴 줄 만 알면, 다른 마법사의 도움으로 조금 쉽게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만 그건 전생에서나 받을 수 있던 호사일 뿐.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마나를 유지하며 버텨내야 한다.


윤종은 마나가 흔들리지 않게 조심히 몸 곳곳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몸에 마나가 들어차자 마나를 끌어올려 버티기 시작했다.


윤종의 몸은 푸르고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 버텨낸다. 으으윽. 느낌이 온다. 조금만 더 버티면.. 으아아악.


쿠와아아앙!!


온몸을 틀어막고 있던 불순한 기운들로 막혀 있던 문이 활짝 열려 우르르 쏟아져 나오듯, 몸속에서 나가지 못하고 버티던 마나가 단번에 빠져나왔고 넘치는 힘으로 인해 폭발이 일어났다.


참마동이 뒤흔들렸다. 격한 폭발 소리에 걱정이 된 이들이 삼삼오오 참마동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참마동의 문이 열렸고 검게 분진을 뒤집어쓴 인간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누구냐. 도. 도련님? 도련님이 십니까?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젠장! 괜히 쓸데없이 무림인처럼 폐관에서 수련을 해가지고!”


“예?”


“그냥 밖에서 할걸.”


윤종은 넝마가 된 모습으로 거친 숨을 내뱉었다.


"허억허억. 득도고 뭐고. 좀 씻자. 세화한테 물 좀 받으라고 해."


-


“아니 도련님. 제발요. 도련님 같이 약하신 분이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십니까?” 


시녀는 시꺼먼 윤종의 몸에 물을 들이부어주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깔려죽으면 어쩔 뻔 했어요!”


······.


“도련님! 책을 읽고 세상을 깨우치며 상단의 이윤과 제갈세가의 부유하게 만들어내시는 모습이 얼마나 멋진데. 왜 이런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계십니까? 걱정돼서 드리는 말입니다.”


윤종은 설화의 말을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는 흘리며 말했다.


“아. 이 쪽 물도 벌써 새까매졌다.”


“으이그. 진짜. 다시 떠올게요.”


윤종은 화가 나 씩씩거리는 시녀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그를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 힘들 때 많이 의지해온 전담 시녀였기 윤종은 그녀가 아무리 다그쳐도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세 번째 경지. 무림인으로 치면 절정이려나?'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경지에 오르지 않고도 절정인 흑사대를 쉽게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은 마나가 무한히 차오르는 특수한 상황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마나번 걱정 없이 모든 마나를 소모하는 강력한 마법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그들이 마법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가능했던 일 일지 모른다. 특히 단청천의 경우 운이 많이 좋았다.


지금 그때의 전투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마나가 차오르는 특수한 축복 없이도, 세 번째 경지인 지금이라면 충분히 상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생에도 세 번째 경지에 이르면 정말 전문 마법사라 불릴 만큼 격을 달리했다. 이 경지가 되면 신체도 바뀌고, 마법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이 경지에 다다르면 무림의 고수가 기감을 펼쳐 백 장 밖의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비슷한 마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 번 해볼까?’


[정령의 속삭임.]


윤종은 주문을 외치고, 눈을 감은 뒤 마치 영혼이 돌아다니듯 주위의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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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였던 제갈세가 고명아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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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무리. 24.06.07 187 4 12쪽
14 또 한번의 위기. 24.06.06 187 4 11쪽
13 이게 전문 마법사다. 24.06.04 207 3 12쪽
12 내공의 무게. 24.06.04 225 3 9쪽
11 가주의 복귀. 24.06.03 220 3 11쪽
10 망할 후기지수. 24.06.03 230 3 12쪽
9 못 참겠는데? 24.05.31 233 5 9쪽
» 마법사의 경지. 24.05.30 258 5 10쪽
7 제갈세가로의 복귀. 24.05.28 280 5 10쪽
6 마법사의 전투. 24.05.27 292 5 12쪽
5 마나다 마나야! 24.05.27 299 2 9쪽
4 사파라고? 24.05.25 305 5 10쪽
3 산적이 아닌 것들. 24.05.24 314 6 11쪽
2 행상의 시작 24.05.24 341 8 10쪽
1 프롤로그 24.05.23 389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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