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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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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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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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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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형이 준 힘

DUMMY

민우는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응? 드라마 내용을 바꾼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왠지 이 아이디어가 먹힐 것 같아.”


민우는 휴대전화를 내리고 지한을 쳐다보았다. 지한은 민우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는 지한을 쳐다보며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흠’ 소리를 내며 팔짱을 끼었다.


“......일단 들어나 보자.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인지.”


지한은 조금 전 영상 속 이야기를 해주었다. 관심 없던 민우의 표정에 변화가 생긴 것은 드라마 속 주인공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부터였다. 모범생인 줄 알았던 친구가 사실은 엄청난 빌런이라는 반전에 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이,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민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재밌잖아. 우리 드라마보다 훨씬......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어, 그냥 시나리오를 보는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바꾸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 등장인물들은 약간 평이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만한 인물이 없어. 이야기도 그렇고. 그런데 강력한 빌런이 음모를 꾸민다면 어떨까 싶어. 시청자들은 정체를 아는데 등장인물들은 모르는 거야. 그러면서 주인공이 점점 위험하게 되는 거지. 그러면 몰입도가 확 올라갈 것 같은데?”


민우는 이마를 짚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너, 이런 유의 이야기에 재능이 있었던 거야? 그동안 왜 말을 안 했어?”

“뭐 그냥. 사실 나도 스릴러나 액션 이야기를 언젠가 써 볼까 생각했어. 어때? 지금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라면 내가 말한 거 피디에게도 말해봐. 니 아이디어라고 말하고. 피디 마음에 들면 아이디어를 써줄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무시하겠지. 손해 볼 것 없잖아?”

“그래도 되냐? 니가 다음에 이렇게 쓸 수도 있잖아.”

“이 아이디어는 책보다는 영상에 더 통할 것 같아서 그래. 그리고 통한다면 나한테 좋지. 드라마 분야에서 내가 통할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민우는 지한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니가 말한대로 대본을 고쳐줄래? 드라마 작가한테 보여주게.”

“좋아. 그 정도는 문제없지.”


민우는 침대에 연결된 테이블을 지한의 앞에 올린 뒤 가방 속에서 연습장과 펜을 꺼냈다.


**

다음 날 아침 민우는 지한이 수정한 시나리오를 들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배우들은 촬영장으로 바로 갔지만 작가 팀은 방송국과 재영의 집필실을 오갔다. 그는 지한이 고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지한이 준 아이디어를 드라마에 적용하려면 제일 먼저 드라마 작가를 설득해야 했다. 그러나 잡일 담당인 막내 작가의 의견을 드라마 작가가 순순히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민우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형석을 찾았다. 연예인 지석진을 닮은 형석은 부분적으로 시나리오 집필 작업을 돕고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에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셨다.


오늘도 형석은 휴게실에서 시나리오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옆에는 반쯤 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었다.


“형, 아침부터 열심이시네요.”


형석은 다크서클이 내린 눈으로 민우를 올려다보았다. 눈알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형, 무슨 일입니까? 다크서클이 판다 수준으로 내려왔잖아요? 혹시 어제 잠 못 잤어요?”

“시청률이 바닥인데 잠이 오겠냐?”

“어유, 저는 잘 잤는데요.”


민우가 씨익 웃자 형석이 못마땅한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랑이냐? 아무리 막내라도 엄연히 드라마 작가팀이라고. 걱정하는 시늉이라도 좀 하는 게 어때? 피디님도 여기서 드라마 걱정하다 잠시 화장실 다녀온다고 나가셨거든.”

“피디님이 형과 같이 있었다고요? 먼저 피디님에게 시나리오 보여드리기 무서운데......”

“무슨 말이야?”


민우는 의자에 앉은 뒤 형석에게로 의자를 당겼다.


“뭐냐?”

“우리 형님에게 부탁이 있어서 말입니다.”

“돈 없다.”

“돈 때문이 아니고요. 제가 언제 작가 친구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친구가 어쩌다가 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거든요. 어제 병문안을 갔는데 제가 잠시 밖에 나간 사이 우리 시나리오를 제 마음대로 고쳤지 뭡니까? 그런데 이게 좀 볼만하더라고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우리 시나리오를 고쳤다고? 미쳤어? 시나리오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저야 당연히 시나리오를 신주단지 모시듯 고이 책상에 올려두었죠. 우리 밥줄이잖아요. 화만 내지 말고 일단 한번 읽어봐요. 꽤 재밌더라고요.”


민우는 재빨리 가방에서 시나리오 수정본을 꺼내 준석에게 두 손으로 바쳤다.


“야, 일반인이 수정한 걸 읽으라고?”

“일반인이 아니고 작가입니다. 글을 쓰는 녀석이라고요. 그것도 꽤 잘 나가는 작가입니다. 요새 인기가 차츰 오르기 시작하니까 출판사에서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몰라요. 인기 작가가 고친 거니까 한 번 봐보시라고요.”


민우는 더욱 입가를 끌어올리며 시나리오를 형석에게 바짝 들이댔다. 형석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민우를 힐긋 본 뒤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딱 잘라 말했다.


“인기 작가가 고친 거라니까 한 번은 보겠는데 큰 기대는 하지 마라.”

“그럼요,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형석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종이가 넘어갈수록 형석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집중해서 시나리오를 읽다가 퍼뜩 고개를 들고 민우를 쳐다보았다. 형석은 경악한 표정을 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거 뭐야? 왜......?”

“어때요? 괜찮죠?”

“어, 니 말대로 이거 재밌어. 이런 거는 생각도 못 했는데.”

“뭐가 재밌다는 거야?”


갑자기 들려온 말에 민우와 형석은 흠칫 놀라 뒤로 돌아보았다. 라이터를 가지러 갔던 강 피디가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던 거였다. 형석은 강 피디와 민수를 번갈아 보다 결심한 듯 시나리오를 들고 피디에게 다가갔다.


“피디님, 사실 민수에게 인기 작가 친구가 있는데요. 그 작가가 우리 7화 시나리오에 아이디어를 추가했더라고요. 다음 시나리오 구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뭐, 외부인이 우리 시나리오에 손댔다고?”


강 피디는 눈살을 찌푸려 준석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형석은 몸을 움츠렸다. 잠시 뒤 강 피디는 형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나리오 줘봐. 네가 말한 대로 아이디어가 쓸 만한지 한 번 보지.”


형석은 엉거주춤 시나리오를 강 피디에게 내밀었다. 강 피디는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시나리오 첫 장을 넘겼다. 형석은 원래 자리로 돌아와 민수와 함께 앉았다.


시나리오를 다 읽은 강 피디는 ‘탁’ 소리 나게 시나리오를 덮었다. 그런 뒤 날카로운 눈빛으로 민수를 노려보며 물었다.


“이게 뭐지?”


민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강 피디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냥 제, 제 친구가 수정한 시나리오인데요......”

“너는 우리 시나리오 마음대로 만지는 거 보고만 있었어? 네 친구 당장 데려와.”

“저,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그 친구가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강 피디는 민수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보고 민수는 얼른 덧붙여 말했다.


“예, 제가 친구를 설득해보겠습니다.”


민수는 강 피디가 화를 낼까 조마조마한 얼굴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


민수는 허겁지겁 지한의 침대로 다가왔다. 이틀에 걸쳐 같은 병실의 환자가 퇴원을 해서 지금 병실에는 지한 혼자였다. 지한은 침대에 기대어 휴대전화를 보다가 민수를 쳐다보았다. 민수는 몇 번 숨을 고른 뒤 말했다.


“야, 너 때문에 큰일났다.”

“왜?”

“강 피디님이 화나셨어. 네가 직접 시나리오 수정한 거 해명하라고 하셔.”

“뭐? 정말? 많이 화나셨어?”


지한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런데 강 피디님에게 어떻게 해명하지? 난 지금 입원 중인데...... 전화로 죄송하다고 해도 되나......?”

“자기가 직접 찾아오겠대. 시간 정해서 전화하라고 했어.”

“나야 아무 때나 괜찮아. 검사도 다 마쳤고 딱히 할 일도 없고.”

“그래? 그럼 전화한다.”


민우는 심호흡을 한 뒤 약간 떨리는 손으로 단축번호를 눌렀다.


“강 피디님, 접니다. 친구가 어느 때든 피디님이 원하신 시간에 만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민우는 최대한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강 피디가 앞에 있기라도 하듯 굽실거리기까지 했다. 지한은 차마 그 모습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민우가 통화를 끝내자 지한이 말했다.


“민우야, 미안.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몰랐어.”


민우는 아무 말 없이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았다. 잠시 앉아만 있다 민우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 피디님, 지금 오신대.”


지한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는 마치 울 것 같은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나 어쩌냐......?”

“......정말 미안하다.”


지한은 진심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자고 한 것을 후회했다. 민우는 있어도 없는 척 실없는 소리를 잘하는 반면 보기보다 겁이 많았다. 일이 잘 못 되면 드라마 제작 내내 강 피디가 민우를 안 좋게 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신경 써야 했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나 병실 문이 열리고 오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통통한 몸집에 얼굴이 붉은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를 보자 민우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강 피디님, 오셨습니까?”


지한은 민우를 보고 군대 시절 상병에게 경례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키가 크고 몸집이 있는 데다 약간 인상을 쓴 피디의 모습은 상당히 위압적이었다. 포스가 거의 마동석급이었다. 강 피디가 다가오자 민우가 지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 피디님, 제 작가 친구입니다.”


지한은 강 피디를 보며 머릿속으로 숱한 사과의 말을 떠올렸다.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강 피디가 먼저 물었다.


“저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강 피디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지한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조금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저는 스물아홉 살입니다.”


그 말에 강 피디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저는 민우 친구분이 고등학생인 줄 알았습니다.”


강 피디의 말에 지한은 볼에 경련이 일었다. 하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유지했다. 지한은 고개 숙이며 사과하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강 피디가 침대 가에 다가서며 말했다.


“우리 시나리오 작업을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강한 인상의 강 피디가 존대까지 하며 부탁하자 지한은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지한 옆에 선 민우 역시 눈을 크게 뜨고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강 피디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한이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시나리오를 마음대로 고쳤다고 강 피디님이 화나셨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아니요. 오히려 민우 친구분이 고친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 이름은 유, 지한입니다.”


지한은 일부로 성과 이름 사이에 간격을 두고 발음했다. 학창 시절에 반 아이들이 그에게 툭하면 ‘지금은 뭐를 유지하는 거임?’하는 식으로 놀렸다. 사회에 나와서도 ‘유지한 씨는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고 있군요’ 하는 등의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그래서 자신을 소개할 때 지한은 반드시 성과 이름 사이를 떼고 말했다.


“시나리오 작업을 도와달라고 하셨는데......”


지한은 곤란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다시 영상을 볼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단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라면 피디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한은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강 피디님, 죄송합니다.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제가 퇴원도 해야 하고 처리해야 할 일도 있어서요.”

“되도록 빨리 결정해줬으면 합니다. 이미 촬영하고 있는 작품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지한은 마침 다음 날에 퇴원할 수 있었다. 크게 다치지 않았고 몸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기에 빠른 퇴원을 원하는 지한의 바람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지한은 집으로 돌아가면 제일 먼저 자신이 썼던 글로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민우가 가져왔던 시나리오 때처럼 영상이 보이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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