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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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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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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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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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형이 준 힘

DUMMY

집으로 돌아온 지한은 책상에 앉아 철민에게서 받은 웹드라마 시나리오 계획서를 꺼냈다. 계획서를 가만히 쳐다보았지만, 빛무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한은 실망했다.


‘한 번만 나타난 거였나?’


웹드라마 시나리오 계획서를 서랍에 넣으려다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쳤다.


‘혹시 어쩌면 완성된 작품에만 나타나는 거 아냐? 이건 단지 계획서지 시나리오는 아니니까.’


지한은 노트북을 열어 웹드라마 시나리오를 썼다. 시험 삼아 쓰는 것이기에 전에 썼던 내용을 가지고 와서 자판을 두드렸다. 단번에 3화까지 작업을 끝내고 지한은 시니라오를 인쇄했다. 인쇄가 끝나자 지한은 완성된 시나리오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환한 빛무리가 A4 용지 주위에 나타났다.


‘내 생각이 맞았어.’


곧이어 지한의 눈앞에 영상이 나타났다. 이번 영상에서 주요 인물은 네 명이었다. 남자 두 명과 여자 두 명. 고등학생인 이들 네 명이 자신의 학교에 벌어진 수상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었다. 수상한 선생들과 교장, 비밀을 숨긴 동아리 부원들 그리고 학교 건립과 관련된 수수께끼. 의문의 사건을 하나씩 주어지는 단서로 푸는 게임과 비슷한 구성이었다.


<추적의 날개> 때의 영상과 차이가 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이 형상만 있을 뿐 얼굴이 정확히 드러나 있지 않았다. 다만 남자 주인공의 형상에서 강훈 때처럼 빛이 난다는 것은 같았다.


‘출연자들이 마치 그림자 형상이야. 저번하고 다른데 이건 왜 그렇지?’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추적의 날개>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으로도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은 확실했다.


영상이 끝나자 지한은 새 문서를 열어 영상으로 봤던 이야기를 써 내렸다. 웹드라마 2화분을 단숨에 써낸 지한은 뿌듯한 마음이 되었다. 시나리오를 인쇄한 뒤 지한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자가 왔다.


- 지한아, 이제 몸은 괜찮니? 네 아빠도 나도 식당 일이 바빠 네 곁에 못 있어 줘서 미안해. 밥은 잘 챙겨 먹고? 네 걱정 때문에 손에 일이 잡히지가 않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줘.


지한은 문자를 작성했다.


- 저는 괜찮아요. 정말 아픈 데 하나도 없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아빠한테도 저 괜찮다고 전해주세요.


지한은 휴대폰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부엌으로 갔다. 집 냉장고를 열어보니 현재 텅 빈 상태였다.


‘먹을 만한 게 없네. 편의점에 가서 샌드위치나 김밥을 사와야겠다.’


지한은 지갑과 휴대폰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지한은 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우야. 피디님이 내게 시나리오 작업할 때 도와달라고 한 거 있잖아..... 그래, 그거. 피디님 제안 받아들이겠다고 전해줄래? 어, 미팅 날짜는 아무 때라도 괜찮다고 하고...... 그래, 알았어.”


지한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피디가 지한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지한은 민우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피디가 아직은 부담스럽고 어색했다.


지한이 집에서 김밥을 먹는데 민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피디님이 내일 목동에서 만나서 점심 같이 먹자고 하시더라. 12시 30분까지 목동 롯데 백화점 앞 제이 레스토랑에서.”

“어, 시간 맞춰 나갈게. 그 자리에 누가 나와?”

“나와 피디님하고 메인 작가.”

“너도 나와? 다행이다, 야. 너 없이 피디랑 메인 작가 만나는 거 좀 긴장됐거든.”

“강 피디님은 결과가 좋으면 잘 해주는 사람이야. 인상은 무서워도 겉과 속이 같고 뒤끝이 없어서 오히려 대하기 좋은 사람이야. 그런데 메인 작가는 겉으로는 신사적으로 보여도 음흉한 데가 있어. 자기가 유리하도록 일을 꾸미는 걸 본 적도 있어.”

“그래?”

“응. 그러니까 메인 작가를 조심해.”

“알았어.”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 넌 그냥 이 형님만 믿고 일을 진행하면 돼.”


민우의 으스대는 목소리에 지한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틈만 나면 쉰소리하는 녀석이지만 이 상황에서도 그럴 줄은 몰랐다.


“너 오늘 집에 일찍 들어오냐? 이따 좀 만날까 해서.”

“오늘은 한밤중에 집에 갈 거 같다.”

“알았어. 그러면 내일 만나자.”

“오키.”


민우가 전화를 끊자 지한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렸다. 병실에서 피디와 있을 때는 바짝 쫄던 녀석이 의기양양하게 구는 모습이 조금 어이없었다. 지한은 다음 날 미팅을 생각하며 젓가락으로 김밥을 집었다.



**


지한은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일찍 목동 롯데 백화점 앞 제이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 오 분 뒤에 은색 스포티지가 가게 앞에 도착했다. 차 문을 열고 민우와 피디 그리고 배우 같은 남자가 내렸다. 메인 작가 대신 배우가 왔나?


“안녕하세요, 피디님.”


지한이 인사하자 마동석을 닮은 피디가 지한에게 다가오며 씨익 웃었다.


“어, 유 작가님. 이거 작가님이 먼저 오셨네요.”


피디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반면에 배우 같은 남자는 뚱한 얼굴로 하고 지한을 쳐다보았다. 경계 어린 기색이 있었다. 지한은 배우가 왜 자신에게 비호감 섞인 눈빛을 보내는지 의아했다. 피디는 지한과 남자를 쳐다보는 것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는 드라마 작가 김재영입니다.”


피디의 말을 듣고 지한은 이 남자가 메인 작가임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키가 크고 날씬한데다 아르마니 양복을 입은 재영은 마치 모델 같아 보였다.


“유, 지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재영입니다.”


김재영은 고개를 까닥한 뒤 도전적인 눈빛으로 지한을 보았다. 그 뒤에서 민우가 불안한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선 들어갑시다.”


그렇게 말한 피디는 레스토랑 문을 열고 재영과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지한과 민우가 따랐다.


빈티지 스타일의 레스토랑에 들어선 피디와 재영은 출입문에서 먼 창가 자리로 다가갔다. 지한은 피디 앞에, 민우는 재영 앞에 앉았다. 피디가 말했다.


“지한 씨, 민우에게서 시나리오의 전체 진행 방향에 대해 들었습니다. 강력한 빌런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내죠.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지한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피디님.”


피디는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주문 먼저 하고 이야기하죠.”


피디가 손짓하자 조금 전부터 이쪽을 보던 레스토랑 직원이 다가왔다. 직원은 정중하게 메뉴판을 내밀었다. 피디는 메뉴판을 살펴본 뒤 빠네 파스타를 주문했다. 재영은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직원에게 말했다.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자신 있는 메뉴로 갖다줘요.”


레스토랑의 수준을 알려줄 음식을 가져오라는 말투였다.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직원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저희 레스토랑에서 내세우는 메뉴는 티본 스테이크입니다. 어느 정도로 익혀 드릴까요?”

“그건 주방장에게 맡기죠.”


재영은 마치 자신이 음식 평론가라도 된 듯이 으스대며 말했다.


지한은 안심 스테이크를 시켰다. 민우가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하자 재영이 끼어들었다.


“민우 씨, 메뉴 좀 바꿔주겠어? 소스가 튈까 봐 대화에 집중 못할 것 같아서.”


재영이 아르마니 양복을 문지르며 말했다. 민우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말했다.


“아, 미안합니다. 저, 저도 안심 스테이크로 할게요.”


민우가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하려 했던 이유가 있었다. 한식 파인 그는 양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토마토 파스타가 느끼하지 않아 먹는 정도였다.


피디가 지한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이렇게 작업하는 게 어때요? 메인 작가가 시나리오를 먼저 작성하고 거기에 유 작가가 원하는 만큼 수정하는 건? 재영은 시나리오 작업할 때 누가 옆에 있으면 싫어하거든요. 작업 결과물은 메일로 주고받도록 하고요.”


피디의 말에 지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생각에도 그런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의해줘서 고마워요. 다음 화 시나리오 말인데......”


피디가 말하는 도중에 호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보더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이런. 방송국 국장님이 웬일로 전화를 하셨지?”


피디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지한에게 말했다.


“유 작가, 미안해요. 중요한 전화라 받아야 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피디는 휴대폰을 들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피디가 밖에서 통화를 하는 동안 음식이 나왔다. 지한이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드는데 쨍그랑하는 쇳소리가 났다. 재영이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포크가 떨어졌네.”


재영은 민우를 쳐다보았다.


“민우 씨, 가서 새로 가져와. 올 때 새 냅킨도 받아오고.”


지한은 놀란 눈빛으로 재영을 쳐다보았다. 민우가 막내 작가라지만 이렇듯 아무렇지 않게 개인 심부름을 시켜도 되나 싶었다. 재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심부름은 풋내기가 하는 게 업계 룰입니다. 외부인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외부인인 지한은 함부로 나대지 말라는 경고였다. 민우 역시 재영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머뭇거리고 있자 재영이 눈을 부라렸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가져와?”

“아, 예, 예. 가, 가져오겠습니다.”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 직원에게로 빠르게 걸어갔다. 지한은 화가 났다. 재영이 권진성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척 스테이크를 잘라 입속에 넣었다. 마치 방금 일어난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시나리오 변경에 대해서 말인데......”


재영이 지한에게 입을 열었을 때 피디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유 작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피디님.”


지한은 웃으며 대답했다. 민우가 새 포크를 들고 헐레벌떡 자리로 돌아왔다.


지한은 재영을 보며 물었다.


“시나리오 작업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데요. 메인 작가님께서 시나리오를 주셔야 저도 작업이 가능합니다. 한 화를 쓰시는 데 어느 정도 걸리십니까?”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이죠. 3일이면 한 화 정도는 씁니다.”


재영은 은근히 자부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한은 여전히 미소 지은 채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러면 늦습니다.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촬영까지 해야 하는데 그렇게 느긋하게 쓰면 안 되죠.”

“뭐? 느긋?”


재영은 얼굴을 붉히며 지한을 노려보았다.


“이틀 안에 시나리오를 넘겨주십시오.”


흥분한 재영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봐요. 무슨 시나리오가 그렇게 금방 써지는 줄 알아요?”


지한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말을 이었다.


“너무 힘들게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수정할 테니까요.”


지한의 말은 듣기에 따라 재영의 시나리오는 중요하지 않다는 선언처럼 들릴 수 있었다. 열 받은 재영이 입을 열기 전에 지한은 틈을 두지 않고 얼른 말했다.


“아, 혹시 제가 재영 작가님의 작업을 깎아내렸다고 오해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외부인인 제가 감히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시나리오 작업이 늦어지면 여러 사람이 곤란해지니 드리는 말입니다. 재영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넘겨주면 저는 그날 안으로 수정을 마쳐서 전송해드리겠습니다.”


지한은 의미심장하게 재영을 보다 피디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피디가 재영을 제지하며 말했다.


“시나리오가 늦으면 곤란하니까 지한 씨 말대로 해요, 김 작가.”


피디가 지한의 편을 들자 재영은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지한은 피디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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