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베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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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피리베봄
작품등록일 :
2024.07.01 04:21
최근연재일 :
2024.08.0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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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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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5

DUMMY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5

- 2011년 1월~4월 : 나는 파자마 차림으로 뛰었다



해피가 추위를 탄다. 눈 위도 그리 잘 뛰어다니던 녀석이 보도블록 빙판을 조금 걷더니 뛰더니 뒤쪽 발을 절룩거린다. 나는 놀라 녀석을 안았다. 장갑 낀 손으로 녀석의 발을 녹였다. 조금 안정을 되찾은 해피는 또 뛰고 싶어 했다. 내려주면 몇 발자국 못 가서 다시금 멈췄다. 결국 집에서 애견미용실까지 가는 거리의 ⅔를 안고 빙판길을 가야 했다. 지난주에 매년 맞히는 예방접종을 해주기 전에 미용시키려 애견미용실 예약을 했다가 너무 추워서 취소했었다. 오늘은 더 미룰 수 없을 거 같아 추위를 무릅쓰고 길을 나섰다. 그러다 해피가 방판길에 그리 절뚝이는 것을 처음 봐 순간적으로 놀라고 긴장했다. 녀석에게도 빙판길 차가움이 전해졌나 보다. 한동안은 신발을 신기 싫어해도 신겨서 다녀야겠다. 해피, 사랑한다. 건강해라.

해피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산책길에 조금이라도 더 놀다 가자고 떼를 쓰던 녀석이 오늘은 나가기 싫다고 그냥 집에 가자고 빨리 집에 가자고 성화다. 지난 수요일에 몹시 추운 날에 미용을 시켜준 것이 밖은 차갑고 춥다는 기억을 주었나 보다. 혹은, 리베와 떨어지는 게 싫던가.

오랜만에 리베 엄마의 보호자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몇 달에 한 번 그렇게 문자를 보내 리베 안부를 묻는다.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과 분양 보낸 강아지에게까지 그러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참 예쁜 마음인 거 같다. 2009년 4월 말에 Daum의 강아지 분양 카페에 올라온 분양 정보로 그 보호자와 인연이 맺어졌다. 또한, 리베를 데려오면서 ○○동물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리베를 데려온 주말에 예방접종을 시키려는데 해피가 다니던 그 인근 동물병원이 쉬는 날이었던 것이다. 나는 리베를 만나면서, 리베 엄마의 보호자를 만나고, ○○동물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올해 3월 초면 리베가 만 두 살이다. 리베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해피도 고맙다.

두 녀석이 방바닥에 엎드려 오전 잠을 자고 있다. 아침에야 보일러를 껐기 때문에 아직 방바닥은 상당히 따스하다. 어제가 인간 세상의 설날이었다. 리베에게는 설빔으로 신발 세트를 사주었다. 리베는 해피에게 작년에 사주었던 신발을 신겼을 때는 잘 안 걷더니 다니는 애견미용실에서 구입한 새 신발을 신자마자 잘 걷는다. 새 신발이 좀 더 부드러운 소재이기는 하다. 설에 두 녀석에게 무엇을 해줄까 고심하다가 인터넷으로 닭가슴살을 주문했는데 좀 비싸다 싶었는데 역시나 2개를 세트로 파는 것이었다. 아침나절 자기 식성대로 맘껏 먹고는 지금 오전 잠에 빠져 들었다. 두 녀석이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최근 힘든 시간에도 내 곁에 묵묵히 있어 준 것은 두 녀석이 으뜸이다. 두 녀석이 없었다면 더 마음이 힘겨웠을 것이다. 해피, 리베,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나의 시간이 소중하듯, 해피와 리베의 시간도 소중하다. 그들과 언어적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그들이 그들의 일생 동안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내가 협력하여야 한다. 녀석들은 하루의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고자 할까. 내가 아는 것은 식사와 수면, 산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두 녀석의 의식주와 건강은 내가 보살핀다. 그 외에 녀석들이 삶에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해피의 몸무게가

2010/12/09에는 6.85kg,

2010/12/20에는 6.75kg이었다.

2011/01/12에는 6.3kg,

2011/01/25에는 6.15kg이었다.

체중이 빠질 특별한 이유를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 어제(2011/02/26) 동물병원에서 체중을 체크하니 7.05kg이 나왔다. 처음으로 7kg을 넘어선 것이다. 내가 너무 찐 것 아닌가 푸념했더니, 수의사는 지난번에는 너무 빠진 것이고 오히려 이 체중이 좋단다. 생각해 보니, 이사는 작년 11월 중순에 했으니 환경변화 탓은 아니고 아마도 올해 1월에 내가 극심하게 예민해져 지쳐있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녀석이 말은 안 해도 보호자가 불안해하니,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런 것을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사람 말은 못 해도 내게 그만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던 것이다. 언제나처럼 오늘도 나는 모든 것이 잘 풀린다 믿는다. 그러한 믿음으로 하루를 생활한다. 나 자신을 위해, 두 녀석을 위해, 내가 좀더 능동적이고 긍정적이며 여유로울 필요가 있다 싶다. 우리 모두, 파이팅이다.

해피와 리베가 자고 있다. 리베는 이불 위에서, 해피는 책장 앞 바닥에서 자고 있다. 두 녀석이 함께여서 얼마나 위안이 평화가 내 안에 살아 숨 쉬는지 모른다. 나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내보이는 해피와 리베, 사랑한다. 해피 녀석 이삼일 외출하지 않았더니, 짬만 보이면 현관문 앞으로 내달려가 팔짝팔짝 뛰어오른다. 그래 오늘은 마음먹고 전철역 두세 개를 아우르는 거리와 공원을 2시간 반가량을 산책했다. 지금은 무척 피곤한 눈치다. 리베와 해피, 두 녀석 모두를 각기 한 차례씩 산책시켰다. 리베만 데리고 나갈 때 해피가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모른다. 날씨도 좋기에 리베와의 산책 이후 해피와 산책을 했다. 해피와 리베는 개성이 뚜렷하다. 소원을 풀어서인지, 해피 녀석 잠들어 있다. 정말 녀석 체력이 대단하다. 어제 3시간, 오늘 2시간 반, 내 체력만 부족하다. 파이팅.

나의 어리석음은 해피와 리베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결코 두 녀석의 마음에 그늘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마음의 그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내가 너무나 잘 안다. 내가 더 현명해야 한다. 내가 강건해야 하고, 건실해야 하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두 녀석의 안위를 내가 끝까지 지킬 수 있다. 세상은 결코 이론이 아니다. 물론 통계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는 그뿐이다. 내가 건강해야, 타인과의 관계도 우호적일 수 있다. 내가 흔들리면 아무도 내 곁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 이치다. 특별한 예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은 그러하다. 내게 한편에서 힘든 이 시기에 두 녀석과 함께여서 그나마 견딜 에너지를 얻는다. 나 자신을 위해, 해피와 리베를 위해, 나는 좀더 건강해야 한다. 나는 좀더 튼튼해야 한다. 나는 나뿐 아니라 두 녀석의 주춧돌임을 안다.

나는 파자마 차림으로 뛰었다. 이 아침에 해피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금요일이고 해 거북이 수조 물을 갈아주고 사료를 주려다가 그 안에 작은 거미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침부터 거미를 어찌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비닐백에 담아 신문도 가지러 갈 겸 현관문을 열었는데, 순식간에 해피가 튀어 나갔다. 쏜살같이 튀어나간 녀석은 1층으로 내려가 골목길을 뛰었다. 멀리는 안 갔는데, 내가 있는 것을 보고는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나는 한 십여 분 가슴을 졸였다. 현관문을 잠그지 못한 채 1층으로 내려와 나도 골목길을 뛰었다. 이리와 하면, 나에게 오다가 나를 지나쳐 뛰어가는 녀석. 너무 이른 시간이라 차도 별로 없었지만, 녀석이 그냥 내달릴까 몹시도 겁을 먹은 나는 이 이른 아침에 ‘해피’를 골목길 여기저기서 외쳐 됐다. 거미는 건물 밖 화분에 풀어주었고, 집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어렵게 해피를 잡았다.

어제 해피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었다. 그 식성 좋은 녀석이 영 먹지를 않는 것이다. 나는 혼자 생각에 큰 병이라고 겁을 잔뜩 먹고 동물병원에 들어섰다. 검진 결과는 일종의 배탈이란다. 내가 그동안 강아지 전용 캔 고기를 주다 보니, 속에 가스가 차서 속이 불편해 그런 거란다. 거기다, 나는 녀석이 꼬르륵거리면 배고픈가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장에 가스가 차서 그렇단다. 고기를 녀석들 체질에 비해 너무 주면 안 된다고 해서 닭죽도 주지 않았는데, 여름이라 걱정스러운 마음에 해피 처방식 사료와 동일한 처방식 캔을 좀 먹인 것인데, 그게 탈이 났다. 내가 닭죽을 끓여주면 밥알을 남기는 녀석이라 닭죽도 안 된다 싶은데 어찌하냐고 했더니, 수의사는 사료를 끓여주란다. 사실 어제 끓이면서, 잘 먹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먹는다. 고맙다.

오늘 산책길에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아침 8시경에 일어난 일이다.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고 건너편 차선에 택시가 선 것을 보고, 두 녀석과 막 건널목으로 진입해 들어섰다. ―――― 그때, 버스가 일반 속도 이상으로 건널목 하얀색 선 안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정말이지 한 걸음만 더 앞서갔더라면, 해피와 리베는 버스에 치이고 나는 리드줄에 끌려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나 아찔하던지, 신호등이 바뀐지라 버스가 커브를 틀어서 돌진해 오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정말이지 십년감수했다. 건너편 차선에 멈춰 있던 택시 기사가 고개를 내밀어 보기까지 했다.


작가의말

나는 파자마 차림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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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Happy, Liebe, 봄 – 4 24.08.09 14 0 10쪽
16 Liebe가 세상을 떠나다 24.08.07 12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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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Happy, Liebe, 봄 - 2 24.08.04 10 0 9쪽
12 Happy, Liebe, 봄 - 1 24.08.01 20 0 10쪽
11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6 24.08.01 19 0 8쪽
»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5 24.07.24 14 0 10쪽
9 2018, 봄 전철 타고 훈련소 가다 24.07.23 26 0 17쪽
8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4 24.07.21 13 0 11쪽
7 Liebe의 병환 24.07.18 19 0 8쪽
6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3 24.07.17 30 0 9쪽
5 Happy의 입원 24.07.16 22 0 9쪽
4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2 24.07.14 39 0 12쪽
3 만남, 동물등록번호 24.07.13 27 0 10쪽
2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1 24.07.10 19 0 9쪽
1 멍때리기 24.07.08 3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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