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시체를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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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02 20:14
최근연재일 :
2024.09.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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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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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 화가 많이 난 사람들(2)

DUMMY

늦은 밤.

대성 하이텍의 대표 황지성은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피곤에 절은 얼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창밖을 힐끔거린다.


끼익-


그때 열리는 문.

황지성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누구야!?”

“이상명입니다. 대표님. 퇴근 보고 드리려고···.”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지랄이야! 얼른 꺼져!”

“옙.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이상명이 돌아서서 구시렁댔다.


“지가 안 하던 짓을 하니까 그렇지···.”


황지성은 평소에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런 게으름뱅이 대표가 대표가 늦은 밤까지 있으니 보고를 한 것인데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아니, 경찰에다가는 뭐라고 말해.”


그러거나 말거나 황지성은 불안에 잠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이토록 피폐해진 이유는 오늘 있었던 사건 때문이었다.


-최근 뱀의 미로를 비롯한 커다란 사건을 연달아 해결한 천재 헌터 남태민을 향한 습격 사건으로···.


TV에서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이 멍청한 것들이 그걸 실패해!?’


이번처럼 지저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일처리를 맡겼던 놈들이다.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20살짜리 애송이를 처리하는데 실패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상식이 있는 놈이면 쳐들어오진 못할 거야. 그렇고 말고. 아직 법이 있고 공권력이 살아있는데!’


오늘 본인이 살인교사를 한 것은 까맣게 잊은 황지성이었다.

그 순간,


끼익-

“누구야!?”

“대, 대표님. 그 이만 퇴근해···.”


황지성이 테이블에 있던 재떨이를 냅다 집어던졌다.


쿵!

“보고하지 말고 퇴근하라고 이 새끼들아-!”

“죄송합니다!”


도망치듯 문을 닫고 떠나는 직원.

황지성은 열이 올라 창문으로 다가갔다.

차가운 바람을 쐬니 조금 흥분이 가라앉는 느낌.


끼익-


그때 또다시 문이 열렸다.

황지성이 눈을 희번덕하게 뜨고 돌아봤다.


“내가 보고하지 말고 퇴근하라 했지?”

“···.”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돌아보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문만 열려 있는 상황.


“바, 바람인가···?”


황지성이 소리쳤다.


“거기 누구 없냐! 문 좀 닫아!”

“···.”

“문 닫으라고!”


황지성이 다급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텅 빈 사무실이 보였다.

어느새 모든 직원이 퇴근한 것이다.


“이런 씨···!”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하게 젖어가던 그때.


“기다렸나?”


뒤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

목덜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너, 너···!”


다급히 돌아선 황지성.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날카로운 부리에 무시무시한 눈을 한 괴물이었다.


“아, 안 돼!”


본능적으로 도망치려던 황지성은 태민이 슬쩍 내민 발에 걸려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어이쿠!”

“그렇게 급할 거 없어. 밤은 기니까.”

“자, 잠시만! 내가 다 설명할게! 내가 전부 설명할 수 있어!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니까!? 이게 다 전부 그 이상한 년이 때문이야! 그년이 시켰다고!”


황지성의 다급한 외침에 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어?”

“자세한 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자고.”

“안 돼···!”


콱! 머리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충격과 함께 황지성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


또각- 또각-


구두 굽이 시멘트 바닥을 두드렸다.

어두운 공장.

안으로 들어선 여성은 날카로운 인상에 칼 같은 단발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레나타 블레이드.

밤중에 황지성의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공장을 방문한 것이었다.


“읍, 으읍!”


안쪽에서 신음이 들려온다.

조금 더 걸어가니 의자에 묶인 채로 발버둥 치고 있는 황지성 대표가 보였다.

멍으로 푸르댕댕한 피부.

정장은 핏자국이 눌어붙어 있다.

퍽이나 볼썽사나운 꼴이었으나, 레나타는 역시나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브브···!”


그때 황지성의 입에 물려 있던 테이프가 떨어졌다.


“구, 구해줘! 나 좀 구해달라고! 씨발!”


레나타가 가까이 다가오자 황지성의 표정이 더 다급해졌다.


“그, 그래! 빨리 이것 좀 풀어봐!”


코앞에서 멈춰 선 레나타.

그녀가 싸늘한 눈으로 황지성을 내려다봤다.


“말하지 않았나요? 행동에 유의해라. 절대 실수는 없어야 한다.”

“네, 네가 시킨 일이잖아!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레나타가 손을 들었다.

길고 새하얀 손가락이 황지성의 이마 앞에서 멈춰 선다.


“뭐, 뭐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황지성이 몸을 흠칫 떨었다.


“뭐 하려는 거야!?”

“여기까지 하죠.”

“뭘 여기까지 한다는···!”


그 순간 새하얀 손가락이 길게 늘어났다.


파각-!


손톱이 이마를 지나 뒤통수까지 꿰뚫었다.

황지성의 눈이 하늘로 까뒤집히고, 잠시 몸을 부르르 떨다가 이내 움직임을 멈춘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레나타가 말했다.


“나오세요.”


직후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났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소리.

이내 희미한 달빛 아래 태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 올 줄은 몰랐는데.”


태민이 의외라는 투로 말했다.

황지성을 이용해서 레나타를 불러냈고,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그녀는 이미 함정인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혼자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하긴, 그렇네.”


태민이 피식 웃었다.

생각해 보면 그 역시 전투가 벌어질 걸 알고 있지만, 혼자서 왔다.

레나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당신한테는 궁금한 게 많아요. 남태민.”


마침내 레나타와 태민이 마주 보고 섰다.

눈을 마주한 순간.

태민은 그녀가 확실히 종말론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간부급···. 사도인가.’


종말론자 중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을 지닌 존재에게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눈.

언뜻 보면 모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홍채가 둘 개로 나눠져 있고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는 듯하다.

일명 ‘멸망의 눈’이라 불리는 저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당신. 진짜 정체가 뭐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과거의 남태민이란 사람과 당신은 다른 사람이에요. 어느 순간 완전히 새로운 영혼이 들어간 것처럼 뒤바뀌었죠.”

“그게 중요한가?”

“그리고 당신이 세운 크로노스 다이나믹스. 근간이 되는 기술은 현시점에 존재할 수 없는 기술이에요. 우리의 것을 어떻게 가지고 있죠?”


태민이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여기서 떠벌려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 걸 묻는 건 승자의 권리인데.”

“···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죠.”


순간 레타나의 눈이 날카롭게 떠졌다.


“직접 머리를 열어서 확인하는 수밖에!”


레나타가 땅을 박찼다.

쏘아지듯 날아오는 신체.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그녀가 손을 휘둘렀다.


쐐액-!


길어진 손가락이 채찍처럼 날아들고, 손톱이 순간적으로 달빛을 맞아 번쩍였다.


[점멸 이동]


태민은 레나타의 옆으로 이동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

가차 없이 정심검을 휘두른다.


챙!


손톱에 막히는 검.

한 번의 공방으로 태민은 전투가 쉽지 끝나지 않으리란 것을 직감했다.


‘하긴, 사도를 상대로 빠르게 끝내려는 건 욕심인가.’


사도의 전력은 기본적으로 S등급 헌터와 맞먹는다.

강한 사도의 경우 랭커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인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지금의 태민이 상대하기엔 확실히 쉬운 적이 아니었다.


쐐액-!


다시 날아드는 손톱.

태민은 뒤로 이동하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레나타의 앞에 강렬한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10개 정도의 마나 덩어리가 회전하더니 이내 엄청난 속도로 쏘아졌다.

태민은 마지막까지 투사체를 응시하다가 스킬을 발동했다.


번쩍!


다시 한번 점멸 이동으로 회피.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휘익-


투사체는 이미 태민이 사라질 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방향을 틀고는 정확히 그가 다시 나타나는 지점을 향했다.

태민은 재빨리 정심검을 휘둘러 투사체를 갈랐다.


“막아낼 줄은 몰랐는데. 점점 더 이상하네요.”


레나타의 얼굴에 처음으로 표정이 드러났다.

방금 투사체가 막힐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


하지만, 태민도 그리 여유롭지는 않았다.


‘움직임을 읽히고 있다.’


점멸 이동으로 회피해도 소용없다.

상대는 이미 점멸 이동을 사용할 것과, 그가 최종적으로 어디서 나타날지 알고 있었다.


‘멸망의 눈. 확실히 까다로워.’


사도급이 지닌 멸망의 눈은 단순히 외형만 변화하는 게 아니다.

저들은 마나를 눈으로 보고 읽어낼 수 있었다.

스킬도 발동되기 전에 알아채고 대응하는 게 가능하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짧은 미래를 보는 적과 마주한 기분이 든다.


“한 번에 죽지 않게 조절하려 했는데, 쉽지 않겠네요.”


레나타 역시 태민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본격적으로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촤르륵-!


등 뒤, 날갯죽지를 뚫고 솟아나는 거대한 날개 하나.

깜짝 놀랄 만한 광경이었으나, 오히려 태민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와라. 종말의 괴물.’


그의 손아귀가 정심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


쐐애액! 콰과과광-!


굉음과 함께 공장이 부서진다.

레나타의 손이 휘둘러질 때마다 쏘아진 마력이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번쩍-!


또다시 빛과 함께 순간 이동을 하는 태민.

레나타는 그가 나타날 곳을 예측해 마력을 쏘아냈으나,


번쩍! 번쩍!


순간 이동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태민은 계속해서 이동하면서 그녀가 쏘아내는 마력을 회피했다.


“언제까지 도망칠 수는 없을 텐데요.”


그 순간 레나타의 눈이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촤륵-


확장된 동공.

그녀의 눈에 마나의 흐름이 더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타다다닷!


달려오는 태민.

레나타는 마나를 읽고 그것이 분신이란 걸 알아챘다.


“소용없어요.”


서걱-!


허무하게 분신의 몸이 잘려나간다.

직후 머리 위에서 거대한 암석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이 닿기 직전.

레나타의 마력이 암석을 박살 냈다.


콰과과광!


암석이 수백 조각으로 쪼개지면서 흩어진다.


[공기 칼날]


쇄액-


직후 날아드는 바람의 칼날들.

레나타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녀의 손에 맞은 스킬이 허무하게 흩어져버린다.

압도적인 마력의 차이.

그럼에도 태민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번쩍! 번쩍!


점멸 이동을 반복하더니 어느 순간 레나타 앞에 나타는 그가 검을 휘두른다.


[충격파 발산]

쿵!


레나타의 몸이 움찔거렸다.


‘이 인간 도대체 스킬이 얼마나 많은 거지?’


이제 고작 20살로 신입 헌터가 됐다.

본래라면 스킬이 하나 혹은 두 개여야 정상.

그런데 지금 전투하면서 본 스킬만 해도 다섯 개가 넘었다.


‘그래 봤자 마나가 다 떨어지면 어쩔 수 없는···.’


그 순간 뒤쪽에서 날아든 무언가가 어깻죽지를 꿰뚫었다.


파앗!


마나 결정으로 만든 칼날이었다.

레나타가 상처에 반응하기도 전에 태민은 앞에서 검을 휘둘러온다.


‘어딜···!’


레나타는 이번에도 손톱으로 막아내려 했으나.


서걱!


손가락이 그대로 잘리고 말았다.

태민이 교묘하게 검을 꺾어서 손톱을 피해낸 것이다.


채앵! 파앗, 번쩍! 쿵!


그 이후로도 태민인 사방에서 온갖 스킬을 사용하면서 그녀를 몰아붙였다.


‘저렇게 많은 스킬을 완벽하게 통제하다니. 가능한 일인가?’


너무 스킬을 남발해서 레나타에게도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미리 마나를 읽고 대응해야 하는데, 한 번에 스킬이 두 개, 세 개씩 발동하니 점차 시야가 어지러워졌다.

오히려 마나를 읽는 시야가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제야 레나타는 모든 것이 태민의 노림수라는 걸 깨달았다.


‘은총의 존재를 알고 있다.’


자신이 마나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오는 전략이다.

레나타의 의문이 한층 더 가중됐다.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자신의 존재와 은총에 대해 알고 있단 말인가.

저 신기에 가까운 스킬 활용과 노련한 전투는 어디서 배웠단 말인가.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레나타는 점점 확신이 들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남태민을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의 일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펄럭!


순간 레나타의 한쪽 날개가 움직였다.

그에 맞춰 폭발하듯 터지는 마력.

태민에게 당한 상처는 어느새 완전히 아물어 있었다.


“조용히 끝내려 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레나타의 머리 위에 엄청난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마력.

마기대의 출동을 우려해서 조용히 끝내려 했으나, 이젠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부디 한 번에 죽지 않길 바라요.”


그녀가 손을 까딱였다.

그에 맞춰 강력한 마나 구체가 쏘아진다.

태민은 곧바로 회피하려 했으나,


촤르르!


순간 뒤에서 나타난 마나 밧줄이 그를 구속했다.


“도망칠 수 없어요.”


이 순간을 위해 아껴두었던 기술.

마력이 억제됐으니 피할 수 없으리라.

레나타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걸렸다.


“팡.”


태민이 소멸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중얼거린 그 순간.


서거걱-!


날카로운 절삭음이 들려왔다.


“어?”


순간 허전해진 등.

돌아본 눈동자에 비친 것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녀의 날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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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 미래에서 온 기업(1) +11 24.09.20 4,976 167 12쪽
63 63화 - 멸망을 위하여 건배 +9 24.09.19 5,543 17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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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 포효하는 맹수들(2) +7 24.09.17 6,667 17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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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 던전의 불청객(2) +10 24.09.14 7,583 223 13쪽
58 58화 - 던전의 불청객(1) +11 24.09.13 8,106 2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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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 연구소의 괴물(1) +6 24.09.11 9,103 2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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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화 - 암시장, 그곳은 만남의 장소(1) +9 24.09.08 9,787 268 12쪽
52 52화 - 탐욕의 격(2) +8 24.09.07 10,076 2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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