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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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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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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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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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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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경기(1)

DUMMY

11.


자체 중계방송을 보고 있던 강철 단장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단장의 핵심 업무 중 하나가 선수 영입 및 방출. 이를 통해 팀의 전략을 수립하고 전력을 강화한다.


유망주와 선수들을 육성하고 필드에서 진두지휘하는 역할이 감독이라면, 단장은 필드 외에서 거의 모든 것들을 총괄 책임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선수 발굴과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스카우트가 있지만, 최종 결정은 단장이 한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F급 선수.

그런데 자신이 선택한 그 선수가 일본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상대로 활약하고 있으니 짜릿할 수밖에.


특히나 김성준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었으니 기쁨은 더욱 컸다.

강철은 채팅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 타자 누구지? 좀 치는데? 이름이 김성준?

┖한 번도 못 봤는데?

┖기대해봐도 좋을 듯?

┖연습경기잖아. 일본이 대충 하는 거지.

┖그런데 김성준 뭐함?

┖전직이 개그맨인가 ㅋㅋㅋㅋㅋㅋㅋ

┖홈런인데 기어가고 있어 ㅋㅋㅋㅋ

┖난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은데? 우리 애들은 공 던지고 전광판보고 구속 확인하기 바쁘던데.

┖홈런 친 게 어디냐.

┖설레발 금지요. 곧 역전당해요.


반응을 확인한 강철 단장도 피식,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김성준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큰 경기장에 많은 관중.

1군 경기 경험조차 없다.

그런데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니 크게 긴장했을 것이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전화가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오션스 단장 이해준이었다.


‘무슨 일이지?’


사실 스프링캠프 기간에 단장이 전화한 용건이야 뻔하다.

트레이드.


강철 단장도 선수 영입을 위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전화를 많이 걸지 않았던가.


“여보세요. 강철입니다."


그러나 강철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이고. 강철 단장. 잘 지냈나?"


호칭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진 단장 소리는 죽어도 붙이지 않던 인간이었는데.


그때는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처지니 어쩔 수 없었다. 단장으로서 이제 막 시작하게 되었던 것도 있고.

하지만 강철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은 자신이 갑이라는 걸.


“예, 뭐."

“단장해 보니까 어때? 쉽진 않지?"

“예, 그래도 열심히는 했습니다. 남들만큼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열심히?

아니다.

단장으로서, 그리고 경기 피닉스의 첫 시즌인 만큼 끼니를 건너뛰면서 일했다.


“목소리 좋은데? 할 만한가 보네?"

“봄이 오고 있잖아요. 단장의 시간이 끝나가니까 숨이 좀 트입니다."


간단한 신변잡기가 끝이 나고, 본격적으로 트레이드 관련 대화가 시작될 타이밍이다.


‘포수를 요구하겠지.’


저 팀은 좋은 포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크보 구단들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오션스가 가장 심각하다.


‘몇 년째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으니.’


사실 오션스는 포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체적인 난국.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다.

오션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팀에 중추적인 기둥 역할을 해 줄 포수가 없다는 것.


팀이 잘 굴러가려면 톱니바퀴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 그 포지션이 포수.


어쩔 수 없이 강해상이 은퇴를 미뤄가며 뛰고는 있지만, 너무 늙었다.

마흔세 살.

그러나 이젠 한계에 다다른 상황.


오션스에 포수가 급하다는 건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도 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리 팀에 쓸만한 포수가 없어."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그래요? 저희 팀엔 단장님 눈에 마음에 찰 만한 선수가 없는데요. 신생팀이잖아요."

“있던데? 시간이 없으니 사실대로 말하지. 난 김성준을 원해. 뭘 원하나? 돈? 선수?"

“글쎄요······.”


장난하나.

요미우리를 상대로 홈런 친 포수를.

절대 안 된다.

김류진 감독의 평가도 후하다.


“내가 다 알아봤어. 아직 정식 계약도 안 했잖아."

“예. 그런데 이제 하려고요.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방금 우리 성준이가 요미우리 상대로 투런 홈런을 쳤거든요. 일본 명문 요미우리 아시죠? 그래서 지금 계약 준비 중입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구는 포수를 구하지 못해 펄쩍 뛰게 생겼다.

그런데 강철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으니 이해준 단장은 배알이 뒤틀린 느낌을 받고 있을 것이다.


“돈은 필요 없을 것 같고. 1라운드 드래프트 권에 자네 원하는 유망주 하나를 더 얹어 주겠네."


1라운드 드래프트 권.

탐이 난다.

거기에 유망주까지.

파격적인 거래 조건이다.


‘급하긴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군.’


김성준의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앞선 지바 롯데 마린스,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경기를 보고 이번 경기를 봤다면,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밖에 없다.

경기 피닉스가 달라졌다는 것을.


하지만 강철은 김성준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했다.


경기 피닉스에 지금 중요한 건 유망주가 아니라 즉시 전력감이기 때문이다.


“안 됩니다. 오연수는 어떻습니까? 잘하는데."

“······없던 이야기로 하지."


오연수는 좋은 포수다.

하지만 오연수 정도의 포텐을 가진 포수는 오션스에도 있다.

드래프트 픽에서도 선택할 수 있고.

하지만 팀 전체를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기량은 아니다.


야구는 팀 스포츠지만, 단 한 사람의 힘으로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전화가 끊어지자, 강철은 김성준에 대한 계약서를 빠르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스프링캠프 이후 정식 계약하기로 해서 현재는 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계약을 서둘러야겠군. 이해준이라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물론 경기 피닉스가 허락하지 않으면, 다른 구단은 김성준에게 접촉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법을 준수하면, 법이 왜 있겠는가. 안 지키는 사람이 있으니까 법이 생기고, 유지되는 것이다.


‘처음 생각했던 계약 조건보다 높여야겠어. 3년 계약에 계약금은 오천, 연봉은 오천······.’


고민하던 강철은 연봉을 지웠다.

오천은 너무 작게 느껴진다.


‘어느 정도가 좋을까.’


1군 경기 기록이 없기에 처음엔 연봉을 챙겨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본인의 가치를 모르고 있지 않은 사람한테 돈을 퍼 줄 이유가 없으니까.

김성준이라면, 최저보다 조금 더 챙겨 줘도 고마워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다른 구단에서 눈독 들이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야구 구단 중 돈은 경기 피닉스가 제일 많다.


‘1억이면 되겠지?’


다른 구단 선수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좋은 조건.

이 정도 조건이면, 다른 구단에서도 돈으로 유혹하기 힘들다.


그때였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기가 또 울리는 것이 아닌가.

발신자를 확인하니 이번엔 썬플라워 단장이었다.


‘설마 또 김성준을?’


***


한편 경기는 어느덧 8회 말.

예상과 다르게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이 되었고, 점수는 3:2.


우리 팀 선수들이 평소 실력 이상의 능력을 발휘해서 여기까지 왔다.

연습 경기일 뿐이지만, 내용이 박빙이니 나는 입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기고 싶은데 쉽지 않다.

이제 남은 건 똥손 박훈.

부탁한다!


“드디어 오명을 벗고 진정한 내 별명을 되찾을 차례인가?"

“···진짜 별명이 뭔데?"

“세계 제일의 클로저입니다."

“?"

“경기 피닉스 신의 손이기도 하죠."

“···.”

“저만 믿으십쇼. 일본 놈들 모조리 삼진으로 무릎 꿇게 만들어 줄 테니."


가슴을 두들기며 당차게 포부를 밝히는 박훈.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참 부럽다.

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상대로도 위축되지 않다니.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 타자 한 명이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덕아웃에서도 압박이 느껴지는 빠른 공.

간결하고, 매끈한 투구 품.


“와."


적이지만, 내 입에선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수준 차이가 느껴졌다.


“대단하네."


선발만큼은 아니지만, 중간계투와 마무리까지 만만하게 볼 투수가 한 명도 없다.

정말 부러운 재능이다.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피칭을 본 박훈이 입을 열었다.


“선배님."

“어?"

“미치겠습니다."

“미치면 안 되는데? 공 던져야 하는데."

“···몸이 근질거려서요. 빨리 나가고 싶습니다!"


처음엔 옆에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는데, 스프링 기간에 자주 붙어 다니니 그런대로 대화를 나눌 정도는 된다.


물론 여전히 눈은 못 마주치고, 가끔 존댓말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뭐, 투수가 이렇게 존재감 있으면 좋지.


8회가 끝이 났고, 나와 박훈은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갔다.


자칭, 세계 제일의 클로저 박훈은 초구로 포심을 던지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 오길래 그냥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던지고 싶다는데 던지게 해 줘야지.


퍼억!


“스트라이크!”


퍼억!


“볼!”


퍼억!


“스트라이크, 투!"


박훈의 공은 위협적이었다.

결정구로 던진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긁혔으나 구속이 워낙 빨랐던 탓에.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우와아아아!"


첫 번째 타자를 잡고, 박훈은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날리며 포효했다.

덩치만큼이나 목소리도 우렁차다.


짝짝짝짝!

관중석에 있는 한인들도 박수를 보내며 응원을 보내 준다.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2개.

이제 거의 다 왔다.

저 요미우리를 이길 수 있는 건가?

긴장되고 떨린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은 기분.

공만 받는데도 숨이 차다.

긴장해서였다.


그럼에도 내가 버틸 수 있는 건 보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이벤트 경기.

의미는 없지만, 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게다가 박훈은 오늘 컨디션이 좋은지 내가 알고 있던 똥손이 아니었다.

신의 손이라도 된 듯한 압도적인 피칭.

마지막까지 내가 공을 받는다면, 감독님도 날 인정해 주겠지.


‘오늘 박훈이 되는 날이구나!’


구속 하나만큼은 기가 막혔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이제부터 상위 타선 시작이기 때문이다.

다음 타자 타카히로 요시다가 올라왔다.


1회에 붙었던 신중한 리드 오프.

타자의 스타일을 떠올린 나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박훈은 기다렸다는 듯 초구를 던졌다.


퍼억!


“스트라이크!"


한가운데 132킬로미터.


‘그렇지!’


저 타자는 박훈을 처음 본다.

지켜볼 걸 예상하고 초구는 적당히 힘 빼고 던지라고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제대로 적중했다.


나는 히쭉 웃음을 지을 뻔했으나 완벽히 표정 관리를 했다.


‘스트라이크 판정에 웃었다고 선배한테 얼굴을 맞은 적이 있었지.’


내게 원한을 품지 않기 위해선, 포커페이스가 최고다.

쓸데없는 세리머니는 자제.

어차피 내가 뭔가 활약할 일은 거의 없다.


나는 타카히로 요시다를 쳐다봤다.

뭔가 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덤덤했다.

예상했었다는 표정.

역시 일본인가.


제2구.

바깥쪽 살짝 벗어나는 슬라이더.

타자는 공을 휘두르다 뒤늦게 회수했지만.


“스윙,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슬쩍 곁눈질로 타자의 얼굴을 봤는데 반응이 있다.

눈썹이 꿈틀거린 것이다.


‘좋았어! 이번엔 가장 빠른 공! 제구 따윈 개나 줘 버려!’


한국 제일의 패스트볼.

너도 보여 줘!

한국 야구도 일본에 밀리지 않는다고!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구속으로.


‘빠져도 좋다. 패대기를 쳐도 좋다. 존에 들어오면 더 좋고. 그냥 네가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을 던져!’


앞선 2개의 공은 일부로 구속이 떨어지게 던졌다.

그런데 이번엔 박훈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빠른 공.

타자는 실제 구속보다 체감상 더욱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2스트라이크니까 신중한 성격이라도 웬만하면 배트를 낼 거야!’


내 사인을 확인한 박훈이 이빨을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를 잡았다.

발이 거칠게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곧 공이 총알처럼 날아와.


쇄애애액!

퍽.


그라운드에 꽂혔다.

패대기를 친 것이다.


‘이 똥손 새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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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5위 경쟁 +2 24.08.07 115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23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5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7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6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8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62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3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6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90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93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3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6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3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11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7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5 9 12쪽
» 연습경기(1) +3 24.07.20 245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3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8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3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3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4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6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4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5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4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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