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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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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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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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김재춘(3)

DUMMY

23.


김재춘이 팔을 흐느적거리며 던졌다.


쇄액.

퍼억.


힘없이 들어오는 공.

그렇게 공을 몇 번 더 받았다.


‘확실히 1군 선수들보단 공이 떨어지네. 아니, 웬만한 2군 투수보다 떨어지는 것 같기도...’


뭐가 문제인지.

내가 코치가 아니라서 그런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

공에 힘이 실리지도 않고, 느낌도 뭔가 어정쩡한 건 알겠다.


그때 내 눈엔 평소와 다른 게 보였다.

눈코입이 없는 사람 모양의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공을 던지는 게 아닌가.

언뜻 보면 김재춘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자세가 다르다.

언더 스로가 아닌 쓰리쿼터.


‘아!’


순간 나는 저 홀로그램이 뭔지 깨달았다.

‘눈에 다 보여’, 스킬이 5Lv 되면서 생긴 추가 효과.


[투수에게 어울리는 자세와 어울리는 구종을 알 수 있습니다.]


홀로그램으로 예를 보여 주며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말해 줘도 되나?

투구 폼은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

투수는 민감해서 몸무게나 근육에 따라 밸런스가 무너지기도 한다.

투구 폼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다.


‘괜히 내가 건드렸다가 더 망가지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킬이 지금까지 틀린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항상 옳은 길을 알려 주었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따라가지 못할 뿐이지.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저 김재춘의 표정을 봐라.

왠지 모르게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다.


“음, 지금도 나쁘진 않은데 자세를 바꾸죠. 쓰리쿼터 폼으로 던져볼래요.”

“···예? 쓰리쿼터요?”

“자네는 알죠?”

“예. 알고는 있습니다만...”


홀로그램이 쓰리쿼터 폼으로 던졌으니까.

나는 확신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김재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투구 폼을 바꾸는 건 민감한 문제다.

괜히 잘못 익혔다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일이고.


게다가 난 코치나 투수도 아니고 포수.

내가 선배라지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문제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니니.

하지만 퀘스트가 걸려 있는데 이대로 두고만 볼 수도 없는 일.


‘박훈 영혼의 배터리 삭제.’


[영혼의 배터리 목록에 박훈을 삭제합니다.]


‘김재춘 영혼의 배터리에 넣어 줘.’


[알겠습니다. 영혼의 배터리 목록에 김재춘을 추가합니다.]

[목록 변경하는데 한 달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습니다.]


이럴 수가.

김재춘을 한 달 이나 영혼의 배터리에 넣어야 한다니.


‘이렇게 중요한 건 미리 알려 줘야지!’


일순 울컥했으나 돌아오는 메시지는 없다.

어쨌든 김재춘을 쓸만한 선수로 키워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나를 위해서라도.

투수가 잘 해야 내 가치도 상승하는 거니.


“선배님?”

“···어?”

“괜찮으세요?”

“···어, 그래.”


나는 시선을 돌려 김재춘을 바라봤다.

일그러졌던 표정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나를 향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어쨌든 영혼의 배터리 효과는 대단했다.

감정이 요동치던 김재춘의 얼굴이 순식간에 담담해졌으니.


“난 괜찮으니까 한번 던져 볼래? 내 생각엔 쓰리쿼터가 맞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자세는 안다고 했나?”

“예,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쇄애액!

퍼억!


그렇게 공을 몇 번 더 받았다.


“잘했는데 팔 각도를 조금 더 높게 들어 볼래?”

“예.”

“무릎도 조금 더 높게, 그래. 그거야.


처음엔 잘 모르는 선수라 존댓말을 했지만, 몇 번 코칭을 하자 자연스럽게 반말이 나왔다.


홀로그램이 보여 준 자세와 거의 비슷해져 간다.

물론 몸에 완전히 익히기 위해선 연습은 더 해야겠지만.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쐐애액.

퍼억!


음, 이번 공은 확실히 괜찮다.

홀로그램 녀석도 마음에 드는지 손뼉을 치다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렇게 투구를 반복하며 자세를 교정했다.

김재춘에겐 언더 스로우보다 쓰리쿼터 폼이 훨씬 낫다.

공에 힘이 제대로 실린다.

변화구도 더 제대로 긁히고.

릴리스 포인트도 아까보다 점점 더 일정해진다.


하지만 투구 폼이라는 게 던질 줄은 알고 있었어도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경기에서 바로 적용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겠지.


원래 연습하던 폼도 아니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몇 주는 적응 기간이 있어야 할 거다.


“흠.”


공을 던지던 김재춘이 혼란스러워한다.

본인도 느끼는 것이다.

원래 던지던 폼보다 지금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걸.


“내가 볼 땐 지금이 훨씬 좋은 것 같은데 넌 어때?”

“저도 쓰리쿼터가 제게 맞는 것 같아요. 구속도 올라간 것 같고.”


뭐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밖에 없다.

공을 받을 때 미트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부터가 다르니까.

그냥 눈대중으로만 대충 봐도 구속이 3Km쯤 올라간 것 같고.

이렇게 계속 연습하고 쓰리쿼터를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만들면, 구속은 더 빨라질 것이다.

거기에 영혼의 베터리 효과도 있으니까 나랑 합을 맞추면 빨라질 수 밖에 없다.


“공 좋은데? 쓰리쿼터로 아예 폼을 바꿔 봐.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거야.”

“예!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재춘은 내게 진실로 고마워서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나는 그런 김재춘을 보며 웃었다.


‘잘 성장해서 빨리 1군으로 올라와라. 몇 주는 걸리겠지만.’


그래야 스킬 레벨이 하락하지 않는다.

레벨이 오르는 건 덤이고.

이건 나를 위해서 한 일이다.

하지만 김재춘에게도 득이 되니 서로에게 윈윈이지.

김재춘도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엔 없던, 자신감으로 가득 찬 미소였다.


***


권석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경기 피닉스는 기존의 성적을 유지했다.

다른 불펜 전력이 잘 커버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격에서 김성준이 맹활약했다.


5경기 19타석에서 단타 1개 2루타 3개, 3루타 1개를 때려냈다.

홈런은 없지만, 대단히 훌륭한 성적.

1군 타자 중에서 용병을 제외하고선 발군이라 할 수 있다.

역전당한 점수 차를 다시 재역전하기도 했으니.


“김성··· 겁쟁아. 아주 잘했다.”


지금도 2루타를 치고, 득점까지 올리며 들어오고 있다. 김류진 감독은 김성준에게 칭찬했다.


“···예?”

“잘했다고.”

“방금 제 이름으로 부르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안 그랬는데. 겁쟁이라고 불렀는데.”


한창 물오른 모습. 김류진 감독도 하마터면 김성준을 인정하고 이름으로 부를 뻔했다.


‘이제 이름으로 불러 줘도 괜찮겠지만······.’


김류진이 봤을 때 김성준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선수.

지금 인정하면 안주할까 걱정이 되었다.


‘당분간 이름으로 불러 줄 일은 없다.’


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어제까지만 해도 선발과 불펜이 괜찮았는데 오늘은 영 아니다.

벌써 6실점.

그나마 타격에서 힘을 써서 6:4. 아직까지 점수 차는 크지 않다.


‘어떻게 한다.’


불펜 피칭에선 괜찮았다고 하는데 마운드에 올라가니 총체적 난구.

제구, 구속, 구위 등 모든 것이 엉망이다.


금방 회복될 줄 알았던 권석호의 부상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재춘이랑 훈련 중이라던데 어때?”


김재춘.

2군에 있던 투수인데 별 기대를 하고 있던 선수는 아니다.

성적도 좋지 않고, 성장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하지만 2군에서 김성준이 공을 받아 줬다는 말을 듣고 1군으로 콜업했다.

김성준이 직접 픽해서 봐 줄 정도면, 무언가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 뒤로 두 사람은 거의 매일같이 훈련하고 있고.

김재춘이 무서울 정도로 공이 좋아지고 있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좋아지고 있습니다. 재춘이는 잘할 거예요.”

“그래?”

“예, 투구 폼을 바꾸고 있거든요.”

“흠.”


투구 폼을 바꾸는 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팀 린스컴, 릭 양키엘, 맷 하비 등 투구 폼을 바꾸려다 부진에 빠졌던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 말고도 성적 향상이나 부상 예방을 위해 투구 폼을 바꾸려는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내가 도와줄 건 없고?”

“···저 재춘이에게 기회를 한 번 주시는 게 어떤지. 잘할 것 같거든요.”


김성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투수 코치들도 김재춘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요즘 보기 드문 연습 벌레예요. 그만 던지라고 말해도 계속 던지니까 공이랑 글러브를 뺏은 적도 있다니까요?

-독종입니다, 독종. 생긴 건 안 그렇게 생겼는데 얘가 어찌나 독한지.

-지훈이는 성공할 겁니다. 이런 얘가 성공 못하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본인 스스로가 가능성을 맛봐서인지 열심히 한다는 보고.

김류진 감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수석 코치에게 시선을 옮겼다.


“지훈이 지금 불펜에서 공 던지고 있나?”

“예, 다음 이닝에 올려 보내.”

“예, 알겠······ 예?”

“올려.”

“알겠습니다.”


이제 겨우 3회.

하지만 선발 투수가 컨디션 난조로 6점이나 실점하니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는 수밖에.


***


경기 피닉스가 지고 있다는 소식에 야구팬들이 경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드디어 내려가는구나!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신생팀 주제에 위에 있는 거 얼마나 꼴 보기 싫었는데.

-이 기세 타고 11위까지 쭉쭉 내려가라!


경기 피닉스의 약점은 주전 선수 몇을 제외하곤 괜찮은 전력이 없다는 것.

즉, 선수층이 얇다.


김류진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로테이션을 최소화했고, 주전 선수들은 점점 피로가 누적되었다.


이는 곧 시즌 초반과 달리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그 모습에 팬들은 확신했다.

곧 내려갈 거라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기 피닉스는 꾸역꾸역 이기고 있다.

질 것 같은데 안 진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과는 다르게.

그런데 마침 오늘 경기에서 패할 것 같자, 조롱을 보내는 것이다.


-그래. 내려갈 팀은 내려가는 법이지. 경기 피닉스는 올라갈 일만 남았고.

┖뭐래. 병신 팀이.

┖지고 나서 후회하지 마라.


3회 말.

[투수 교체가 있습니다.]

[오늘 경기 피닉스 선발 투수가 너무 부진하네요. 새로 투입된 선수는 김재춘! 어떤 선수죠?]

[음. 이 선수 1군 기록이 없어요. 음······ 음······.]


김재춘이 마운드에 올라오자 해설 위원은 잠시 당황했다.

1군 기록이 전혀 없는 김재춘이 올라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이다.

2군 기록을 찾아 말해 주려는데 처참하다.

이 정도면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게 낫다.


떠오르는 생각은 딱 하나, 패전 처리 투수.

그런데 경기를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나.

이제 겨우 3회다.

점수 차도 크지 않고.


[일단은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황한 해설위원은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커뮤니티는 불타올랐다.


-당황했어 ㅋㅋㅋㅋㅋ

┖저거 연기 아니지?

┖저게 연기면 해설이 아니라 배우를 해야지 ㅋㅋㅋㅋ

┖그런데 김재춘 진짜 누구임? 처음 보는데?

┖나도 몰라.


그러나 경기 피닉스 관중석은 뜨거웠다.


“뉴 페이스 유망주인가?”

“그런 듯?”

“오오오오! 힘내라! 김재춘! 김재춘!”

“최강 김재춘!”


김재춘이 어떤 선수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경기 피닉스 소속 투수.

목이 터져라 응원을 보내기 시작한다.

2군 경기까지 챙겨 보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함성에 김재춘은 얼떨떨했다.


‘내게 이렇게 응원을 보내 주시다니!’


저 응원 소리 중에 할머니는 없다.

하지만 병실에서 지켜보실 할머니의 응원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1군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실망을 안겨 드릴 순 없다.


‘잘하자, 할머니가 보고 계셔.’


김재춘은 진지한 얼굴로 포수 김성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옆에 선 타자를 노려봤다.

그의 눈빛에 진한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무조건 잡는다. 죽어도 잡는다!’


처참한 나날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 줄 때다.


“플레이 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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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웨어울프(4) +2 24.08.06 123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5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7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5 6 12쪽
» 김재춘(3) +2 24.08.02 15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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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개막전(3) +2 24.07.29 189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93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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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시범경기(2) +3 24.07.25 203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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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연습경기(1) +3 24.07.20 24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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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잭 톰슨(1) +1 24.07.18 258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3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3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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