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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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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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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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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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2)

DUMMY

13.


‘제의를 받았군. 어딘지 몰라도 양아치. 그것도 개 쓰레기 양아치도 안 할 짓을!’


실망하고 있는 김성준의 반응을 본 강철은 확신했다.

오션스 이해준 단장 같은 사람과 접촉이 있었다고.


정식 계약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임시 계약 상태.

소속 구단의 허가 없이 타 구단이 계약을 위해 접촉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


겉으론 태연했으나 속은 활화산처럼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러나 혼내 줄 방법이 없다.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한 거겠지. 걸려도 무마시킬 수 있고.’


야구판에서 오래 구른 이해준이라면 그럴 수 있다.

강철이 오래전 중학생이 됐을 때부터 단장으로 일했으니.

온갖 비리와 편법을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물론 증거는 없다.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강철은 김성준을 바라봤다.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겠지.’


김성준이 착해도 바보는 아니다.

애초에 야구는 머리가 나쁘면 할 수 없는 스포츠이기도 하고, 순순히 말해 줄 리도 없다.


‘도대체 어디 누구랑 만난 거야?’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김성준과의 계약 기간은 스프링 캠프까지.

끝났으니 지금 계약 제안을 거절하고, 얼마든지 타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요미우리와의 연습 경기로 이름과 몸값이 올라간 상태.


‘얼마를 불렀을지가 더 중요하겠군.’


강철의 두뇌가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어느 구단이든 뛰어난 유격수와 포수는 귀하다.

특히나 김성준은 김류진 감독이 주전 포수라고 했다.

그러면 주전 포수다운 대우를 해 줘야 한다.


‘그냥 얼마를 원합니다, 라고 말해 주면 편할 텐데.’


여긴 연봉협상 테이블 아닌가.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다.

그럴 자격도 있고.


그러나 김성준은 말없이 실망한 표정만 짓고 있다. 원하는 연봉을 말해 줄 눈치가 아니다.

답답했다.


‘저 성격 때문이겠지.’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조심해야 한다.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 들을지 모르니까.

특히나 이런 자리에선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제 어떻게 한다.’


1군 경기가 전무한 김성준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1억도 많이 쳐준 것이다.

원래는 나이와 경력을 감안해 오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1억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표정.

1억을 1천으로 봤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김성준을 자주 봤고, 단장의 경험이 많았으면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철로서도 단장 일은 처음.

옆에 있던 운영팀장은 뭔가 이상한데 하고 고개를 갸웃했으나.


강철이 연봉을 수정한 뒤였다.

무려 2억 원.


‘돈은 우리 구단이 제일 많아!’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면, 보너스 지급이라는 드문 계약 조건까지 알아서 걸었다.


강철은 확신에 가득 찬 미소를 지으며 김성준을 바라봤다.

누가 보더라도 믿기지 않는 듯한 놀란 얼굴.


‘2억 아래였나 보군.’


어디서 개수작을 부렸는지는 몰라도 빨리 계약을 매듭짓고 싶어졌다.

일단 계약만 하면, 완벽한 경기 피닉스 소속이니까.

타 구단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기분을 만끽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계약금 오천입니다. 이건 계좌번호 알려 주시면 오늘 중에 바로 쏴 드리죠. 우리 경기 피닉스와 계약하시겠습니까?"

“···.”


강철 단장은 침을 꼴깍 삼켰다.

어떻게 된 게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섰을 때보다 더 긴장됐다.

김성준은 혀로 입술을 다시며 뭔가 말할 듯 말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지.


“잘 부탁합니다."

“예."


강철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건넸다.

김성준이 다른 선수 계약서와 착각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운영팀장만 뭔가 이상한데 하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연봉 삼천이어도 계약이 성사됐을 것 같다는 날카로운 생각을 하면서.


잠시 뒤.

김성준, 박훈과 정식 계약을 마무리한 강철은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강철입니다."

-어, 단장. 무슨 일인가?

“계약이 끝나서 전화드렸습니다. 그런데 원래 계획보다 김성준 선수 연봉을 올렸습니다. 이억으로요."

-······.


들려오는 대답이 없다.

몇 호흡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계약 전 보고랑 다르잖아. 자신의 가치를 모르는 선수한테 많은 연봉을 줄 필요가 없다고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그런데 다른 구단과의 접촉 정황이 보여 어쩔 수 없이 연봉 인상과 사소한 계약 조건 몇 가지를 수정했습니다."


-음, 그래 알았어. 실력 좋은 선수인 건 확실하지?


“예, 감독님도 우리 팀 주전 포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한 겁니다."


연봉 2억.

주전 포수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줄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정식 리그에서 주전 포수만큼의 실력을 보여 줘야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네. 대신 2억 원의 값어치를 못 하면 자네가 책임져야 할 거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성준은 잘할 겁니다."


강철 단장은 호기롭게 말했다.

그렇게 약 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시범 경기가 열렸다.


선발 출전한 김성준.

경기 피닉스 4: 웨어울프 3 승.

공수 모두 주전 포수다운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며칠 뒤 열린 2번째 시범 경기.

수비가 강하기로 소문난 팀이다.

잘해야 무승부.

선발 출전한 김성준은 이번에도 준수한 활약을 했다.

결과는 피닉스 1: 라이언즈 1.

패배로 예상됐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것이다.


3번째 시범 경기.

상대는 전통의 강호 블랙타이거.

마찬가지로 패배가 예상되는 경기였지만.

7:7 무승부를 기록했다.

3번 연속 일어난 이변.

물론 시범 경기니 정식 리그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사장은 강철 단장의 판단력과 김성준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를 내고 있으니까.


사장은 구단주이자 피닉스 총수인 문주열에게 칭찬까지 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경기 피닉스가 강해서 이긴 거 아니야?’


요미우리전 이후 부쩍 강해진 경기 피닉스.

경기 내용 자체가 좋다.

김성준 한 명이 팀에 영향력을 줘 봤자, 얼마나 주겠느냐 싶었던 것이다.


며칠 후 김성준 대신 오연수가 출전한 4번째 시범 경기.

썬더볼츠에게 13대 1이라는 점수 차를 기록하며 대패하게 된다.

이어서 5, 6번째 경기 결과 역시 마찬가지.


포수를 제외한 출전 선수 대부분이 똑같은데 전혀 다른 팀이 된 듯한 느낌.

사장은 김성준에 대한 의심을 지워 버린다.


‘조금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연봉 2억을 줘도 아깝지 않은 선수인 것 같군.’


***


뉴욕 어스턴스에서 경기 피닉스로 헐값에 이적 온 1루수 샘 워커.

그는 사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출신 포수였다.


주자와 충돌 후 팔꿈치 부상으로 송구가 안 된다. 그날 이후 샘 워커는 하락세를 탔다.


포수에게 있어서 빠른 송구는 필수 중인 능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도루를 방지하고, 수비의 안정성을 높여 줄 수 있다.


수술로 짧은 거리에 있는 선수에게 정확한 송구는 괜찮아졌지만, 빠르고 강하게 던지는 동작은 불가능했다.


결국 마이너리그에서도 그를 받아 주는 팀이 없게 되었고.


은퇴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강철 단장을 만나게 되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송구할 수가 없어요. 부상 때문에."

“괜찮습니다. 우린 샘을 1루수로 기용할 생각이거든요."

“전 포수인데요?"

“포지션 변경. 흔히 있는 일 아닙니까? 1루수는 별로 어렵지 않아요. 샘은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포지션 변경이 흔한 일이었던가.

그러나 강철 단장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여기 계약서입니다."

“그래도···.”


계약서에 적인 연봉과 계약금을 확인한 샘 워커.


“어깨가 부서지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서지면 곤란한데요?"

“하하."


그렇게 경기 피닉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거절하기엔 너무나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1루수로 뛰는 건 엄청나게 어려웠다.

그의 실책 때문에 몇 점이나 내줘야 했는지.


‘난 여기까지구나.’


야구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자괴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훈련에서도, 타석에서도 이 악물고 뛰었다.

그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건 선구안과 타격이었으니.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면 정말로 야구 인생 끝이다.


나이 서른다섯 살.

몸이 이러니 슬슬 생각하게 된다.


“썽준 킴?"


샘 워커는 살면서 농담으로라도 잘생겼다거나 귀엽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의 딸도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트린 게 몇 번인지.

본인도 거울에 비친 험악하게 생긴 얼굴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김성준을 불렀다.


“예, 안녕하십니까."


참 예의 바른 선수다.

친근하게 대화를 나눈 적은 많지 않지만, 말투가 싹싹하고 친절하다.

경기 중 몇 번이나 실수해도 김성준은 비난이나 원망의 눈빛을 보낸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다른 놈들은 내 얼굴 보고 근처에도 안 오려고 하는데.’


미안하면서도 동시에 고마웠다

훈련은 어찌나 열심히 하고, 성실한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넌 대단한 선수가 될 것 같아. 어쩌면 메이저리그에 갈 수도."

“예? 제가요?"

“응, 지금도 포구는 메이저리그 포수에 뒤처지지 않는 것 같아."

“에이."

“진짜야."


물론 지금 실력으론 어림도 없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김성준을 보면 언젠가 가능할 것 같다.


“감사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이 참 따듯하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툭 말했다.

하나라도 알려 주고 싶어져서.


‘조금만 다듬으면 더 잘할 것 같은데?’


원래는 그의 성격상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


“예?"

“스트레칭말이야. 포수는 경기 내내 앉았다가 일어날 일이 많거든? 그래서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

“아."

“근육하고 관절을 잘 풀어줘야 하거든. 내가 좀 알려 줄까?"

“예!"

“내가 오클랜드에 있을 때 스포츠 트레이너한테 배운 자세인데······."


관절을 유연하게 늘려 주고, 근육을 풀어주는 동작.

별것 아닌데도 김성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배운다.

보면 볼수록 진국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팁 몇 개 더 알려 줘야겠군.’


미국에서 포수로 야구하며 알게 된 노하우와 팁을 전수해 주었다.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할 수 있는 자세도 시범 삼아 보여 주었다.

실제로 던질 수는 없어도 천천히 자세를 잡는 건 문제 없다.


“아!"

“이렇게 앉아서 송구할 수도 있어. 물론 2루처럼 거리가 멀면 힘을 줘야 하니 일어서야겠지."

“정말 감사합니다!"

“음, 그래."


샘 워커는 김성준의 눈과 마주쳤다.

당장 보답하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알려 준 걸 금방 습득해서 자기 걸로 만드는 걸 보니 뿌듯했다.

코치들이 느끼는 기분일까.


‘알려 주길 잘했어. 앞으로도 종종 팁을 줘야지.’


그러나 금방 눈을 피하는 김성준.

샘 워커는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자신과 눈을 마주쳐도 담담한 사람은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군인이나 잔혹한 범죄자들뿐이었다.


물론 그들도 30초 이상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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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웨어울프(4) +2 24.08.06 123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5 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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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잭 톰슨(1) +1 24.07.18 258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3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3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4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6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4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5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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