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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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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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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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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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운동 좀 해야겠다 1

DUMMY




“맛이 어떠누?”


할머니가 자신보다 두 뼘은 큰 손자를 올려 보면서 물었다.


그 질문을 한 할머니. 손자의 대답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데 그건 할머니뿐이 아니다. 할아버지와 동생 정희 그리고 영구까지도··· 그래 보인다.


정신을 잃고 기억이 오락가락한다면 입맛이라고 다를까. 입맛도 잊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머릿속 기억이란 게 식성이나 입맛은 제외한 것은 아닐 테니까. 


정식의 표정을 살피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세 사람. 

미세한 정식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너무 맛있어요.”

“정말?”


할머니가 화색이 되어 되묻는다. 


“예.”

“전에 먹던 칵국수 맛 그대로라고?”


이번 엔 정희가 또 묻는다.  


“그렇다니까.”


그게 중요했다.


맛있다는 건 처음 먹는 사람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할머니가 손맛 하나로 20년 넘도록 국수집은 운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그만큼 맛이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국수가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이 근방에 사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 할머니의 국수 맛이 일품이란걸 말이다.


그러니 맛있다는 것으로 정식의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정식이 기절하기 전에 기억하는 그 맛이 지금 느끼는 국수 맛과 같은가? 그게 중요했다.


어리지만 정희는 안다.


뭣이 중헌지 말이다. 맛있다가 아니라 전에 느끼던 맛과 지금의 맛이 같은가 하는 점이다. 


“다를 게 뭐 있어. 할머니가 만든 건데.”

“정말?”


노부부와 정희는 안도했다. 정식이 그리 많이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니구나. 머지않아 기억이 다 돌아 올 수 있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고맙다. 고마워. 아이구! 내 새끼.”


할머니가 자신의 국수맛을 알아보는 손자에게 눈시울을 훔쳤다. 


“고맙기는 뭐가 고마워요. 당연하지.”

“맞아요.”

“멍멍.”


공정식의 말에 정희가 신이 나서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영구도? 짖는 것도 그렇고 꼬리를 흔든 것이나 표정도 마치 사람 말을 다 알아듣는 것 같다. 


어쨌거나 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운 공정식. 


“한 그릇 더 주세요.”


그릇을 할머니에게 내민다.


“그래 얼마든지 더 먹으렴.”


할머니의 입이 함지박만 해졌다. 할아버지와 정희의 표정도 같다. 


애호박을 곁들인 할머니표 손칼국수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맛 아닌가.


그런데 국수를 먹는 내내 드는 생각이 있다. 


마치 오랫동안 못 먹고 있다가 먹게 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분명히 거의 매일 하루에 한 번은 먹었을 국수였다.


매일 먹는 익숙함과 더불어 아주 오랜만에, 그러니까 10년은 족히 된 오래된 추억 속의 맛 같은 느낌이 자꾸 드는 것일까. 


그리고 국수를 함께 먹던 아련한 기억 속의 사람도···.


식사를 마치고 나자  졸렸다. 그리고 밖은 어느새 저녁의 어스름이 내려앉아서 어두워지고 있었다.


“좀 쉴게요.”


국수를 실컷 먹고 난 정식. 

방으로 들어왔다. 공정식의 기억이 많이 돌아온 걸 느낄 수 있는 것이 방이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이제 집안은 거의 파악이 되었다.


조부모님과 여동생, 그리고 진돗개 영구. 가족관계는 단촐했다. 자동차 사고로 돌아간 정식의 부모님.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어린 정식과 정희가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고 일흔이 넘은 노부부도 어린 손자와 손녀를 살피느라 노년에 고생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노부부가 시장통에서 국수집을 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해온 가게라고 하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비록 정식의 부모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갔지만 네 식구는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정식이 이런 일을 당하다니. 충격이 컷겠지만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학교친구들은 방대호와 허동철, 그리고 전은숙을 통해 관계를 파악한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 든 핸드폰을 꺼냈다. 

먼저 친구들과 주고 받은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특이한 것은 없었다. 통화내역도 마찬가지였다.


전은숙과 방대호, 허동철과의 통화가 종종 있을 뿐 다른 통화는 거의 없었다. 문자도 간단한 이야기가 전부였다. 숙제가 어떻고, 언제 어디서 보자는 그런 정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내용이 빈약했다. 당연히 저장된 전화번호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친구 엄청 모범생인가보네?’


공정식이 모범생인 것은 맞았다. 착하고 조용하고 공부 잘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없고 어르신들 말씀 잘 듣고···.


‘모범생은 다 이런가? 너무 심심한데.’


그리고 드는 생각···.


‘모범생이면 뭐하나. 자기 몸 하나 못 지키는데.’


갑갑한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게 꼭 폭력배를 혼내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도망이라도 쳐서 위험을 피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냥 맞고만 있는다면 그게 과연 착한 것일까. 순진하다 못해  바보같은 행동이 아닌가 말이다.  


도망을 간다고 누가 비웃겠는가. 폭행을 당하는 것 보단 훨씬 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자 갑갑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졌다.


그리고 다짐을 하는 공정식.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가만히 당하는 일 말이다.


‘절대로.’


공정식,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그런데 근육이 없어서 그런지 주먹이 영 어설프다.


‘젠장! 너클 파트가 모양이면 곤란한데.’


***


잠시 졸았다. 


밤이 되기도 전에 졸렸다. 알 수 없는 피로감이 몰려 들었다. 이런 적은 없었다. 기절을 한 후유증인 것 같다.


하루 종일 침대에 쓰러져 있었는데도 졸리다니. 기절한 것과 자는 것은 많이 다른 모양이었다. 


이건 졸음이군.


그렇게 생각되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정식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깐 눈을 감았다.


어쨌거나 잠깐 이나마 잠을 자고 나면 피곤도 풀리고 기억이 조금이라도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오빠!”


동생 정희다. 우리의 영구가 꼬리를 흔들고 있다.

잠깐 조는 사이 정희와 영구가 방에 들아온 것이다. 


“어···어서 와. 왜?”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며 정희가 정식을 깨우고 있었다.

 

“산책 가야지.”

“산책?”

“응! 기억 안 나? 매일 가던 산책 말이야. 어제 못 갔으니까 오늘은 가야지.”

 

매일 셋이 산책을 다녔던 모양이다. 당연히 가야지. 암! 가고말고.  


정식은 얼른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영구의 흔들리는 꼬리가 어지럽다.  

 

생각난다. 산책코스는 공원이다. 동네 주민들이 늘 운동을 나오는 곳이다.

 

영구가 앞장을 선다. 아직 어리지만 늠름한 영구.


동물병원이 있는 정자 근처에 이르자 누군가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심상치 않다.  

 

“아니. 오물을 방치하고 그냥 가면 어떻게 합니까?”

“언제 그랬다고 그래?”

“그러면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한다는 거요?”

“짜증나네. 내가 뭘 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가로등 아래. 어르신 한 분과 젊은 청년이 서로 다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개 오물을 치우지 않은 모양이다. 양심을 내다 버린 얌체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어째 청년이 혀가 짧다. 


이런 문제는 사실 사소해 보여도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냥 놔두면 금방 공원이 이 똥원이 될 수 있으니까. 확실하게 조치를 해야하지만 과연 그걸 누가 할 것 인가의 문제다. 

 

웬만해서는 모르는 척하는 게 좋다. 괜히 오지랍을 부리다가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양심이라고는 털 한 가닥 없는 견주를 만나면 봉변을 당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일에 함부로 나서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저분은 눈에 익다. 확실하지 않지만 돌아오던 길에 노인회관에서 뵌 그분 같기도 하고···.


만약 그게 맞다면 자주 본 적이 있다는 얘기인데···.

 

“내가 두 눈으로 똑바로 봤는데, 아니라고 잡아떼면 어쩌자는 건가?”

“뭐요. 아니 이 영감이 뭘 잘못 먹었나?”

 

급기야 청년의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청년의 말도 그렇고 체격도 심상치 않다. 그런데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노인의 기세. 그 용감한 모습에 정식은 좀 놀랐다. 대체 뭘 믿고 저런단 말인가.

 

“아! 교장선생님.”

 

정희의 탄식 소리가 들린다.  

 

“교장선생님? 아는 분이야?”

“작년에 퇴임한 우리 학교 김교장 선생님이시잖아. 기억 안 나? 오빠가 초등학교 다닐 때도 교장 선생님이셨는데.”

“아! 그렇구나.”

 

공정식은 이제야 자신의 머릿속에 김교장 이라는 말이 떠올랐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역시 이름 값하시네.’

 

김교장님은 절대로 뒤로 물러날 분이 아니다.


이 마을에 오래 사신 토박이일 뿐 아니라 한번 마음을 먹으면 무슨 일이든지 해내는 분이니까. 오랜 교직 생활을 한 것도 그렇고 보통 깐깐한 분이 아니다. 많이 고지식 하시다. 

 

“아!  정말 짜증 나게 하네.” 

 

마침내 청년의 언성이 높아지더나 김교장 앞으로 다가서는 청년.


청년의 옆에는 불독 한 마리가 험악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오늘 사건의 주범.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런데 주인과 달리 불독은 착해 보인다. 

 

“개똥을 치우지 않고는 한 발도 갈 수 없네. 알겠는가?”


청년의 위압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는 김교장. 

 

“하! 정말 한 주먹도 안되는 영감이 뭘 믿고 이러시나? 내가 그렇다고 봐줄 줄 알아?”

“한 주먹이라고? 어디서 배워먹었길레 말을 함부로 한단 말이야. 못 배워 먹은 놈 같으니라고.”

“뭐라고?”


못 배워먹었다는 말에 격분한 청년. 마침내 김교장의 멱살을 잡아 흔든다. 그 모습이 마치 큰 곰같다. 이리저리 마구 흔들리는 작은 체구의 김교장.  


“야! 곰탱이. 그 손 치워!”


저러다가 크게 다칠 것 같다.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정식과 정희. 

 

갑자기 나타난 정식과 정희를 본 청년.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뭐 곰탱이? 이것들이 미쳤나?”   

 

앞으로 다가서는 청년. 김교장에게 못한 화풀이를 하려드는 것 같다. 


앞으로 나서는 공정식. 덩치가 큰 청년은 정말 곰 같아 보인다.

 

“살다 보니. 어이없네.”


정식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썩소를 날린다. 그 웃음엔 이유가 있다.

 

“아가야! 이리 온.”

 

녀석의 말을 들은 정식. 이런 녀석은 용서할 수 없다. 양 주먹을 꽉 쥐는 정식. 


아! 그런데···.

주먹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직 몸이 안 된다는 걸 깨닫는 공정식. 아무리 주먹을 세게 쥐어봐도···. 손이 바들바들 떨릴 뿐이다. 

 

‘하! 이런 된장.’

 

이런 주먹으로는 곰탱이를 상대할 수 없다.  

 

그때 곰탱이가 정식에게로 다가온다. 


마침 잘됐다. 노인네 건드리기는 뭣하던 참인데. 너 정도면 내가 오늘 몸 좀 풀어도 되겠다.  그런 표정이랄까. 얼굴엔 여유가 가득하다. 


“뚜두둑···."

 

곰탱이가 손가락 마디를 꺾는 소리가 들린다. 


‘이거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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