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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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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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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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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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갈취와 폭행

DUMMY

“하! 이 아저씨 보게. 가진 게 이거 뿐이라고?”

 

오재영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허연 침을 땅바닥에 내뱉었다. 거친 반응에 놀란 공정식은 당황한 나머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개학한 이후, 두 번째였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에 한 번 겪었던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개학 2주 만에 벌써 두 번째라니. 일주일에 한 번씩. 이건 좀 심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절친 방대호나 허동철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그런데 그걸 위안으로 삼아도 될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걸까?”

 

늘 신세타령을 하는 방대호와 허동철.

 

운이 나쁘다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둘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개학을 하고 나서 벌써 세 번 씩이나 당했기 때문이다. 공정식에 비하면 두 사람은 훨씬 많다.

 

“내가 가는 길을 알고 기다리나 봐. 아휴!”

 

방대호의 신세 한탄은 땅이 꺼질 것 같았다. 

 

“우리가 돈이 많아 보이냐?”

“어이없네.” 

 

허동철도 별반 다를 바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빈도가 높지 않았던 공정식. 그러나 그건 조금 전까지 이야기다. 


오늘은 다르다. 느낌이 싸하다. 강력한 찬 기운이 뒷골을 감싸고 돈다. 


“내가 누군지 알지?”

 

오재영이 정식을 빤히 노려본다. 안다. 잘 안다. 사복을 입고 있지만 그는 엄연히 정식이 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그러니 그는 정식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인 셈이다. 


그는 정식의 대답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정식의 멱살을 움켜쥔다. 


80kg은 족히 나갈 것 같은 건장한 체격의 오재영이 정식의 멱살을 잡고 흔든다. 키는 또래 아이들보다 크지만 몸은 빈약해서 50kg대를 맴도는 정식. 그의 완력에 정식의 몸이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앞뒤로 마구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지럽다.

 

“네.”

 

공정식.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했다. 

 

그러나 오재영은 전혀 학생 같지 않다. 사복을 입은 데다가 인상도 험악해서 한마디로 조폭같다.


항상 아이들에게서 뭔가를 뜯어내는 그는 상대가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가리지 않는다. 


지나가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초등학생에게도 돈을 뜯어낸다는 소문이 있다. 


설마?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3 일진 패거리들은 학교에서 멀지 않은 상가의 골목이나 공원 벤치를 아지트 삼아 지나가는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지금 공정식의 멱살을 잡고 있는 오재영은 3학년 일진중 행동대장격이다. 패거리중 가장 성질이 더럽고 급하며 똘끼가 넘치는 놈이다. 


“지금 나한테 장난하냐?”


덩치가 정식의 손바닥 위에 놓인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다.

정식은 지난번에 다른 일진에게 참고서 살 돈을 뜯긴 이후로 최소한의 돈만 가지고 다닌다. 뭐 가지고 다닐 돈도 없지만. 


“정말 이게 전붑니다.”

“뒤져서 더 나오면?”

“······."

“왜 대답을 못해. 이 새끼야.”

“정말 이거밖에 없습니다.”

“이 새끼가 보자보자하니깐? 가방 이리내.”


그는 정식의 가방을 이리저리 뒤졌다. 심지어 거꾸로 들고 흔들기까지 했다. 교과서와 공책, 필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 새퀴. 정말 사람 빡치게 하네.”


정식의 가방을 탈탈 털고 몸수색을 해도 그가 원하는 돈은 나오지 않았다.  


“저런 새끼들은 반 죽여놔야 다음부터 돈을 가지고 다닌다고···.”


오재영의 뒤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던 다른 녀석이 허연 이 사이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니 눈엔 내가 거지 새끼로 보이는 거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그는 발로 정식의 정강이를 차면서 말했다. 


“윽!”


정강이가 돌로 맞는 듯 아팠다.

원하는 걸 얻을 수 없게 된 오재영의 목소리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오재영의 손이 정식에게 다가오더니 쇠집게 같은 엄지와 검지손가락이 정식의 뺨을 힘껏 집어 당겼다.  


“아아아···."


볼이 찢겨 나갈 것같이 아팠다. 정식의 볼을 한참 동안 당기고 난 후에야 오재영이 손을 놓았다. 불에 덴 것처럼 볼이 얼얼했다.


그러고 나서는 두꺼운 손바닥으로 정식의 눈두덩을 후려쳤다. 눈에서 불이 번쩍거렸다.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한밤중 같은 암흑세계가 펼쳐졌다.


“가라. 이 새끼야.”


정식의 볼을 몇 번 더 ‘철썩’ 소리가 나도록 때리고 난 오재영이 선심을 쓰듯 말했다. 


“예?”

“가라고. 새끼야.”

“네네···.”


점점 뜨거워지는 얼굴을 감싸 쥐고 얼른 돌아선 공정식. 몸이 휘청거리면서 어지러웠다.


그 순간···.


“야!”


다시 정식을 불러 세우는 오재영.


“네.”

“넌 인사도 안 하고 그냥 가냐?”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꼬투리를 잡힌 공정식.


“돈이 없으면 예의라도 알아야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넌 좀 더 맞아야겠다.”

“?”


오재영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공정식. 


뭐라고. 언제는 가라더니 아!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담.


하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험악하기 그지없는 오재영에게 감히 덤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저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먹이 날아들었다. 


퍽어어억.

컥!


가슴으로 날아드는 주먹. 커다란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먹은 공정식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주먹이 주는 충격과 동시에 정식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특히 두 번째 주먹이 가슴을 정통으로 타격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아아···. 컥컥!”

“일어서.”


퍽!


또 한 번의 주먹이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정식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이어서 정식의 머리로 날아드는 발.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마는 정식.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 새꺄!”


오재영의 고함소리에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나는 정식. 가느다란 몸이 후들거린다. 어지럽다. 머리가 아프다. 가만히 서 있을 수 없다. 몸이 흔들린다. 쓰러질 것만 같다. 


재미있다는 듯이 정식을 바라보는 오재영. 자신의 펀치가 맘에 들었는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더니 비틀거리는 정식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척 올린다.


“내가 너 같은 애를 더 때려보니 뭐하겠니. 다음엔 좋게 보자. 돈 좀 가지고 다녀라. 알았지?”

“······.”

“왜 대답이 없냐? 싫어?”

“아···. 아닙니다.”


정식이 겨우 대답했다.

정식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오재영이 또 웃었다.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다. 

  

“오늘 일은 우리 둘만 아는 거야. 알지?”

 

정식이 보는 앞에서 주머니칼을 꺼내 한 바퀴 휘돌린다. 하얀 칼날이 번득인다. 입조심하라는 무언의 협박이다. 


“예.”

“그럼 가봐.”

“감사합···.”


어지러워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 교육효과가 있네.”


돌아선 정식. 숨을 쉴 수 없도록 가슴이 아프다. 


주먹을 힘껏 쥐어본다. 그런데 주먹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가늘고 나약한 몸. 근력이라고는 눈에 띄지 않는 가녀린 팔과 다리. 약한 몸이 한스럽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시울이 축축해진다.


김독수처럼 되고 싶다. 그 처럼 강하다면 이런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리어 내 앞에서 눈도 똑바로 뜨지 못하고 쩔쩔맸을 터. 나도 김독수처럼 강해지고 싶다.

 

갑자기 김독수라니.


어제 우연히 UFC 타이틀 매치 방송 예고를 보았다.


UFC 밴텀급 챔피언 도전자 김독수.


오늘은 김독수가 UFC 챔피언에 도전하는 날이다. 김독수는 한국인 최초로 UFC 챔피언이 될 것이다. 두 시간이나 계속된 김독수 특집 경기를 본 공정식은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빨리 집에 가야한다. 경기를 보려면 미리 할 일을 다 해놔야 한다. 시간이 없다. 바삐 걸음을 내딛는다.


다리가 휘청거린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 눈도 조금 흐려진 것 같다.


***


늘 다니던 길이었다. 


빌라들이 모여 있는 주택가. 골목마다 온갖 가게들이 줄줄이 들어선 곳이었다. 그래서 일진 패거리들이 어느 골목에 자리를 잡고 있느냐는 순전히 그날 녀석들의 기분에 따라 달랐다.


하필 그때, 녀석들이 죽치고 있는 곳을 지나면 불행한 일을 겪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은 분식집 앞이고 어느 날은 PC방 앞이고 또 어떤 날은 당구장 앞이 될 수도 있었다. 가급적 그런 곳은 피해서 다닌다면 놈들을 마주칠 기회는 퍽 줄어들었다. 그렇게 다녔다. 


불운하게도 오늘은 그게 통하지 않았다.


‘차라리 혼자라서 다행이다.’


그나마 친구들과 같이 당하지 않았다. 늘 붙어 다니다시피 하는 대호나 동철, 은숙이 없이 혼자만 당한 일이라 차라리 나았다. 넷이 한꺼번에 그런 일을 겪었을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


오늘 공정식이 혼자 늦게 귀가를 하게 된 건 상담 때문이었다. 


개학할 때부터 정해져 있던 담임과의 상담. 형식적인 상담일 수도 있었지만 담임과의 상담은 한 시간이나 걸렸다.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긴 시간이었다.


“컴퓨터를 전공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고 싶습니다. 자동차 자율주행 같은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각광받는 AI도 관심이 많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생각이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지다.”


28살의 미혼인 김혜주 선생님. 그녀가 우리 반 담임이었다. 작년에 처음 임용된 초보 교사답게 열정이 넘쳤다.

 

담임은 상담을 하는 내내 마치 자신의 일인양 적극적인 반응과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가 부모님 없이 조부모님과 사는게 불쌍해 보여서 그러는 것일까. 어쨌거나 담임은 그동안 겪었던 다른 담임들과 많이 달랐다. 


어쨌거나 담임은 정열이 넘치고 착하며 예뻤다. 전은숙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지만.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와 친구들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학교 폭력배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오늘은 내가, 내일은 친구가 당하는 날이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그래 왔다.


가끔 조용할 때가 있었다. 사건이 터져서 시끄러워지면 잠시 조용해진다. 하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학교 폭력이 불거졌다. 신고를 해봤자 아이들 간의 사소한 다툼으로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이렇게 살아간다면 대학에 진학을 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된다 한들 달라질 것이 없었다. 


놈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은 오직 하나다. 강해져야 한다.    

​ 

김독수처럼. 


그런데 어지럽다. 걸을 때마다 점점 더 어지러워지더니 마침내 시야가 급격히 흐려지고 결국 앞이 보이지 않는다.


걸을 수 없다. 이제 집이 멀지 않은데. 그런데 머리가 더 심하게 아프다. 구역질이 난다. 토할 것 같다. 견딜 수 없다.

 

‘아! 안돼.’

 

그러나 마침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정식. 지나던 사람들이 몰려든다.


때마침 2층 권투 체육관에서 내려오던 민도기 관장, 쓰러지는 고등학생을 보고 급히 달려간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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