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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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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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7
글자수 :
227,449

작성
24.07.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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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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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9. 마지막 밤 (3)

DUMMY

큰 폭발이 일어났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문이었던 것은 나무토막이 되어 우리 쪽 벽에 부딪혔고 흙으로 된 벽은 작게 분해되어 쏴아아 소리를 내며 비처럼 머리 위로 쏟아진다.

귀에서 삐이이 소리가 난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흙먼지와 연기가 자욱했다.

화약냄새라는 것을 처음 맡아보았다.

그리고 정적.

고개를 살짝 들어 폭파된 문 쪽을 바라보았다.

흙먼지가 사라지면서 서서히 문이 있었어야 할 곳의 양 옆으로 달빛에 비춘 파이프 같은 것들이 보였다.

그때 아버지가 외침이 삐 소리를 뚫고 귀에 박혔다.


“파이스 숙여!”


말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동시에 패트롤들이 사격을 했다.

펑 펑 펑⋯ 펑⋯

패트롤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압축공기총이다.

고개를 들지도 못하게 수십 발을 쏘아댄다.

살상력은 그리 높지 않다고 들어왔지만 책장에 박히는 소리가 난다.

약하더라도 저걸 머리에 맞으면 즉사할 것이 뻔하겠어..

한 발이 내 머리 바로 위 책장 프레임에 맞으면서 나무조각이 튕겨서 떨어진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사격이 멈추었다. 한 50발 정도 쏘아댔을까?

분명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살려서 데려갈 생각 따위는 없는 것 같다.

이건 죽이려는 태도이다.


‘아버지.. 아버지는 어떻게 되셨지?’


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책장 뒤에서 책 사이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다행이다. 무사하시다.

그리고 책장에 총을 조준했다. 구멍이 뚫린 틈새를 찾으신 모양이다.


“탕탕⋯ 탕⋯. 탕”


4발⋯총소리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폭탄이랑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다시 귀에서 삐 소리가 난다.

삐 소리 사이로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맞춰서 아버지가 고개를 드셨다. 그리고 또 총소리


“탕 탕⋯ 탕탕탕탕”


6발의 총소리 후 사격이 멈추었다.

나도 고개를 내밀었다.

4개의 사람이었던 것이 움찔움찔거린다. 손이 떨렸다.

진짜 사람이 죽었다.

이건 꿈이나 환상이 아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내 목 뒤에 옷깃을 잡고 나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정신 차려. 바스크가 되면 앞으로 수십 배 수백 배는 더 끔찍한 것들을 보게 될 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 파이스. 너 힘으로 걸어라.

지금 당장 여길 나가 바스크 본부로 가야 한다. 저기 있는 공기총을 주워"

“같이 안 가세요?”

“같이 갈 거니까 빨리 움직여!”


나는 총을 주웠고 이것저것 만져보는 사이에 아버지는 문이었던 곳에 고개만 내밀고 주변을 확인한다.


“왼쪽으로 와라”


나는 허겁지겁 아버지를 따라갔다.

가는 길에 생각이 들었다. 버버리가는 이쪽 방향이 아니다.


“아버지 버버리가는 오른쪽으로 가야 하지 않나요?”

“바스크 본부 입구는 4개가 있다. 우리는 북쪽 농장 쪽 맨홀 통로로 갈 거다.”


계속해서 뛰었다.

뒤를 돌아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농장 경계구역이 보였다.

아버지는 여기서 농장구역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여기는 처음 와서 잘은 모르겠지만 마치 우리가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10명이 넘어 보이는 패트롤들이 손전등을 들고 순찰을 돌고 있었다.


"옥수수밭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같이 다니면 오히려 발각될 확률이 높아.

따로 이동한다 파이스. 저기 보이는 물탱크 왼쪽 깊게 파인 수로에 b4라고 쓰여있는 맨홀이 입구니 거기로 들어가라.

도착했으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바로 들어가라. 나도 똑같이 할 거니까."

“그렇지만⋯”

“할 수 있어 파이스.”


이 말을 끝으로 아버지는 바로 내려갔다.

나는 잠시 멍 때렸지만 적막을 깨고 뒤에서 어렴풋이 소리치는 소리와 달리기 소리가 들린다.

추적이 붙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옥수수 밭까지는 무사히 도착했다.


옥수수는 줄기의 길이가 길기에 몸을 숨기기에는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다만 옥수수를 스쳐 지나갈 때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바람이 없는 돔 내에서는 이 소리조차 증폭이 되는 느낌이었다. 가능한 접촉을 피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탱크가 가까워졌다. 이런 잠입에 소질이 조금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행이다.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벌써 들어가셨겠지’


수로로 내려갔고 맨홀이 이어져있다. b1 b2⋯ b3 좋아. 다음 맨홀이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총소리가 들렸다.


“탕 탕”


아버지가 못 들어갔다. 총소리를 듣고 사람이 달려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안돼⋯”


나도 총소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옥수수가 옷깃에 스쳐 소리가 나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탕탕⋯탕 탕!”


총소리가 가까워진다. 조금만 더⋯. 늦으면 안 된다.


“탕!”


바로 앞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빨리⋯

마지막 옥수수를 헤치고 나갔을 때,

아버지와 한 패트롤의 모습이 함께 보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총을 쏠 의지가 없어 보였다.


“안돼⋯.”


“펑펑 펑펑 펑펑”


6발의 다급한 총소리가 났다.

그리고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아버지의 작은 탄식이 들렸다.



내가 빨랐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아⋯ 이런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아버지에게 뛰어갔다.


“아버지 여기로 오세요!”

“고맙다⋯ 고맙다 파이스⋯ 총알이 없었어⋯”


아버지는 방금 죽은 패트롤의 공기총을 들었고 우리는 수로 쪽으로 뛰기 시작했고,

수로로 내려감과 동시에 여러 명의 패트롤들과 눈이 마주쳤다.

6명 정도 되어 보였다.

우리는 수로에 바로 엎드려서 총만 꺼내 들고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방아쇠만 당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상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의미 없는 공기총의 난사소리만 1분 넘게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 무의미한 전투가 끝나게 된 것은 우리로부터였다.

내 총의 소리가 핑 핑 소리로 바뀌었다.

아⋯가스가 없는 것 같다.

아버지의 총에서는 피쉭 소리만 났다. 쇠구슬이 없는 것 같다.

운명의 장난이란 이런 것인가⋯

적들이 눈치챘다.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까지 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쐐액]하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끄억” 하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한번 더 들렸다. 퍽 소리만 나고 비명조차 없었다.

페트롤들의 걸음이 멈추었다.


[쐐액]하는 소리가 한번 더 들렸다.

이번에도 퍽 소리만 나고 비명조차 없자 패트롤들이 반대방향으로 뛰는 소리가 들렸다.

수로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화살이다. 가슴 한발, 머리 한 발씩 화살이 박혀 있었다. 보통 실력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반대방향에서 수로로 사람이 한 명 미끄러져 내려왔다.


"61기 델타급 바스크 미야, 선배님을 뵈어 영광입니다. 바스크본부의 명령을 따라 파이스일가를 호휘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집에서부터 추적했지만 예상경로가 조금 달랐던 점 사과드립니다."

“아니야. 고맙네⋯ 정말 고마워. 은퇴하고 나이 들어 노쇠한 사람 한 명 살리겠다고 너무 위험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었는지 오히려 걱정이 된다만”

“아닙니다. 파이스 신병을 추첨 때 공표했을 때부터 본부 측에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폭탄으로 인한 진입은 저희 또한 예측 외의 일이었기에 대처가 늦었습니다. ”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미야의 소개와 함께 뒤에서 복면을 한 3명의 바스크가 더 나타난다.

베테랑들이란 이런 모습일까? 나도 저런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게 되었다.


“아직 이곳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동하시죠.”

“그래 그러지.”


우리는 안전하게 맨홀을 열고 들어왔다. 따라서 우리를 호휘한 바스크들이 들어왔다.

통로는 어둡고 끊임없이 길었다. 그때 바스크본부 복도의 5배 길이는 되어 보였다. 우리는 한 줄로 이동하고 있었다.

처음 바스크 본부로 이동할 때와 같은 기분이다. 이동 중에 미야가 처음으로 입을 떼었다. 아마 그때도 그랬었지?


“선배님은 이 통로를 이용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과거 2차 혁명 때부터 이 통로를 많이 이용했었지. 이 통로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네.”

“아 그때 이야기는 좀 들었습니다. 결과를 바꿔두시고 사라지셨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바꾼 게 아니네⋯ 지금에야 좋은 평가를 받지만 그때 그건 내 선택이 아니었어. 이 이야기는 파이스에게 하지 말게나. 아비의 부끄럽게 휘둘린 선택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군”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 통로는 참 좋아. 길이 많고 숨을 곳도 많거든. 이 통로가 밖으로 이어지는 길도 있다는 것 알고 있었나?”

“아니요. 처음 알았습니다 선배님.”


아버지는 이 질문을 끝으로 갑자기 멈춰 섰다.


“왜⋯ 적입니까? 기척은 못 느꼈습니다.”


미야는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말했다.


“난 밖으로 나가야 한다네.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리고 아버지는 가방을 열어 옷을 한 겹 더 입기 시작했다.

모두가 당황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미야가 운을 떼었다.


“왜⋯아니⋯ 이유는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적어도 약간의 휴식과 준비는 하고 가심이 어떠십니까?”

“안돼. 시간이 없어. [8번돔]에 벌써 이야기가 전해 젔을 거야. 이번 포터도 자원했다면서? 8번 돔 사람이지?”

“네⋯ 조사결과⋯맞습니다.”

“아들놈이 앞으로 가는 길을 그래도 못난 아비가 조금이라도 닦아줘야 하지 않겠나? 걱정 말게 나름 목숨은 상당히 질긴 편이니까.”

“무운을 빕니다⋯”


당황스러웠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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