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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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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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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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 오리엔테이션 (2)

DUMMY

타커조교는 주변을 쭉 둘러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내 눈을 직시했다.


“파이스⋯ 두렵나? 너는 그 누구보다도 진실에 가까워져야 한다. 본인이 그건 더 잘 알고 있을 테지⋯ 네가 바스크가 된 것은 우연이나 운명 같은 것이 아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파이스 자네는 귀가하지 말고 대기하도록”


“⋯합.”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말만 늘어놓는다.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겠지만, 귀가 전에 물어볼 것은 다 물어봐야겠다.


“이 주제는 넘어가고 이제부터 바스크본부의 시설소개가 있겠다. 바스크본부는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설소개, 조직도, 바스크 등급소개, 숙소, 일과등의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한 번에 입력되어서 절반정도는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았다.


몇 가지 되새겨보자면 바스크의 직급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세타 순으로 직급체계가 나뉜다고 한다. 우리는 내일부터 세타급 바스크가 되며 첫 출정 이후로 델타급 바스크가 된다고 한다.


숙소는 2인 1실. 최근에 증축공사로 인해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물론 인원이 많아지면 4인 1실이 될 것이라고 한다.


곧 설명이 끝나가는 분위기다. 타커조교는 끝내기 전 가장 중요한 한마디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일 출근 뒤에는 시체가 되지 않는 한, 바스크 본부를 나갈 수 없다. 그러니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오도록. 참고로 귀가 후 내일 오전 10시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보안상의 이유로 추적 후 사살 예정이니 알아두도록.”


뭐라고? 이런 직업은 들어본 적도 없다. 나갈 수 없었다니. 누가 그런 것을 정했단 말인가? 게다가 사살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체감되지 않았다.


“아 한 가지 잊고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군. 너희의 첫 출정은 3개월 뒤, 눈이 완전히 녹은 후에 가게 된다. 너희는 운이 좋은 편이야. 바로 전 기수만 해도 한 달이 채 되지 않고 나가서 생존율이 높지 않았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하나라도 더 준비해라. 살고 싶으면⋯ 그럼 각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지. 한 명씩 나와서 자기를 소개해라. 스텔라 네가 첫 번째다. 자유롭게 소개해도 되지만 특기 하나씩은 꼭 말하도록. 소개가 끝나면 다음 사람을 지목해라.”


우물쭈물하다가 금발의 여자아이가 앞으로 나갔다. 뒷모습만 보다 얼굴을 이제야 제대로 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많이 예쁘다. 멀린보다 예쁜 것 같다. 아니 스타일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청순함이 묻어 나오는 여자아이다.


“하후⋯ 안녕하세요! 스텔라라고 합니다. 메이플가에 살고 있고 특기는 음⋯ 이쁘고 화장을 잘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다음 순서는 음⋯ 바로 앞에 있는 분을 지목할게요.”


‘풉⋯’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한 특기다. 그래도 자기가 예쁜 건 아나 보다.


스텔라가 들어가고 단발의 키가 작은 여자아이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이블린이라고 합니다. 제 특기는 저는 도두ㄱ⋯ 아니⋯ 손이 빠르고 시력이 좋은 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왼쪽 끝에 있는 남성분을 지목하겠습니다.”


분명히 도둑이라고 했다. 도둑 말고는 저런 단어는 없다. 내 손목을 확인했다. 다행히 시계는 붙어있다. 아직 털리지 않았다.


왼쪽 끝에 있는 남자가 앞으로 나갔다. 나랑 비슷한 키에 특징이 있다면 머리가 약간 붉은색이 돈다. 적갈색이라고 해야 하나?


“안녕. 난 에이든이라고 한다. 잘하는 게 있다면 싸움을 잘하지. 어차피 곧 죽을 애들한테 소개를 해봤자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날 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 내 옆에 있던 놈. 다음은 너 차례야”


뭐지? 싸우자는 건가? 어느 조직에 가서도 미친놈들 한 명씩은 꼭 있다던데⋯ 딱히 친해지고 싶지 않다.


오스카라고 하는, 아까 타커조교에게 훈계를 받은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오스카라고 합니다. 아까 제 무모한 행동에 우선 사과드립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저를 잘 알고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 전교 2등에 빛났던 그 사람이 저이고 그만큼 우수한 학업성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연구원이 될 기회도 있었⋯”


듣기 싫다. TMI 그 자체이다. 뭐랄까 지금까지 딱히 정상적인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오스카는 5분 동안 소개를 하고 제이콥이라고 하는 키가 2m쯤 되어 보였던 본부로 이동할 때 내 바로 뒤에 있던 사람에게 차례를 넘겼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제이콥입니다. 전 힘쓰는 것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다음은 이동할 때 제 앞에 있으셨던 남성분께 차례를 넘기겠습니다.”


음 내 차례다. 앞으로 나오면서 저 제이콥이라는 사람이 그나마 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2m 거구와 포스와는 다르게 착하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나를 쳐다보는 표정이 묘하게 이상하다.

아 그래 소개해야지⋯


“안녕하세요. 파이스라고 합니다. 특기는 기계류를 잘 고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베아..이름이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그 여성분을 지목하겠습니다.”


베아⋯ 뭐시기는 바스크 본부로 가는 길에 내 앞에 있을 때부터 눈길이 갔다. 아까의 공간기억력과 인지능력은 인류 전체에서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 아마 가장 오래 살아 있을 사람이라 생각한다.


“베아트리체라고 합니다. 특기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활을 잘 쏩니다. 같이 힘을 합쳐서 오래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저기 여성분을 지목하겠습니다.”


베아트리체는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작게 나에게 속삭이듯이 한마디 던졌다.


“다음엔 이름 기억해 줘 파이스.”

“아⋯ 미안”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봤다. 착하고 친절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이 친구랑 붙어 다녀야겠다.

마지막 여성은 나보다 강해 보이는 근육질 여자이다. 체구는 작지만, 근육이 많고 옷에도 가려지지 않아서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 것 같다. 싸우면 내가 질 것 같다.


“에바라고 해. 나쁜 애들 혼내주는 게 내 특기야. 잘 부탁해! 마지막 사람 나와줘”


깔끔한 소개였다. 외관은 무섭지만, 성격은 털털해 보였다.

마지막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안녕! 난 알버트라고 해. 우리 집은 더블린가 옥상들을 빌려서 텃밭을 많이 운영하고 있어. 그래서 요리를 잘하고 식물들에 대해서 잘 알아. 뭐 특별한 특기가 없어서 이런 것 밖에 말을 못 하겠네! 하하⋯ 아무쪼록 잘 부탁해!”


이걸로 모두의 소개가 끝이 났다.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아까 추첨 때 썼던 수첩에 간단하게 적어두기로 했다.


‘음 간단하게⋯’


베아트리체-S급?


이블린-도둑?


스텔라-여신


에바-깡패


에이든-빌런


오스카-나르시시스트


알버트-농부


제이콥-2m


‘완벽해’


나는 수첩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그때 타커 조교가 우리를 보고 말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동료들은 너희 목숨의 50%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친하게 지내도록. 이것으로 오리엔테이션은 종료다. 질의응답 시간이 있지만, 질문이 없다면 바로 집에 가도 좋다.”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지금 질문하기에는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다.


타커조교는 잠시 기다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크흠⋯ 그래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보는 게 먼저겠지. 후회 남기지 않도록 하고 오도록. 집에 갈 땐 그림자 반대방향으로 가면 중앙탑이 보일 것이다. 오늘 길을 확실히 기억해 두도록. 또한, 같은 질문도 내일은 다른 답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천천히 물어봐도 된다. 내일 10시 잊지 말도록 해산!”


“합!”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속도로 회의실을 나갔다.

모두가 나간 것을 확인한 타커 조교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심지어 구석에 아직도 대기하고 있던 미야까지도 밖으로 내보냈다. 무서웠다.

타커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눈은 똑바로 응시했다.


“파이스, 너희 아버지가 돔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들은 적이 있는가?”


조금 겁이 났다.


“없, 없습니다.”


“그럼 돔의 1차 봉기에 관해서도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가?”

“과거 학교에서 그 내용에 대해서 배운 적은 있습니다.”

“그것이 전부인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는가?”

“제가 너무 어릴 때라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타커는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리고 나를 보고 말했다.


“너희 아버지는 네가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하셨던 것 같군. 음⋯ 우선적으로 우리는 자네에게 사과해야 할 의무가 있네. 내가 바스크 전체를 대표해서 자네에게 사과하지. 진심으로 미안하네⋯”

“네? 갑자기? 저는 지금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자네 투표를 하고 그 용지를 직접 보았는가? 사회자에게 바로 주었지 아마.”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나는 용지에 적힌 글씨를 본 적이 없다.


“거의 절반의 투표는 조작이라네. 자네만이 아니라 모든 직업은 허울만 투표이지 봉기나 혁명을 막기 위해 그저 공정하다는 착각을 주게 하기 위한 ‘도구’에 불가하네.”

“돔의 조직은 단단하지. 보이지 않게 사람을 지속해서 추적하고 평가하여 적합한 직업에 배치하게 되고, 그렇게 자네는 시설정비 엔지니어가 될 운명이었어. 힘든 일이지만 위험과는 거리가 멀지. 하지만 우리는 자네가 필요했고 사회자를 매수했다네”


상상하지도 못한 정보가 내 머리를 때린다. 내가 무엇을 뽑든 바스크가 되게 되어 있었다.

화가 났다. 이들이 내 인생을 나락으로 바꾸어 놓았다.


“왜⋯왜 하필 저입니까? 저보다 능력 좋은 저 베아트리체 같은 사람은 수없이 많고 저보다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미안하네. 조용히 살게 해 주면 좋았을 텐데⋯ 우리의 목표에는 자네가 꼭 필요하거든.”

“제가 뭐 면역자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뭐 그래서 절 분해해서 백신이라도 만드시게요? 그럴 거면 스턴트로 만드시지 그랬습니까?”

“아니, 우선 자네는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면역자가 아닐 거야. 그런 인간은 인류 역사상 없었거든. 최근 3년간 우리 바스크라는 조직은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네 자네는 이 계획의 열쇠야. 바스크들을 제외하고 돔 내에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목표이고, 알게 된 사람은 죽여왔지.”

“그럼 이걸 왜 저에게 말해주시는 건가요?”

“인류를⋯ 위해서라고 밖에는 말해주지 못하겠네.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우리도 준비가 필요하니 그때까진 기다려주게. 시간이 늦었군. 집에 가서 볼 사람을 보고 돌아오게나”

“⋯이런 보안사항을 저에게 말해주셔도 되는 겁니까?”

“멀린⋯이라고 했던가? 귀여운 친구더군. 어제였지? 자네는 똑똑하니 잘 이해할 거야”


아! 이건 완벽한 협박이다. 이 사람들은 나를 오랜 시간 주의 깊게 지켜봐 왔다. 심지어 어제까지⋯정보들을 발설하면 나 혼자만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정보를 더 얻거나 더 자극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내가 나약하다는 것에 치가 떨렸다. 주먹을 세게 쥐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알겠습니다. 귀가하도록 하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그쪽들의 선택은 틀렸습니다. 저는 어떠한 초능력도 없는 완전히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리고 저는 신뢰가 가지 않는 조직에 협조를 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럼 이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타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좁은 철문을 나오자 해가 지고 있었다. 멀린⋯그래 멀린을 보러 가야 한다.


***


“미야, 끝났다. 정리 도와주지.”

“아닙니다. 저 혼자 가능합니다. 그나저나 저 파이스라는 친구한테 쓸모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신 거 아니십니까?”

“아니. 필요해. 그는 호기심이 강하다. 그분에게 아마 물어보겠지.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약점을 잡을 수도 있고. 연기는 아니었나?”

“네 그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관찰 결과, 그 정도까지는 연기에 능한 사람은 아닙니다. 교관님의 말도 맞지만 사실 저는 저 파이스가 엇나갈까 봐 두렵습니다. 저희는 지금 너무 큰 도박을 한 것 같습니다. 천천히, 방법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안돼. 그러기에는 쥐새끼들이 너무 많아. 심지어 여기에도⋯ 이번에 포터가 자원했다고 했나? 그쪽 사람이지? 슬슬 움직일 시간이 온 것 같다 미야.”

“네 덫을 준비하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그분에게 작은 선물을 주게나. 감사인사 겸⋯ 무슨 의미인지 아실 거야. 늙었더니 옛 스승이 뵙고 싶구먼.”

“찾아가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죽은 사람이 밖에 나갈 수 있겠나? 첫 단추를 끼웠으니 조만간 기회가 올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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