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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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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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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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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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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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8. 마지막 밤 (2)

DUMMY

“당시에는 돔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많았단다. 돔 밖은 위험하긴 했어도 지금과 같은 상태까지는 아니었거든. 나와 같은 이 사람들은 아웃사이더라고 불렀지.”

“돔 밖이면 정확히 어디서 오신거죠?”

“나는 매우 추운 북쪽, 이 [9번돔]과 상당히 먼 지역에서 왔단다. 북극이라고 하면 알까나? 인류의 첫 번째 돔에서 여기까지 왔지. 내가 있던 곳은 인류 최초의 돔, [알파 연구돔]이라고 불리는 곳이었지.”


아버지는 테이블에 손가락으로 대략적인 지도와 위치를 표현했다. 정확히는 몰라도 상당히 멀다는 것은 알겠다.


“그 먼 곳에서 왜 여기까지 오신 거죠?”

“⋯알파돔은 무너졌어. 바로 아래에 있던 탐욕에 가득 찬 국가가 인류의 미래를 혼자 점령했지. 물론 그들도 금방 몰락했지만⋯ 아, 국가라는 개념에 대해서 모르려나? 그렇지. 지금의 학교는 과거의 잔재를 지워버리고 싶어 하니까⋯ 어쨌든 알파돔에 있던 나와 같은 도망친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은 살아야 했고 나도 내 국가가 있는 곳에 가족을 찾으러 내려왔지.”

“국가라면 책에서 본 적은 있어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요”

“음 비슷해. 알파돔은 처음에는 백신을 만들었지. 하지만 이 하이브 바이러스는 백신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었지. 인류의 어떤 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의 감염 유형이었거든. 하이브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명체를 죽이는지 알고 있느냐 파이스?”

“학교에서 자세하는 아니어도 배웠어요. 공기 중에 있는 바이러스가 햇빛을 만나면 발현해서 죽는다고요.”


아버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절반만 맞게 알려주는군. 하이브 바이러스는 공기부터 물 같은 액체까지 어디든 존재하지. 전 세계가 이 바이러스로 뒤덮인 것도 맞고. 심지어 이 돔 내에도 농도만 낮을 뿐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벌써 감염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거야. 돔의 공기정화기와 스크러버 장치가 아무리 열심히 작동해도 농도만 낮출 뿐, 우리가 벌써 감염이 되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단다.”


충격적이었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고 있다.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았다. 멀린도 침을 꿀꺽 삼켰다.


“아마 시민들의 불안감을 없애려고 이런 정보들은 절대 공개하지 않지. 나 같아도 그랬을 거야. 집단공황은 정말 위험하거든.”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 거죠?”

“하이브 바이러스는 가장 큰 특징이 있단다. 자외선이 없으면 바이러스의 농도가 아무리 높아도 발현하지 않아. 돔 안에서 노을을 하루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우리가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돔이 자외선만을 막아주기 때문이란다. 흔히들 아는 것처럼 공기정화기와 정수시설로 인해 돔 안이 청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란다 파이스. 물론 바이러스 농도 자체가 높다면 적은 자외선에도 발현 확률은 올라가겠지.”


이 말들이 사실이라면 스크러버는 상당히 안전한 직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스크러버가 된 플룸이 부럽다.

아버지는 말을 이어갔다.


“피부에 붙어있는 이 바이러스가 자외선을 만나면 거의 즉각적으로 흔하게 알려진 ”암“ 이라는 것이 생긴단다. 바이러스가 자외선과 만나고 피부와 닿은 모든 곳에 동시에 생기지.

인류는 이렇게 많은 암을 한 번에 치료할 의학적 기술이 없었고,

자외선을 받기 전 발현하지도 않은 바이러스를 치료할 기술 또한 없었고,

암이라는 형태로 변이 돼버리면 원래의 바이러스 자체를 찾을 수 없었기에 연구조차 되지 않았어.

한마디로 인류의 완패였지.”

“⋯타커조교가 바이러스에 면역인 인류는 없었다고 했어요.”

“맞아. 암에 면역인 인간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는단다. 그래도 암과 공존하는 사람들은 생겨나더군. 돌연변이들은 수없이 봐 왔지⋯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센 것 같으니 본론으로 돌아가면 내가 알파 연구돔에 도착한 것은 백신연구가 공식적으로 중단된 이후란다.”


그때 창문 밖으로 그림자가 한번 더 지나갔다. 이번엔 아버지도 눈치챈 듯하다.


“그림자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군⋯젠장⋯ 오늘 고기도 받고 어쩐지 운수가 좋더니⋯ 시간이 별로 없어. 바이러스 이야기 같은 쓸모없는 이야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쏟았어. 멀린!”

“네⋯.네넵!”

"너는 이 이야기를 전혀 들은 적이 없는 거고 여기에 있던 적도 없는 거야. 너는 몸집이 작으니까 너만이라도 지금 당장 굴뚝으로 나가서 빨래가 널려있는 곳으로 도망쳐라.

너에게는 때를 봐서 이야기를 더 해주마. 당장!"


멀린은 파이스를 보며 우물쭈물했다. 나도 멀린도 알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그렇게 망설일 때 아버지는 테이블을 굴뚝 바로 밑에 두며 한번 더 소리쳤다.


“움직여! 이제 그들이 사람들을 불러올 거야. 집에 가는 길에 걸리는 것도 위험하니 지금 당장 나가야 한다.”


멀린은 굴뚝으로 나가면서 나에게 말했다.


“파이스 꼭 다시 만날 거야. 나 마음먹은 일은 꼭 이루어내니까 우리는 다시 만날 수밖에 없어!”


이 말을 끝으로 멀린은 사라졌다. 이런 마지막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허무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런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멀린이 나가자마자 아버지는 테이블을 문으로 옮겨두면서 구석에 있던 가방을 메고 열쇠가 걸려있었단 상자를 뒤적거리며 나에게 말을 이어갔다.


“파이스, 너는 현재 이 9번 돔이 아닌 알파돔에서 태어났단다. 그때 나와 내 아내이자 너의 어머니인 멜리나는 현재의 돔에서 일어난 2차 혁명을 보면서 알파돔을 잠가두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출발할 때는 멜리나가 임신한 상태라는 걸 몰랐었고 알파돔에 도착하자마자 너를 낳았지.”


알파돔은 기억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멜리나와 나는 겁이 났어. 우리는 그렇게 강인한 사람들이 아니었거든. 그래서 너를 열쇠로 만들었어 파이스. 우리 둘의 책임을 너에게 떠밀어 버린 거야. 미안하다. 이 못난 부모가 나약해서 너에게 그 많은 짐을 지어버리게 만들었어.”


아버지는 고개들 돌리더니 내 어깨를 붙잡고 이야기를 했다.


"잘 들어 파이스, 지금의 문제는 복잡하기에 모두 설명해 줄 시간은 없단다. 다만 과거의 사건들이 얽히고 얽혀서 풀리지 않은 실타래 같은 상태로 남아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온 거야.

그리고 많은 조직들이 이 복잡한 실타래를 지금에 와서야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지금의 돔이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가고 있다는 거야."

“네?”

이 돔은 얼마 못 가. 바스크들이 아무리 열심히 각 인프라의 수리품을 가져와도 길어야 5년이야."

“돔이 얼마 못 간다고요?”

“그래 맞아. 무너져 내릴 거야.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각각의 조직이 해결하려는 방향성이 달라. 내가 수집한 마지막 정보들을 알려주마 아들아.”


아버지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패트롤들과 1, 2급들을 그 어떤 조직들보다 조심할 필요가 있어. 대부분의 1,2급들이 목표는 추가적인 학살과 돔의 재건축이란다. 현재의 돔을 통치하는 사람들은 자기만 살려는 방법을 찾고 있지. 그들은 너를 이용해 자기들만을 위한 왕국을 만드는데 알파돔의 기술을 쓰겠지.

물론 다른 조직이 너를 확보하러 왔을 수도 있어. 다른 돔을 점령하려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3차 혁명 때 잃어버린 권력을 재 탈환하려고 알파돔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조직도 있단다."


아버지는 내 어깨를 놓더니 가방을 내려두고 다시 상자를 뒤적거리셨다. 신기한 옷가지를 포함한 여러 물건들을 가방에 넣고 마지막으로 상자 안에서 꺼낸 것은 [ㄱ] 자 모양의 어떤 물체였다. 아버지는 그 물체의 위에 부분을 당기더니 찰칵 소리가 났다. 총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1차 봉기 이후로 자취를 감춘 화약을 쓰는 총이었다.

그리고 책장을 눕혀서 벽을 만들며 말을 이어갔다.


“너는 예전부터 사람들의 생각을 잘 읽었지. 그러니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너에게 접근하는지 계속해서 의심하고 또 의심해라 아들아. 바스크들이 꼭 옳지 않을 수도 있어. 나도 바스크였던 적이 있지만 현재의 바스크들이 어떤 기술을 발견했는지, 그 기술로 무엇을 할지는 나도 모른단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목소리가 났다.


[쾅쾅쾅!]


“패트롤이다. 여기서 반란에 대한 모의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순순히 문을 열고 체포에 응하라, 응하지 않으면 사살하겠다.”


아버지는 책장 뒤로 나를 끌고 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젠장⋯ 바스크들이 실수를 했어. 추첨을 2차로 조작한 것에서 그들이 바로 눈치를 챘겠지.

파이스 잘 들어라. 앞으로 너를 어떻게든 확보하려고 여러 조직에서 안간힘을 쓸 거야. 모두가 알파돔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해.”

“알파돔은 바스크들만 알아야 하지만, 패트롤이 왔다는 말은 바스크 내에 쥐새끼가 있다는 의미랑도 같겠지. 그래도 지금 당장은 그들을 믿어라.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배워.”


[쾅쾅쾅!]


“셋을 세고 강제로 문을 열겠다.”

“하나!”

“노파심에 강조하마 아들아. 진짜 인류를 위하는 이념을 찾아.”

“둘!”

“그리고 진정으로 인류를 위한다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셋!”

“그런 결정을 위해서는 힘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 마지막으로 사랑한다 아들아.”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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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마지막 밤 (2) 24.07.25 69 2 10쪽
7 7. 마지막 밤 (1) 24.07.24 74 4 10쪽
6 6. 오리엔테이션 (2) 24.07.23 77 4 13쪽
5 5. 오리엔테이션 (1) 24.07.22 85 4 11쪽
4 4. 본부 입구 24.07.19 84 4 9쪽
3 3. 추첨 24.07.18 88 4 10쪽
2 2. 졸업 24.07.17 112 4 10쪽
1 1. 돔 24.07.16 205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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