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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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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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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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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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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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1. 역량평가 (1)

DUMMY

눈을 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천장. 여긴 내 집이 아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시작이 될지는 상상도 못 했지만, 오늘부터 나는 정식적으로 바스크가 된다.

손목에 아직도 에드너가 준 손목시계가 걸려있다. 어제부로 푼 적이 없다. 에드너를 못 보고 이렇게 들어오게 되어서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만날 기회가 또 있을까?


지금 시간을 보니 오전 8시. 오늘 역량평가가 있다고 했으니 10시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

주변 환경을 체크한다.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방을 제대로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백색의 침대 2개와 옷을 넣어두는 캐비닛 2개, 책상 겸용인 것 같은 서랍 2개가 전부다.

외의 아무것도 없는 방. 고요한 방. 내 손목에 있는 시계의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음 샤워는?”


어제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고 전혀 씻지를 못했다. 하수구와 수로를 굴러다녔던 오물과 흙이 그대로 묻은 채로 잠이 들었나보다.

복도를 나왔다. 여러 개의 복도 양옆으로 있는 방들. 화장실과 샤워실은 바로 옆에 있었다.

좋은 방이다. 적어도 내가 살던 곳 보다도 깨끗하다.


학교에서나 봤던 샤워기가 있다. 옷을 벗고 물은 튼다.


“오!”


이런 한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오다니. 여기서 평생 살아도 좋을 것 같아.

갑자기 든 생각⋯ 어제 내가 죽인 사람⋯ 사람은 생각보다 나약했다. 내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으로 서 있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다.


“그에게도 가족이 있었겠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샤워기는 좋다. 눈물을 감출 수 있다.

오랜 시간의 샤워. 몸을 씻어내기보다는 감정을 씻어내는 샤워.

마음을 강하게 먹기로 했다.

수건 같은 건 없었다. 바람을 통해서 말리는 최첨단 시설. 발을 디딘 곳에서부터 바람이 나온다.

머리를 말리고 밖으로 나왔을 땐 미야가 벽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당히 오래 씻더군. 짜증 나서 들어갈 뻔했어.”


“아!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이렇게 제대로 씻어본 게 오랜만이라서⋯”


미야가 잠시 침묵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사람을 죽인 것에 죄책감을 느끼나? 알아.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자의가 아닌 누군가가 시켜서 이런 일을 했겠지 생각한 적도 있었지.”


이런 젠장⋯ 혼잣말을 들었나보다. 이 방은 생각보다 방음은 좋지가 않다.


“네⋯ 적응되지 않는 감정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맑은 정신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거죠?”

“너가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런 감정조차 느낄 수 없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나? 아니야⋯ 나도 무뎌져 버려서 그런 걸 수도.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 나도. 그래도 한 가지 명심해. 너에게 힘이 생긴다면 죽일지 살릴지 결정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렸어. 우리가 옥수수밭에 있는 6명 중에 왜 3명만 죽였다고 생각하나?”


생각해보니 그렇다. 도주하는 적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미친 조직이 아니야. 필요에 의해서만 죽여.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상황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 한두 명을 죽임으로써 것이 궁극적으로는 수만 수십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나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움직여. 생명을 뺏는 데에 있어서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소신 정도는 가졌으면 좋겠다 파이스.”

“⋯합”

“좋아 걱정했는데 나름 제정신으로 돌아왔군. 한 시간이 남았지만, 그 더러운 옷은 버리고 캐비닛 안에 있는 옷을 입고 A2 회의실로 출근하도록.”


이 말을 끝으로 미야는 쿨하게 복도로 움직였다.

생각보다 따뜻한 사람인가?

캐비닛을 열었다. 검은색 티와 활동성이 좋은 검은색 바지. 편하다. 이것을 입고 A2 회의실로 이동했다.

회의실은 지하 1층. 숙소는 지하 2층, 3층은 준비구역이라고 그때 OT에서 들었다. 2층과 3층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숨을 한번 들이쉬고 회의실의 문을 열었는데 2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회의를 하고 있었다.

나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죄송합니다!!”


문을 바로 닫았다. 뭐야 방을 잘못 찾은 건가 해서 봤는데 A2맞다⋯

그때 방 안에서 큰 목소리가 들린다.


“바스크 파이스, 회의실로 들어와라!”


뭐지? 뭐 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살짝 문을 열고 들어왔다.


“A2회의실에서 역량평가가 있다고 들었는데 미안하군. 우리 회의가 길어졌어. 자네 때문에⋯”


머리가 깨끗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엄청나게 높아 보이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 이럴 때는 머리부터 박고 시작하는 거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나저나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응? 무슨 소리지? 뭘 어떻게 한다는 거야? 뭔 일인지 알아야 답변이라도 할 텐데 마음의 눈으로 생각을 읽어야 한다.

20명 가까이 되는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응시하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


“저는 8번 돔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파이스. 어제 아버지한테 들었던 소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거밖에 없었다.


“음⋯역시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그렇지만 자네는 아직 듣지 못했겠지만, 중앙에서 필요품목을 2배나 늘렸어. 오늘 새벽에 공문으로 주더군 개 같은 놈들⋯”


이 사람은 내가 모두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나 보다. 그렇지만 대충 안 좋은 이야기라는 것은 알겠다.


“역시 2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려면 출정을 한 번 더 가는 수밖에 없나⋯ 다음 달로 한번 잡는 게 어떤가들?”


다들 말이 없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다들 분위기가 착잡하다.


“그래 다들 해산! 역량평가 준비를 시작하도록.”


다들 빠르게 수첩을 정리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나가는 사람들마다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째려보고 간다.

나⋯ 뭔가 크게 잘못한 것 같다.

텅 빈 공간에 타커조교만 남았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도 잘 대답했어 파이스 하하. 음 조금 설명을 하자면 자네 때문에 일이 좀 복잡해졌어. 아침 신문을 보았나?”

“아뇨. 볼 정신이 없었습니다.”

“자네는 바스크가 되기 싫어서 아버지와 함께 테러를 저지르고 도주 중인 현상수배범이 되었어. 중앙에 우리 쪽이랑은 연관이 없다고 이야기했고, 자네는 오늘 10시, 역량평가에 오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우리 쪽에서 기사를 낼 거라네. 그래도 중앙에서 못 믿겠는지 압박이 심해졌어. 그래, 자네는 오늘부로 [공식적]으로는 사망했네.”


아⋯ 첫날부터 죽어버렸다. 휴가 따위는 물 건너갔다.


“이번 사항이 심각한 이유는 죽은 패트롤들의 수가 많았고, 금지된 화약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민간인이 사망했다고까지 기사가 나왔거든.”

“아! 민간인을 죽인 적이 없습니다. 무언가 잘못된 겁니다!”

“알아. 그쪽에서 항상 하는 선전용 문구야. 다만 17발⋯아버지가 썼던 무기가 권총, 글록이지? 너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가까이에 있는 6번 11번 돔과 다르게 8번 돔은 화약 무기의 소지가 합법이야. 즉, 불법 품목의 밀매문제까지 이어지리라는 것이 우리의 예상이야. 8번 돔은 우리와 잦은 무역을 하고 있는 돔이고 이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아.”

“아⋯”

“이 돔은 1차 봉기 이후로 화약 무기라면 치를 떠니까 뭐 당연한 결과지⋯ 하하 너무 걱정 말게 파이스, 어떻게든 시작될 일이었어. 그럼 다른 신입 바스크들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라고.”


이 말을 끝으로 타커 조교는 신문을 내 품을 넘겨주고 밖으로 나갔다.

1면의 기사를 읽었다.


“4급 구역 바스크 추첨자의 테러로 15명 사망. 민간인 1명 포함⋯총기로 사살한 것도 모자라 압축공기총으로 5명의 목숨을⋯ 바스크 측에서는 접촉한 적이 없다는⋯ 포획 시 등급상승의⋯”


기사에서는 나를 완전한 악마로 만들어 두었다.

화살로 인해 죽은 사체들조차 압축공기총으로 우리가 죽인 것으로 되어있다. 내 몽타주조차 기사 1면에 박혀있다. 길거리를 걸어 다닐 수조차 없게 만들어 두었다.

나름 다행인 점은 멀린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없다는 점이었다. 공격의 화살은 나와 아버지 둘에게만 쏠려 있었다.


“멀린⋯”


그때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블린이다. 그때 그 도둑이었다. 나는 내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파이스 맞지? 뭐야 살아있네? 왜 안 죽었어?”


그때도 느낀 거지만 이 친구는 말이 뇌에서 필터링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대단하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겁쟁이에 도망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는데⋯ 히히. 근데 도망친 곳이 겨우 여기야?”

“⋯”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멸시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으로 봐! 살인자랑 이렇게 말해주는 것도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다들 너 피할걸?”


맞는 말이다.

그때 한 명이 더 들어왔다. 에바이다.

에바는 평가를 의식했는지 탄탄한 근육이 잘 드러나는 운동복을 입고 나타났다.

근데 오자마자 내 앞에 우뚝 섰다.

그리고 발끝부터, 허리, 어깨까지 돌아가는 큰 동작으로 손을 휘두르더니 내 뺨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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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본부 입구 24.07.19 86 4 9쪽
3 3. 추첨 24.07.18 89 4 10쪽
2 2. 졸업 24.07.17 113 4 10쪽
1 1. 돔 24.07.16 20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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