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이계 생물로 차원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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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파도언덕
작품등록일 :
2024.07.17 03:16
최근연재일 :
2024.08.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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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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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전화 한 통의 경고

DUMMY

011.






“알겠습니다. 꽃은 안 사시고요?”


모처럼 전화가 왔다.

일거리인가 했는데 경고 전화였다.


-그··· 거기서 꽃을 살 일이 없어야 더 좋은 일 아닐까요? 사회적 측면에서.


“그냥 꽃만 사실 수도 있을 텐데요.”


-아. 그러네. 그럼 얼만데요? 전에 보니까 꽃 구성이 좀 특이한 것 같던데.


“야생화를 주로 취급하죠.”


-그래서요. 가격은?


“가격은 정찰제라, 그냥 사셔도 그 가격···.”


-미쳤나봐. 누가 사요, 그걸?


“돈도 많으신 분이···.”


-전에 엄청 털어가놓고!


“하하.”


-아무튼, 조심하세요.


“네네.”


전화가 끊어졌다.

살짝 웃음이 나왔다.


나름 반가운 마음으로 받았는데.

돈은 안 되는 안부 전화.


그래도 불쾌하진 않았다.

걱정해주는 사람도 생긴 것 같고.


“그 말도 맞긴 해.”


그의 꽃집은 꽃이 안 팔려야 좋은 것.

확실히 사회적으로는 그렇다.

주인 입장에선 곤란하더라도.


(꽃 말고 다른 것도 팔든가)


‘텃밭? 아직 판매할 정도는 아니잖아.’


(금방 그렇게 될 거야. 지금 수준이라면)


씨드는 식물의 생장을 촉진할 수 있다.

물론 조건이 필요하다.

일정 거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거리가 꽤 넉넉하다.

지금도 그가 빌라 4층의 주인집에 있어도 옆쪽의 텃밭 끝까지 커버가 가능하니까.


‘네 양분을 나눠줘야 한다고도 했고.’


(지금은 좀 아까워도, 시간이 지날 수록 여유가 생길 거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지금은 그가 처한 상황이 더 중요하다.

오죽하면 다시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그래도 잠재 고객 정도로 생각했던 분께서 걱정 섞인 전화를 다 주셨을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라는 거겠지.’


(그정도였나?)


‘글쎄.’


설령 사실이라 해도.

후회는 없다.


‘그걸 봤는데도 무시할 순 없잖아.’


모텔 지하에서 확보한 시체들을 정리하던 도중, 몇몇 휴대폰에서 문제의 자료들을 보게 되었다.


더 큰 조직의 심부름에 불려다녔던 기록, 혹은 연락처 등등.


그 중 눈에 걸리는 단어들이 있어서 조금 알아보니 바로 그런 것들이 튀어나왔다.


사람을 거래하는 놈들.

더 나아가, 거래용 상품까지 만드는 놈들.


‘아무리 세상이 막장이라지만, 그래도 여전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론 요즘 세상에 평범한 삶이란 부유함의 상징이라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빈부격차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놈들의 뒤를 추적하는 도중.

몇 번의 조우가 있었다.


아직 각성자를 만나진 않았다.

그러나 분명 배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기대가 돼.’


아직까진 강한 각성자를 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씨드가 훨씬 강해서일 지도.


‘아차원은 정말 사기급이지.’


지난 번에도 그랬다.

마치 게임 속의 클로킹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을 가졌던 이들.


정확히는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

알고 보니 커플이었다.


‘각성자의 능력인 줄 알았는데 아티팩트였고.’


일종의 커플링.

두 반지가 일정 거리 안에 있다면, 지니고 있는 효과를 발동할 수 있는 종류.


물론 해당 반지들에 내장된 효과가 바로 인간의 육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짐승이나 몬스터에겐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식의 부연이 적혀있었는데, 그래도 대단한 효과인 건 분명했다.


다만 남자가 아차원에 먹히면서 여자가 당황했고, 이어서 남자가 죽으면서 잠깐이지만 효과가 풀렸다.


‘동시에 발동해야 한다는 거였지.’


(네 말대로 커플링이네)


커플이 아니어도 사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좀 민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야 뭐, 민망할 건 없지.’


혼자서는 착용할 수 없다.

다만 씨드의 능력으로, 혼자가 아닌 것처럼 위장할 수는 있었다.


‘내 손가락에 끼지 않아도 되는 건 맞아?’


(미세하게 딜레이가 있긴 해. 그래도 나만 느낄 정도고, 네가 인식할 수준은 아닐 거야)


두 개의 반지.

현재 씨드의 아차원 안에 있다.


죽은 커플의 손.

여전히 끼고 있는 상태 그대로.


‘확인은 아직이고?’


(다른 쪽 먼저 하느라)


‘하긴. 또 있었지.’


세이프 시프터.

부잣집 사생아의 모습으로 변신하려던 자.

당연히 제약이나 조건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지문도 필요하고, 체세포도 필요하고···.’


가까이서 감시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 행운이었을까? 주변에서 흔히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꽤 장기 프로젝트였던 것 같은데.’


어쩌면 그런 직책을 맡게 되었을 때부터 엉뚱한 생각을 품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면제로 취하게 해서 피까지 뽑았고.’


하지만 결국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다.

놈이 한 여학생에게 몹쓸짓을 하려던 때.

어쩌면 그자는 그 상황을 핑계로 나름의 기회를 찾아보려 했을 지도 모르지만.


[시스템 계좌 잔액 : 5183.89]


다소 초라한 잔액.

각성자 치고는 다소 초라한 계좌 잔액.

그러나 정말로 이게 전부였다.


인벤토리도 없었다.

대신 아공간을 내장한 지갑 뿐.


‘10킬로그램 제한이네.’


그곳에도 돈이 되는 건 없었다.

결국은 돈이 목적이었을까.


(아쉬워?)


‘아니.’


그래도 생명력은 확보했다.

그거야말로 돈보다 귀한 것이니.


“흠흠. 아무튼.”


전화를 받느라 조금 식어버린 라면.

오히려 식은 덕에 후루룩 흡입할 수 있었다.


‘배도 채웠고, 소화도 시킬 겸 나가볼까.’


대충 준비하고 나선 걸음.

지난 번처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때와 달리, 이젠 걱정 없었다.


‘시작해줘.’


(오케이)


순간.

세상이 변했다.

총천연색인 건 같지만, 아주 흐릿한 필터 하나가 덧씌워진 느낌이었다.


‘투명화’를 발동시킨 당사자의 효과.

그의 양쪽 손 어디에도 반지는 없지만, 그에겐 씨드와 아차원이 있었다.


아차원.

그리고 그 안에 남아있는 죽은 커플.

아직 그들의 시스템 전체를 열람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 반지를 발동시킬 수는 있었다.


만약 그게 안 되었다면, 이미 확보된 다른 망자들 쪽으로 우회도 가능했을 것이다.


‘사람 눈엔 안 보이는다는 거지.’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그가 씨드의 감각을 공유해 시각화한 것처럼, 누군가는 다른 능력으로 비슷한 눈을 가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우리 동네는 아닐 거야.’


이것도 방심일까?

글쎄. 잘 모르겠다.

심장생은 최근의 강화 덕분에 더욱 강해진 씨드의 보조로, 거의 시속 50km에 달하는 속도를 내며 상공을 날았다.


‘아, 잠깐. 신발.’


(내가 잡았어)


‘자꾸 벗겨지네. 제대로 묶고 왔는데.’


아무래도 날면서 공기 저항을 받다보니 조여 묶었던 신발도 벗겨질 때가 있었다.


‘신축성 때문에 그런 건가.’


중간에 내려간 어느 빌딩의 옥상.

씨드가 아차원으로 받아준 신발을 다시 신던 그는 단단한 전투화를 사야 할까 생각했다.


‘시간 나면, 비행 능력자들이 보통 뭘 신는지도 좀 알아봐야겠어.’




***




“찾아봤어?”

“계속 찾고 있습니다.”


커다란 원목 데스크 뒤.

묵직한 중역 의자에 앉은 남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

그 시선이 책상 너머 부하를 향했다.


“연락은 없고?”

“제보가 몇 건 있긴 했는데···.”

“실속은 없었군.”

“네.”


며칠 전부터였다.

말단 쪽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왠지 느낌이 싸해서 알아보니, 하청을 줬던 쪽에서부터 불씨가 옮겨붙은 것 같았다.


하여 상품 거래와 관련된 모든 명단, 유가족 등등의 명단을 싹 다 뒤져가며 연결점을 찾아보았지만 나온 게 없었다.


“각성자가 분명한데, 의뢰를 주거나 받은 흔적도 안 나온다는 거고.”


“적어도 수란 철공소 쪽은 아니랍니다.”

“그럼 피닉스는?”

“상조 회사 쪽은 접점이 적어서, 그래도 알아보는 중입니다.”

“별빛 쪽에 의뢰 넣어.”

“별빛보다는 은하수 쪽이 낫지 않을까요?”

“그 탐정 놈들은 지들 지인 걸려있으면 오히려 숨기잖아.”

“알겠습니다.”

“아니야. 그냥 양쪽 다 걸어.”



국내에 존재하는 여러 비밀 단체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몇몇 곳들이 언급되었다. 돈은 좀 들겠지만, 어디서 단서가 나와도 나올 것이다.


‘적어도 각성자라면 누군가는 알겠지.’


문제의 상대.

어느 정도 동선은 예측된다.

분명 조직의 밑에서부터 정보를 확보하며 거슬러올라오는 중일 것이다.


벌써 사업장 두 곳이 지워졌다.

그곳에 속해있던 조직원들은 어디로 갔는지 완전히 증발해버렸고, 현장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듯 깨끗하게 청소된 모습이었다.


“그래. 청소.”

“예?”

“청소업자 쪽도 조사해봐.”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분명 경력이 있는 전문가다.


이 일.

제대로 막지 못하면 조직이 무너진다.


겨우 사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품보다는 그것을 구매할 고객들과의 인맥 관리가 더 중요하니까.


‘포션이네 엘릭서네 해도, 여전히 클래식을 선호하는 양반들이 있으니까.’


손짓으로 부하를 내보냈다.

그리고 모처럼 전화를 들었다.

연락처 목록 중, 바로 그런 클래식 애호가 중 하나의 번호를 찾아냈다.


“접니다.”


부하들은 부하들대로.

그는 그대로 할 일이 하는 것.

지금은 그것이 최선이었다.




***




롱코트에 중절모.

누가 봐도 탐정 코스프레라고 할 법한 인물들이 쇠락한 공장 단지 한 곳에 서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커다란 창고가 있었다던 그곳은 깔끔하게 비워져 빈 땅만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여기라는 거잖아.”

“여기 로드뷰 봐도 있잖아요. 겨우 반년 쯤 전인데.”

“철거 공사 이야기는 없었고.”

“며칠 전에도 봤대요.”

“누가?”

“딸배.”

“딸배가 뭐냐, 딸배가.”


남자는 옆에 있던 조수를 쥐어박았다.


“그분들 덕에 따뜻한 음식 먹는 거야.”

“갈 수록 줄긴 하죠.”


배달 인력의 감소.

빈민지역 위주로 그러더니, 점점 더 상급지까지 번지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고, 야심한 시간에 돌아다니다 그대로 실종되는 사건들이 연이어지면서 더욱 심해졌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도 배달일 잘하던 사람이 있었지.”

“빈민가 쪽 가깝지 않았어요?”


거긴 진작에 씨가 마르지 않았었나.

조수가 갸우뚱거리자, 남자가 끄덕였다.


“그런데도 계속 일하는 분이 있었어.”

“지금은요? 살아있어요?”

“아닐걸.”

“역시 그렇죠.”

“요즘 같은 그런 일은 아니고, 뇌종양이라던가. 그냥 소문이 그래.”

“아.”


잡담은 그쯤에서 끝냈다.

조사 의뢰가 들어와서 와봤더니, 아예 조사할 게 없는 상태였다.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겠지.”


의뢰는 의뢰다.

두 탐정은 빈 땅 곳곳을 돌아다니며 뭐라도 건질 게 있는지 확인했다.


“꽃이네요.”


그러다 발견했다.


한쪽 구석.

미세하게, 뭔가 파내고 덮은 흔적.

그 위에 남겨진 꽃 한 송이.

두 사람도 아는 종류였다.


“국화죠?”

“맞아.”


뒷덜미가 살짝 싸했다.

일단 현장 사진을 찍어 담당자에게 전송하고 지시를 기다렸다.


“복귀다.”

“이거, 회수하라고 안 해요?”


말라버린 국화.

조수가 그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건드리는 거 아니야.”


담당자로부터 답변이 왔다.

이곳이 어떤 목적으로 쓰이던 창고였는지 추정할 수 있는 몇몇 문구들과 함께.


“이런 일은 잘 돼도 뒷맛이 쓴데 말이지.”

“뭐가요?”

“우리가 찾아내야 할 사람이, 정말 나쁜 쪽인가 애매할 때가 있어.”

“그래도 돈 받았잖아요.”

“그래. 그게 문제지.”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그것만 생각하면 간단하긴 하다.


세워놓았던 차량에 올라타기 전.

남자는 흘끔 하늘 한쪽을 바라보았다.


“저쪽도 의뢰를 받았나.”


조용히 접근해오는 무소음 드론.

어떤 이들이 그것을 사용하는지 알았다.


[별빛 정보국]

(Starlight Intelligence Bureau)


제법 거창하면서도 중2병스러운 이름.

하지만 실력만큼은 허세가 아니었다.

그만큼 비싸기도 하고.


“얼른 가죠. 저놈들 좀 짜증나던데.”

“그래. 가자.”


그리고 그들이 떠난 후.

별빛 정보국 소속의 인물 역시 두 명이 드론에서 내렸다.


다만 그들은 이전에 왔다 간 탐정들과 달리, 현장에서 발견한 국화를 지퍼백에 담아 가져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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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1. 전화 한 통의 경고 24.07.25 355 11 12쪽
11 010. 청소부의 정체 (2) 24.07.24 368 10 13쪽
10 009. 청소부의 정체 (1) 24.07.23 368 9 15쪽
9 008. 하늘을 날 수 있다 24.07.22 392 10 17쪽
8 007. 위험한 거래 24.07.20 423 11 16쪽
7 006. 헤븐타운의 비밀 (2) 24.07.19 441 10 14쪽
6 005. 헤븐타운의 비밀 (1) 24.07.18 477 12 14쪽
5 004. 새로운 능력의 시작 24.07.17 520 11 13쪽
4 003. 머릿속의 목소리 (2) 24.07.17 562 13 14쪽
3 002. 머릿속의 목소리 (1) 24.07.17 579 14 12쪽
2 001. 죽음과 닿아있는 곳 24.07.17 634 12 14쪽
1 000. 프롤로그 +1 24.07.17 703 1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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