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이계 생물로 차원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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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파도언덕
작품등록일 :
2024.07.17 03:16
최근연재일 :
2024.08.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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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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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4. 새로운 능력의 시작

DUMMY

004.






이전에 이야기했던 아공간.

혹은 인벤토리.

집주인이 바로 그것의 소유자였을까.


“와.”


이젠 그의 건물이 된 빌라 4층.


주인집에 들어와보니 몇몇 가구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많았다.


“없어진 건 아공간에 챙긴 거겠지.”


어쩐지 빈손으로 훌쩍 떠나더라.

이삿짐 양이 상당하던 나머지 세입자들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혼자 남았네.’


전주인은 계약을 마치자 마자 떠났다.

남아있던 세입자들도 빠르게 이사를 가버렸고, 그럭저럭 몸을 추스른 강철기 역시 어젯밤 떠났다.


죽은 자들의 휴대폰으로 어딘가 연락을 하는 것 같더니, 다행히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낸 것 같았다.


문제는 가족들의 안위를 모른다는 것.

그쪽 전화는 당연히 추적당할 거라며, 녀석은 직접 가서 확인하겠다고 연락을 참아냈다.


“일단 청소부터 하자.”


이전 집주인은 각성자.

하지만 각성을 했다고 깔끔한 성격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닌 걸까?


아주 더러운 건 아니지만 여기 저기 먼지가 있어서, 겸사겸사 대청소를 하고 나니 오전이 사라졌다.


3층에서 짐을 옮기는 건 오히려 쉬웠다.

큰 부피를 차지하는 짐이 없다보니 아차원을 활용해 몇 번 오가면 되었다.


“방은 네 개나 되는데, 실질적으로 쓸 곳은 하나 뿐이군.”


그가 집에서 하는 일.

게임과 잠, 식사.

즉 거실 하나와 방 하나면 끝난다.


거기에 욕실 정도.

옷도 별로 없으니 옷방도 필요 없다.


‘3층에서도 방이 남았었지.’


그러니 50평 정도 된다던 주인집이 그만큼 넓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로봇 청소기를 구해야겠어.”


진공청소기가 있긴 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돌리려면 한참 걸린다.


‘으음.’


이래저래 돈 들어갈 곳이 많다.

게임도 더 사야 하고.


“크으···.”


거실 소파에 몸을 묻었다.

이전 주인이 놓고 간 것들 중 하나.

거의 빈백 수준으로 푹신하게 잠기는 느낌이 굉장했다.


105인치 TV도 엄청났다.

그런 대화면으로 게임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일단 실행해보니 그동안 엔딩을 봤던 게임들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새 게임을 살 게 아니라, 예전 것들 2회차를 해봐야겠구나.”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건물주가 되었으니, 그동안 집주인이 해왔던 일들을 이제 그가 해야 한다.


옥상의 태양광 설비 점검.

물탱크 관리.

건물 내부 청소 및 시설물 관리.

그 외에 자잘한 것들.


‘추가로 꽃집 관리도.’


일거리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세입자가 아무도 없으니 수리해줘야 할 것도 없고, 주기적으로 청소 정도만 해주면 되지 않을까.


‘결국 청소가 문제야.’


아래쪽은 문제 없겠지?

생각난 김에 내려가보기로 했다.




***




“그러니까, 종합해보면···.”

-네.


휴대폰을 든 남자.

그는 꽤 긴장한, 또한 주눅이 들었을 상대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미끼로 잡아갔던 놈이 살아 돌아와서 제 식구를 데리고 사라졌고, 정작 잡아갔던 놈들은 어디로 갔는지 소식이 끊어졌다?”

-그렇습니다.

“마지막 있었던 장소라거나, 뭐 그런 거 있을 거 아냐.”

-헤븐 시티 쪽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움직인 정황이 보입니다. 그러다 어느 한 지점에서 끊어졌습니다.

“전부.”

-그렇습···.

“그럼 죽은 거지.”

-예?

“다 죽이고 휴대폰만 챙겨서 움직인 거잖아. 데이터 끊긴 지점이 휴대폰들 처리한 곳이겠고.”

-하지만 저희가 뜨내기들만 보낸 것도 아니고···.

“각성자가 있었다면?”


이어진 침묵.

말문이 막혔을까.


하긴, 설마 각성자가 빈민 지역에 살고 있으리라 생각하진 못했을 것이다.

말을 꺼낸 그 역시 확신은 없었다.

그저 나름의 변수를 언급했을 뿐.


“됐어. 이제 손 떼.”

-예?

“의뢰를 넣든 할 테니까, 애들 더 보내지 말라는 이야기야. 보내봐야 다 죽겠지.”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목소리.

침통함이 느껴졌다.


지시 받은 일이다.

어떤 이유로든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즉, 앞으로 제대로 된 일이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그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


그 역시 누군가에겐 하급자일 뿐.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목록을 뒤져, 조금은 생소한 번호를 찾아 연결했다.


-수란 철공소입니다.

“의뢰 좀 넣읍시다.”

-재고 확인은 1번, 매물 등록은 2번, 담당자 연결은···.


ARS였나.

살짝 버벅대던 남자는 고개를 흔들고 나서 버튼을 눌렀다.




***




끼익.


낡은 지프차량이 멈추었다.


“타이어 좀 갈아요. 이정도면 내 피부보다 더 매끈한 수준인데.”

“너 피부 드럽잖아.”

“닥치시고요.”


차에서 내린 남녀.


남자는 거의 2미터에 육박하는 거구인 반면, 여자는 160이 되지 않을 키에 몸집도 작았다.


“여기 맞아요? 좀 휑한데.”

“이 지역에 원래 이래. 헤븐타운, 들어본 적 없어? 죽은 자들의 영역.”

“거의 도시전설 급 아니었어요?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죽은 자들이 아니라 죽을 자들이 맞지 않나.”

“여기서 그런 말 하면 혼나.”

“누구한테요?”

“누구한테든.”


그렇게 말한 남자는 조용히 주변을 살폈다.


여기 저기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그럭저럭 멀쩡해뵈는 건물들이 가끔 보였다.


“멀쩡한 것 같던데.”


여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곳까지 오면서 사람을 아주 못 본 건 아니었다. 분명 여러 사람들을 목격했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이들과 딱히 차이점을 느끼진 못했다.


“죽음을 앞뒀다는 게, 꼭 미쳐버렸다는 이야기는 아닐 테니까.”


다만 언제든 미쳐버릴 수 있다는 것.

아마도 이곳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들도 그렇게 벌어진 게 아닐까, 남자는 생각했다.


“딱히 눈에 띄는 건 없는데요? 저기 저 꽃집 말고는.”

“흠.”


의뢰를 받았다.

GPS데이터를 토대로 어떤 이들의 행방을 알아내는 내용이었다.


“으음.”


표면적인 난이도에 비해 의뢰비가 높았다.

아마도 의뢰주가 찾는 이들이 헤븐타운에서 사라진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일 것이다.


헤븐 타운.

어지간한 갱단들조차 고개를 젓는 곳.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혹시, 해가 지면 좀 달라져요?”

“글쎄.”


이곳은 헤븐타운에서도 아주 깊은 지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곽도 아닌 애매한 위치였다.


“방값이 싸다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면서요. 거긴 더 외곽인가?”

“그렇지. 이쪽부터는 외지인들도 안 와.”


죽음과 연관이 있는 이들.

혹은 세상으로부터 숨으려는 이들.


그런 이들이 사는 곳인데.

확실히 꽃집은 좀 눈에 띄었다.


제대로 불까지 켜져있는 모습.

마침 평범하게 생긴 남자가 나오더니, 밖에 내어놓은 화분을 안쪽으로 들이고 있었다.


“심장생. 나이는 스물 아···.”

“아 뭐.”

“뇌종양 말기네요. 저 사람.”

“헤븐 타운이잖아.”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여자는 눈 앞에 열려있던 화면을 닫았다.


시스템으로 전산망을 드나들며 개인의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그녀의 능력이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대상을 특정하는 게 어렵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할 경우에는 70퍼센트 이상의 성공률을 보였다.


별도로 락이 걸려있는 경우라면 실패할 수도 있긴 한데, 지금 보이는 인물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실례합니다.”


마침 남자가 먼저 움직였다.

그쪽으로 다가가며 말을 거니, 마지막 화분을 들어 옮기던 남자가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멈추었다.


“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답했다.

마치 이웃을 대하는 듯한 느낌.


여자는 그런 인물의 눈빛 속에서 친절보다는 짙은 삭막함을 느꼈다.

외지인들에게도 경계나 차별 없이 대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그런 느낌.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틀 쯤 전에 여길 지나간 것 같아서요.”


남자는 타블렛을 꺼내 여러 사진을 보여주었지만, 화분을 내려놓고 살펴본 인물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분들이네요. 제가 집 밖에 잘 나오지 않아서요. 요즘 계속 게임 중이라.”


조금 의아한 얼굴로 보는 남녀에, 그는 멋쩍게 웃었다.


“버킷리스트거든요. 못 해본 게임이 많아서.”

“아. 그렇군요.”


두 사람은 이어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지금의 건물에 사는 유일한 사람이며, 며칠 전에 집주인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까지도.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가족 이야기를 하셨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네. 말씀 고맙습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니 그가 마주 숙이고는 화분을 들고 꽃집으로 들어갔다.


“어때요?”


옆에서 속삭이듯 묻는 여자.

남자는 꽃집을 보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그의 능력은 전투 계열이다.

상대의 거짓말 여부를 알아내진 못한다.

그러나 지금껏 활동하면서 쌓인 경험 덕분에, 어지간한 거짓말은 간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남자는 좀 이상했다.

표정에서 감정을 읽기가 어려웠다.


“보통 이런 식이지.”

“뭐가요?”

“죽음을 앞둔 이들은 평범한 이들하고 좀 달라. 특히 그 단계에 들어서면 더더욱.”

“그 단계?”

“받아들이는 단계 말이야.”


다시금 고개를 저은 남자는 건물 주변을 돌아다니며 혹시나 남아있을지 모를 단서들을 찾아보았다.


“흙바닥이라.”


바로 인접한 공터도 살펴보았다.

특이한 부분은 없었다.

농사를 지으려는지 전체적으로 잘 갈려있었다.


“여기라면 뭔가 묻기 좋을 것 같은데요.”

“매장지라면 뭔가 보였겠지.”


자신의 시스템 화면을 주시하던 남자는 역시 여긴 아닌 것 같다며 그곳을 나와 차량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빈손으로 보고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괜찮아요?”

“문제될 건 없지.”


의뢰 실패의 위약금도 없었다.

차를 출발시키기 전, 의뢰주 쪽에 보낼 메일을 작성하던 남자는 문득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돌아보았다.


“뭐라고?”

“그 남자요. 꽃집.”

“어. 왜.”

“다시 확인해보니, 건물주인데요?”


세입자인 줄 알았는데 집주인이었다.

하지만 이어서 자세히 보니, 그 남자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아. 며칠 전에 넘겨받았다네요. 건물 두 동? 다른 건물이 있었나.”

“기존 집주인이 어디로 갔는지는 안 나오지?”

“그런 건 안 나오죠. 근데 좀 수상하지 않아요? 집주인이면서.”

“으음.”


차창 밖.

멀리 자리한 빌라 건물을 가만히 주시하던 남자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실패하자고.”

“뭔가 있어요?”

“왠지 찜찜해.”

“선배 직감이 그러면 접는 게 좋죠.”


그렇게 작성된 메일이 곧 전송되었다.

집주인이 집을 팔고 어딘가 사라졌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그래서일까.

며칠 후, 해당 건물의 이전 집주인을 수배하는 의뢰가 게시판에 올라왔다.


“여전히 찜찜해요?”

“응.”

“그럼 패스하죠.”


그들은 수락하지 않기로 했다.




***




‘이런 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고?’


생명력이 있으면 씨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건 이전에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선 식물을 연구하고 재배해야 한다는 것 같았는데, 그런 방법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에 안 들어?)


‘그건 아니지. 어차피 해야 할 작업이었고.’


건물 옆 공터.

매장지였던 그곳을 대대적으로 청소한 건 집주인이 떠난 당일의 밤이었다.


언제부터 그런 식으로 쓰여왔는지, 그곳 땅 속에는 무려 수십 구의 시신이 묻혀있었다.


하지만 하룻밤만에 모두 사라졌다.

씨드의 아차원으로 들어간 후, 그곳에서 연구되며 소멸한 것이다.


‘악인도 있고, 아닌 이도 있었을 거야.’


이전 집주인이 말했었다.

주변에서 죽은 이들을 묻기도 했다고.


정말 그랬던 건지, 이런저런 질병이나 부상을 갖고 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외부에서 들어온 시신들도 상태가 완벽하진 않았다. 신체 일부가 없거나 손상되기도 하고, 총상으로 짐작되는 흔적이 남아있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묻힌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씨드가 추출해낸 생명력이 좀 더 많은 편이었다.


그렇다.

씨드는 시신에서 생명력을 뽑아냈다.


연구 과정의 부산물.

하지만 처음부터 그것을 목적으로 추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시신의 상태가 좋을수록?’


(상태보다는 시기겠지)


묻힌지 얼마 안 된, 즉 부패되지 않은 시신일수록 남아있는 생명력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으로 돌아가면서 품고 있던 생명력도 그렇게 녹아드는 거라고.


‘확보한 생명력이 얼마나 되는 거야?’


(이걸 계측할 단위가 없는데)


‘내 수명을 기준으로.’


(80에서 90)


‘일?’


(그렇지)


‘많은 건가?’


(너한테는)


두달 반에서 세달에 가까운 시간.

아쉽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씨드의 말대로 그에겐 무척 절실한 삶의 연장이었다.


단위가 정확하지 않은 건 그의 몸 컨디션도 때때로 변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현재의 몸에 흡수시켰을 때, 적어도 80일 정도는 수명 연장이 가능할 거라고 했다.


‘수명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종양이 줄어든다는 뜻이지?’


(종양도, 그 외의 질병 요소나 염증 같은 것도 전반적으로 줄어들지)


‘전반적으로···.’


그저 당장 죽지 않게 된 것에 눈물을 흘렸었는데, 이제 더 나아가 완치의 가능성이 생겼다.


(어떻게 할까?)


‘너 반, 나 반.’


(나한테도 반이나 주려고?)


‘네 능력이잖아. 네가 더 강해지면 나도 좋은 거고.’


(흐음. 알았어)


씨드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약간의 감정이 묻어났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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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1. 전화 한 통의 경고 24.07.25 353 11 12쪽
11 010. 청소부의 정체 (2) 24.07.24 367 10 13쪽
10 009. 청소부의 정체 (1) 24.07.23 367 9 15쪽
9 008. 하늘을 날 수 있다 24.07.22 391 10 17쪽
8 007. 위험한 거래 24.07.20 422 11 16쪽
7 006. 헤븐타운의 비밀 (2) 24.07.19 439 10 14쪽
6 005. 헤븐타운의 비밀 (1) 24.07.18 475 12 14쪽
» 004. 새로운 능력의 시작 24.07.17 518 11 13쪽
4 003. 머릿속의 목소리 (2) 24.07.17 560 13 14쪽
3 002. 머릿속의 목소리 (1) 24.07.17 577 14 12쪽
2 001. 죽음과 닿아있는 곳 24.07.17 633 12 14쪽
1 000. 프롤로그 +1 24.07.17 702 1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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