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럿거라! 안평대군 행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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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명천
작품등록일 :
2024.07.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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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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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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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고명 사은사. 9

DUMMY

윤길상의 집을 알고 있는 하인을 대동하여 도착했다.


“이 집이 윤길상의 집인가?”


“그렇습니다.”


북촌에서 제법 큰 규모의 저택이었다. 이정도의 집을 구했다는 것은 축적된 부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리 오너라.”


문지기가 문을 열었고,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안평대군이라 하네. 윤 관반(館伴)을 만나러 왔네.”


“들어오시지요.”


하인의 안내를 받고 들어선 곳에는 대청마루에 서 있는 윤길상을 볼 수 있었다.


마땅히 손님이 찾아오면 내려와 맞이하는 것이 예이지만 내려오지 않고, 대청마루에 서서 아랫사람을 맞이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조선의 대군을 상대로 삼정승도 하지 못할 짓을 명나라 환관의 권세를 믿고 나를 이리 대하고 있었다.


“어서 오시지요. 안평대군을 뵙습니다.”


미미하게 숙인 고개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리 나온다면 나 역시 똑같이 상대해 주면 되는 일이었다.


“윤관반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찾아왔네. 손님이 왔는데 이리 세워 둘 것인가?”


“오르시지요.”


윤길상과 방으로 들어섰고, 상석을 양보하는 손짓에 거절했다.


“객이 주인 행사를 하면 되겠나? 자네가 상석에 앉게.”


보통 이러면 몇 번의 사양을 하기 마련인데 윤길상은 상석에 앉았고, 나는 미소를 지으면 마주 앉았다.


“내가 이번에 고명사은사로 떠나게 되었네. 전하께서 윤허하신 일인데 가능하겠는가?”


“··죄송합니다. 명나라를 다녀오려면 3개월은 소요될 것인데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저로서는 쉽지 않습니다.”


“이정도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처자식 걱정을 하는가?”


나는 윤길상의 뒤편에 있는 12폭 병풍과 장식장에 올려놓은 도자기만 봐도 결코 적은 재산을 보유하지 않았다.


“크흠. 상대적이지 않겠습니까? 이 사람이 필요한 재물과 일반백성들과는 다르지 않겠습니까?”


윤길상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했다.


“명나라를 다녀오는 일은 상당히 심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또한 명나라에 가서도 윤봉 삼촌의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결코 아무것도 없이 갈 수는 없습니다.”


“재물을 준비해달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재물을 준비해 주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네. 이번 고명사은사로 내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는 자리이니 재물이 들어가는 것은 아깝지 않네. 다만 자네는 명나라 윤봉태감과 어느 정도 사이인지 알아야 내가 준비할 재물이 달라지겠네.”


“무슨 뜻인지요?”


“내가 명나라에 가서 부탁할 것들이 있는데 자네가 윤봉태감과 어느 정도 사이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부탁할 일을 처리해 준다면 아주 많은 재산을 돌아가겠지만 안된다 하면 굳이 자네를 데려갈 생각이 없네.”


“삼촌께서는 조카인 이 사람을 아들과 같이 생각하십니다.”


“각별한 사이라 말하는 것인가?”


“물론입니다.”


나는 윤길상을 똑바로 바라봤고, 윤길상이 눈을 피하는 것을 지켜본 후 말했다.


“지금 자네의 대답 여부에 따라 자네에게 보내줄 재물이 달라질걸세. 이해했는가?”


“말씀하시지요.”


“나는 남궁의 유폐된 태상황을 만나고자 하네. 가능하겠는가?”


“이미 물러난 태상황을 만나려고 하시는 연유가 있습니까?”


“자네가 그것이 왜 궁금한 것인가? 재물을 얻으면 그만 아닌가?”


“··으음. 안평대군께서는 운이 좋으십니다. 태감께서는 태상황을 살피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두루뭉술한 대답은 내가 원하는 말이 아닐세. 확실한 대답을 하게.”


“이 사람이 책임지고 만날 수가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되었습니까?”


“좋네. 우선 자네 가족들을 건사하기 위해서 쌀 100석을 보내주겠네. 그 후 명나라를 다녀온 후 태상황을 만나게 해준 보답으로 쌀 천석 과 매년 가을 추수할 때 쌀 100석씩 보내주겠네. 이것이 무슨 뜻인지 똑똑한 자네라면 알 것이라 보내.”


“물론입니다. 평생 함께 가는 것이지요.”


“맞네. 이번 일을 통해서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조정에서 내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일세. 관반과 같은 임시직이 아닌 자네도 한자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역시 안평대군이십니다. 절로 고개가 숙어집니다.”


“선물을 준비한다 들었는데 지금 자네 재산으로 가능하겠는가? 내가 마침 연회를 하면서 들어간 비용이 상당하여 재물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네. 자네가 준비한 선물의 가격을 알려준다면 두 배 정도는 이자로 생각하겠네.”


“물론입니다. 선물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함께 명나라로 가는 것으로 알고 가면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저는 안평대군을 따르며 믿겠습니다.”


“좋네. 그리 알고 가겠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밖으로 나오자, 윤길상은 대문 밖으로 나와 깊숙이 고개 숙이며 나를 배웅했다.


“자네가 쓸모가 있어야 할 것이네. 아니면 다시 조선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니.”


나는 윤길상을 보며 몸을 돌렸다.



****



무계정사 입구에 10대 가까운 수레가 있었다.


수레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아는 얼굴이었다.


나는 수레를 살펴보며 보리, 마늘, 무, 씨감자를 확인했고, 부탁했던 수문과 설치할 때 필요한 장비들과 광산의 펌프까지 도착했다.


“자네들이 가져왔는가?”


“이번 교대를 위해서 저희가 직접 수레를 끌고 왔습니다. 또한 수장께서도 안에 계십니다.”


“천수달이 함께 왔는가?”


“그렇습니다.”


나는 이들을 보며 어깨에 천으로 감싼 물건들을 보며 말했다.


“승자총통을 제대로 지켜야 할 것이네.”


“김시습 선생님과 천수달 수장에게 교육받았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항상 몸에 벗어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잘하였네.”


나는 안으로 들어왔고, 대청에 누워 있는 천수달을 봤다.


“자네가 직접 왔는가?”


천수달은 급하게 일어나서 예를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 교대가 있으며 쓸 만한 놈들을 추천받아서 살피려고 합니다.”


“이번에 몇 명이나 뽑는 것인가?”


“모인 놈들은 100명 가까이 될 것입니다. 이중 조건에 충족하는 놈들은 절반이 되질 않을 것입니다.”


“잘 선별해 보시게.”


“알겠습니다.”


천수달이 떠나고 망울이를 시켜 수레에 있는 보리, 마늘, 무, 씨감자가 들어있는 포대를 하나씩 가져오라 지시했다.


“이것들을 심을 곳이 있겠는가?”


“이번에 정원에 꽃이 지고 다른 작물을 심으려고 생각한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햇볕은 잘 드는가?”


“그렇습니다.”


포대를 가지고 가서 고랑을 만들어서 한 고랑씩 심었다.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이 감자일세. 이것은 구황작물로 백성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줄 귀한 식물일세.”


“신경을 더 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수레가 두세 번 더 올 것일세. 지시한 대로 전국에 심을 수 있도록 하고, 마포에 조운선으로 보령까지 실어 갈 수 있도록 알아봐 주게”


“알겠습니다.”




****



나는 롤러게이트 수문을 실은 수레를 끌고 군기시로 갔다.


야장들이 신기한 듯 보고 있었고. 정분대감이 보이질 않았다.


“우찬성(右贊成) 정분대감은 어디 계시는가?”


“대감께서는 당진으로 내려가신 지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내려가실 때 내일 오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분대감께서 오시며 내 집에 오시라고 말씀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네들이 수문을 살펴보는 것은 괜찮으나 해체하지는 말도록 하게.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나는 군기시를 벗어나는데 야장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찌 이리 깔끔하게 철을 가공할 수 있는가? 실로 놀랍지 않은가?”


“가공한 것이 아니라 주물로 제작한 것이 아닐까 하네. 조선에서는 이정도의 가공할 수 있는 아장은 없네.”

“안평대군의 사람 중에 이런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네.”


“한양에 퍼진 불꽃을 보았는가? 안평대군께서는 엄청난 사람들을 데리고 있을 것이네. 조선이 보유한 기술을 벗어난 물건들일세.”


나는 군기시를 나오면서 나를 기다렸는지 이귀를 만났다.


“잘 지냈는가?”


“이번에 연회에 많은 사람이 칭찬이 자자하십니다. 백성들까지 칭송하며 전하께서는 상당히 좋으셨는지 내년의 생일에 부탁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네. 자네가 엄 내관에게 그리 알려주시게.”


“알겠습니다. 매일 입궐하시던 수양대군께서 연회를 하신 후에 모습을 보이질 않습니다.”


“세간에서 말들이 나오는 데 그리 싶게 나오겠는가.”


나는 이귀와 대화를 하는 중에 나에게 다가오는 상궁이 눈에 들어왔다.


상궁은 조금 떨어진 곳에 고개를 숙이고 대기하고 있었다.


“자네는 어디에 상궁인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숙빈을 모시고 있는 최 상궁이라고 합니다. 숙빈께서 안평대군을 뵙기를 청하였습니다.”


“앞장서시게.”


이귀에게 가겠다고 말하고는 최 상궁을 따라갔다.


숙빈홍씨는 수양이 혜빈 양씨를 견제하기 위해서 귀인이었던 홍씨를 품계를 올렸다. 역사에서 숙빈이 나를 찾은 일이 없었다.


그때 당시에 나는 혜빈 양씨를 돕고 있었고, 숙빈홍씨는 수양대군과 함께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아비는 수양을 도와 원종공신이 오르게 되는 홍심이었다. 하지만 숙빈에게 욕심이 있다고 보기에 어려운 것이 내명부의 일을 제외하고는 정치와 관련한 일들은 하지 않았다.


“숙빈을 뵙습니다.”


“어서 오시지요.”


자리하고는 마주 봤다.


“숙빈께서 이 사람을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궁에서 불꽃놀이를 봤습니다. 궁에 많은 사람이 즐겼고, 전하께서도 좋아하셨다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 사람의 생일을 축하하는 불꽃놀이였습니다. 좋게 보셨다면 다행입니다.”


서로 안부를 묻는 말을 했고, 다과상을 최 상궁이 가져왔다. 차를 마신 후에 숙빈 홍씨가 본론을 꺼내놓았다.


“종친회에서 이 사람의 품계를 올려 숙빈이 되었습니다. 내명부의 살림을 주관하는 것은 하던 일이기에 문제가 없으나 혜빈양씨와 불편함이 있어 안평대군의 중재를 부탁하려고 찾았습니다.”


“중재를 말씀입니까? 간택 후궁과 궁인 출신 후궁의 격차는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지금 숙빈께서는 품계까지 높이시니 불편함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알고는 있으나 제가 빈으로 있을 때 혜빈양씨가 선왕의 후궁들을 일방적으로 출궁시켰습니다. 그 이후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합니다.”


“어떻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혜빈양씨와 궁에서 함께 지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해서 혜빈 양씨가 출궁하면 안 되겠습니까?”


“이 사람이 그것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십니까?”


“안평대군께서 혜빈양씨에게 요청하시면 들어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하께서 아끼시는 분이 두 분이 계십니다. 경혜공주와 혜빈양씨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서로 마주치지 말고 이대로 지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종친회, 의정부에서도 혜빈양씨를 강제로 출궁시키지 못합니다. 대신 이 사람이 가서 혜빈양씨에게 경고 정도는 해두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숙빈을 보며 말했다.


“숙빈홍씨께서는 내명부를 주관하시는 어른이십니다. 좌우로 편향된 시선과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오직 전하와 종묘사직을 생각하시며 지금처럼 하시면 됩니다. 문종 형님께서 숙빈를 아끼시던 것을 기억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숙빈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



“고생하셨습니다.”


“이 사람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보고받았던 것보다 더 큰 저수지를 계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군기시에 내려 준 수문을 보고 야장들과 감탄하였습니다. 이런 것들은 누가 만드는 것입니까?”


정분대감은 저수지 예정지를 살펴보러 갔었고, 군기시를 들려 나에게 온 것으로 보였다.


나이도 있는 분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궁금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기술은 명나라에서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분대감은 김종서 대감이 좌의정으로 올라서는 날. 우의정으로 내정되는 사람이었다. 그에 정치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건축, 토목에서는 조선 최고의 인물이었다. 조선의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품어야 할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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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고명 사은사. 12 +6 24.09.16 640 30 12쪽
38 고명 사은사. 11 +7 24.09.13 766 32 13쪽
37 고명 사은사. 10 +3 24.09.12 779 32 13쪽
» 고명 사은사. 9 +2 24.09.11 827 35 13쪽
35 고명 사은사. 8 +3 24.09.10 840 30 13쪽
34 고명 사은사. 7 +4 24.09.09 877 38 13쪽
33 고명 사은사. 6 +5 24.09.06 972 36 13쪽
32 고명 사은사. 5 +2 24.09.05 929 35 13쪽
31 고명 사은사. 4 +2 24.09.04 993 33 13쪽
30 고명 사은사. 3 +4 24.09.03 1,008 36 13쪽
29 고명 사은사. 2 +11 24.09.02 1,049 38 13쪽
28 고명 사은사. 1 +9 24.08.30 1,183 40 12쪽
27 황표정사. 12 +4 24.08.29 1,121 34 13쪽
26 황표정사. 11 +8 24.08.28 1,085 36 13쪽
25 황표정사. 10 +3 24.08.27 1,077 35 13쪽
24 황표정사. 9 +1 24.08.26 1,136 35 12쪽
23 황표정사. 8 +8 24.08.23 1,171 38 12쪽
22 황표정사. 7 +7 24.08.22 1,128 39 13쪽
21 황표정사. 6 +5 24.08.21 1,182 38 13쪽
20 황표정사. 5 +3 24.08.20 1,201 37 13쪽
19 황표정사. 4 +2 24.08.19 1,210 39 13쪽
18 황표정사. 3 +6 24.08.16 1,336 41 13쪽
17 황표정사. 2 +5 24.08.15 1,363 38 14쪽
16 황표정사. 1 +3 24.08.14 1,453 36 12쪽
15 단종 즉위. 11 +7 24.08.13 1,571 42 13쪽
14 단종 즉위. 10 +4 24.08.12 1,604 42 13쪽
13 단종 즉위. 9 +4 24.08.06 1,808 51 12쪽
12 단종 즉위. 8 +5 24.08.05 1,743 53 12쪽
11 단종 즉위. 7 +5 24.08.02 1,896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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