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럿거라! 안평대군 행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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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명천
작품등록일 :
2024.07.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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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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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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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 사은사. 12

DUMMY

“실로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다시 태어나서 해동청(海東靑)이 되었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겁니다.”


이기수는 인왕산에 올라 드론을 조작하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화면으로 주변 지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니 말도 되지 않습니다. 저곳에 노루가 한 쌍 있습니다.”


이기수는 포구 공사 때와는 다르게 즐기는 표정이었다.


“어떤가? 여진은 부족 단위로 움직이고,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이 드론 한 기로 채탐인 10명분은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형지물을 익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기수는 신났는지 더 멀리 보내고 있었다.


모니터에 거리가 나오는데 20km를 넘기고 있었다.


“통제 거리가 25km이네. 신호가 끊기면 안 되니 모니터를 보면서 날리게. 또한 배터리가 5개가 있는데 전기가 없어 충전할 수 없으니 그만 불러들이게.”


“···알겠습니다.”


드론이 돌아오고, 이기수는 조심히 가방 안에 넣으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가?”


“이 드론과 무전기는 전쟁의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드론 3대 정도 더 보유하고 무전기를 통해서 정찰한다면 여진족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동 경로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견주여진의 이만주가 어디 있는지 찾아놓게.”


“후리가이(胡里改) 부족은 용맹하며 부족의 단위가 상당히 크고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입니다.”


“··수춘군이 할 것이야.”


“이만주를 죽일 생각 이십니까?”


“앞으로 조선의 땅이 될 곳이 그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계속 사고 치는데 가만히 둘 수 없지.”


“이번 고명사은사로 가면서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주의 위치를 파악하라고 전달해 놓겠습니다.”


“그러게.”


이기수와 함께 인왕산에 내려와서 무계정사에 돌아왔다.


천수달과 수춘군이 무계정사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오게.”


방으로 들어가서 함께 마주 앉아서 이번 명나라에 가는 계획에 대해서 말하였다.


“유연탄, 단천은광을 돌아볼 것이고, 이징옥을 만날 것이네.”


“명나라로 가는 길을 돌아가시는 것 아닙니까?”


“부사로 삼은 기건과 명나라 수도에서 만날 것이고, 따로 행동할 것이네. 또한 이기수에게 말했는데 견주여진의 이만주를 죽일 생각이네. 수춘군이 처리해야 할 것이야.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이 많습니다. 조선 사람도 아닌 여진족입니다.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노트북을 펼쳐서 자금성의 건물 배치도를 이들에게 보여줬다.


“이곳이 태상황이 머무는 내궁이네. 이 곳이 가장 중요한 곳이니 주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게. 특이 수춘군은 내궁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매복하고 있을 수 있도록 하게. 가장 좋은 위치로는 각루가 있네. 3층 전각이며 그 자리를 확보하게.”


“··태상황을 죽이는 겁니까?”


“내 행사에 방해가 된다면 그리할 수도 있지.”


태상황은 5년 뒤에 탈문의 변으로 다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이번 고명사은사로 태상황을 만나서 나와 가는 길이 다르다면 그를 처리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현 황제는 병으로 죽게 될 것이고, 후사가 없는 명나라는 큰 혼란이 올 것이었다.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요동을 우리가 가져올 수 있었다.


“천수달은 이번 고명사은사로 가는 길에 가져갈 물건들과 사람들이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살펴주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



산릉 역사를 살피러 떠났다.


수양은 자신의 연회 이후로 첫 행사였고,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수양 형님. 그동안 소원하였습니다.”


“그동안 몸이 좋지 못해 집에서 나오지 못하였네.”


“어디 아프신 겁니까?”


“이제는 괜찮으니 신경을 쓰지 말게.”


“몸이 좋지 못하시다면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산삼이 한뿌리 있습니다. 하인을 통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경 써줘서 고맙네.”


수양은 말을 타면서 앞만 보고 있었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수양의 말머리가 나를 앞서 먼저 가고 있었다.


그만큼 저번 연회에서 진 것이 치욕스러운 모양이었다.


내 뒤로 민신과 조극관이 눈에 들어왔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왔다.


현릉에 도착했고,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홍살문(紅箭門)을 지나 단청이 입혀진 정자각(丁字閣) 뒤로 언덕 위에 현릉이 있었다.


왼쪽에 수라간, 오른쪽에 비각, 수복방까지 공사가 끝난 상황이었다.


“보기가 좋습니다.”


“이현로가 공사 책임으로 일을 잘하였습니다.”


김종서가 나와 함께 정자각에서 현릉을 보며 대답하였다.


나는 오른쪽을 쳐다보며 현덕왕후의 자리를 살펴봤다.


아직 현덕왕후께서는 천릉(遷陵)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현로가 우리를 맞이하며 인사를 했고, 나는 수고했다고 어깨를 두드려 줬다.


이현로는 산릉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했고, 모두 잘하였다 칭찬하였지만, 수양만이 긴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물었다.


공사를 확인하고 잠시 쉬고 있는데 민신과 조극관이 나를 데리고 한쪽으로 이동했다.


“안평대군께서 주신 약의 효능이 엄청났습니다.”


“젊었을 때 그 느낌이 쫙 몰려오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말도 마십시오. 죽지를 않습니다. 2시진동안 젊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본처와 후처를···.”


조극관의 말에 민신이 말리지 않았다면 그날 대사헌의 밤일을 보고 받았을 터였다.


민신과 조극관은 비아그라 효과를 단단히 본 것인지 나를 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검지를 입술에 대고는 주변을 살폈다.


“어딜 가서도 발설하시면 큰일이 납니다. 이 사람이 먹을 것도 없습니다.”


“물론입니다. 이 사실을 누구에게 말하겠습니까? 염려 붙들어 매십시오.”


민신이 대답하였고, 조극관은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한 알만 더 부탁할 수 없겠습니까? 비밀은 엄수하겠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여인이 임신하기 위해서는 그 시기가 있다는 것을.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이 사람의 가문의 대가 끊어집니다.”


“대사헌께서 이리 말씀하시면 안 드릴 수가 없지 않습니까?”


“안평대군께서 사람 아니 가문을 살리신다고 생각하시고 힘써 주십시오.”


하아.


나는 깊은 한숨을 쉬고 조극관, 민신을 쳐다봤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약은 천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알지요. 알 다뿐이겠습니까? 이 사람은 천금을 주고도 구할 수 있다면 살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약속하십시오. 그날에 복용하시겠다고.”


“물론입니다. 임신 시기에 맞게 꼭 그날에 복용하겠습니다.”


나는 소매에서 포장된 비아그라를 꺼냈다.


두 개 중의 하나를 뜯어서 조극관 손에 올려주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조극관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저. 안평대군께서는···.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민신은 내 손에 하나 남은 비아그라를 쳐다보며 갈구하는 눈빛을 보내며 말을 더듬었다.


“우리 평생 함께 가는 겁니다.”


내 말에 민신대감은 고개를 급격하게 끄덕였다.


“손 내밀어 보십시오.”


민신은 두 손을 내밀었고, 비아그라를 떨어트렸다.


조극관, 민신을 보내고 이현로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병조판서와 대사헌이 안평대군께 공손하게 조아리던데 무슨 일입니까?”


“그런 것이 있네. 내가 자네를 위해서 노력한 것만 알아주면 되네.”


“무슨 말씀인지?”


나는 하늘 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일세.”


이현로는 눈을 굴리다가 나를 쳐다봤다.


“혹시 오늘이 그날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준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가?”


“물론입니다.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 벗은 적이 없습니다.”


나는 이현로를 쳐다봤다.


“··어차피 수양에게 매를 맞게 되어있네. 수양을 도발해 보는 것은 어떤가?”


“안 그래도 맞아 죽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 무슨 말씀입니까?”


“수양은 자네에게 매를 들것이 분명하고, 그에 속을 뒤집는 것이라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내가 적당히 말릴 테니 걱정하지 말게.”


이현로는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는 말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왕 맞는 거 수양대군에 속이라도 뒤틀리게 해야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네.”


“전하께서 선온(宣醞)을 내려 위로하라 하사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음식을 엄자치를 통해 현릉까지 가져왔고, 그때까지 이현로와 대화를 나눴다.


비가 내려 천막 안으로 음식을 차리게 하고, 남은 음식을 인부들에게 나눠줬다.


황보인, 김종서가 가까이 앉았고, 내 양옆으로는 민신과 조극관이 앉아있었다. 수양에게는 정인지와 권람이 앉았다.


“이번에 안평대군의 생일날 불꽃놀이 보셨습니다. 황홀하고, 밤하늘에 퍼지는 불꽃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나 역시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데 아주 좋은 시간이었네.”


김종서는 이현로의 말을 받아주며 이현로에게 술 한 잔을 따라줬다.


“자네가 이곳에서 고생하였음이 보이네. 수고하였네.”


“이 사람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김종서 대감께서 도움을 주셔서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에 자네만 한 적임자가 누가 있단 말인가? 잘하였네.”


“김종서 대감도 아시겠지만 제가 풍수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누구와 다르게 이론만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실전에 적용해서 많은 곳을 봐왔습니다. 현덕왕후께서 소릉(昭陵)에서 이곳으로 합장하시든지 아니면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으로 하시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안산군 와리면의 능 자리는 지극히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김종서 대감은 술을 마시고 있는 수양대군을 한번 쳐다보고는 이현로에게 물었다.


“현덕왕후의 소릉을 이곳으로 천릉 하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동원이강릉으로 오른편에 현덕왕후의 자리를 잡는다면 제가 말씀드린 경복궁의 자리를 옮길 이유가 사라집니다.”


이현로의 말에 모두 집중했다.


“현재 경복궁 자리는 정룡이 쇠하고, 방룡이 발하는 자리입니다. 정룡은 장남이나 장손을 말하고, 방룡은 차남 이하가 잘되는 그런 자리입니다. 하지만 현릉의 자리로 모든 것을 보완할 수 있을 정도의 명당입니다.”


“그런 것인가?”


김종서의 물음에 이현로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지금의 경복궁 자리를 백악산 뒤로 옮겨야 하지만 현덕왕후가 이곳으로 천릉을 한다면 자손이 번성하여 아무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재물이 크게 들일 이유가 없이 소릉에서 이곳으로 옮기면 되는 일입니다.”


쾅!


“네 이놈. 현로. 어찌 그런 망년된 말로 안평과 조정대신을 현혹하는 것이냐. 네놈의 소행을 보고하고 관직을 박탈시키겠다.”


수양대군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벌게진 얼굴로 이현로를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네 놈을 매질로 다스리겠다. 여봐라. 저놈을 끌고 와서 매질하거라.”


수양이 화를 내며 노발대발하고 있었다.


“형님. 어찌 이러시는 겁니까? 무슨 짓입니까?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만류했지만, 이현로의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


“내 저자를 매질하는 것은 자네를 아끼기 때문일세. 형제의 우애에 이로움이 없네, 자네는 사람을 사귐에 있어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죄를 지었다고 해도 조정의 신료를 어찌 대군께서 매질한단 말입니까?”


까랑까랑한 김종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사헌으로 수양대군의 이 일은 절대 좌시할 수 없습니다. 대군은 조선의 법 위에 있단 말입니까? 전하께 이 사실을 알려 공론화하겠습니다.”


조극관이 나섰고, 그 뒤로 민신까지 가만있지 않았다.


“법도에 어긋나 행동은 대군이라도 죄를 용서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수양대군께서는 조정의 신하를 이리 핍박할 수 있습니까?”


비아그라 효과가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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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고명 사은사. 8 +3 24.09.10 841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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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고명 사은사. 5 +2 24.09.05 929 35 13쪽
31 고명 사은사. 4 +2 24.09.04 993 33 13쪽
30 고명 사은사. 3 +4 24.09.03 1,009 36 13쪽
29 고명 사은사. 2 +11 24.09.02 1,050 38 13쪽
28 고명 사은사. 1 +9 24.08.30 1,183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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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황표정사. 7 +7 24.08.22 1,128 39 13쪽
21 황표정사. 6 +5 24.08.21 1,182 38 13쪽
20 황표정사. 5 +3 24.08.20 1,202 37 13쪽
19 황표정사. 4 +2 24.08.19 1,210 39 13쪽
18 황표정사. 3 +6 24.08.16 1,336 41 13쪽
17 황표정사. 2 +5 24.08.15 1,363 38 14쪽
16 황표정사. 1 +3 24.08.14 1,454 36 12쪽
15 단종 즉위. 11 +7 24.08.13 1,571 4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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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단종 즉위. 8 +5 24.08.05 1,743 53 12쪽
11 단종 즉위. 7 +5 24.08.02 1,897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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