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제가 선택받은 자 중 한명 이라구요? "
나는 당혹한 표정으로 눈앞의 여성을 바라봤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푸른 생머리와 금안.
조각같은 외모와 긴 귀.
마법의 종족이라 불리우는 엘프였다.
" 그렇습니다. "
" 하하, 설마요. 조금 전까지 보셨잖아요. 저 엄청 약한대. "
막상 말해 놓고 조금 슬프다.
" 착각 하신게 아닐까요? "
내가 선택받은 용사?
할아버지가 알았다면 엄청 웃었을 거다.
그녀는 고운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켰다.
정확히는 내가 쥐고 있는 검.
" 당신이 쥐고 있는 검. "
" 검이요? "
" 네. 과거, 세계를 구한 전설의 무기들 중 하나입니다. "
두 손으로 검을 가만히 들어 올린다.
검의 초짜인 내가 봐도 화려해보이는 검.
빛나는 양날과 비실버로 장식된 손잡이.
불꽃 모형의 금으로 세공된 가드.
그 중앙에 박힌 붉은 루비.
" 검 님, 혹시 굉장한 분이신가요? "
[뭐야, 설마 날 보고 무기점에서 파는 흔한 검 따위로 생각한 건 아니겠지?]
루비가 반짝이며 들리는 것은 낮지만 고운 음색.
중석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나는 어색하게 볼을 긁적였다.
"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요. "
흔한 검은 에초에 말을 못하지 않을까요?
[자, 질문입니다. 오늘 저를 사용하고 느꼇던 감상은 어떠셨나요?]
감상이라, 조금 전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자.
아아, 그야말로 대모험이었지.
" 으음, 놀랬죠. "
[다시 해. 마음에 담아 둔 말이 덜 나왔어]
이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눈치챈 거 같다.
그, 그럼 어쩔 수 없네. 솔직하게 말해볼까?
[자, 시작]
" 사실, 엄청 멋졌습니다! 저 이런 마법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걸 항상 꿈꿔왔거든요!?
생각해보니 오늘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처음 휘둘렀을 때의 그 광경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목숨이 오가는 한 순간, 그런 반전이 일어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공간을 찢어 발기며 불꽃이 타오르는데', 아 물론 그 후에 '계약'이라는 걸 할때도- "
[으음, 미안해. 그렇게 세세히 말 안해도 되는데. 조금 오타쿠 같아 보여서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어]
" 그쪽이 말하라면서요!? "
[아하하하!]
왜 당신도 할아버지와 같은 단어를 알고 있어요!?
루비를 쉴세없이 반짝이며 웃고 있는 검을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엘프가 말해왔다.
" 당신이 '검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제 눈으로 봤으니 더 이상의 의심은 필요 없겠지요. "
" 으음. "
자 정리해보자.
세계를 파멸시킬 마왕의 부활.
그걸 막기 위해 찾아야 하는 전설의 무기와 주인들.
그 중 한명이 나?
거짓말이지?
그럼, 결론은 뭐다?
나는 엘프에게 두 손으로 공손히 검을 내밀며 힘차게 고개 숙였다.
" 무리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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