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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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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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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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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복수자

DUMMY




"헉..헉"


흰 도화지처럼 펼쳐진 설경에 한 남자가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죽은 토끼가 매달려있었고 그 자그마한 몸에는 화살 구멍이 존재했다.


"하루 종일 토끼 한 마리 밖에 못 잡았네 집에서 기다릴 텐데 어휴..."


그가 사는 마을은 매우 추운 지방이었기 때문에 농사 대신 청년들은 활을 잡아야 했다. 그 또한 마찬가지였었다.


...? 마을에 연기가 모두 꺼져있지?"


불안한 마음에 그는 발걸음을 서둘러 마을에 도착했고 얼어붙은 핏자국과 차가운 시신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중에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카리스!!! 정신차려 이 친구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허어억.. 허어억... 텔론? 텔론이구나 마을에 도적놈들이 쳐들어와서 모두를 죽였어... 내가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는데 실패했......."


그 말을 끝으로 카리스는 거친 숨을 더 이상 내뱉지 못했고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카리스의 마지막을 지켜본 텔론은 오랜 친우의 죽음도 잊은 듯 서둘러 달려가기 시작했다.


"안나! 엘리! 톰!"


텔론은 자신의 가족들 이름을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지만 그의 목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날 듯이 뛰어간 텔론은 자신의 오두막 문이 박살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고 입구에는 아내의 머리가 두 개로 갈라진 채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피 같은 눈물이 쏟아졌으며 집안에서 자식들이 배가 뚫린 채 내장을 쏟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그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안나 오늘은 토끼 고기 스튜야? 이거 오랜만에 배에 기름칠하겠는데?"


텔론의 말에 동조하듯 머리카락이 노랗고 눈의 흰자가 삶은 달걀 같은 엘리가 말했다.


"엄마 스튜에 토끼 좀 더 넣자!"


"엘리 남은 토끼는 보관을 해야 해 그래야 먹을 게 없을 때 굶지 않지!"


안나의 말에 엘리의 입은 오리의 주둥이처럼 툭 튀어나왔다.


"톰 저기 있는 빵 좀 테이블에 갖다줄래?"


안나가 말했다. 그러자 텔론의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 키를 가진 갈색 머리 소년이 작은 발을 다람쥐처럼 움직여 검고 딱딱한 빵을 테이블로 가져왔다.


비록 먹을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행복하고 화목한 가족이었다. 텔론은 그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의 얼굴과 몸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지만 텔론은 보지 못했다는 듯 말한다.


"역시 내 마누라가 우리 마을에서 요리를 제일 잘한단 말이야 결혼하길 잘했어"


"...내가 요리를 좀 잘하$%*&"


텔론의 말에 안나가 대답했지만, 물속에서 말을 하듯 잘 들리지 않았다.


"아빠 빵좀 찢어$%*&#$*∙∙∙∙∙∙∙"


가족들과 대화가 점점 들리지 않게 되었지만, 텔론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가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다음 주에는 사냥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줄게. 톰, 아빠만 믿어"


"....."


"....."


"애들아? 여보? 모두 어디 갔어?"


시끌벅적했던 오두막에는 텔론만이 남아있었다.


***


꿈을 깬 텔론은 폐가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을 느꼈으며 너무 손을 꽉 쥔 탓일까? 손아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텔론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손에는 외날 한 손도끼와 등에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나무 활이 존재했다.


"내가 그 새끼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입속에서 말을 웅얼거리던 그는 마을 남쪽 입구에서 수십 개의 피가 묻은 발자국들이 밖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했다. 발자국을 따라가던 텔론은 저 멀리에서 하얀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고 30분 뒤에는 검은색 낡은 벽돌로 이루어진 작은 성채를 발견했다.


성채는 뒤에 산을 등을 지고 있었다. 감시탑은 무너져 존재하지 않았고 건물이라고 할만한 것은 1층 정도의 높이의 작은 건물만 2채 존재할 뿐이었다. 적들의 공격을 방어할 성벽도 성인의 키 정도만 남겨두고 있었으므로 남들이 봤을 때는 성채가 아니라 작은 마을로 착각할 정도였다.


"에취~!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여기는 너무 추운 거 아니야?"


"그러게나 말이야 날씨가 조금 풀리면 따뜻한 지역으로 도적질하러 이동해야겠어."


성채에서는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려왔다. 평범한 대화처럼 들렸지만, 대화의 내용은 결코 평범한지 않았다. 도적질하는 것을 마치 동네 뒷산에 놀러 간다는 뉘앙스처럼 말했기 때문이다.


텔론은 어리석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서 도적단과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도끼와 활 그리고 아버지한테 받은 사냥꾼의 기술이 전부였다.


도적들의 수, 무기, 순찰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키가 30m는 되어 보이는 나무 위에 올라간 그는 하루 동안 도적들을 관찰했고 25명의 도적들이 단검이나 장검을 소지하고 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적들은 항상 중앙의 건물 위에 2명씩 경계를 섰고 두 개의 무리가 네 명씩 땔감과 사냥을 하기 위해서 성채를 나와 주변을 돌아다닌 것을 확인했다.


텔론은 도적들이 지나다니는 길옆에 어제 잡은 토끼를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먹을 것이 부족해 약탈하는 도적들은 절대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발밑에 구덩이를 파서 다리를 접질리게 하는 함정도 설치했다.


***


"어? 여기에 죽은 토끼가 있어 안 그래도 입이 많아서 식량이 부족했는데"


몇 시간의 기다림 끝에 도적무리가 토끼를 발견했다. 그는 조용히 활시위에 손을 얹었다.


"야 이 새끼야 잠깐만 멈춰!"


도적들중 한 명이 이상한 점은 눈치챘을 때는 이미 맨 앞에서 토끼를 향해 가던 남자가 함정에 빠진 뒤였다.


"으악 내 발목"


함정에 빠진 남성은 발목을 크게 접질려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다. 그때 나무 위에서 작은 바람 소리가 들렸다.


피웅


한 줄기 그려진 선 끝에는 도적의 머리가 존재했고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한 채 절명했다.


"씨발 너 뭐 하는 놈이야 우리 늑대 도적단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어!!?"


아직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 도적들은 본인들의 미래도 알지 못한 채 검을 들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피웅


두 번째로 발사된 화살은 도적의 심장을 멈추게 했고 세 번째로 발사된 화살은 도적 목에 박혀 눈을 뜬 채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했다.


"헉...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도적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놈들한테 잡혀서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었습니다.


발목을 접질린 남성은 도망가지도 못하고 맞서 싸울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사냥꾼에게 빌고 있었다.


나무 위에서 내려온 텔론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희는 얼마 전에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을 죽였어! 대체 왜 그런 거야 대체 왜?"


이미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텔론은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이 도적한테 소리쳤다.


"저는 이놈들의 노예입니다. 절대로 남을 습격하지 않았고 죽이지도 않았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무릎을 꿇고 빌고 있는 도적의 단검 틈 사이에는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과 피가 엉켜져있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텔론은 손을 움직였다.


피웅


마지막으로 발사된 화살은 도적 눈을 관통했고 악마의 최후라기엔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악마들을 사냥했고 도적들은 사냥꾼을 눈치채지 못했다.


***


"아론! 안토니! 이 새끼들은 대체 어디 간 거야?"


"두목 그 새끼들이야 또 다른 마을로 갔겠죠. 뭘 새삼스럽게 범죄자들이 다 그렇지 뭐"


분명 눈에 띄게 수가 줄어들었지만, 도적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범죄자들끼리 살다 보니 의리는 존재하지 않았고 도망가는 일도 빈번했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마을에서 약탈한 장물도 얼마 없는데 입도 줄었으니 다행이죠."


"존, 너 말대로 입도 줄었으니, 오늘은 애들한테 술과 고기를 좀 먹여야겠어."


오히려 잘 되었다는 듯이 말하는 도적들 그 모습을 나무 위에서 지켜보던 텔론은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밤이 찾아오자, 텔론은 우선 건물 위에서 경계하고 있는 두 명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5분 전에 교대했으니, 앞으로 한 시간은 무슨 일이 생겨도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그는 성벽 근처로 갔다.


"음머어어어어~"


마치 소 울음소리와 비슷한 순록의 울음소리를 따라 한 그는 도적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 소리는 순록 소리 같은데 에릭 내가 가서 사냥해 올 테니까 경계하고 있어"


누비옷을 꽁꽁 싸맨 동료를 향해 말한 코가 빨개진 도적은 활 한 자루를 가지고 소리가 울리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 근처에서 소리가 분명 들렸는데 어디 있는 거"




단검으로 순식간에 목을 뚫어버린 텔론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따뜻한 시체를 바라봤다.


곧이어 건물 위에서 추위와 싸움 중이던 도적 또한 텔론은 사다리를 타고 게 순식간에 목숨을 빼앗는다.


도적들이 잠을 자는 건물로 들어서자, 코골이와 술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푹 푹 푹 푹 푹 푹 ∙∙∙∙∙∙


텔론은 한 명씩 단검으로 멱을 따기 시작한다. 그는 일말의 자비가 없었으며 최종적으로 모든 도적을 몰살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마치 로봇과도 같았다.


"복수에 성공했어! 안나, 엘리, 톰, 카리스∙∙∙∙∙∙∙"


가족과 마을 사람들 한명 한명 모두 이름을 부른 텔론은 건물을 나와 하염없이 걸어갔다.


복수를 끝마친 그는 후련한 표정이 아닌 공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서 자신이 살던 오두막에 들어섰다.


"안나, 엘리, 톰 아빠 왔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는 텔론은 안나를 집안으로 데리고 와서는 꼭 껴안았다.


"돌아왔어 여보 오래 기다렸지?"


품에 안긴 안나는 끈이 떨어진 인형 같았다. 텔론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안나의 고개가 흔들려 입안에서 치아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딱 딱 딱∙∙∙


하염없이 가족들을 지켜보던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살 '이유' 자체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과 뽀뽀하고 둘러앉아 식사하고 서로 대화하는 것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였기 때문에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텔론은 복수만이 그가 살아가는 마지막 이유가 되어 버렸고 그것이 성공한 다음 그에게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는 다음날 세상을 등졌다.

하얀 복수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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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악몽의 괴물 (2) 24.07.28 11 0 11쪽
4 악몽의 괴물 (1) 24.07.2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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