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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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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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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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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괴물 (3)

DUMMY




심장이 쿵쾅거리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어린아이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모자의 그늘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너는... 누구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어?? 지금 장난치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 천천히 그가 모자를 위로 올린다.


"이도윤? 이도윤 맞지?"


놀랍게도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같이 놀던 옆집 사는 친구였다.


악몽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하나도 키가 자라지 않았네?


8살 때 마지막으로 본 모습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꿈이다 보니 내가 기억하는 모습이 투영된 것 같다.


"내 이름을 까먹어? 나 섭섭해!"


도윤이는 찡그린 얼굴을 지었다.


"미안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사과할게"


내 말을 들은 도윤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너 여기서 뭐 찾는 거야?"


"인형을 찾고 있어 내가 가지고 놀던 것들"


"재밌겠다! 나도 같이 찾아 줄게!"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줄 아는 건지 그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개미 손이라도 빌려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도윤이 한테 인형의 생김새에 설명했고


"나 그 인형 어디에 있는지 알아!"


"상어 인형은 '어린이 수영장'에 있고 거미 인형은 뒷산에 있어!" 그리고 고릴라 인형은 102동 옥상에 있어!"


어떻게 모든 위치를 아는 건지 의아했다.


"도윤아 혹시 어떻게 알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들려오는 대답


"그야 네가 버린 인형을 내가 다른 곳에 다시 버렸기 때문이야!"


순간 목에 힘줄이 불거졌지만, 꿈속 인물에게 화를 내봐야 무엇하겠나


"도윤아 고마워! 이 은혜 갚지는 않을게!"


비꼬는 말로 작별 인사를 한 후 우선 가장 가까운 102동 옥상으로 이동했다.



***



"헥.. 헥.."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계단으로 22층을 등반한 나는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아니 꿈속에서도 저질 체력인거냐고.. "


포리도 거대한 체형 문제로 힘겹게 낑낑대며 오르는 중이었다.


아파트 옥상 문은 열려 있었고 초록색 방수페인트로 칠해진 바닥에는 회색 고릴라 인형이 뒤를 돌아앉아 있었다.


"고릴라 인형 설마 움직이진 않겠지? 않을 거야"


마치 기도라도 하는 심정으로 천천히 접근하다 번개보다 빠르게 인형을 잡았다.


"뭐야? 테디처럼 움직이지는 않네"


안도의 한숨을 내뱉던 나는 고릴라 인형을 태울 도구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차차 라이터라도 가져올 걸 내가 비흡연자인 게 천추의 한이네"


부모님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하던 나는 포리가 어디로 달려가는 것을 봤다.


컹! 컹!


포리가 깡통 앞에서 짖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깡통에는 꽁초가 잔뜩 쌓여있었고 그 옆에는 터보 라이터가 떨어져 있었다.


"나이스!!"


이제 찾은 라이터로 고릴라 인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타닥 타닥


붉게 타들어 가던 인형이 검은 재가 되었을 때 나는 사과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제 와서 너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깨달았어. 부디 나를 용서해 줘.


짧은 묵념을 마친 뒤 아파트를 내려와 상어 인형이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어린이 수영장'에 도착한 나는 4줄로 이루어진 레인에서 수영 중인 상어 인형을 발견했다.


"무슨 인형이 저렇게 빨라 박태환도 못 잡겠네"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킥보드' 일명 판떼기를 가지고 물에 뛰어들었다.


첨벙 첨벙


"야 임마 거기서 임마!"


나를 비웃듯 깊게 잠수하며 내 발밑을 지나가는 인형을 잡기 위해 잠수한 나는 바닥에서 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깊게 잠수해 끈을 잡아당겼다.


뽁!


작은 소리와 함께 회오리치듯이 물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자연재해처럼 모든 물을 빨아들이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진짜 죽을 뻔했네. 나 배수구 마개를 잡아당겼었구나"


퍼덕 퍼덕


옆을 보니 상어 인형이 통통 튀어 다니고 있었다.


으르렁 휙 크앙!


물 밖에 있던 포리가 순식간에 상어 인형의 목덜미를 물었다.


"잘했어! 포리"


짧은 칭찬과 함께 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를 꺼내 인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나로 인해 고통을 받고있었구나 이제 성불시켜줄게 정말 미안해


짧은 사과를 뒤로 마지막으로 거미인형이 있는 뒷산으로 향했다.



***



그러고보니 뒷산 어디인지에 대해서 도윤이가 말해주지 않았다.


"정확한 위치를 안 물어봤네 여기 산을 모두 뒤져야하나?"


그렇게 넓고 높은 산은 아니였지만 작은 거미 인형하나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거미를 찾아다닌지 두 시간째 뜨거운 햇살에 지쳐 우리는 근처 고목나무에서 쉬고있었다.


"휴... 진짜 덥네 이 넓은 곳에서 언제 찾냐 진짜"


짜증섞인 말을 내뱉고 있을때 들려오는 소리


사각 사각


"포리야 너 뭐 먹고있는거야?"


눈에 들어가는 땀을 닦고 있던 나는 의문의 소리에 포리를 추궁했다.


갸우뚱 하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포리


"너가 낸 소리가 아니야?"


사각 사각


계속들려오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하늘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고개를 천천히 젖혀 나무가지를 유심히 쳐다본다.


사각 사각


작은 거미 인형이 나무가지에서 다른 나무 나뭇가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찾았다 이놈!"


그 이후에는 짱돌을 던져 인형을 떨어뜨린후 태워버렸다.


짧은 묵례를 마치고 마지막 보스인 테디한테로 가야했다.


그런데 테디는 어디에 있는거지?


다른 인형과 마찬가지로 본인과 관련된 장소에 있을거야


그곳이 어딜까?


반달가슴곰이 있는 지리산? 아니 거기는 아닐꺼야


지금까지 테디가 나타난 장소....


테디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 있을거야!


그런데 테디는 마법을 사용하는데 어떻게 제압 해야하지?


컹! 컹!


포리는 마치 자신만 믿으라는 듯 턱을 들어올렸다. 그 행동이 너무 귀여워 그만 나는 뽀뽀를 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테디를 상대로 확실한 찬스를 잡으려면 어떤 계획이 필요할지 생각했다.


수 없이 많은 계획을 세웠고, 결국에는 제일 단순한 계획을 채택했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



***



어느새 우리집 현관문 손잡이에 나는 손을 올리고 있었다.


"휴.. 너무 떨려"


너무 긴장했는지 손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정신 차려 이지아 넌 할 수 있다!


작은 속마음을 외치고 살며시 돌아가는 문손잡이


끼이이익...살짝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갔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간 거지?


"어디 갔다 왔어?"


그 순간 뒤에서 들리는 천진난만한 소리


마치 덩굴로 나를 묶은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말투였다.


"아.. 하하하 잠깐 옆집 도윤이네 갔다 왔어"


"도윤이? 도윤이는 진달래 아파트에 살잖아. 여기는 태문 아파트라고"


"버스 타고 갔다 왔어"


"버스? 그럴 리가 이곳에 버스는 존재하지 않아"


의심스럽다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세운다.


지금이다. 순식간에 달려들어 손에 있는 터보 라이터로 테디를 불태운다!


타타타탁 휙 딸깍!


찰싹!


내 손에 들린 터보 라이터를 테디는 예상했다는 듯이 쳐냈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구나?"


쾅! 드르르르륽


다시 한번 덩굴에 묶인 나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테디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덩굴에서 탈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심해 내가 영원히 널 지켜볼 테니까"


원래 계획은 몰래 잠입한 포리와 동시에 테디를 제압하려고 했지만 서로 타이밍이 맞지 않은 것 같다.


망했다.


상심하던 그때 테디의 뒤로, 라이터로 인해 식탁에 있던 공책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테디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저것만 어떻게든 한다면 희망이 아직 있어!


악을 질러가며 덩굴을 찢어 보려고 했지만, 성인 팔뚝 두께의 덩굴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두 번째 작전을 해야겠다.


"테디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를 그렇게 버려두다니 내가 잘못했어.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이제 와서 너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깨달았어. 정말 사과하고 싶어 부디 나를 용서해 줘."


진심 어린 연기가 통했을까? 고개를 들어 테디를 바라봤다.


"아니 너는 버려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직 몰라 이제부터 너에게 내가 알려줄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타닥타닥


휙!


퍽!


그때 몰래 잠입해 있던 포리가 불타고 있는 공책을 물고 테디에게 몸통 박치기를 했다.


"으악! 이 개새끼는 뭐야!"


컹! 컹!


테디와 포리는 한데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털에 불이 옮겨붙고 있었다.


"포리야 도망쳐! 지금 너 불타고 있다고!"


컹! 컹!


분명 내 목소리가 들렸을 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몸싸움하던 그들은 어느새 불길이 온몸에 치솟고 있었다.


그 안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잔인한 현실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불길의 열기와 함께 퍼지는 타는 냄새는 내 가슴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


"안돼!"


나는 절망적인 외침을 내질렀지만, 불길은 아무런 자비도 없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눈앞이 흐려지도록 울고 또 울었지만, 그 불타는 형체는 더 이상 내 곁에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타오르는 불빛 속에서 마지막으로 포리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토록 사랑했던 미소, 따뜻했던 온기,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몸을 단단히 구속하던 덩굴도 어느새 힘을 잃고 사라졌고 불길이 잦아들며 남은 것은 잿더미뿐이었다.


그 잿더미 앞에 무릎을 꿇고, 나는 손가락으로 재를 살며시 만졌다.


뜨거운 잿더미 속에서 나는 포리의 마지막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슬픔이 밀려와 다시 한번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어느샌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두운 방에 홀로 누워있었다.


"포리...."힘없는 목소리로 불러보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존재라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보내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마지막으로 포리에게 심심한 사과와 함께 기도한다.


"다음 세상에서는 나 같은 주인 말고 꼭 좋은 주인 만나 사랑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포리를 애도했다.



***



몇 년 뒤


대학생이 된 나는 이제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는다.


7년 동안 나를 괴롭히는 악몽은 멈췄고 평범한 꿈만 꾸고 있다.


"그렇지 포리?"


컹! 컹!


발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 마리의 포메라니안이 혀를 내밀고 서 있었다.


인형 포리는 이제 추억 속에 남아 있지만, 강아지 포리와 함께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것이 포리와 함께하는 내 새로운 시작이다.





악몽의 괴물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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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악몽의 괴물 (2) 24.07.28 11 0 11쪽
4 악몽의 괴물 (1) 24.07.2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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