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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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작품등록일 :
2024.07.2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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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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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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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14)

DUMMY

“솔직히 아직도 안 믿겨요.”


신선아의 말이었다.

얼음 파편으로 가득한 둥지에서 마족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우리가··· 아니지. 석두 씨가 마족을 잡았다니.”

“같이 한 겁니다.”

“전 진짜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걸요.”


그때.

마족이 사라진 자리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보스를 죽이면 그 자리에 전리품이 나타난다.

보통은 마석이나 잡템이 주를 이루는데 10급 정도면 믿을 수 없는 아이템도 가득 나오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딸랑 하나뿐이었다.


“에? 하나뿐이네요?”


신선아가 얼른 확인하러 갔다.

석두가 가봤자 아는 것도 없으니.


“허업!”


그런데 아이템을 확인한 그녀가 입틀막을 시전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한참을 그렇게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왜 그러죠?”

“이거··· 이거··· 스킬석이에요!”


스킬석.

석두는 그게 뭔지 골똘히 생각하려 노력했다.


언젠가 유명한 빌런을 잡을 때.

그놈이 한 말이 기억났다.


스킬석을 얻어서 능력이 두 가지라고.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거래가 되는 이 아이템은 최상위 던전에서도 극악의 확률로 드랍되는 아이템.


“비싸게 팔리나요?”

“당연하죠!”


군침이 싸악- 돌았다.

석두는 스킬석을 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걸 팔아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을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죄송해요. 여긴 신화 그룹에 속한 던전이에요. 그래서 계약된 대로만 보상을 주거든요.”

“아. 아쉽네요.”

“근데! 다행인 게 뭔 줄 알아요?”

“뭔데요?”

“지금 여긴 이상현상으로 이중던전이 되었거든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말인즉슨! 밖에서는 이 던전이 6급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석두는 머리 회전이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신선아의 말을 단박에 알아들었다.


“6급에 준하는 전리품만 전달하면 된다?”

“그렇죠. 우리만 입 싹- 닦으면. 이중던전은 클리어 후에 6급으로 다시 돌아가거든요.”

“원래 그렇게 융통성이 있는 분입니까?”

“어머. 실망하셨어요?”

“전혀요. 완전 제 스타일인데요?”

“헤헷.”


그렇다면 이 스킬석을 꿀꺽-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신선아와 나눠야겠지만 말이다.


“그럼 이거 어디서 처분하면 좋을까요? 블랙마켓?”

“흐음. 그게 고민이에요. 특히나 스킬석은 처분 자체가 불가능할 거 같아서.”

“그럼 선아 씨가 드세요.”

“네?”

“이거 먹으면. S급 헌터가 되시는 거 아닙니까?”

“아.”


신선아는 현재 A급 헌터.

S급에 준하는 실력이기에 조금만 더 정진하면 S급까지 오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킬석을 손에 넣는다면?


당장에 S급을 넘어 어쩌면 나중에 국가권력급 헌터가 될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신선아도 욕심이 안 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도리라는 걸 아는 여자였다.


“전 한 게 없잖아요.”

“그래서요?”“석두 씨가 드세요. 전 괜찮아요.”

“전 골칫덩이일 뿐입니다. 이걸 먹고. 저한테 돈으로 주면 되잖아요.”

“아.”

“전 저 스킬석 관심도 없습니다. 저걸로 바꿔 먹을 돈에 관심이 있을 뿐이죠.”

“저, 정말요? 얼마를 원하세요?”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신화 그룹의 후계자가 내줄 수 있는 금액은 얼마 정도일까?

석두는 그 생각으로 대충 불렀다.


“한 10억?”

“10억이요? 20억으로 하시죠.”

“좋습니다.”

“정말··· 제가 먹어도 돼요?”

“그렇다니까요.”

“후회 없어요?”

“네.”

“아싸! 앗! 죄송해요. 너무 흥분해서 그만.”


생각보다 귀여운 모습이었다.

저런 면도 있구나.


“그럼. 제가 일단 스킬석 정보 좀 알아볼게요.”


신선아가 낀 렌즈는 여러모로 유용했다.

몬스터 정보부터 시작해서 던전의 등급, 심지어 아이템의 등급과 이름도 알 수 있었다.


“아. ‘얼음심장’이라는 스킬이 들어있어요.”

“얼음심장?”

“아까 마족이 썼던 얼음갑옷을 만들고, 무기를 만드는 그런 거요. 그 스킬인 거 같은데요?”

“오. 꽤 좋게 들리네요.”

“꽤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죠!”


푸른빛이 도는 스킬석을 들어 올린 신선아.

이제 저걸 깨트리면 스킬석에 담긴 마력이 그녀에게로 흘러 들어가 스킬이 생성된다.

그러면 신선아의 능력은 두 개가 되는 듀얼 헌터로 각성하게 되는 것이다.


“자, 진짜 합니다?”

“예. 얼른요.”


푸욱-


그때.

그림자에서 불쑥- 튀어나온 쉐도우가 단검으로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커헉!”

“클클클. 죽더라도 길동무 정도는 있어야지.”

“저 그림자 새끼가!”

“내 능력은 그림자에 숨을 수 있다는 거지. 이때를 위해 오래 기다렸다. 클클. 쿨럭.”


온몸이 뒤틀렸음에도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보통내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신화 그룹에서 섭외했을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암살자였을 테니까.


“넌 그냥 죽자.”


석두의 주먹이 쉐도우의 안면을 강타했다.

이전과는 다른 파괴적인 펀치.

그 한 방에 쉐도우의 안면은 완전히 찌그러졌다.


“괜찮습니까?”


쉐도우를 쓰러트린 석두가 신선아에게 다가갔다.

이미 심장이 뚫려 출혈이 너무 심했다.

심장이나 다른 건 어떻게 할 수 있겠지만.


출혈을 막는 게 급선무였다.


“젠장. 어떡하지.”

“서, 석두 씨··· 전 여기까진가 봐요.”

“좀만 참아요. 제가 당신을 던전에서 나가게···.”

“아니요. 이미 늦었어요. 쿨럭.”

“아닙니다. 사람은 머리를 쓰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석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쉐도우의 공격에 떨어트렸던 스킬석이 바닥에서 반짝거렸다.

얼음심장.

심장.

얼려.

출혈을?


“석두 씨. 고마웠어요. 진짜. 이번에 데이트라도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전부 망했네.”

“여기서 안 죽습니다. 기다려요.”



*



“으윽.”


신화 병원 병실에서 눈을 뜬 신선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장에도 통증은 없었다.

치료가 잘 된 모양이었다.


저벅- 저벅-


병실 안으로 들어온 사내.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지만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신화 그룹의 회장인 신성계.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신화 그룹을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었다.


“선아야.”

“하, 할아버지!”

“좀 어떠냐?”

“괘, 괜찮습니다! 정말요.”

“던전에서 습격을 당했다고?”

“아.”

“꽤 실력 있는 암살자라고 하더구나. 그 쉐도우라는 놈.”


신성계 회장이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신선아는 굳이 거짓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알고 싶으면 알게 된다.

그게 신화 그룹의 정점에 선 인물의 힘이었다.


“네. 제 생각에는 신정우가 사주한 거 같습니다.”

“그래도 잘 이겨냈구나.”


이상한 말이었다.

가족이라면.

가족끼리의 암습을 들었을 때 저리 차분할 수 있을까?


마치 모르는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히려 암습을 이겨낸 모습에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정우 녀석도. 성급했구나.”

“네.”

“그래. 푹 쉬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네. 회장님.”

“그래. 집에서 보자.”


신성계는 그렇게 병실을 나섰다.

그는 신선아의 생사가 중요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저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건재한지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고요한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요란한 토네이도가 불었다.


“여어.”

“신정우.”


신선아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그녀가 이리도 경멸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겠는가.

자기를 죽이려 했을 뿐만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그와는 항상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신선아는 어떻게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신정우는 어떻든 이기기만 하면 되는 사람.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 탓에 그녀가 고생을 꽤 많이 했었다.


“살아있었네?”


이제는 숨기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겠지만.

이런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대놓고 그의 의도를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제길. 그놈 비싸게 주고 고용한 건데.”

“그래 보이더라. 꽤 고생했어.”

“어떻게 한 거지?”

“뭘?”

“그놈. 최소 S급은 되는 놈이었거든.”

“능력이 형편없던데?”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


신정우는 진심으로 궁금한 눈치였다.

변수는 있었지만 업계에서 정평이 난 빌런 쉐도우가 당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시간과 장소, 정보까지 전부 갖췄다.

유일한 변수였다면 신선아가 갑작스럽게 섭외한 보디가드.


그놈도 원래 공무원일 뿐인 일반 각성자였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쉐도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말인가.


“그 보디가드인가? 숨겨놓은 놈이었어? 공무원이잖아. 특담과? 뭐 같지도 않은 과에서 돈이나 축내는 놈이던데.”

“글쎄? 어떻게 했을까?”


신정우의 안달 난 모습이 썩 싫지 않았다.

자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니까.


“이 썅년이!”

“그 성격. 언제 고칠래? 이래서 내 경쟁자나 될 수 있겠어?”


신화 그룹 내에서도 신선아의 입지는 공고했다.

신정우가 언더독의 입장.


신정우는 능력도 떨어지고 성격도 괴팍한 데다 안일하고 성급했다.

반면에 신선아는 냉철하고 철두철미했으며 능력까지 출중했다.

거기다 성격도 성군이라는 평이 나 있을 정도.


그렇기에 신정우는 갈수록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어떻게든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암살.

죽으면 회장 자리도 못 물려받으니까.

자연스럽게 그에게로 넘어올 거로 생각했다.


“좀만 기다려. 내가 더 재밌는 걸로 가져올 테니까. 아차! 선물이 있어. 명우야. 들어와.”

“명우?!”


신선아의 동공이 한순간에 흔들렸다.

암살에 관해 얘기할 때도 평온했었는데.

명우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그녀의 평온함은 무너지고 말았다.


“누나. 오랜만이야.”


20살의 나이에 S급 헌터로 각성한 신명우.

신화 그룹의 넷째.

헌터계에서도 주목받는 인재로 데뷔하고 수호 길드에 들어갔었다.


수호 길드는 대한민국 길드 랭킹 1위.

초엘리트 집단이라는 평을 받는 최상위 그룹이었다.


“명우야···.”

“어때? 신선아. 신선하지? 명우가 드디어 내 러브콜에 응답했어.”

“···.”

“누나, 미안해. 형이 하도 부탁해서.”


이를 뿌드득- 가는 신선아.

아까까지의 기세는 어디 가고 손이 떨리고 있었다.

더 문제는 그 사실을 숨기지도 못할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명우. 이번에 우리 팀에 들어온다?”

“···.”


신정우가 후계자로 적격이 아닌 이유는 능력의 부재가 가장 심각했다.

그 능력을 채워줄 참모가 필요하던 차에.

든든한 조력자이자 신선아가 아끼는 남동생 신명우가 발탁된 것이다.


어려서부터 신선아를 따랐기에 그녀도 신명우를 아꼈다.

그런데 나이가 점점 들수록 신정우를 더 따르게 되었다.

처음엔 걱정했지만 신명우가 수호 길드를 선택하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아끼던 동생을 적으로 간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표정이··· 크하하. 볼만 하다. 그치? 명우야.”

“어? 그러네, 형. 누나. 나 정우 형이 신화 그룹을 물려받았으면 좋겠어. 원래 이런 대기업은 남자가 이끌어야 하는 거잖아.”

“명우··· 많이 달라졌네.”

“아니, 누나. 누나가 모르고 있던 거야. 내 모습을.”

“가족 상봉은 이쯤하고. 신선아. 쾌차해라. 앞으로 더 바빠질 테니까. 크흐흐.”


신정우와 신명우가 병실을 나가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신선아.

그녀는 그대로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언제까지 가족을 적대하며 살아야 하는 거지··· 과연 내가 무얼 얻기 위해서?’


오늘 신선아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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