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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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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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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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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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21)

DUMMY

“이 새끼가 겁도 없이!”


콰앙.


떨어지는 낙엽처럼 고꾸라진 경호원.

그 모습에 김인후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주 실장.


그라면 저 괴물 같은 녀석도 어떻게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신이 차석두입니까?”

“넌 누군데?”

“주 실장이라고 합니다.”


주 실장이라는 말에 눈빛부터 달라지는 석두.

실질적으로 이 녀석이 임연희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며.

부모님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장본인.


“너도 주 실장이야? 여기도 주 실장이야. 인사해. 앞으로 자주 볼 거야.”


주먹을 들어 올리며 말하는 석두.

경락 마사지 전문사인 주먹 실장님을 인사시켰다.


“쯧. 우물 안의 개구리는 세상 밖을 경험해야 느낄 수 있는 법이죠.”

“뭐 내가 그런 법까지 공부해야 하나?”

“뭐, 뭐라고요?”

“하여간. 공무원 되기 어렵다니까. 법 공부는 적성에 안 맞거든. 사양할게.”


주 실장은 어이가 없었다.

저 여유로운 태도.

강함에서 나오는 자신감일 테다.


그렇지만.

세상은 넓고 저런 애송이보다 훨씬 강자는 널리고 널렸다.

오늘 저 애송이에게 세상의 쓴맛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몸이 너무 자유로워 보이네요.”


손을 뻗자 석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자기를 잡아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염력계 능력.

이런 능력은 상당히 까다롭다.


비슷한 마력 수준이라면 능력의 희소성으로 승부가 날 정도니까.

특히 염력 같은 경우는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개사기 능력 중 하나.


근접전이 특기인 석두에게는 쥐약인 능력이었다.

다가가지 않아도 상대를 묶거나 피해를 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일방적인 딜교가 성립하는 것이다.


“어떤가요? 못 움직이겠죠? 아무리 당신이라도···.”

“더 강한 힘이 능력을 압도한다.”


석두는 회귀 전에 국정원 및 강자들의 세상에서 통용되던 말을 했다.

물론 주 실장은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상대보다 강한 마력이나 힘이 있다면.

상대의 능력을 상쇄할 수 있다.

물론 엇비슷해서는 상쇄할 수 없다.

압도적인 차이가 나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엇?”


주 실장은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자기 능력이 상쇄된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압도하는 실력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또 운이 좋게도 그런 사람과 싸울 일도 없었고.


“좀 뻐근하긴 하네.”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아 불편하긴 했다.

딱 그뿐이었다.

석두에게는 염력이 거의 통하지 않았다.


“다, 당신··· 무슨 술수를 부린 거죠? 이럴 리가 없는데.”

“술수는 무슨. 내가 수리수리 마수리냐?”

“제 염력은 상쇄할 수 있는 그런 거 아니란 말입니다. 저보다 마력이 훨씬 높은 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럼 너보다 마력이 높겠지. 너도 대가리가 잘 안 돌아가는구나? 공부 좀 해라.”


김인후는 뒤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김 의원의 측근이자 가장 강한 실력자라 자부할 수 있는 각성자였다.

그런 주 실장이 밀린다는 건 본인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기회를 봐서 도망친다.

그게 김인후의 생각이었다.


“분명 능력이겠죠? 보통 그런 사기 능력이 있으면 근접전이 약하기 마련이죠.”


주 실장은 큰 실수를 해버렸다.

자기 염력 능력을 맹신한 나머지, 능력이 봉쇄당하자 그게 차석두의 능력이라 여겼다.

마치 불나방처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전 염력계 각성자치고는 근접전도 강하거든요!”


오랜 시간 훈련하고 경험이 쌓이며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근접전에 특화된 각성자가 아니라면 주 실장은 지지 않는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석두에게 돌진했던 것이다.


콰앙-


물론 그의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커헉.”

“뭐지? 너 싸움은 할 줄 아는 놈이냐? 능력 쓰면서 근접전을 해?”

“이익!”


뭔가 속임수가 분명하다.

이렇게 순수하게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은 그의 인생에서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들어본 적도 없다.


“어이. 김인후 쥐새끼 같은 놈아.”


석두는 주 실장을 상대하면서도 김인후의 기척을 놓치지 않았다.

둘이 붙는 동안에 비상문으로 도망치려던 찰나.


문이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얼어버렸다.

석두의 고농도로 응축된 마력으로 얼렸다.

마찬가지로 그에 상응하는, 혹은 훨씬 상회하는 마력이 아니라면 깨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이게··· 왜 이러는 거야?”


당황한 건 김인후뿐만이 아니었다.

주먹을 맞고 쓰러진 주 실장도 당황해 마지않았다.


얼음을 다루는 건 마법계열.

이 또한 염력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능력이었다.

근접전은 당연히 약해야 한다.


주 실장은 오랜 세월을 투자해서 약점을 극복한 케이스.

나이도 경력도 짧은 석두가 그와 같을 리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훨씬 강했다.


“어이. 주 실장. 살살 부탁해.”

“무슨 말인가요···.”

“너 말고. 내 주 실장 말이야. 보험은 있지?”

“예?”

“뭐 있어도 소용없으려나.”


콰직-


평소 빌런과 자기 앞길을 막는 사람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게 몸을 뒤틀어 놓는다.

아무리 뛰어난 회복계 각성자가 치료한다고 해도 원래 상태로는 못 되돌려 놓을 만큼.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아야 하는 거다.

마력은 결국 운용되는 몸에서부터 분출되는 것이다.

몸이 뒤틀리면 마력도 그만큼 뒤틀려 제대로 방출하지 못한다.


S급 각성자라도.

석두의 주 실장 마사지를 한 번 받으면.

F급 각성자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눈, 이빨, 귀. 셋 중 하나 골라.”

“끄륵.”

“대답 없으면 셋 다 조진다.”

“귀, 귀요.”


주 실장은 전력을 다해 대답했다.

대답하지 못하면 진짜 큰일이 나겠구나 싶었다.


“그래. 귀가 좀 많아. 하나쯤 없어도 돼. 그치? 걱정 마. 한쪽은 들리게 해줄 테니까.”

“가, 가사하니다.”

“자, 다음 문제.”


다음 문제라는 말에 눈동자가 심히 흔들리는 주 실장.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오른팔, 오른 다리, 왼팔, 왼 다리. 하나만 골라.”

“외, 왼 다리요.”


왼 다리는 어차피 목발을 짚으면 설 수 있다.

팔을 안 된다.

능력을 쓰는 중요한 트리거니까.


푸욱.


왼 다리를 뜯어냈다.

출혈이 일자 곧장 얼음 능력으로 봉합하는 석두.


“사, 살려주세요. 제발···.”

“걱정하지 마. 나 너 안 죽여.”

“예?”


왜 이렇게 무섭게 들리지?

분명 죽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게 왜 더 공포스럽지?


“누구 맘대로 편히 죽으려고? 평생 좆같은 세상 한탄하면서 살아야지.”

“저, 전 잘못 없어요. 이, 이건 전부 다··· 어르신 뜻이었다고요! 진짜요!”

“나도 알아. 근데 어쨌든 행동은 네가 했잖아. 그것도 아무 능력도 없는 우리 부모님을 상대로. 이 씹새끼야.”


석두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장면을 어르신이 보고 있으리라는 것을.

김 의원을 포함한 여타 다른 어르신들까지 전부.


그들의 눈과 귀는 어디에나 있다.

그렇기에 석두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아니, 선전포고라기보다는.

경고에 가까웠다.


어디 다시 한번 내 울타리에 있는 내 사람들 건드려 봐.

그땐 이놈처럼 사지를 찢어버릴 테니까.


“인후야.”

“예, 예! 딸꾹.”


나이 차가 있음에도 저도 모르게 존대가 나왔다.

딸꾹질까지 할 정도로 놀란 김인후는 차려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애초에 도망치는 건 포기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런 괴물을 뚫고 도망친다는 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주 실장은 괴물에게 흠집도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일로 와.”

“주,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잘 아네.”

“사, 살려만 주십쇼. 제발···.”

“얘기했잖아. 죽이진 않는다고.”

“저··· 팔다리도 온전하고 싶은데요.”

“꿈이 크네.”

“아빠가 꿈은 항상 크게 가지라고···.”


짜악.


뺨을 맞자 정신이 확- 들었다.

농담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제, 제가! 매달 상납금을 내겠습니다. 깨끗한 돈으로. 먹어도 절대 탈 날 일 없습니다. 매달 2천만 원.”

“오올.”


나쁘지 않다.

노후 자금으로는.

다만, 이놈이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돈은 나가리가 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돈은 석두에게 더 이상 매리트가 없었다.


“근데 어쩌냐? 티오가 없어.”

“예?”

“이미 돈은 해결했거든.”


돈이야 최종국이 3년 안에 100억을 벌기로 했다.

그걸로 노후자금 및 부모님 효도로 충분할 터였다.


“그, 그럼 제가 맘에 안 드는 놈 있으면 항상 잡아놓겠습니다.”

“아. 한 놈 있긴 해.”

“누, 누굽니까? 제가 당장 잡아 오겠습니다.”

“니애비.”

“니애비? 그게 누굽니까? 아··· 우리 아빠?”

“그렇지.”


김인후는 생각했다.

원래 김 의원은 김인후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출세 때문이라면 아들이라도 버릴 사람이었다.


애초에 애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기에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다만, 어르신을 건드리는 건 재일건설 사장이라도 무리였다.


“저··· 저도 그러고 싶은데. 능력 부족으로···.”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어디 쪽부터 시작할까?”

“아, 아이고! 형님. 무슨 짓을 해서라도 김 의원, 우리 아빠! 그 새끼 제가 잡아 오겠습니다. 예, 암요!”

“넌 생각이 됐쓰. 합격.”

“하, 합격. 하, 하하. 그럼···?”

“지금부터 나랑 국정원으로 출근한다. 그리고 정동진한테 하나도 빠짐없이 부정비리 관련해서 전부 털어놔. 김 의원과 엮일 수 있는 건 전부.”

“옙! 진짜 하나도 남김없이 다 털어놓겠습니닷!”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빠진 게 있다? 그땐 내가 직접 네놈 감방까지 찾아가서 조진다?”


꿀꺽.


절대로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저 미친 괴물놈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만 같았다.



*



국정원 취조실.


옅은 조명 아래.

홀로 앉은 정동진.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찰칵.


문이 열리고.

그가 다시 돌아왔다.


김인후.


정동진은 이번에도 안하무인으로 행동할 그를 보자 한숨부터 나왔다.

아버지를 등에 업고 아주 기고만장한 녀석.

무슨 협박도 통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았기에 앞으로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거기다 힘들게 차석두가 잡아 왔는데 또 성과를 못 내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명색이 대한민국 특수작전 비밀 기관인데.


“어이, 김인후.”

“아이고! 반갑습니다, 정동진 요원님. 석두 형님께 말씀 들었습니다.”

“석두··· 형님?”

“예에~ 저 이번에 진심입니다?”


정동진은 의심했다.

그저 놀리려고 비꼬는 것이라 생각했다.


“음~ 어디부터 시작할까요? 좀 길거든요. 제가 리스트를 쫘악- 뽑아왔는데. 강모패거리 건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아니면 강남파 애들부터?”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긴요. 자백하는 짓이죠.”


정동진은 기가 찼다.

도대체 무슨 짓을 당했길래 이리도 태도가 돌변할 수 있는 거지?

김인후, 당신 도대체 무슨 지옥을 봤길래 여기가 천국처럼 느껴지는 거냐?


“좀 길어질 거 같은데··· 국밥부터 시킬까요?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뭐?”

“리스트가 좀 길어요. 항목이 한··· 30개? 정도 넘을 거 같은데.”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제가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긴 할 거예요.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오래 걸린다는 뜻입니다.”


거들먹거리며 유유히 취조실을 빠져나갔었던 김인후.

그가 석두를 한 번 만나고, 아니 깊이 빡친 석두를 만나고 오더니 고분고분한 양이 되었다.


“아유~ 요원님. 저희 갈 길이 바빠요. 저 자백할 거 너~ 무 많거든요. 헤헤.”

“이 미친놈이···.”

“차라리 미치고 싶어요. 저도. 그게 더 행복할 거 같애.”


차석두.

너란 인간은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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