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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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작품등록일 :
2024.07.2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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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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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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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25)

DUMMY

“이 사람으로 변하면 됩니까?”

“그래.”


미실에 갇힌 두 명의 전도사를 보며 말하는 석두.

도플갱어는 분명 보통 일이 아니리라 짐작은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납치에 감금까지 한 상황.

들어보니 공무원이라는데.

특수 임무 수행 중이라고 했다.


그렇다는 건.

자칫 잘못했다간 목숨도 위태로울 수 있는 일이라는 소리였다.


“형님.”

“왜?”

“저 이번 일만 잘 되면 진짜 수배서 지워주십니까?”

“약속했잖아. 정동진이. 맞지?”

“어. 맞아.”


국정원 요원이 보장한 일이다.

특히 그냥 요원이 아니라 팀에서 가장 에이스이자 차기 블랙요원이 될 사람이.


수배에 쫓겨 도망자 신세는 이제 지긋지긋했다.

차라리 목숨을 걸어서라도 수배서에 본인 이름을 지우는 게 백번 나을 거 같았다.


“예. 해보겠습니다. 잠입 수사라고 하셨죠?”

“그래. 넌 그냥 저 남자로 변해서 나랑 본부로 같이 가면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도플갱어가 남자 전도사의 머리칼을 뽑으러 간 사이.

정동진이 석두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찾은 거야?”

“뭘?”

“도플갱어. 알다시피 전국적으로 수배령을 내린 놈이야. 예전에 어르신 행세를 한 전적이 있어.”

“역시 미친놈이었네. 맘에 들어.”

“사람 잘 찾는 놈이 하나 있거든.”

“흠.”


정동진은 솔직히 놀랐다.

국정원의 정보력보다 더 뛰어난 사설업체를 운영한다는 사실에.


어쩌면 정말.

어르신을 대항할 대항마가 나타난 건 아닐까 싶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권력에 대항한 혁명가는 많았지만 그 말로는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지 않을까?

특히 본인이 도와준다면.

아무리 강력한 세력이라도.

음습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해도.


“형님. 어떻습니까?”

“오.”


남자 전도사로 분한 도플갱어의 모습은 판박이였다.


“야. 이제 기억 읊어봐. 본부는 어디냐?”

“본부는··· 과천.”

“과천? 뜬금없이 과천은 뭐야.”

“작은 시골에··· 본부가 있습니다.”


꽁꽁 숨었으니 찾기 어려웠지.

이제 장소도 확보했으니 일망타진해서 김 의원과의 접점을 찾고.

그걸로 김 의원을 옥죄면 된다.


정동진도 그렇고.

현재 각성국에 있는 그 어떤 사람도 어르신의 권력에 도전했던 사람은 없었다.


김 의원은 어르신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낮은 사람임에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존재.

그를 잡으려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차석두라는 초신성이 나타나 판을 뒤집기 시작했다.

불가능이라 여겼던 일을 처리하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행동력으로 어느새 어르신의 발앞까지 다다랐다.


조금만 더 뻗으면.

어르신에게 닿을 것만 같았다.


“일단. 나랑 도플갱어만 잠입한다.”

“저는요?”


임연희가 손 들었다.


“팀장님은 정동진이랑 같이 대기. 위험하니까요.”


보통 위험한 일에 빠지라고 하는 건 그 사람을 위해서다.

하지만 임연희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위험한 일에 빠질 정도로 도움이 못 된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더 강했다면.

같이 잠입할 수 있었을 텐데.


임연희는 속으로 다짐했다.

다음에는 꼭 석두 옆에 서리라.

그러기 위해서라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도플갱어. 준비됐지?”

“예, 형님. 저희 그럼 천지회 싹- 쓸어버리는 겁니까?”

“일단 김 의원이랑 접점을 찾아야 해.”

“아.”

“그러니까 역할을 나누자. 김 의원 접점을 찾아서 증거 확보하는 건···.”

“형님이 하실 거고. 전 뭐 하면 됩니까?”

“네가 해야지. 증거 확보.”

“예? 제가 어떻게요?”

“나야 모르지. 네 역할이잖아.”


모르쇠를 시전하는 석두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도플갱어를 포함해 이런 반응에 반발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대한민국 내에서 그런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형님은 그럼 뭐 합니까?”

“일망타진.”

“언제는 안 쓸어버린다면서요?”

“내가 언제? 그리고 다 쓸어버리기 전에 증거 확보부터 해야지.”

“아. 그럼 제가 끝나면 형님께서 일망타진하십니까?”

“그래.”


천지회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종교는 아니었다.

무고한 사람이 행방불명되고 착취당하거나 재산을 압류당하는 악질 단체.

그런 곳을 굳이 내버려 둘 필요는 없으니까.



*



과천.

천지회 본부.


“도 전도사님께서 본부엔 어쩐 일이십니까?”

“김 장로님. 새로운 씨앗 뿌리는 자를 찾았습니다.”

“그래요? 지난 보고에는 특별한 말이 없었는데···.”

“아. 워낙 뛰어난 자질을 가진 분이라서요.”

“오오. 그렇습니까? 도 전도사님이 그렇다면 그렇겠지요. 그러면 의식을 진행하시겠습니까?”


도플갱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귓속말로 석두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형님··· 힘들더라도. 꾹 참으십쇼.”

“참아? 뭘?”

“그게··· 그 의식이라는 게. 형님한테 좀···.”

“왜?”

“아닙니다. 보시면 알 겁니다. 전 최대한 빨리 증거 찾아볼 테니까요. 좀만 참으세요.”

“그래.”


도플갱어는 석두를 김 장로에게 넘기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도 전도사의 기억을 가진 도플갱어라면 분명 증거를 찾을 수 있을 터.

그때까지 석두는 순순히 의식을 진행해야 할 터였다.


“성함이···?”

“차석두라 합니다.”

“차석두 형제님. 반갑습니다. 김갑훈 장로라고 합니다.”


장로라면 간부급이다.

이 사람을 족치면 혹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석두는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회귀 전에 이 단체의 광기를 경험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종교를 다니거나 장로가 된 게 아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신앙으로 모든 걸 희생해서 봉사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을 협박하거나 고문한다고 순순히 불지 않을 게 뻔했다.


“형제님. 진정한 우리의 형제가 되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우리는 그것을 ‘속죄의 길’이라 부릅니다.”

“속죄의 길···.”


작명 센스는 좋다고 생각한 석두.


“가장 먼저 ‘물의 길’로 가시죠.”

“예.”


석두는 순순히 따랐다.

어차피 종교인이 되는 과정일 뿐이었다.

아까 도플갱어가 한 말이 걸리긴 했지만.

여차하면 엎어버리는 그만이니까.


김 장로를 따라 어떤 방에 도착했다.

그러자 거대한 욕조가 나타났다.


“김 장로님. 침례가 준비되었습니다.”

“물만큼 우리 몸 전체를 적셔줄 것은 없습니다, 형제님. 침례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단계입니다.”


여기까지는 여타 다른 종교와 딱히 다를 게 없었다.

석두는 딱히 거부감이 없었다.

이런 의식을 행한다고 신과 결속을 맺는다고 믿지 않았으니.

그에게는 그저 잠수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물에 들어간 석두는 양옆에 그를 잡아줄 보조 두 명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건장한 체구의 남성 둘.

마력이 느껴지는 걸 봐서는 각성자였다.


“형제님. 이제 의식을 진행하겠습니다.”

“예.”

“자, 당신의 신앙을 시험할 차례입니다.”

“음?”

“자신의 신체 중 가장 아끼는 곳은 어디입니까?”

“주먹입니다.”

“그렇군요. 그걸 주님께 바치며 침례하겠습니다.”


위잉.


갑자기 전기톱 소리가 들렸다.

사행집행인처럼 무섭게 돌진하는 남자가 금방이라도 석두의 주먹을 자를 듯했다.


그래도 꼼짝도 하지 않는 석두.

그는 워낙 많은 사람을 패고 고문시켜 봤기 때문에 이런 류의 시험은 도가 텄다.


그저 진심인지 알아보기 위한 시험일 뿐이다.

석두는 그걸 간파하고 있었다.

아직은 더 어울려 줘야 한다.

도플갱어가 증거를 수집하기 전까지는.


“침수.”


석두의 기개를 확인한 김 장로가 지시했다.

그러자 양옆에 있던 사내들이 석두를 잡아 물에 집어넣었다.


“푸하.”


물 위로 올라온 석두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김 장로.


“축하합니다. 차석두 형제님. 천지회의 일원이 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남은 길도 만만찮을 겁니다.”

“기꺼이.”


석두는 다음 길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정화의 길’이었다.


“모든 부정한 것을 쏟아내고 정결케 되어야 합니다.”


부정한 것을 쏟아낸다.

도무지 무엇을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방에는 하얀 천이 깔린 테이블이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부정한 것이 어디로 모이는지 아십니까?”

“머리? 입?”

“틀렸습니다. 바로 음경입니다.”


김 장로의 눈이 석두의 거기를 향했다.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크흠. 차석두 형제님은 씨앗 뿌리는 자로 오셨지요? 그렇기에 더더욱 강한 흡입이 필요한 법입니다. 가장 순결한 자로 제가 특별히 골랐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석두는 평온했다.

충분히 버틸 만한 과정이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등장한 한 여인.

하얀 천으로 몸을 가렸지만 누가 보아도 속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서 석두는 첫 번째 고비를 맞았다.

성관계를 종용하는 듯한 분위기.

그리고 드러내진 않지만 음습한 늙은 김 장로의 색욕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특히 석두가 빡이 쳤던 가장 큰 이유는.

순결한 자라고 데려온 사람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뇌를 당했든 약점이 잡혔든 어떤 방식으로든 억지로 이 의식을 행하는 사람임에는 분명했다.


“이게 뭡니까?”

“지금부터 부정을 씻어내는 정화의 길을 시작할 겁니다. 이것은 단순히 남녀가 몸을 섞는 것을 넘어···.”


콰직-


“끄륵.”


야구도 스트라이크가 3개고 가위바위보도 보통 삼세판이라고 하며, '참을 인' 자를 세 번 세기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지만.


석두가 가장 경멸하는 3가지가 있다.

첫째는 마약, 둘째는 강간, 셋째는 그 어떤 종류의 아동 학대다.


지금 이 의식은 석두에게 그가 경멸해 마지않는 2번째 상황과 일치했다.

임무도 중요하고 김 의원을 엮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다문 채로 침례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걸 꾹 참을 수는 없었다.


이건 의식이니 종교니 하는 것 따위가 아니다.

더럽고 음습한 특이취향 변태 늙은이의 악취미일 뿐이었다.


석두의 눈에 빨간불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당연히 촬영되고 있겠지.

이걸로 협박하거나, 늙은이들의 욕정을 푸는 데 사용되겠지.


“이 씹어먹어도 모자랄 새끼들이.”

“이, 이놈이! 어디서 김 장로님을!”

“이, 이보게. 진정하게. 당혹스러울 수 있어. 하지만 이 또한 모든 신도들이 지나야 할 길이라네.”

“천지회 개새끼들은 이 과정을 전부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냐?”

“다, 당연하지!”

“네놈들이 죽어야 할 이유로는 적당하네.”


콰직-

쾅-

퍼억-



*



도 전도사.

아니, 도플갱어는 천지회 본부를 누비며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얼마나 악질인지는 찾은 증거로 충분히 입증할 순 있었지만, 김 의원의 숨겨진 비상금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중요한 문서를 아무리 본부라도 아무 데나 두진 않을 테지.

도플갱어는 수년 동안 쌓인 노하우가 말하고 있었다.

이건 천지회 교주의 방에 있으리라고.


도 전도사의 기억에 따르면.

교주의 방을 가본 적은 없지만.

대략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지하.


원래 대박을 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국정원에서 죄를 사면해 준다고 했다.

원수지간이야 개인적으로 해결해야겠지만.

국가차원에서 그를 쫓는다는 건 정말 징글징글한 일이었다.


도플갱어는 큰맘 먹고 지하로 내려갔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낡고 오래된 철문이 보였다.


문 따는 건 그에겐 식은 죽 먹기.

그는 평생을 이 일을 하며 살았다.

처음엔 좀도둑이었고, 능력을 각성한 이후로는 그 어디라도 통과할 수 있었다.


철컥.


역시.

그에겐 어려운 잠금은 아니었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교주와 김 의원이 거래한 장부 같은 게 있을 것이다.

원래 이런 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장부 같은 보험 정도는 필수 중의 필수였다.


“빙고!”


서류를 찾던 그는 어떤 금고에서 장부를 발견했다.

그 안에서는 김 의원에게 댔던 막대한 양의 금액과 출처, 그리고 어떤 식으로 세탁되었는지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권력자에게 붙는 기생충은 반드시 보험이 필요하다.

쉬이 토사구팽 당하기 싫으면 말이다.

그래야 권력자도 까다로워하고 더 나은 기생충이 나타나도 갈아타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크으~ 형님. 제가 갑니다.”

“도 전도사?”

“히익!”


그때.

문 앞에 서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도플갱어를 바라보는 교주.

이만회.

도 전도사의 기억에 이 모습은 분명 이만회.

천지회의 수장이자 이 사이비 집단의 교주.


“이상하군요. 제 방에는 무슨 일이죠?”

“아, 하하. 그게···.”


쿠웅-


난처한 상황에서 어떤 핑계도 먹히지 않으리라 생각해 낙담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본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교, 교주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지금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침입자요?”

“네. 방금도 그 침입자의 짓일 겁니다! 그걸 알려드리려고···.”

“흐음. 좋습니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겠지요.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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