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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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작품등록일 :
2024.07.2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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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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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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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28)

DUMMY

“어르신께서 그냥 넘어가시겠다?”

“네, 그렇게 전해 들었습니다.”


요원 하나가 신명호 팀장에게 보고 중이었다.


“역시. 어르신께서도 차석두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시는구나.”

“··· 어떡할까요?”

“어르신 결재가 떨어졌는데. 굳이 우리가 물고 늘어질 이유가 있나? 사실 물고 늘어진다한들 저놈이 늘어질 놈도 아니고.”


유리 안에서 청국장을 신명나게 흡입하는 석두의 모습이 보였다.

뭐가 저리 여유로운지.

아마 압도적인 강함에서 오는 그런 여유로움일 거로 상상만 해볼 뿐이었다.


“수고했어. 동진이는?”

“안 보입니다.”

“그 녀석. 상심이 클 텐데···.”

“그래도 뭐. 이겨내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우리 국정원의 미래니까. 차석두한테는 내가 말하지. 넌 돌아가 봐.”

“예, 팀장님.”


신명호 팀장은 취조실 안으로 들어갔다.

청국장 냄새가 진동해서인지 절로 코를 찡그리게 된다.


“청국장을 좋아하나 보군?”

“한입 하쉴?”

“괜찮아. 음··· 뭐부터 얘기할까? 수고했어. 돌아가도 좋아.”

“음?”

“어르신께서 널 풀어주라 하셨어.”

“···.”


석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만 끔뻑일 뿐이었다.

무언가 생각을 하는 표정이긴 했는데.

워낙 생각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


“포장됩니까?”

“뭐?”

“아까운데. 이 청국장. 어디서 시켰습니까?”

“하. 나중에 알려주지.”

“쩝. 수고했습니다. 신 팀장님.”

“이봐, 차석두.”


일어서는 석두를 붙드는 신명호.

그의 불도저 같은 성격에 아직 이렇다 할 벽을 만나진 못했다.

하지만 결국 그도 멈추는 때가 올 것은 자명했다.


“젊음의 호기로움도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리고··· 특담과도 좋지만. 우리 국정원으로 오는 것도 고려는 해봐. 섭섭지 않게 대우해 줄 테니.”

“··· 국정원은 싫은데요.”

“에? 왜? 뭣 때문에?”

“글쎄요. 딱 이름에서부터 비호감이잖습니까.”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난 석두.

신명호 팀장은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넋놓고 석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



“차석두.”

“정동진이. 집에 안 갔냐?”


늦은 시간까지 석두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정동진이었다.

그는 벽에 기대어 온갖 똥폼을 다 잡으며 석두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시간 좀 내주지?”

“야. 나 방금까지 취조실에 있던 사람이다. 너도 알잖아. 거기 얼마나 기빨리는 곳인지.”

“네놈이 잘도 기가 빨렸겠군. 다른 사람들 기 다 잡아먹어도 모자랄 녀석이.”

“흥. 그래서 뭔데?”

“따라와.”


정동진은 더는 설명하지 않고 앞장서서 걸었다.

국정원에는 강한 각성자를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과 시설이 갖춰졌다.

사설 업체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트레이닝 센터도 물론 최신식에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지만.

특히 국정원은 그 시설이 가히 압도적이라 할 정도로 잘 갖춰져 있었다.


“여기선 무슨 짓을 해도 부서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뭐야? 나랑 트레이닝이라도 하자고?”

“아니.”

“그럼?”

“나랑 붙자. 차석두.”


정동진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냥 농이나 하는 듯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의 눈빛은 석두가 예전에 알던 블랙요원 살인귀라 불리던 그 정동진의 살기가 그득 담겨 있었다.


“이유는?”

“널 넘어야겠다.”

“지난번에 개털렸잖아. 시간낭비야.”

“아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쉬지도 않고 훈련했다. 그리고 드디어 깨달음을 얻었어.”


정동진은 석두에게 지고 난 뒤로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런 결과로 원래 뚫지 못했던 대각성자용 강철을 검격으로 자를 수 있는 경지까지 오르게 되었다.


석두가 아무렇지 않게 찢어버리는 그 강철을 드디어 정동진도 벨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이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지.


“어떤 애니를 보고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작작 좀 봐라.”

“내가 애니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지?”

“···.”


당연히 과거 파트너의 취향을 아니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소년만화스럽고 좋아. 근데 난 어울려 줄 생각 없어.”

“차석두. 지금 어울리지 않으면.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정동진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네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내가 망가뜨릴지도 모른다.”


물론 명을 재촉하는 말이었지만.

그의 의도대로 석두의 심기를 건드리기에는 충분했다.

안 그래도 이번 사건으로 꽤 날카로워져 있던 터라 도발이 너무 쉽게 걸렸다.


“이 씨밤바 새끼가. 너 오늘 곱게 갈 생각은 말아라.”


석두는 모르겠지만 정동진은 오늘 죽을 각오까지 했다.

이번 싸움으로 석두에게 패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그에게 후회는 없었다.


스릉-


필사의 각오로 검을 뽑았다.

그 말인즉슨.

정동진 또한 석두를 죽일 기세로 공격할 셈이었다.


“그래, 이쑤시개로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보자. 컴온. 드루와.”


손을 까닥이며 먼저 들어오라는 신호와 함께 망설이지 않고 튀어 나간 정동진.

먼저 치는 쪽이 무조건 유리하다.

이건 강자든 약자든 공통되는 진리였다.


“하압!”


대각성자용 강철도 베는 무시무시한 검격을 준비하는 정동진.

이 검이 석두에게 닿는다면.

그도 어쩌면 차석두처럼 어르신에게 닿을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서걱-


검격을 막으려던 팔이 두부처럼 잘리며 날아간다.

이에 만족하지 않은 정동진은 그대로 다시금 석두의 목을 노렸다.


핏- 하는 소리와 함께 석두의 두터운 목에 빨간 선이 그였다.

곧이어 선을 따라 갈라진 틈으로 피가 솟구쳤다.

초점을 잃은 눈과 함께 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석두의 머리.


정동진의 승리였다.


여기까지가 그가 그렸던 베스트 시나리오.

그런데 처음부터 막혀버렸다.


팔을 베려던 그의 노력은 허사가 되었다.

쩌저적-


석두의 팔은 어느새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심지어 얼마나 단단한지 대각성자용 강철도 베어버리는 그의 검이 막힐 정도였다.


“이익!”

“왜? 놀랐냐?”


분명 격투가 타입에 다른 특별한 능력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신체를 강화해 싸우는 각성자라 생각했는데.

마법계열 능력까지 사용한다.


정동진은 그제야 석두의 무시무시한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대충 눈치를 챘다.

듀얼 각성자.

능력이 한 가지 이상이다.


“이제야 모든 게 설명이 되는군. 듀얼 각성자. 능력이 더 있었구나?”

“아. 이거? 이건 그러니까···.”

“그래. 그랬어. 역시. 어쩐지. 비정상적으로 강하다 했어.”

“야. 내 말 좀 들어···.”

“다시 간다.”

“에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어떤 건 줄 아냐? 내 말 씹는 새끼들. 넌 오늘 좀 맞자.”

“차석두! 치사하게 마법 능력은 쓰지 말고! 순수하게 덤벼라!”

“싸움에서 치사하고 말고가 어딨냐 이 족팡매야. 그리고··· 이 새끼가 아까부터 자꾸 나 무시하는데. 이 능력 아니라도 넌 10초 컷이야.”


빡친 석두가 몸을 풀었다.

이기더라도 찜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얼음 능력은 쓰지 않기로 했다.

아까 팔을 얼음으로 두른 것도 어디까지나 반사적으로 능력이 전개되었기 때문이었다.


반사신경이 초월적인 걸 어쩌란 말이냐.


“이번엔 진짜로 간다. 초살검법, 오의···.”

“이 새끼. 너 내가 그딴 오글거리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과거 정동진이 차석두와 함께 파트너이던 시절.

애니를 즐겨보던 정동진은 진심이 나올 때 이런 식으로 기술 이름을 말하며 싸우곤 했었다.


“하나의 빛무리! 일섬!”


츠팟-


순간적으로 몸이 사라졌다 착각할 정도로 속력을 낸 정동진은 그대로 석두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그것이 마치 하나의 빛무리가 지나간 듯한 형상이라 지은 이름이 ‘일섬’이다.

정동진의 일격필살 기술이었다.


“···.”“승부는 난 것 같군. 그러게 방심하지···.”

“어이, 이 씨부럴 새끼가. 이거 어제 산 옷인데. 찢어졌잖아.”


정동진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분명 베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옅은 상처뿐이었다.


“넌 진짜 뒤졌어.”


콰앙-


석두의 주먹에 그대로 보이지 않는 MP 필드의 벽에 부딪혀 고꾸라진 정동진.

축- 늘어진 정동진에게 다가간 석두.


“야. 좀만이.”

“쿨럭. 끄으···.”

“엄살은.”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콰앙-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그 충격으로 뒤에 있던 MP 필드가 요동쳤다.


쾅- 쾅- 쾅-


“이 꽉 깨물어라. 너한테 임플란트 해줄 돈 없으니까.”


석두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엄청난 진동과 굉음이 울려 퍼지며 펼쳐졌던 MP 필드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상대 봐가면서 깝쳐라. 정동진. 그러다 골로 간다.”

“··· 흐. 흐흐.”

“쪼개긴.”

“잠깐··· 멈춰.”


석두도 조금은 놀랐다.

진심으로 주먹을 내질렀는데도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게.

분명 정동진은 과거의 정동진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왜?”

“어떻게··· 어떻게 했냐?”

“뭘?”

“어떻게 하면··· 나도 너처럼 강해질 수··· 있냐고. 어르신에게 닿을 수 있냐고.”


정동진은 절규하듯 물었다.

하지만 석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길로 유유히 훈련장을 빠져나올 뿐이었다.


왜냐하면.

그도 몰랐으니까.


‘씨부럴. 내가 어떻게 알아.’



*



평온한 하루였다.

이상하리만치.


분명 어제의 사건으로 각성국이 뒤집힐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석두는 출근길에 수군대는 소리는 들려도 누가 찾아와서 그를 귀찮게 하진 않았다.


특담과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입원으로 자리를 비운 임연희의 빈자리만 그를 반겨줄 뿐이었다.

출근하고 시간이 흘러도 아무도 석두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는 의문이 들었다.


어제 마음의 준비는 끝낸 상태였다.

어찌 보면 어르신에게 선전포고를 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출근하면 어르신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그를 노리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적어도 찾아와 협박이라도 할 줄 알았다.


넌 건드려선 안 될 자를 건드렸다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삶이 고달파질 거라며 거들먹거리는 새끼들의 향연.


솔직히 조금은 기대했다.

그런데 이렇게 무료한 하루라니.


“케로. 나와.”


화륵.


혼자 있는 게 심심해서 그런지 목걸이로 변해서 쉬고 있던 케로를 불렀다.

훈련도 시킬겸.


“손.”


콰직-


손을 무는 케로.

하지만 석두가 눈을 부릅뜨고 케로를 노려보자 이내 먹었던 손을 뱉어냈다.


“앉아.”


착-

다소곳이 앉는다.


“빵야.”


데굴.

앙증맞은 몸을 굴린다.


“이리 와.”


두 팔을 벌리자 케로가 석두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안 그래도 작고 소중한 크기인데 석두가 안으니 더 작아 보였다.


똑똑-


케로를 쓰다듬으며 무료한 시간을 때우던 석두.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역시.

올 게 왔구나.


이번에는 어떤 시건방진 녀석이 석두를 찾아왔을까 기대됐다.

안 그래도 몸이 뻐근했는데 시비를 더 걸면 패줄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차석두 주무관님.”

“네?”

“임명철 국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음.”


예상했던 전개는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나 필요한 일이었다.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보고하기도 해야 하고.


국장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요.”


국장실에 도착하자 상심이 가득한 얼굴의 임명철 국장이 석두를 반겼다.


“아. 차석두 주무관.”

“예, 국장님.”

“잘 지냈나요?”

“물론입니다. 국장님은 아닌 듯하지만요.”

“하하. 심란한 제안을 받아서요.”


임명철 국장은 본인도 얼떨떨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다음 김 의원의 빈자리. 나더러 채우라더군요.”

“예?”

“국회의원이 되라는 뜻입니다. 어르신들께서. 저에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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