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튜토리얼 (1)
포탈을 타자 4인팟 앞에는 카페의 내부가 보였다. 창밖을 볼 때 높이 상 2층으로 보였다.
[system] - 도시건설기 1장. 센트럴 해금 조건 : 최초의 도시 센트럴 탐방, 꿈의 형태 (1/10)
퍼랭 : 오, 이런 식으로 해금이 풀리는구나.
제로 : 보자~ 센트럴이란 도시의 10곳을 둘러보면 1장이 풀리네. 쉬운데?
스승 : ·········?
자기들끼리 떠들다가 자신들을 보는 시선에 눈치채고 앞을 바라보는 넷, 눈앞에는 흰 장발의 검은 후드를 걸치고 있는 여성이 커피를 입에 댄 채로 4인팟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퍼랭 : ·········
티태 : ···다른 플레이어인가 보네. 일단 주위를 둘러볼까?
스승 : ···! 아뇨! 저 NPC에요. 초반 설명으로 배치하게 된 ‘스승’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스승이라는 NPC는 커피를 내려놓고 후드를 뒤집어쓰며 허둥지둥 일어났다.
제로 : ···튜토리얼 NPC치고는 허당끼가 있네.
퍼랭 : 꺼져, 재능충.
제로 : 아오, 음? 뭐야? 퍼랭?
티태 : 아, 내 대사인데.
퍼랭 : 감히 내 2D 와이프에게 허당이라니. 어서 석고대죄하지 못할까!
제로 : 돌았냐? 아무리 NPC여도 초면에 무슨
티태 : ㅋㅋㅋㅋㅋㅋ, 너 이런 취향? 처음 알았네. 연애는커녕 짝사랑도 안 해본 놈이 갑자기 왜 이래? 이런 컨셉 잡고 가는 거야?
퍼랭 : 안녕하십니까.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온 한수면입니다. 퍼랭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저희가 뭘 하면 될까요?
제로 : 저 ㅅㄲ 본명 깠어. ㅋㅋㅋㅋㅋㅋ. 운영자 안 나갔으면 어쩌려고 ㅋㅋㅋㅋㅋ.
스승 : 어···. 우선 전투를 해보죠! 야생에서 맹수나 몬스터들을 잡아보신 경험을 살리시면 손쉽게 슬라임 정도는 잡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우선 이거 받으세요!
4인팟에게 철제 야구방망이 한 개와 등 부분에 거친 글씨체로 CIS라고 적힌 후드를 받았다.
스승 : 초반 아이템입니다! 마법이 부여되어 있어서 평범한 무기보다는 훨씬 도움 될 거예요. 방어구도 외투라서 기본 복장 위에 입으실 수 있어요.
티태 : 야생에서 만든 무기는 버려야겠네.
제로 : 까비. 그래도 다른 도구들은 쓸만하겠지. 듣자니 사용 불가인 건 아닌가 보던데.
스승 : 자 그러면 따라오세요!
4인팟은 스승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나가자 새하얀 석영을 바탕으로 여러 색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가 보였다.
스승 : 중앙도시 센트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 우선 도시를 둘러보면서 간단한 시스템들을 사냥을 곁들이면서 소개해드릴 거예요! 우선 동쪽 라임포레스트로 가보죠! ·········근데 아까부터 저 세 분은 왜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지······?
슉 슉 슉 슉
지루한 튜토리얼이 스킵이 될까, 싶어 무지성 마우스 연타를 하는 제로, 티태, 콩콩. 허나 아바타의 오른팔이 공기를 가르며 내질러질 뿐이었다.
퍼랭 : ·········야! 튜토리얼 스킵 적당히 하랬지!
티태 : ······칫, 튜토리얼 스킵이 없다니···.
콩콩 : 이 도시의 비밀공간을 누구보다 먼저 찾아야겠어······. 빨리 날 해방시켜줘!!!
퍼랭 : 아오, 이 화상들이···얌전히 튜토리얼 들어!
스승 : 어···우선 가보시죠.
{ 중앙도시 센트럴의 동쪽 작은 숲, 라임포레스트 }
연한 녹색 빛 젤리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울창한 참나무 숲에서 뛰어놀며 초보 모험가들의 돈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스승 : 자, 앞에는 슬라임들이 있습니다. 이 슬라임들을
제로 : [대쉬] X [마나 스윙]!
쿵!
티태 : 호롤ㄹ롤로로로롤! [대쉬]!
스승이 말이 끝나기도 채 슬라임들을 잡아 죽이는 제로, 티태, 콩콩.
퍼랭 : 야! 스토리 안보냐!
콩콩 : 겔겔겔겔겔! 우리는 수능을 치뤘다! 그 누구도 우리를 구속할 수 없엉!
퍼랭 : ······일단, 후딱 잡고 오겠습니다.
스승 ( 뭐, 슬라임 내부의 핵을 타격해야 한다는 설명 없이는 금세 쓰러질 거고···. 숲도 무작정 깊이 들어가시니···. 한 번 죽으시고 설명 들으시겠네 ) 아···네.
쿵! 쿵! 쿵! 쿵!
5분 뒤
제로 : 자, 여기 있습니다.
티태 : 슬라임의 핵하고 슬라임의 진액입니다.
퍼랭 : 여기는 전리품에 따라 취득 도구가 따로 있네요? 섬에서 유리병 만들 수 있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스승 ( ······운들이 좋으시네. 하지만 센트럴에서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실 테니··· ) 자, 슬라임들과 싸우면서 다치셨을 텐데············.
스승은 상처 하나 없는 4인팟의 아바타를 보고 당황하였다.
스승 : 어···
퍼랭 : ···[마나 스윙]
퍽
빠따에 마나를 실어 티태의 다리를 후려 까는 퍼랭, 티태의 다리가 부러졌다.
티태 : 개샊이야.
퍼랭 : 실습용 인형은 조용.
티태 : 십쌖······ [상태이상 : 다리 골절] 뜨네···. 디테일하구먼
스승은 옆의 동료를 학습용 교보재로 만들어버린 퍼랭의 기행에 복잡한 심경을 가졌다.
스승 : ············어···다칠 때는 포션을 사용하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센트럴의 중앙시장에 가서 회복 포션을 사 오세요!
제로 : 넵!
뛰어가는 셋과 절뚝거리는 티태, 잠시 동문을 통해 센트럴로 들어갔다.
20분 후
스승 : 음? 꽤 늦으시네?
20분 뒤에 나타나는 그들, 스승은 안심하며 다음 퀘스트를 내주었다.
스승 : 길이라도 잃으신 줄 알았어요. 자, 다음은 한 번 숲 깊숙한 곳에 있는 빅슬라임을···
제로는 빅슬라임의 핵과 진액을 스승에게 건네주었다.
스승 : ···?
티태 : 좋아, 다음 퀘는 뭐죠?
스승 : 다음은 장비에 관한 건데···.
철컥
권총을 한 번 장전하는 제로, 스승의 눈에는 4인팟의 철제 무기들이 보였다.
스승 : 그럼 강화를···
자세히 보자, 모든 무기가 5강씩 되어있었다.
스승 : ···다음은 나이트 슬라임을···
준비된 나이트 슬라임의 핵과 진액을 건네주는 4인팟
스승 : 설마 전직도?
퍼랭 : 저는 전사, 제로는 레인져, 티태는 도적, 콩콩은 무직이에요.
스승 : 아니 어떻게···잠만···무직?
콩콩 : 저는 특이한 게 좋습니다. 히든 직업을 향하여!
스승 : 히든 직업도 알고 계시네···하···. 졌네요. 졌어요. 빨리 저기 킹슬라임 잡고 튜토리얼 끝내죠.
튜토리얼을 예측하는 4인팟의 RPG짬밥을 때려 박은 기행에 두손두발두비두바전부 든 스승, 튜토리얼의 마무리를 준비했다.
콩콩 : 좋아, 눈앞의 킹슬라임씨! 비트 주세요!
스승 : ?
퍼랭 : 말버릇이에요. 저래 놓고 자기가 노래틀음.
유X브에서 튼 비트가 울리며 빅슬라임을 감싸도는 4인팟.
제로 : 뭐야, 오늘은 클래식이야?
스승 (···보통 대열을 짜던데 레이드는 아직 잘 모르시나?)
퍼랭 : [ 슬래쉬 ]!
퉁!
철검을 크게 휘둘러 빅슬라임의 안면을 정통으로 후리는 퍼랭, 허나 안면이 움푹 들어갔을 뿐, 딱히 큰 데미지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퍼랭 : 야! 검 안 들어간다! 어떡해?
티태 : [ 쓰로우 ]!
돌맹이를 빠르게 던지는 티태
통!
상큼하게 튕겨 나갔다.
티태 : 날붙이 아니면 바로 튕겨 나가네···.
퍼랭 : 도적이 돌을 왜 던져?
티태 : 원래 비수 같은 거 던지는 기술인데, 다른 무기(?)를 들어도 던질 수 있기는 한가 봐. 대신 명중률이라던가 그런 게 좀 구릴 듯? 무기 숙련도 영향을 받나?
제로 : 걱정하지 마라. 내가 왜 총을 샀겠냐?
티태 : 꺼져, 재능충 ( 너 원래 기계 쓰는 직업 좋아하잖아. )
콩콩 : 문과 주제에, 건.방.져.
제로 : 뭔···그것도 맞지만, 나의 뛰어난 저격 능력으로 슬라임의 핵을 정확히 맞추면!
탕! 푹
제로 : 들어갔다!
권총을 조준하는 제로, 탄은 정확히 슬라임의 핵 앞에서 멈췄다.
제로 : ·········실화야? 총이 초반 무기인 이유가 있었구먼? 슬라임도 못 죽이는데 총이 쓸모가 있나?
퍼랭 : 나중 가면 마탄 같은 거 쓰든가 하겠지.
쿵! 쿵! 쿵! 쿵!
갑자기 여러 번 바운스를 하는 킹 슬라임, 엄청난 무게를 증명하듯이 주위 땅이 진동하였다.
콩콩 : 으아아아!!! 야! 어떻게 좀 해봐라!! [대쉬]!
슉
나무 위로 뛰어오르는 콩콩, 하지만 땅의 진동은 콩콩을 나무에서 떨어트리기에 충분했다.
쿵!
콩콩 : 아 이런··· 스승님! 그동안 이거 깬 사람 한 명이라도 있어요?
스승 : 아뇨? 다들 못 깨겠다고 포기하더라고요.
두두두두두두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킹 슬라임은 묵직한 돌진, 5t 트럭을 연상시켰다.
퍼랭 : 엑 어쩐지. 스승님 작전타임 가져도 돼요?
스승 : [대쉬] X [방어]
퉁!
퍼랭의 시야에서 사라져 킹 슬라임 앞에 선 스승, 킹 슬라임을 데미지 없이 가볍게 튕겨냈다.
제로 ( 땅을 울릴 정도의 무게를 가볍게···? )
퍼랭 ( 방어스킬이면···스승님은 전사 직업이구나 )
스승 : 자, 이걸로 한동안 얌전히 있을 거예요.
퍼랭 : 자, 진지담화다!
제로 : 진!
티태 : 지!
콩콩 : 담!
퍼랭 : 화!
스승 : ············?
4인팟의 대화는 주로 실없으며 가볍고 유쾌하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무겁고 알맹이 있는 말을 할 때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진지담화”이다. 첫 시작은 그들이 영화감상문 공모전을 위해 개띵작영화를 분석할 때였다.
한수면(퍼랭) : 그래서 그 장면은 이런 뜻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지···
김지로(제로) : 오오, 그 말 하니까 생각나는 다른
허나 그때 눈치 없이 산통을 깨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조주안(티태) : 아오, 왤케 진지해! 야! 그냥 있으니까 보는 거지! 거 참.
한수면 : 야! 이럴 때 좀 진지해져 보는 거지!
조주안 : 찐
한수면 : 야, 아니 그러면 너는 영원히 실없
조주안 : 찐
한수면 : ㅎㅎ
조주안 : ㅎㅎ
퍽
넷 중에 굳이 싸움을 가장 잘한다고 한다면 체급이 가장 큰 이이다. 하지만 그날 이이는 그 말에 대해 정정했다.
이이(콩콩) : ···진지담화가 무너진 수면? 저의 식견으로는 어렵지만 그를 평가하자면 XX초등학교 6학년 일진 황윤택, 그를 능가했다고 감히 말합니다.
김지로 : ㅈㄹ말고
이이 : ·········연장 안 들고 저거 이기려면·········조폭불러.
복싱도장 3년 차 한수면, 주안은 주먹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을 그날 처음 깨닫고 다시는 4인팟의 그 누구도 “진지담화”를 깨지 않는다.
티태(조주안) : 가장 큰 문제는 이거지. 우리는 저걸 못 이겨.
제로(김지로) : 이유 하나, 일단 공격이 먹혀야 하는데 공격이 티끌만큼도 안 먹혀.
퍼랭(한수면) : 이유 둘, 킹슬라임의 공격력은 막강한데 공격 대부분이 특유의 무게감에서 오는 범위기다. 이런 건 컨트롤이 좋다고 피하는 건 아니지.
티태 : 그렇다고 약화시키기에는 우리 스킬이 초보자스킬 밖에 없어서···끽해야 내 스킬인 [연막]?정도야 그림자를 연기처럼 만들어서 시야를 가리는데···공격도 안 통하는 지금 소용은 없겠지.
스승 ( 대화의 이름에 비해 내용은 건실한데···? )
콩콩(이이) : 흠···우선 이유 하나를 먼저 분석해보자면···. 슬라임 종족은 핵과 몸체(진액)으로 구분되어있고 핵을 진액으로부터 떼어내던가 핵에 직접 타격을 주어야 했지.
티태 : 그래서 우리가 슬라임의 진액을 공격해 흩어지게 한 다음, 핵을 빠르게 집어서 유리병에 넣는 식으로 잡았고
제로 : 음? 왜 핵을 바로 안 노렸어?
퍼랭 : 우린 너처럼 낮은 무기 숙련도로 작은 핵을 명중시킬 정도로 컨트롤이 좋지 않아···.
티태 : 유리병으로 핵을 포장하면 진액이 핵에 닿으려고 발악하다가 죽어버리는걸. 콩콩이 발견 못 했으면 우리 삽질 엄청나게 했을걸···.
콩콩 : 진액이 핵에 달라붙으려고 하는 게 징그러워서 빠르게 가둬야겠다 싶어서···
제로 : 바퀴벌레냐고···. 여튼 그런 방법도 힘들겠지. 진액을 흩어지게 할 정도의 공격은 우리 레벨 대에서는 절대 무리니까···.
퍼랭 : 그러면 결국 핵에 대한 직접 타격인데···. 그래도 핵이 수박만 한 게 비켜 맞출 일은 없겠네
제로 : 중요한 건 어떻게 저 육중한 덩치를 뚫고 공격하냐는 건데···.
킹슬라임을 바라보는 넷, 너비가 1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납작한 물방울 형태의 보스몬스터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콩콩 : ······좀 무식한 방법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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