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 도시건설기 1장. 센트럴 (6)
순간 천막을 가득채우는 번쩍임. 그곳에는 에르의 시커멓게 타버린 팔이···
솔리스 : 에르! 괜찮아? 지금 바로 힐을·········어?
아니라 수증기로 변해 통째로 사라진 팔만이 존재했다.
히상 : 봤지. 수증기?
니이 : 이 미친놈아! 언질이라도 해주던가!
히상 : 미안! 근데 계속 이거 가지고 토론하면 빙빙 돌 게 뻔해서 ㅎㅎ.
에르 : 그만, 난 괜찮아.
딱
손가락을 튕기는 에르, 주변 수증기가 모여 물망울을 맺더니 이내 수정같은 얼음송곳으로 변해 히상의 목덜미를 비추었다.
히상 : ···미천한 인족놈이 위대하고 자비롭고 은혜로우신 물의 정령왕님께 실례를 끼쳤으면 사죄드립니다.
에르 : 뭐···네가 막 행동해도 치밀한 놈이란 건 잘 알겠다.
히상 ( 내가? ) 아이고 감사드립니다. 그래서라고 말하기보다는 이제 이 무시무시한 얼음수정 좀 잠시 치워주시면···
에르 : 도시 지을 때, 피곤할 거다.
히상 : 그쵸?
에르 : 그러니 네가 굳이 저런 손해 보는 방식으로 짓겠다 했겠지.
히상 : 하핫
에르 : 웃어?
히상 : 죄송합니다. 감히 미천한 미소 따위 띄우지 않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에르 : 하아···. 가장 만나기 싫은 인간상을 만나버렸어.
히상 : 아이고, 이 미천한 소인이 심기를 거슬러
에르 : 그만해. 이 ㅅㄲ야! 말투도 개빡치네. 쯧
히상 (쭈글)
에르 : 됐다. 도와주마.
히상 : 쟜스!
에르 : 착각마라. 우리 동료의 마계 부흥이 인족 수명 이전에 이뤄지려면 이 방법밖에 없을 듯하여 그런 거니.
히상 : 에이 그것만은 아니면서~
에르 : 그걸 입에 담으면 네 간악한 계략도 말해도 되겠나?
히상 : 이 미천한
에르 : 조용
히상 : 넹
가오디 화이트 : 그러면 만장일치 이네만···. 이제 뭘 해야 되지?
히상 : 뭐···우선 솔리스의 망한 퀘스트부터 소생해야죠. 공사야! 받아!
턱
공사는 히상으로부터 마나 포션이라 적힌 플라스크를 두 개 건네받았다.
공사 : ······싫어.
히상 : 종족 하나가 사라지는데?
공사 : ···아으으으으으···. [포탈]
포션을 마시며 포탈을 여는 공사.
공사 : 저기 그 드워프 분들?
샐리 : 샐리다.
공사 : 장소 어디예요.
샐리 : 어···. 얼음 바위와 깊은 바위 사이?
공사 : ·········위치를 생각하세요.
샐리의 머리에 손바닥을 대는 공사. 곧이어 눈앞에 드워프들이 우글대는 포탈이 생겼다.
노움 : 엇! 모두들!
공사 : 빨리 포탈 타!!! 곧 꺼진다!!! 쿨럭 쿮렆!!!
걍곤 : 뭐야, 왜 저래? 근데 쟤 주먹 크기가 최대치 아녔어?
히상 : 마나가 부족해서 그런 거잖아.
걍곤 : 아~그래서 마나 포션을 맥여서~?
히상 : ㅇㅇ, 근데 뭐랄까···포션을 막 마셨으니 소화가 덜 되서···. 실시간으로 포션에서 마나를 추출하는 상태니까 고통이 셀 거야.
걍곤 : ···쟤 죽겠다.
히상 : 그래서 다음에는 포탈기계 만들어 보려고 내일이면 완성할 듯.
걍곤 : 오우오우···.
히상은 “한 권으로 끝나는 한글 떼기” 책과 “국어사전”을 걍곤에게 줬다.
걍곤 : 에?
히상 : 가르쳐. 다 가르치면 수학 시간이다.
걍곤 : 내가?
히상 : 너 작명사잖아.
걍곤 : 그게 왜?
히상 : 그러니까 국어는 너가 제격이다.
걍곤 : ?!?!
히상 : 달토끼님은 이 차원 달하고 동기화됐으니까. 우선 거기서 행성 전체 모습 보죠! 시각 버프하고 내구도 버프 최대로 부탁해요! 한동안 안구건조증 시달리겠네.
달토끼님 : 그래.
걍곤 : 아니 잠만! 나보고 어떻게 가르치라고!
히상 : [지능버프], [지혜버프] 사용가능
히상은 그대로 천막에서 나갔다.
걍곤 : 호오···?
한 : 뭔데.
걍곤은 명함갑에서 국어교사증을 뽑았다.
걍곤 : 저는 이런 사람인데요.
착
뒤이어 학생증이라 적힌 명함을 여러 장 뽑은 걍곤, 다른 이들에게 붙였다. 뒤이어 건립자들의 지능, 지혜, 언어능력이 성향에 따라 상승하였다.
걍곤 : 댁들은 이런 사람이네요?!
한 : ㅇ···어? 야, 이거 괜찮은 거야? 머리가 조금 아픈데?
걍곤 : 야매로 차원여행포탈 만들 때 우리는 각종 물리학 서적 싸 들고 왔지만, 이해가 도무지 안되었죠. 그 해결책은···.
니이 : 으···. 그래도 지금은 견딜만한데 점점 쎄지는 느낌이다?
걍곤 : 극단적인 지능, 지혜버프. 부작용으로 시간에 비례하는 두통과 버프가 사라지면 습득했던 지식 대부분을 까먹지.
세계수 : 그럼 의미 없지 않아?
걍곤 : 그래서 일부러 극단적이지는 않게 버프 썼죠. 잊어버릴 일은 없을 것임. 자 그럼 즐거운 한글공부시간!!! 늦으면 두통이 당신들을 반길 겁니다!!
걍곤은 광기에 찬 얼굴로 칠판에 한글을 휘갈기기 시작했다.
{ 책 밖 }
뚜벅뚜벅
퍼랭 ( 걸음소리? )
스승 : 근데 콩콩님이 지하에는 무슨 일로?
콩콩 : 아, 제가 여기서 죽어서요.
스승 : 네?! 설마 지하에 침입자가?
갓수 : 헐! 야! 튀어! 스승님이 원래 잠가두는데 꼼수 쳐서 온 거란 말이야!
제로 : 뭐요? 여기 공용구역 아녔어?
갓수 : 그러면 꿈의 형태에서 계단타고 내려왔지. 왜 굳이 성수도를 헤매서 와.
퍼랭 : 쒯···! 다들 튀어!
타다다다다닥
콩콩 : ···? 야! 거기서! 도망치지 마!
스승 : 도망? 침입자들! 거기 서!
콩콩 : 에?!
흩어져서 도망치는 갓수와 콩콩을 제외한 4인팟, 스승은 건물이 파괴되지 않게 조심히 착지해 달려 나갔다.
티태 : 야! 왜 스승님을 불러서는!!
콩콩 : 아니 나야 성수도 길을 모르니까···스승님한테 지하로 가는 계단 좀 열어달라 했지.
제로 : 아오! 이 화상! 우리 침입자 취급당하게 생겼다!
콩콩 : 알빠노 ㅎㅎ
그렇게 넷은 흩어지다가···.
탱!
큰 원통형 공간에 떨어진 퍼랭, 가까스로 스승을 따돌린 듯했다.
퍼랭 : 후! 살았다. 진짜로 성수도 곳곳에 비밀공간이 있네···여기 처박혀서 숨어야지.
제로 : 치사하게 너만 숨냐!
퍼랭 : 크쿠루, 책이나 읽어줄게~
{ 책 안 }
회의가 끝나고 다음 날, 걍곤의 국어 교실에 지쳐 잠든 건립자들을 두고 나는 한과 공사만 깨워서 초원 한가운데에 데려왔다.
히상 : 내가 측량을 했거든? 여기가 초원의 중심! 지형도 딱 좋아! 우선 여기에 빌딩을 지을 거야!
한 : 오···빌딩이라면 고층 건물 얘기지?
히상 : 이열, 걍곤이가 한글 공부시킨 보람이 있네. 자, 지어.
히상은 그렇게 둘을 두고 다시 임시 숙소를 향해 갔다.
한 : 저거 데려와.
슉
공사는 손을 뻗어 히상을 둘의 앞으로 소환시켰다.
히상 : 왜.
한 : 어떻게 짓는데.
히상 : 아, 여기 설계도. 그리고 건축학개론하고 토목공학서적 몇 권! 아, 하드 하나 채운 것도 있어. 설계도 그리느라고 지혜버프 또 썼다.
공사 : 이런 건 왜 챙겼어?
히상 : 이세계 먼치킨이 되기 위해서···! 인프라도 없는 곳일 줄은 몰랐지만···. 한이 지혜버프 키고 지어. 공사 너는 재료 조달만 해.
한 : ······너는 들어가서 쉬게?
히상 : 설계했으면 됐지.
한 : 문제가 하나 있어.
히상 : 뭔데?
한 : 너 기초수학만 알려줬잖아. 나 삼각함수, 기본 물리학 몰라.
히상 : ·········아, 젠장. [ INTUP ]
히상이 자신에게 지혜와 지능버프를 둘렀다.
히상 : 책 줘봐! 빨리빨리! 일단 한 너는 땅 그 설계도에 써진 대로 파!
한 : ·········단위 이거 어떻게 재는데?
히상 : 여기 자대고!
히상은 15CM자를 던졌다.
한 : ···미쳤냐?
히상 : 야! 나 머리 아프니까! 말 걸지 마! 그거 여러 번 하면 돼!
한 : 아오···.
한은 설계도를 보고 소통능력으로 흙을 옮겼다.
한 : 흙은 어디로 옮겨?
히상 : 공사야, 황무지 포탈 하나 계속 열어놔.
공사는 서쪽에 있는 사막지대에 흙을 옮겨놨다.
한 : ㅇㅋㅇㅋ. 곧 다 옮깁니다.
히상 : 다음 필요한 재료는··· 아, 공사! 그, 드워프들이 살던 곳 있지! 거기로 포탈!
공사는 포탈을 닫았다가 다시 드워프 구출을 하던 곳으로 포탈을 열었다.
공사 : 형 근데 거기에 쇠로 덮인 바위게 겁나서 많다니까? 거기 몬스터는 죄다 쇠야! 쇠···아.
히상 : 들었지? 한은 철만 떼와! 그 뭐냐! 성분은 적어서 줄게!
히상은 재빨리 적어서 형태와 성분을 적었다.
한 : 아니 뭔! 야! 너무 많잖아! 나 기력 딸려!
히상 : 소통만 써! 그거는 MP 안쓴데메! 그리고 너 아직 시간 소통 안 되지!
한 : 시간···? 아, 야 니 논리 확실해? 어떻게 물하고 소통하는 게 시간하고 소통까지 돼!
히상 : IC(직접회로)! 그냥 그런 줄 알아! 이거 받아!
히상은 한에게 물 양동이를 건네줬다.
한 : 뭐!
히상 : 그 물 계속 움직이면서 싸워!
한 : 야!
히상 : 아! 그럼 넌 생물체에 있는 쇠랑 바로 소통할 생각이었냐? 수압커터로 잘라서 해!
한 : 아오···. 하여간···. 다른 놈들은 왜 안 깨워!
히상 : 애들 어제 공부 복습시켜야 해! 책 읽어놓으라 했어!
한 : 읽겠냐?
히상 : 시험 친다고 했으니까 읽을 거야. 못 치면 걍곤이의 영어시간.
한 : ·········나는 시험 빼주지?
히상 : 잘 지으면, 다음은 공구리 만들자. 공사 사막 포탈 켜! 마나 후달리면 버프 켜고!
한 : 아오···.
그렇게 그들은 20시간의 강행군 그 끝에 20층짜리 고층빌딩을 지었다.
히상 : 헉···헉···. 수고했다.
공사 : 으엉ㅇ어어어ㅓㅓ
한 : 너···시험 빼줘라··· 진짜···. 공구리 굳히려고 시간 소통을 배우게 하다니···.
히상 : 진짜 그렇게 슉하고 배울 줄이야···.
한 : 음?! 안 그럼 어케 지으려고?!
히상 : 마를 때까지 쉬어야지 ㅋㅋㅋㅋㅋ
공사 : X발
한 : 뭔 뜻이냐?
공사 : ···그냥··· 대충 나쁜 말? 강한 어조로 상대를 욕보일 때 쓰지.
한 : 좋네. X발.
히상 : 야 이거면 그래도 골칫거리 몇 개 줄인 거야.
한 : 예를 들면?
히상 : 어···일단은 숙소문제.
공사 : ·········우리 집이야?
히상 : ㅇㅇ. 2층에는 회의실 짓자. ···인싸답게 카페어때? 좀 인싸같아?
공사 : 카페를 인싸답다고 한 순간부터···됐다. 와, 천막생활 끝이다.
히상 : 좋지? 걍곤이한테 이사 다 하라고 하자. 우린 인테리어만 하고
공사 : 굳.
한 : 근데 왜 지은 거야? 그것도 이렇게 빡빡한 스케일로?
히상 : 구심점
한 : 구심점?
히상 : 솔직히 내 장황한 계획만 보고 누가 될 거로 생각하겠어? 이런 세상에 둘도 없을 랜드마크가 하루 만에 떡하니! 생겨야 좀 믿지.
한 : 오호~ 하긴 좀 놀랍긴 하더라.
히상 : 자 다들 컴온!
한 : 또 어디 가게?
히상 : 자랑해야지!
{ 천막 안 }
펑!
천막의 입구를 힘차게 젖히는 히상, 자고 있던 사람들은 입구에서 들어오는 햇빛에 부스스하며 일어났다.
니이 : 이 개···! 안 그래도 공부하느라 빡치는데 어떤 샊···! 어?!
에르 : 니이~ 여기 용들 지역이거든? 조금 입조시···와우···.
히상 : 푸르른 하늘과 하얀 달이 어우러지는 아침입니다~
깔짝대는 히상의 뒤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거대한 건축물, 정교한 외벽의 형태와 주변의 색유리와도 같은 마나의 뭉치들의 장식들은 마치 거대한 조각상을 보는듯했다.
가오디 화이트 : 하···하하. 정말 대단하군···!
세계수 : 오오
스승 : 와아···!
히상 : 소개드립니다! 꽈직이 타워!
“·········에?”
솔리스 : 이름을 바꾸는게 좋지 않겠어···?
니이 : 저 스브럴 것···.
히상 : ···그렇게 별로야? 저 깨진 유리창 같은 장식들이 꽈직꽈직 거리니까···. 별로야?
샐리 : 당연하지. 방금까지 있던 내 감동 물어내.
히상 : ·········그러면 뭐···다른 이름으로 “꿈의 형태” 어때?
걍곤 ( 노래 제목이잖아.) 왜 하필?
히상 : 다들 도시 짓는 이유가 저마다의 욕망 때문이잖아? 그걸 모두 이루고도 이 세계 전체의 꿈을 형상화한 건물! 이라는 개쩌는 뜻이지. 오, 씨 말하고 나니 그럴듯하네?
니이 : ···꽈직이보다는 낫겠지.
히상 : 꽈불이 타워와 꽈툴읍 타워를 보면 너도 꽈직이라는 이름이 맘에 들 거야.
그렇게 우리들의 도시건설이 시작되었다. 비록 이 하잘것없는 사이비 교주의 머리에서 시작된 터무니 없는 계획이지만 모두가 모이고 도시건설이 시작될 수 있던 이유는 이 도시가 모두의 꿈의 형태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퍼랭 : 흠···그렇구먼···.
어느덧 1장의 끝에 다다른 퍼랭, 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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