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왕 김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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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pacta
작품등록일 :
2024.07.27 15:09
최근연재일 :
2024.08.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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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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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번트마스터의 각성

DUMMY

1941년 초여름, 미국에서는 아주 독특한 인사법이 유행 중이었다.


"오늘도 조 디마지오가 안타를 쳤나요?"


그것이 바로 미국의 새로운 인사법.

당대 최고를 다투던 야구선수,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가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갱신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특이한 인사는 누군가에겐 선망과 흥분을 담은 것이었고, 또한 누군가에겐 질시와 분노를 담은 것이었다.


그리고 약 8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인사법 또한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김번트가 또 번트안타를 만들어냈나요?"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




2차 11라운드 102번.

아마 이런 순번에 뽑힌 선수에게 기대를 가지는 야구팬은 단 한 명도 없을 거라 확신한다.

신인 드래프트의 순번이란 곧 그 선수가 고교때 보여준 퍼포먼스 혹은 포텐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증명하며, 밑으로 내려갈 수록 그 성공확률이 떨어지는 탓이다.

생각해보라. 10라운드 성공신화? 연습생 성공신화? 그런 말이 왜 나왔겠는가. 애당초 그렇게 성공한 경우가 극히 드물기에, 그렇게 성공한 이들을 존경하는 의미라 볼 수 있다.


물론 나 또한 저 102번이라는 숫자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어떻게든 성공해보리라 다짐하기는 했으나, 프로의 벽은 너무도 높고, 또한 견고했다.

2년간의 2군생활. 그 끝에 남겨진 것은 총 80타석 1할8푼의 성적. 심지어 수비 포지션 또한 발만 빠르지 그리 뛰어나지 않은 수비능력인 탓에 팀에서 이미 나를 내보내기로 결정했음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마⋯ 올 가을이 끝난 직후, 아니 어쩌면 그보다 일찍 나는 방출되고야 말겠지.

하위라운드에 뽑힌 선수에게 2년이라는 시간을 준 것도 감사할 일이니까.


앞으로의 시간이 막막할 따름이다. 군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보여준 것도 없는 나.

방출이 된다면 이대로 야구를 접어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어지러운 나였으니.


"어어?! 피해라!!! 공 날라간다!!!"

"⋯어?"


순식간에 시야가 발광을 해대기 시작했다.

안 풀리려니 이런 식으로까지⋯.


"대영아! 김대영! 괜찮아? 정신 차려봐!"


⋯괜찮아보이냐고 이게.


"뭐야, 진짜 괜찮냐? 안 아프냐? 어?"

"괜찮아 보입니까 이게⋯."

"⋯말짱한데?"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지만 정말로 괜찮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은 정말로.


"뭐야, 왜 안 아프지⋯?"

"아니 방금 머리 맞은 거 아니야? 괜찮아? 진짜로 괜찮은 거 맞아?"

"어⋯? 네, 진짜 괜찮은 거 같은데요⋯?"

"일단 혹시 모르니 검진은 받자, 지금은 괜찮아도 혹시 모르니까."

"네? 아, 네⋯."


하여간에 운도 없지.

안 그래도 경기도 제대로 못 나가는 주루 원툴 똑딱이 외야수가 부상까지.

안 풀린다 안 풀려. 결국 내 선수 생활 마지막은 이렇게 은퇴인 걸까⋯.

한숨만이, 참으로 한숨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각성 : 마스터로의 길]


코치님께 부축을 받아 가던 내 눈 앞에 무언가 특이한 창이 떠오르기 전까지.


"코치님."

"어, 그래. 대영아 왜 그러니?"

"이거 뭐에요⋯?"

"응? 뭐 말하는 거야?"

"⋯아니, 아닙니다."


아무래도 내게만 보이는 걸까. 이 수상한 홀로그램은.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태창'비스무리한 그것.


[대상자의 스탯을 확인합니다.]

이름 : 김대영

나이 : 21

스탯 : 컨택트 D- 파워 F 선구안 A 주루 S 수비 B- 송구 B+

보유 능력 : 나가면 뛴다! 3단계


[대상자와 적합한 특수 능력을 검색중입니다.]


[검색이 완료되었습니다. 능력이 부여됨에 따라 대상자의 의식이 일정 시간 소실됩니다.]


[Good night^^]


그리고,


"코치님 이거 이상⋯끄으윽⋯."

"대영아? 대영아!!!"


연이어 올라오는 상태창을 확인한 직후, 시야가 암전되고 말았다.

대체 왜 괜찮았던 건데⋯.




***




야구선수에게 부상이란 도망칠 수 없는 가혹한 운명과 같은 것이다.

선수생활 내내 홈런 하나를 쳐보지 못한 선수보다 부상 한 번 당하지 않은 선수가 더욱 드물 것이다.

투수라면 팔꿈치던 어깨던 한 곳은 아팠을 것이고, 타자라면 사구에 의한 부상, 혹은 주루나 수비 중 충돌에 의한 부상, 그것도 아니라면 햄스트링 등의 부상이라던가⋯ 뭐 갖가지 이유로 부상을 당하고는 한다.


물론, 지금의 나처럼 훈련 중 날아온 타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경우는 아주 극히 드문 경우기는 하지만.



"대영아. 일어났냐?"

"매니저님⋯?"

"일단 큰 부상은 아닌거 같다더라. 좀 있다가 이것저것 검사해봐야 하기는 한데⋯."

"⋯⋯."


저 흐려진 말끝에 숨겨진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선수의 부상이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상이 핑계가 되어주진 않는다.

심지어 나처럼 방출 위기에 처한 이의 부상이라면⋯.


"저는 이대로⋯ 끝인가요?"

"⋯미안하다."

"⋯⋯."


그것을 이유로 아주 희미하게 남았을 기회마저 사라지는 것이야 당연하디 당연한 일일테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니야⋯ 대영이 너는 어딜 가서도 잘 할 놈이야. 이대로 야구 그만둘 건 아니지?"

"일단은⋯ 다른 팀 찾아봐야죠."

"그래, 꼭 잘 되길 바란다. 잘 되면 밥 한 번 사고."

"하하⋯ 알겠습니다."


다친 사람에게 해고 소식을 전해야 하는 매니저님의 마음이야 헤아리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1군과 2군 각각 한 명씩. 선수들의 케어를 담당하는 매니저의 역할이란 마치 엄마의 마음과 같은 것인데, 자식같은 선수에게 이런 소식을 전해야 하는 그의 마음은 오죽할까.


"나는 이만 들어가보도록 할게.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하렴."

"감사합니다. 매니저님."

"고마울 게 있겠니.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인데⋯."


그런 그의 뒷모습은 2년간 내게 보인 모습 중 유독 쓸쓸해 보였다.


뭐, 지금은 매니저님의 모습으로 인해 감성에 젖어있을 시간이 아니기는 했다지만.


[특수 능력이 개화되었습니다.]


[번트 마스터의 길 1단계]


[맞추기만 하면 뛸 자신 있는 당신! 하지만 맞추질 못하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추천합니다!]


누가봐도 수상한 상태창. 그 내용이랍시고 적혀있는 것이 번트⋯?

아니, 그걸 누가 생각하지 못했을까.

타격에 자신없지만 발만큼은 빠른 선수들은 다들 번트 안타를 노리곤 한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우면 누구나 다 그렇게 할테지.


타자가 타격을 완수하고 홈에서 1루까지 뛰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4.5초. 정말 빠른 주자라면 3.2초까지도 도달하는 경우가 있다지만, 대다수의 준족들은 그래봐야 4초 남짓한 시간 정도밖엔 되질 않는다.

하지만 타자의 배트에 공이 맞고 수비수가 그걸 받아 1루까지 던지는 시간은 예상치 못한 느릿한 땅볼이 아닌 이상은 그 4초 안쪽이라는 말이지.

0.1초의 갭이 엄청난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번트로 안타를 노린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애당초, 장타력 따위는 개나 줘버린 주루 원툴 타자에게 내야 전진을 택하지 않는 팀은 단 한 팀도 없고.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패배주의 척결! 잘 들어보세요! 놓칠 수 없는 기회! 이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당신도 4할타자!]


허나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이 정체불명의 상태창은 내게 무언가 정보를 내뱉기 시작했다.


[대상자가 홈에서 1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1초입니다! 하지만 타구가 그보다 느리다면?]


"무조건 세잎이다⋯?"


[삐용삐용! 정답입니다! 믿어봐요! 손해볼 건 없다!]


3.1초라. 내가 그렇게 빨랐던가? 하긴, 발 하나 믿고 프로에도 뽑힌 건데 그 정도 속도가 나질 않는다면 내게 남은 것은 단 하나도 없기는 하지.


"믿는다면, 내가 뭘 해야하지?"


[해법 1번! 기회를 받을 수 있는 팀으로 향한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해법 2번! 포기한다!]


"⋯⋯."


그러니까, 그냥 나보고 운에 맡기라⋯ 이 말인가?

젠장, 답도 없는 선택지네.

지금은 6월이야. 웨이버 공시가 된다면 다른 팀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 보여준 것 하나 없는 11라운더를 영입하겠다고 돈까지 주는 팀이 있을리가⋯.


[낙관주의! 대상자를 유의깊게 보고 있는 팀이 약 3팀 존재합니다!]


"3팀이나 있다고?"


[1번! 부산 타이탄즈! 2번! 대구 엠퍼러즈! 3번! 육군 아미타이거즈!]


"⋯⋯⋯⋯."


[3번은 농담입니다!]


농담이어야 할 거야. 하마터면 화가 날 뻔 했잖아.

알고 있다고. 군대를 가야한다는 것 정도는.

굳이 그런 걸 내게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줄 필요는 없잖아.


"농담은 갖다 치우고, 부산과 대구에서 나를 보고 있다고? 왜⋯?"


[대답은 곧 들을 수 있습니다! 대상자에게 '진통제 3단계'를 임시로 대여했으니, 얼른 퇴원하여 훈련을 하도록 합니다! 번트! 번트! 더없이 많은 번트!]


거 참,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따로 없다.

여튼간에 팀을 옮기는 건 무리가 없을테니 훈련이나 하라, 그건가?

뭐, 그거야 자신있는 일이지. 내가 살면서 딱 하나 자부할 수 있는 건 단 한 번도 훈련에 있어서 농땡이를 부리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적어도 노력 하나만큼은 더없이 자신이 있단 말이지.


"그래, 해보자. 해봐서 손해볼 건 없으니까."


[좋은 선택입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수상한 상태창, 내 인생을 망치러 온 건 아닌 거 같으니까.

뭐⋯ 솔직히 말해 더 망가질 것도 없는 인생이고 말이야.




***




"김대영 선수. 죄송하지만 저희 대전 호크스는 더 이상 대영 선수와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 네, 여태까지 감사했습니다 단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전하는 제 마음이 더 불편하네요.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나쁜 소식만 전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대영 선수를 원하는 팀이 있으니까요."

"저를 원하는 팀이 있다고요⋯?"

"예, 웨이버 공시를 할 생각이기에 혹시나 트레이드로 받을 팀이 있는가 물었을 때, 원하는 팀이 두 팀 있었습니다. 그게 대영 선수에게도 훨씬 좋은 일일거라고 생각하고요."


맞는 말이었다.

웨이버 공시를 통해 영입된 선수에게는 제대로 된 기회가 주어질리 만무하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된 선수는 아무래도 훨씬 처지가 나을테니.

적어도 한 번쯤은 1군에 콜업될 수 있을테고.

그나저나 나같은 선수를 트레이드까지 알아봐주는 건⋯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지.


"단장님, 감사합니다. 근데 혹시 어느 팀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렇죠. 대구 엠퍼러즈와 부산 타이탄즈입니다. 대구는 대영 선수의 고향이기도 해서 그쪽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대영 선수는 어느쪽을 원하십니까?"


대구와 부산이라.

고향이라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런 애착따위는 필요없었다.

내게 필요한 건 오직 기회, 그리고 내 성장을 위한 발판.

고향팀에서 2군에 박혀있다 똑같이 선수 생활을 은퇴하는 것보다는⋯.


"부산 타이탄즈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곧장 절차를 밟도록 하죠. 그간 수고하셨습니다. 부디 저희가 이 트레이드를 후회하도록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산, 그래 부산.

기회를 한 번 잘 살려보자고.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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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열심히 해주세요. +2 24.08.05 82 4 12쪽
7 새로운 보금자리. 24.08.03 80 4 12쪽
6 인터뷰 마스터로의 길? +4 24.08.02 88 4 12쪽
5 싸이클링 스틸 +4 24.08.01 87 5 12쪽
4 내달리다. +2 24.07.31 83 6 11쪽
3 누가 외야에 미친개를 풀어놨어? +2 24.07.30 85 4 12쪽
2 대전에서 서산으로, 서산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부산으로. 24.07.29 83 5 12쪽
» 번트마스터의 각성 24.07.27 10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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