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왕 김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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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pacta
작품등록일 :
2024.07.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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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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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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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서산으로, 서산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부산으로.

DUMMY

대전 호크스, 부산 타이탄즈 3대3 트레이드 단행.


트레이드 마감기한을 한 달 남겨둔 오늘, 대전 호크스와 부산 타이탄즈의 3대3트레이드가 단행됐다.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대전 호크스는 마무리투수 유승진, 내야수 장휘철, 외야수 김대영을 보내고 부산 타이탄즈의 1라운드 지명권, 상무에 입대한 거포 유망주 박민성, 대졸 신인 강이현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후략)



단장님과 가볍게 면담한 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트레이드 기사가 올라왔고, 놀랍게도 지인들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내게 연락을 해오는 이는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트레이드가 된 후, 주목을 받은 것은 함께 이적하는 유승진, 장휘철 선배이지, 나같은 2군 쩌리 외야수가 아니니까.

마무리, 그리고 유격수. 대전 호크스에게는 그야말로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 같은 선수들.

뭐, 둘 다 나이도 많고 FA를 통해 이적했던 몸값이 비쌈에도 대체자원이 있는 선수들이기는 했다지만, 올 시즌 압도적 꼴지를 찍는 팀에게는 그다지 효용성이 없는 선수들이었고, 그럼에도 그 둘이 가지는 이름값이 워낙에 컸기에 과연 트레이드가 될까? 라는 말이 잔뜩 나오던 선수들이기는 했지.

반면 부산 타이탄즈는 그야말로 포텐 덩어리들을 보낸 트레이드. 작년 꼴지를 했던 팀의 1라운드, 즉, 전체 1번과 이미 1군에서 15홈런을 치고 상무에 입대한, 수비가 부족한 것이 유일한 단점인 1루 유망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 시즌 5선발 땜빵과 스윙맨 역할로 가능성을 톡톡히 보여주는 3라운더 대졸 투수 셋이니 내가 이 트레이드에 이름을 올리기엔⋯ 스스로 생각해도 무리가 있지.


뭐, 중요한 건 내가 잘하는 것이지, 남들에게 무어라 인정받는 게 아니기는 했다.

야구를 그만둘 위기에 처한 내가 팀을 구해 적어도 시즌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것.

못해도 올 시즌까지는 있을테고, 잘 하면 몇 년을 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어?


"대영아. 라커룸에 짐 다 쏴났다. 그래도 팀 구해서 다행이야⋯. 가서 꼭 잘 하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

"아니야 됐어. 가서 너도 적응해야지. 타이탄즈 2군 매니저가 내 고등학교 시절 배터리 맞추던 놈이야. 잘 아니까 잘 챙겨주라고 할게."

"아⋯ 진짜 감사합니다."


기사를 보며 라커룸으로 향하던 나를 잡아서며 말을 건 것은 역시나 매니저님. 참, 사람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싶다.

반대로, 야구는 착한놈이 잘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못된 놈들이 잘한다는 말처럼, 그렇게 성격이 좋고 말도 많은 포수였지만 심성의 문제로 성장의 벽에 가로막힌 채 젊은 나이에 은퇴해버린 매니저님은 언제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2군 선수들에게 유독 애정을 주곤 했다.


"가서 꼭 조심하고. 대전도 팬이 많지만, 부산 팬들처럼 극성은 아니잖아? 부산 팬들은 못하면 2군 선수들한테도 막 욕한다고 그러더라. 가서 꼭 잘해서 응?"

"잘 할게요. 걱정 마세요."

"그래, 믿을게. 나중에 TV에서 보자."

"네, 매니저님. 이렇게 짐도 다 싸주셨으니 이만 출발해볼게요."

"다른 선수들하고 인사는 안해도 되겠어?"

"어차피 다다음 시리즈에 여기서 하잖아요? 갑자기 방출되는 것만 아니라면 저도 오겠죠 뭐."

"너는 무슨 그런 말을⋯ 그래, 그때 보자. 그때 끝나고 밥도 먹고 그러자."

"네, 들어가세요 매니저님."



트레이드가 된 선수들은 대게 기차를 통해 이동하고는 한다.

2군 선수들이라도 트레이드가 된다면 무조건 1군으로 이동해 단장님과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고, 다 같이 합류해 ktx를 타고 트레이드가 된 곳으로.

경기 직후에 일어난 트레이드라면 하루 뒤 오전에 이동하기는 하나, 이렇게 경기 시작 몇 시간 전에 일어난 트레이드라면 일단 이동하여 하루간의 휴식을 부여받고, 그 다음날에 등록이 되게 된다.

1군 구장이라⋯.

이제와 고백하건대, 나는 단 한 번도 1군 구장의 그라운드에 들어간 적이 없다.

신인으로 뽑힌 그 해에 의례적으로 드래프트에 뽑힌 선수들을 초청해 경기를 보여주는 행사 때에 관중석에서 경기를 본 적이 있어 대구 출신인 내가 대전 구장에 가본 적이 딱 한 번은 있었으나, 경기 자체는 계속해서 2군에서 뛰었으니까.

그래도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라면⋯ 적어도 1군 덕아웃에 갈 수는 있겠지.




***




"감독님, 트레이드 된 선수들 도착했습니다."


짐을 챙겨 1군 경기장으로 향한 나는 1군 라커룸에서 두 명의 선배와 만나 인사를 드린 후, 단장님께 인사를 드리고서 덕아웃으로 향했다.

오늘만 해도 대전에서 서산으로, 그리고 서산에서 대전으로, 그리고 조금 있다가는 대전에서 부산으로⋯.

참 많이도 이동하는 하루에 고단함이 몰려온다만, 그래도 스프링 캠프나 TV를 제외하고는 볼 수도 없었던 감독님을 뵙고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 색다른 느낌이라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선배들을 따라 덕아웃에서 인터뷰를 준비중인 감독님께 향했다.


하지만,


"그냥 가라고 그래. 뭐 좋다고 인사를 한다고. 다음에 경기 하면 그때 찾아오라 그래."

"네? 하지만 선수들이⋯."

"됐어. 괜히 인사하다 늦어지면 힘들지. 얼른 출발하라 그래."

"네? 아, 네⋯."


조금 거리가 있음에도 똑똑히 듣고 말았다.

아예 얼굴도 보지 않고 문전박대하는 감독의 그 말이.

누군가는 그것을 힘든 일정을 생각해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그것이 너무도 차갑게만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말이라는 청각적 요소로만 받아들인 것이 아닌, 저 멀리서도 얼핏 보이는 냉랭한 표정 탓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가자."

"선배님⋯?"

"그냥 가. 가라잖아? 그리고 대영이 너. 차 없지?"

"네? 아, 네. 기차 예약해뒀습니다."

"그거 취소해. 내 차 타고 가. 승진이형 차 더러워서 앉을 곳 없다."

"휘철아. 집합하고 싶냐?"

"집합? 부산 가서 집합하려고요? 거기 내 홈그라운드인데? 나 부산 출신인거 몰라요?"

"하, 새끼. 입만 살아서는."


뭐, 선배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걸로 보아선 아무래도 감독을 겪어보지 못한 나만이 신경쓰는 건가- 싶기는 했지만.


여튼 그렇게 감독과 인사 한 마디 나누지 못한 나는, 휘철 선배의 차에 짐을 싣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휘철아. 중간에 휴게소 들를거냐?"

"뭐하러 들러요? 나 오늘 바로 출전할거라니까?"

"미친놈 아니냐? 오늘 바로 출전한다고?"

"못할 거 같아? 나 오늘 감 잡아야 한다니까요?"

"미친놈⋯ 그럼 일단 도착해서 연락해라. 난 가면서 집에 연락 좀 해두게."

"알겠어요."


선배들이 나누는 이야기도.


"대영아, 너 어느 고등학교 나왔냐?"

"사, 상원고 나왔습니다."

"오, 상원고? 네가 몇 살이었지?"

"21살입니다! 제작년 2차 11라운드에서 뽑혔습니다!"

"그래? 상원고면⋯ 아, 나랑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구나? 나 신인때 키스톤 맞췄던 기준 선배가 상원고 출신이었는데. 혹시 아냐?"

"미, 민기준 코치님 말씀이십니까?"

"오, 알아? 하긴, 너도 야구는 보니까. 지금 대구 수비코치하고 있었지? 하, 그 선배 나 신인때 밥 한 번 사줬다고 요새 만날때마다 나한테 밥 얻어먹는다니까?"

"아하하⋯."


차 안에서 휘철 선배가 해주는 가벼운 이야기들도.

모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정도로 어지러운 이야기들 뿐이었다.

지금의 내게는 오늘의 이 모든 일들을 파악하기에 쉽지 않은 일들이었으니까.


트레이드가 되면 새로운 기회를 받는다고만 생각했건만, 하루 내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또, 단장님이 해준 말씀과 감독의 그 냉랭한 표정도 모두가 머릿속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더불어,


[이적 성공!]


[축하합니다! 새로운 기회의 땅! 부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Dynamic Pusan!]


'푸산은 뭔데⋯.'


[에잉, 이래서 요즘것들은!]


쉴새없이 떠들어대며 제대로 된 정보랄 것도 없는 이 상태창도 내 정신을 흐트려놓았으니, 가서 무얼 해야할지,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할 정신조차 챙길 여력이 없었다.



"대영아. 야, 대영아!"

"네, 네! 선배님."

"됐어 임마. 뭘 그렇게 쫄아있어? 긴장했냐?"

"아, 아닙니다!"

"아니긴 임마. 안전벨트 그만 쥐어라. 손자국 남겠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너 커피 마시냐?"

"마십니다!"

"그래? 아아 괜찮아? 나 화장실 가는 김에 커피 한 잔 사올건데."

"제, 제가 사오겠습니다!"

"됐어 인마. 후배한테 얻어먹긴 뭘. 내가 번 돈이 니 몇 백배는 될 건데. 화장실 갈 거면 같이 가고, 나중에 도착하면 나 혹시 까먹을 수도 있으니까 말해라. 나중에 배트 몇 개 챙겨줄게."

"가, 감사합니다."

"감사할것도 없다. 원래 선배들이 이런거 다~ 하는 거야. 가서 잘해 임마. 내가 대전에서 고작해야 5년 뛰었지만, 그래도 호크스 출신이라 야구못한다는 말은 안 듣게 임마. 영수증 소리 그거, 참 사람 자존심 긁는거잖아. 아니, 됐다. 갔다온다?"

"다녀오십쇼!"

"엉야."


다시금 휘철 선배가 내게 말을 걸었을 때는 이미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였다.

눈앞에는 수많은 차들이 즐비했고, 휘철 선배는 어느새 저 멀리 화장실을 향해 사라진 이후였다.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여름이기에 여전히 해가 지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차 네비에 찍힌 시간은 이미 5시가 넘어버린 시간.


'통도사⋯? 배추도사 무도사는 아는데, 통도사는 처음 들어보네.'


[삐빅!!! 아재 개그 금지!!! 모르면 배워라! 통도사는⋯]


'⋯이건 스킵 안 되나.'


상태창이 주는 수많은 정보량에 버거워하며 허우적대기에 한참이 지날때가 되어서야 휘철선배가 다시금 차로 돌아왔다.


"많이 기다렸냐? 아, 시간 많이 지났네. 얼른 출발하자."

"아닙니다!"

"됐어 임마. 힘 좀 풀어. 승진 선배가 먼저 도착한 건 아닌가 몰라. 자, 커피."

"감사합니다 선배님."


차가운 커피 한 잔은 이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 휘철 선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운전했고, 이러다 7시가 넘어서 도착하는 건 아닌가- 하는 내 걱정과 달리, 6시가 되기 전, 무사히 사직 야구장에 도착했다.




***




"자, 사진 한 번 찍겠습니다."


도착한 이후, 조금 늦게 도착한 승진 선배를 기다린 우리는 곧장 사직 야구장의 타이탄즈 사무실로 향했고, 'TT'라는 로고가 거대하게 박힌 벽면 앞에서 타이탄즈의 점퍼를 입은 채 사진을 찍었다.

뭐라더라, 저게 구단의 별스타에 올라간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혹시 감독님 바로 뵐 수 있겠습니까?"

"아, 물론이죠. 안그래도 감독님께서 사진 찍고 바로 찾아오라 그러셨습니다. 세 분 전부요."


여튼 그렇게 사진을 찍은 우리는 다시금 쪼르르 줄지어 이번에는 정말로 1군 감독님을 뵈러 가게 되었고,


"감독님, 세 선수 모두 왔습니다."

"아, 왔습니까?"


새하얀 머리칼, 새하얀 수염.

마치 한 명의 신선같은 외모를 지닌, 그럼에도 아직 나이는 50대 중반밖엔 되지 않은, '그라운드의 신선'이라는 별명을 가진 신경선 타이탄즈 감독님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수고했습니다. 새로 온만큼 기대가 큽니다. 세 선수 모두 잘해줬으면 하고요."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예, 승진 선수는 특히 기대가 많아요. 저희 불펜이 헐거운만큼 승진 선수가 잘해줬으면 합니다."


그의 그 동굴같은 저음을 듣다보면 차분해진다고 하던가.

승진 선배는 언젠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롤모델이라던 신경선 감독을 마주하자 조금은 벅차오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장휘철, 김대영 선수. 두 분께는 특별히 할 말이 있습니다."


허나 신경선 감독은 승진 선배와는 아주 짧은 인사만을 나눈 채 우리를 가까이로 부르곤 말했다.


"피곤하겠지만, 두 분은 오늘 선발 출장을 해줘야겠습니다. 휘철 선수는 3번, 대영 선수는 9번타자입니다."


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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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서 서산으로, 서산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부산으로. 24.07.29 8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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