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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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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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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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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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소진의 더블데이트 제안

DUMMY

“다녀왔습니다.”


한결이 들어오자 소파에서 채원이 기다렸다는 듯 손짓했다.


“결아, 어서 와.”


반갑게 웃는 채원 옆에는 이제 스무살 정도 돼 보이는 여대생이 앉아있었다. 순간 직감했다.


과외 쌤이구나.


“결아, 인사드려. 여긴 김희선 선생님이셔.”


선생은 무슨 개뿔. 한결보다도 꼴랑 한두 살 정도 많아 보이는구만.


“아, 안녕하세요.”

“안녕, 반가워.”


아무리 고등학생이라지만 대뜸 반말? 만만치 않은데?


“엄마가 고르고 고른 선생님이셔. 지금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재원이셔.”


아, 저의 한참 후배시군요.


“강식이 삼촌이 추천했어요? 어떻게 경영학과를···”

“그러네, 그러고 보니 강식이 삼촌 과 후배시네. 잘됐다.”


채원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계속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럼 이 선생님이 저랑 소진이까지 가르치는 건가요?”


소진이가 거론되자 채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소진이는 절대 과외 안 하겠대. 지금 학원 수업이 너무 벅차서···”


‘강대강’으로 맞붙은 모녀간 건곤일척 승부에서 소진이 승리를 거둔 듯했다.


아, 이런 걸로 지금 시간 보낼 때가 아닌데.


할 일이 태산처럼 많은데 영어, 수학이나 파고 있어야 하다니···


“그럼 방에 들어가서 레벨테스트 해볼까.”


**


테스트 문항을 하나씩 채점하던 김희선의 눈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분명히 중하위권이라고 들었는데 영어는 한 문제 틀렸다. 수학은 절반 정도 맞추고 절반은 풀다가 풀이과정을 잊어버렸는지 흐지부지 틀리고 말았다.


“휴학하면서 따로 공부했니?”


한결은 영국 유학까지 가서 현지 금융사에서 일했는데 오히려 하나 틀린 게 충격이었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은 대학에서도 공부했기 때문에 쉽게 풀었다. 오히려 앞부분이 생각나지 않았다.


만약 다시 수학을 두어 달 정도만 판다면 충분히 다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룸버그통신을 보면서 공부했어요.”


김희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정말이니? 블룸버그는 경제 금융 전문용어들이 많아서 웬만큼 영어를 한다는 사람도 이해하기 힘든데···”


적당히 놀아주려 했는데 지금 산적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일주일에 사흘 저녁을 의미 없는 영어, 수학 공부에 투자할 만큼 상황이 여유롭진 않다.


실력을 알았으면 이제 그만 가주세요. 전 과외가 필요 없어요.


“그런데 수학은 절반 정도밖에 맞추지 못했네. 앞으로 수학 위주로 수업 진행하면 되겠다.”


아, 수학도 혼자 공부하면 금방 90점은 받을 수 있어.


입에서 이 말이 거의 튀어나올 즈음 방문이 노크 소리와 함께 열렸다.


“결이 어때요? 많이 부족하죠.”

“아니에요. 영어는 더 가르칠 게 없는 수준이고 수학만 좀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어머님 말씀과 달리 이 정도면 상위권인데요?”


채원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당황해서가 아니라 너무 놀라고 기뻐서.


“결이 너, 밤늦게 불이 켜져 있더니 혼자 공부했던 거니?”


최근 GC는 물론이고 B&C테크, 세황그룹까지 재무제표를 비롯해 관련 뉴스까지 싹 섭렵하느라 항상 12시를 넘겨 잠들었다.


“네, 엄마. 아무래도 전 혼자 공부하는 체질이라서···”


제발 돈 낭비 마시고 여기 선생님 돌려보내 주세요.


“아냐,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니까 확실하게 하자. 어렵게 모신 선생님이야.”


가르칠 대상의 실력을 알았다면 물러설 법도 한데 김희선도 요지부동이었다. 혹시 돈이 절실해서 그런가. 돈이면 내가 줄 수도 있는데···


채원이 고집을 꺾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그냥 과외를 받는 수밖에.


**


“너 참 특이하다.”

“예? 뭐가요?”


김희선은 한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남학생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날 거부하는 남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거든. 수업받기 싫다고 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아, 제가 실수했군요. 당신처럼 예쁜 쌤을 거부하다니.


“아니, 쌤이 싫다는 게 아니라···”

“됐어. 말 안 해도 돼. 그런 건 프라이버시잖아.”


프라이버시?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프라이버시라니 뭐가요?”


김희선은 다시 한결의 몸을 위아래로 쭉 훑어봤다. 만약 남자가 여자를 이렇게 쳐다봤다면 성추행으로 100% 고소각이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잘생긴 얼굴에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 겉으로 보기에는 남성성이 분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외모.”


점점. 얘는 가르치러 왔니, 아니면 인물 품평하러 왔니.


“그런데 나처럼 예쁜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면 답은 하나 아닌가.”


‘푸앗!’


한결은 마시던 주스를 뿜었다.


“어머, 얘는 더럽게···”


김희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티슈로 책상과 의자를 닦았다.


“아, 죄, 죄송해요. 너무 당황하고 놀라서 그만···”

“결아, 괜찮아. 이 누나는 다 이해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데 뭐 어때? 우린 다를 뿐이지 네가 잘못된 게 아냐.”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아예 아쟁까지 부는 건가.


“아니, 누나. 저는···”


김희선은 한결의 어깨를 토닥이며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이해해. 괜찮으니까 앞으로도 고민 있으면 누나한테 다 말해.”


졸지에 게이가 됐다. 아니 얼마나 자기 스스로 외모에 자신감이 충만하면 이런 자뻑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걸까.


자세히 보니 예쁘게는 생겼다. 뭐 화장빨이긴 해도. 코도 그렇고 의느님 도움도 꽤 받으셨네요.


한결의 첫 수업은 그렇게 끝났다.


**


“근데 김희선 쌤은 집이 힘든가요? 왜 과외를 그렇게 여러 개씩 하는 거죠?”


채원은 ‘무슨 소리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아들을 쳐다봤다.


“아니에요?”

“내가 아까 옷을 쭉 스캔해 봤는데 전부 명품 브랜드였어. 즉 자신의 과소비를 유지하기 위해서 과외를 하는 거야.”


소진은 나름 자기가 분석한 게 정확하다는 듯 목에 힘을 주며 단언했다.


채원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한결과 소진이 있는 소파에 같이 앉았다.


“둘 다 틀렸어. 김희선 선생님은 재능기부야.”

“재능기부?”

“선생님 아버지가 누군지 아니?”

“저야 모르죠.”


채원은 마치 비밀스런 뭔가를 알려준다는 듯 목소리를 약간 낮췄다.


“여의도에 있는 C교회 알아?”

“알죠. 거기 엄청나게 큰 교회잖아요. 교인만 십수만명이라던가.”

“거기 담임목사님이 김장곤 목사님인데 선생님 아버지셔.”


목사 딸? 어쩐지 아까 수업 시작 전에 기도를 하더라니.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교회 목사 딸이 뭐가 아쉬워서 과외를? 정말 재능기부인가.


“우와, 그런 교회 딸이면 재벌 부럽지 않은 거 아냐?”


이보세요, 소진 양. 당신도 어쨌든 재벌 3세네요.


“목사 딸이 빗나가지 않고 바르게 살았나 보네요. 근데 엄마가 어떻게 연줄이 닿았어요?”

“회사 비서가 그 교회를 다니는데 선생님하고 친한 사이인가 봐. 내가 과외선생 찾는다고 하니까 물어봤대.”


그렇게 연결이 됐구나. 항상 ‘우쭈쭈’ 해주는 그런 삶을 살아서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맘대로 판단하는 그런 버릇이 생겼구나.


“근데 아주 예쁘게 생겼던데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겠어?”


소진이 대놓고 놀리겠다는 심산으로 오빠에게 질문을 던졌다.


“화장빨이던데. 그리고 난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해. 그니까 걱정 말어.”

“무슨 화장빨? 원판도 꽤 괜찮은 거 같았어.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소진은 예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나온 대사를 읊으며 계속 놀렸다.


“야, 너도 화장하고 꾸미면 그 쌤보다 훨씬 이뻐.”


앗, 이거 내가 무슨 소리를. ‘선생님보다 훨씬 이뻐’가 아니라 ‘선생님만큼 이뻐’ 정도로 표현했어야 했다.


순간 소진과 채원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아니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야. 그만큼 여자 화장빨이 무섭다는 얘기지.”


채원은 버벅대는 아들이 귀여운 듯 활짝 웃었다. 또 그 웃음.


“결이가 아주 동생을 끔찍이 생각하고 있었구나. 역시 오빠는 오빠네. 동생은 그렇게 오빠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하하.”


엎질러진 물이었다. 맘대로 하세요.


그런데 오빠를 놀리던 소진이 조용해졌다. 약간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는 듯했다.


아니, 넌 또 왜 그러니. 오빠가 여동생한테 이쁘다는 말 하면 안 되는 거니?


**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 뭐 하냐?”


거실에서 즐거운 가족 만담을 나누며 한바탕 크게 웃은 후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소진이 바로 뒤따라 오빠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뜬금없이 웬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이브가 왜? 그날 교회 가려고?”


소진은 확 짜증이 났다. 이런 둔탱이에다 셔틀이었던 과거를 가진 남자가 뭐가 좋다고··· 허우대만 멀쩡하지 정말 별론데···


“내 친구 두나 알지? 이두나.”


이두나? 지난번 삥 뜯길 뻔했던 그 친구?


“알지. 근데 왜?”

“두나가 내 영혼의 반쪽이거든?”

“그런데?”


소진은 친구 부탁으로 말하는 건데 왜 자기 자존심이 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두나가 너 좋아한대.”


의자에서 다리를 책상에 걸치고 뒤로 흔들거리던 한결은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우당탕.


“뭐 하는 거야?”

“아, 미안 미안. 너무 놀라서 그만.”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 더블데이트 하자고. 두나가 하도 졸라서 너한테 말하는 거야.”


더블데이트? 더블이라면 너도 남친이 있다는 얘기?


“행여나 거절할 생각하지마. 이 주먹에 맞아 죽고 싶지 않으면.”


소진은 자그마한 주먹을 꽉 쥐고는 오빠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퍽이나 맞아 죽겠다. 시원한 마사지도 힘들겠구만.


“난 별로 끼고 싶지 않은데···”


예상외의 대답에 소진이 눈을 치켜떴다.


“뭐야, 두나가 맘에 안 들어?”

“아니, 맘에 안 든다기보다···”

“감히 네 주제에 두나 같이 이쁜 애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 버린다고? 너 진짜 사고 나면서 뇌를 크게 다치긴 다친 모양이다.”


이두나, 귀엽긴 하지. 40대 아재 눈에 딸 같은 어린애들이 얼마나 귀엽겠나. 그런데 아무리 10대 몸으로 빙의했다고 해도 이건 범죄야.


“이지호란 애는 네 친구 아니냐? 걔가 두나 좋아하던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냐?”


소진은 친구들을 딱 한 번 만났을 뿐인데 이지호가 두나를 짝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데 대해 놀랐다.


“그렇게 티를 내는데 모르기도 힘들겠다. 여하튼 난 삼각관계 이런 거 취미 없으니까 너희끼리 재밌게 놀도록 해.”


이지호를 거론하며 안 만나겠다고 하자 소진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지호도 친구긴 하지만 이건 정말 의외네. 너 혹시 남자 좋아하고 그런 취향은 아니지?”


오늘 들어 벌써 두 번째 게이설(?). 아니 여자들은 왜 이러지? 남자는 좀 이쁜 여자면 무조건 다 좋아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확인시켜 줄까, 내 취향이 어떤지?”


한결은 정색을 하고 소진을 쳐다봤다.


“농담이야, 농담. 뭐 남자가 그런 걸로 표정이 굳고 그러냐.”


소진도 자기가 너무 심한 말을 했다는 걸 인지한 듯 금세 농담으로 치부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엄마 쓰러지신다.”

“그건 그렇지,”


귀여운 녀석.


“그건 그렇고, 더블데이트라며? 네 남친이 있다는 얘긴데 언제부터 만났냐?”


남친이라는 말에 소진의 얼굴이 확 빨개졌다.


“아직 남친 아냐···”


호, 이거 굉장히 흥미롭구만. 왈가닥 소진이 사랑에 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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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36 11 13쪽
50 50. 사면초가(四面楚歌) +1 24.08.27 233 13 12쪽
49 49. 천태우의 몰락 +1 24.08.26 232 13 12쪽
48 48. 천태우의 '운수 좋은 날' +1 24.08.26 231 13 12쪽
47 47. Welcome to 개미지옥 +1 24.08.25 248 12 12쪽
46 46. 차세린 섭외 +1 24.08.24 254 13 12쪽
45 45. 천태우의 제삿날 +1 24.08.23 266 11 13쪽
44 44. 한결의 분노 +1 24.08.23 269 13 12쪽
43 43. 우리 아들 안아보자 +1 24.08.22 278 12 12쪽
42 42. 형님 편하게 보내드리자 +1 24.08.21 271 12 12쪽
41 41. 여우 쫓으려다 호랑이를 불렀나 +1 24.08.21 279 12 12쪽
40 40. 이이제이(以夷制夷) +1 24.08.20 279 13 12쪽
39 39. '얼짱' 차세린의 경고 +1 24.08.19 286 13 11쪽
» 38. 소진의 더블데이트 제안 +1 24.08.19 295 13 12쪽
37 37. 한기호의 흑심 +1 24.08.18 314 12 12쪽
36 36. 너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구나 +1 24.08.17 315 14 12쪽
35 35. 세무조사에 대비하라 +1 24.08.16 322 13 12쪽
34 34. 쿠데타 모의 +1 24.08.16 325 12 12쪽
33 33. 페이퍼컴퍼니 +1 24.08.15 346 14 12쪽
32 32. 성년후견인 +1 24.08.14 343 13 11쪽
31 31. 서윤진을 낚아라 +1 24.08.14 345 13 12쪽
30 30. 분란의 씨앗 +1 24.08.13 348 13 12쪽
29 29. 악연의 뿌리 +1 24.08.12 341 14 11쪽
28 28. 지금이 더 좋아 +1 24.08.12 356 11 12쪽
27 27. 서윤진의 야심 +1 24.08.11 379 13 12쪽
26 26. 서윤진의 위기 +1 24.08.10 391 11 11쪽
25 25. 심야의 담판 +1 24.08.09 387 14 12쪽
24 24. 한세희의 도발 +1 24.08.09 398 12 13쪽
23 23. Love Story. written by 최강식 +1 24.08.08 41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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