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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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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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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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한기호의 흑심

DUMMY

한기호는 ‘반(反)김충헌 동맹’이 과연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지 계산기를 계속 두드렸다.


결론은 한세희 집안에만 좋은 일이었다.


한기호는 GC 인수를 위한 준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충헌을 몰아낸다면 한세희는 GC생명과학을 아무런 방해 없이 손에 거머쥘 수 있게 된다.


한기호는 한 마디로 닭 쫓던 개가 된다.


“사장님, 나가실 시간입니다.”


김홍재 상무가 급히 한기호의 방에 들어오더니 나가자고 재촉했다.


“거 참, 말 편하게 하래두.”

“외부 손님도 만나야 하는데 위계질서를 지켜야죠. 그 자리에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정신병자 새끼, 너는 네 말을 믿냐?


언제 맘 변할지 모르는 놈이니 항상 높임말을 쓰는 게 낫다.


한기호는 책상에 두 다리를 올리고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약속이 몇 시야?”

“7시 ‘샤인’입니다.”

“뭔 저녁도 안 먹고 바로 텐프로야?”

“서로 바쁘기도 하고 조용히 이야기하기에 그만한 곳이 없기도 하고···”


한기호는 밤색 재킷을 걸친 후 사무실 구석에 있는 전신거울로 가 자신의 옷맵시를 다듬었다. 항상 멋을 추구하는 한기호는 양말 하나도 명품이 아니면 신지 않는다.


백화점 사장이 되고 나서 가장 좋았던 게 명품매장이 같은 건물에 있어서 언제든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요즘 배가 나왔나?


한기호는 배를 쓰다듬으며 마지막으로 카라를 매만진 후 김홍재와 함께 사무실을 떠났다.


**


“처음 뵙겠습니다. 이경준이라고 합니다.”


한기호와 김홍재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폴더처럼 허리를 굽혔다.


어두운 조명의 룸이었지만 사내의 얼굴을 뒤덮고 있는 편평사마귀는 뚜렷이 보였다.


결벽증이 있는 한기호의 눈에는 편평사마귀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형, 이 사람이 우리가 원한 조건에 거의 맞아. 전직 주먹에 엔터사업과 연줄도 닿고 코스닥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사내 옆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황원상이 부연 설명을 했다.


황원상은 황석훈의 장남으로, 황현정의 조카이자 한기호의 외사촌 동생.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나이도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소위 한기호의 ‘아삼육’이었다.


“홍재 형도 왔네. 형 잘 지내시죠?”

“뭐, 나야 잘 지내지. 황 대표는 좀 어때?”

“저도 기호 형처럼 부모 잘 만나 잘 놀고먹고 있죠. 하하하.”


잘났다, 금수저 새끼들. 도무지 지들이 혜택받고 사는 거에 대해 고마운 걸 몰라.


“그래, 앉지.”


한기호는 처음 보는 이경준에게 대뜸 말을 놓았다.


이경준은 자리에 앉기 전 품에서 명함을 꺼내 한기호에게 건넸다.


한기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김홍재에게 눈짓했다. 편평사마귀 가득한 인간이 건네주는 더러운 명함에 손 대기 싫다는 노골적 반응이었다.


김홍재는 이경준의 명함을 낚아채 한기호가 볼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살포시 놓았다.


명함을 쥐었던 자세 그대로 몸을 굽히고 있던 이경준은 악수라도 청해올까 기다렸다.


그러나 한기호는 자리에 서서 명함을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


‘(주)비품세상 대표이사 사장 이경준’


김홍재는 익숙한 듯 재빨리 테이블 위에 마련된 물티슈로 한기호의 자리를 싹싹 닦은 후 자기 손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했다.


“역시 의전은 홍재 형만 한 분이 안 계셔. 하하하.”


이렇게 안 하면 하도 지랄을 하니까 그런 거야. 의전은 개뿔.


“소모품을 납품하는 회사 대표?”

“요즘 소일거리로 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사냥꾼이라는 걸 명함에다 새길 순 없으니까요.”


‘기업사냥꾼’이라고 스스로 말한다고?


의아한 표정의 한기호를 안심시키기 위해 황원상이 즉시 끼어들었다.


“오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고 부른 거야. 뭐 서로 숨길 필요 없어. 대화가 겉돌다 보면 서로 신경전만 하다 집에 가는 수가 있어.”


황원상은 한기호가 거의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대. 백화점 돈을 어떻게 빼돌릴까 고심하던 한기호에게 엔터사업을 추천한 이가 황원상이었다.


**


[형, 백화점 바빠?]

[바쁘긴 뭐가 바쁘겠냐. 어차피 일은 밑에 애들이 다 하는데.]

[그래도 백화점 사장님 되니까 좋지? 나 여친이랑 명품매장 자주 들르는데 지인 할인 이런 거 좀 안 되나?]

[야, 노블리스 오블리주 모르냐? 우리처럼 돈 많은 금수저들은 제 돈 내고 사야 해. 할인구매는 서민들만이 가져야 하는 권리야.]

[그런가? 흐흐. 알았어,]

[지난번에 내가 말한 건 알아봤어?]

[어, 알아봤지. 근데 백화점에서 번 돈을 왜 열심히 빼돌려 적자를 만들려고 그래? 백화점 실적이 좋아야 형도 집안에서 면이 서는 거 아냐?]

[야, 백화점이 돈 벌면 그게 내 돈이냐?]

[형 돈이지 그럼 누구 돈이야?]

[잘난 주주님들 돈이지. 나야 주주님들 배 불리는 일꾼이고.]


황원상이 수화기 너머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재벌 2세가 일꾼이라는 소리는 또 처음 듣네. 남들이 들으면 욕해.]

[사실이 그래. 내가 아무리 백화점에 수천억을 벌어준다고 해봐야 CEO인 내 월급이 오르겠냐?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CEO한테 몰빵해야 해. 그래야 일할 맛 나지.]

[하긴, 형이 백화점에 가진 지분은 얼마 안 되지? 고모부가 아직도 증여 안 해주셔?]

[그 양반은 죽을 때 다 가져갈 모양이야. 지금쯤 북망산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할 텐데 도대체 지분을 왜 안 나눠주는지 모르겠어.]

[클클클.]

[기분 나쁘게 왜 웃어?]

[형이 그 이유를 모른다고 하니 놀라워서.]

[뭐?]

[그렇잖아. 태호 형이나 준호 형한테는 이미 계열사 지분이 많이 넘어간 걸로 아는데 형한테만 유독 짜게 군다··· 이거 너무 뻔한 거 아냐?]


한기호는 황원상의 말을 쉽게 이해했다.


[됐다, 거기까지. 더 말하면 널 죽일지도 몰라.]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어쨌든 그래서 난 내 몫을 내가 알아서 챙기기로 결심했다는 거지. 우리 회사 매출이 얼만데 너보다 적게 번다는 게 말이 되냐?]

[형, 내 이름으로 번다고 내가 쓸 수 있는 게 아닌 거 잘 알잖아? 우리 꼰대가 선거자금 써야 한다고 다 가져가. 다음번에 또 출마하려는 거 같아. 이러다 집안 거덜나게 생겼어.]


황원상이 너스레를 떨었다.


[어이구, 여기 꼰대나 저기 꼰대나 역시 ‘We are the 꼰대’였구만. 클클클.]

[그래서 형이 하는 이번 사업에 나도 꼭 끼워줘. 나도 내 지갑을 따로 마련해야겠어.]

[그래, 니 지분 챙겨줄게. 근데 외삼촌이 다음번에 또 출마하신다며. 괜찮겠어? 재산공개하면 골치아플텐데.]

[선수끼리 왜 이래? 당연히 차명이지. 이름 빌려줄 사람 줄 섰으니까 걱정 말고 추진하자고.]


**


한기호는 세황백화점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돈을 빼돌려 딴주머니를 찰 계획을 세웠다.


후계자는 어차피 두 형 중 하나.


둘의 성향으로 볼 때 ‘All or nothing’ 싸움이다.


지는 쪽에는 풀 하나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어도 한기호도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를 피할 수 없다.


명목상 회사 한두 개 던져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전체 세황의 덩치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구멍가게.


한기호의 백화점 지분은 고작 5%.


백화점에서 아무리 열심히 벌어 봐야 사장 연봉은 10억도 되지 않는다. 배당을 아무리 해봐야 5% 지분에 떨어지는 돈은 정말 푼돈이다.


영감의 나이도 어느덧 80대 중반.


현재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아무리 긍정적으로 계산해 봐도 길어야 5년이다.


그 전에 쇼부를 봐야 한다.


비참하게 쫓겨나기 전에 미리 선수를 치기로 결심했다.


이런 쪽으로 매우 유능한(?) 황원상에게 SOS를 쳤다.


황원상은 일단 간판만 남은 연예기획사 하나를 인수했다. 조폭이 운영하던 대호엔터.


대호엔터에 한기호의 부인 조미연을 이사로 앉히고 본격적으로 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한물 간 연예인들을 스카우트한 뒤 세황백화점에서 엄청난 광고비를 지급했다. 물론 연예인에게 떨어지는 돈은 푼돈이었다.


그리고 연예기획사는 벌어들인 돈을 해외 뮤직비디오 촬영, 해외 연예기획사 인수 등을 명목으로 빼돌렸다.


그리고 전국 세황백화점 12개 점포에 대대적 보수공사를 단행했다. 경쟁 업체들을 압도할 만한 인테리어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명목으로.


정작 리모델링이 끝났을 때 간판이 떨어지고 지붕이 무너지고, 사고가 속출했다. 너무 자재 값을 빼돌리는 바람에 부실공사가 불가피했기 때문.


세황백화점의 브랜드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한기호의 취임 당시만 해도 세황백화점은 1위를 위협하는 업계 2위였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2위를 내준 건 물론 압도적 3위로 내려앉았다.


**


그런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푼돈이었다. 벤처기업 하나 제대로 물면 한방에도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었다.


그때 한기호의 눈에 들어온 게 GC생명과학.


국책연구기관을 능가한다는 세황의 싱크탱크 ‘세황이코노믹리뷰’에서 산정한 GC의 가치는 적게는 1조에서 최대 20조까지 된다고 봤다.


20조가 말이 되나? 그런 구멍가게가···


무엇보다 한수호가 그런 회사를 창업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다 뛰어나더니 사업에서도 한기호를 압살하는 지경이었다.


그래, 네가 힘들여 만든 회사 내가 날름 먹어주마. 여차하면 네 마누라도···


한기호는 처음 봤을 때부터 채원에 대한 흑심을 품었다. 한참을 잊고 지내던 한기호의 가슴에 다시 불을 지핀 게 지난번 백화점에서의 조우였다.


모든 사람 눈에는 분명 조미연이 더 예뻤지만 한기호의 눈에만 채원이 더 예뻐 보였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그런 이치랄까. 여기에는 한수호에 대한 열등감이 크게 작용했다.


“한번 들어봅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


이경준은 무자본 인수합병(M&A) 전문가였다.


주식담보대출과 사채 등으로 자금을 끌어모아 상장사를 인수한 뒤 회삿돈을 자기 회사로 빼돌리는 방식으로 거덜 낸 회사만 여러 개였다.


“그런데 아직까지 구속이 안 됐다고?”


한기호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 상대방의 기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방이 몸에 밴 철부지 재벌 2세의 순수한 질문이었다.


김홍재와 황원상은 깜짝 놀랐다. 이경준은 오히려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저랑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지금 대부분 빵에서 인생수업 중입니다. 전 항상 드러나지 않고 뒤에서 조율만 하죠. 안전하게.”

“형, 이 양반이 진짜 코스닥 M&A 업계의 전설이야. 이 양반이 손 대면 그 회사는 완전히 탈탈 털려서 동전 한닢도 남지 않아.”

“우리가 탈탈 털려는 게 목적이 아니잖아. GC생명과학을 인수해서 비싼 값에 되팔든지 아니면 우리가 직접 경영하든지 하자는 거지.”


황원상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이 바이오에 대해 뭘 알아? 직접 경영을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난 당연히 털어먹자는 건 줄 알았는데.”


한기호도 처음에는 인수해서 회사 자산 싹 다 털어먹고 깡통만 남기려 했다. 한수호에게 그만한 복수가 없을 것 같았다. 도도한 진채원이 자기 앞에 무릎 꿇고 우는 모습도 상상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꿈이 업그레이드됐다. 직접 인수해서 회사를 키워보기로. 다만 회사를 빼앗긴 진채원이 무릎 꿇고 우는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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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36 11 13쪽
50 50. 사면초가(四面楚歌) +1 24.08.27 234 13 12쪽
49 49. 천태우의 몰락 +1 24.08.26 232 13 12쪽
48 48. 천태우의 '운수 좋은 날' +1 24.08.26 231 13 12쪽
47 47. Welcome to 개미지옥 +1 24.08.25 249 12 12쪽
46 46. 차세린 섭외 +1 24.08.24 254 13 12쪽
45 45. 천태우의 제삿날 +1 24.08.23 266 11 13쪽
44 44. 한결의 분노 +1 24.08.23 270 13 12쪽
43 43. 우리 아들 안아보자 +1 24.08.22 279 12 12쪽
42 42. 형님 편하게 보내드리자 +1 24.08.21 271 12 12쪽
41 41. 여우 쫓으려다 호랑이를 불렀나 +1 24.08.21 280 12 12쪽
40 40. 이이제이(以夷制夷) +1 24.08.20 279 13 12쪽
39 39. '얼짱' 차세린의 경고 +1 24.08.19 286 13 11쪽
38 38. 소진의 더블데이트 제안 +1 24.08.19 295 13 12쪽
» 37. 한기호의 흑심 +1 24.08.18 315 12 12쪽
36 36. 너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구나 +1 24.08.17 316 14 12쪽
35 35. 세무조사에 대비하라 +1 24.08.16 322 13 12쪽
34 34. 쿠데타 모의 +1 24.08.16 325 12 12쪽
33 33. 페이퍼컴퍼니 +1 24.08.15 346 14 12쪽
32 32. 성년후견인 +1 24.08.14 343 13 11쪽
31 31. 서윤진을 낚아라 +1 24.08.14 346 13 12쪽
30 30. 분란의 씨앗 +1 24.08.13 348 13 12쪽
29 29. 악연의 뿌리 +1 24.08.12 341 14 11쪽
28 28. 지금이 더 좋아 +1 24.08.12 356 11 12쪽
27 27. 서윤진의 야심 +1 24.08.11 379 13 12쪽
26 26. 서윤진의 위기 +1 24.08.10 391 11 11쪽
25 25. 심야의 담판 +1 24.08.09 387 14 12쪽
24 24. 한세희의 도발 +1 24.08.09 398 12 13쪽
23 23. Love Story. written by 최강식 +1 24.08.08 419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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