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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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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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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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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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심야의 담판

DUMMY

말끝마다 ‘한수호, 한수호’를 언급하며 채원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용히 들어보기만 하려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그래서 얼마에 사시려구요?”


채원과 한세희, 한소진의 눈이 모두 한결에게 쏠렸다.


“얼마에 사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말 그대로입니다. 남의 회사를 그럼 거저먹으려 한 건가요?”


조카의 예상치 못한 물음에 한세희는 답변하기가 곤궁해졌다. 그동안 GC생명과학의 경영권을 채원으로부터 이양받는 것만 생각했다.


“아니, 거저먹겠다는 게 아니라···”

“엄마, 이런 대화를 왜 계속하시는 거예요? 왜 이 집안은 주인이나 머슴이나 다 예의가 없는 거죠?”

“주인? 머슴은 또 뭐니? 예의가 없다고?”


한세희는 예의 없다는 말에 발끈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결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몇 달 전에 병실로 불쑥 세황그룹 비서실장이라는 분이 찾아와서 회사를 넘기라고 하질 않나. 오늘은 또 주인집 딸이 한밤중에 남의 집에 쳐들어와 다짜고짜 회사를 넘기라고 하고.”


얼마 전 평창동을 방문했을 때 황현정으로부터 병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었다.


황현정이 태기준 비서실장을 보내 회사를 포기하라고 압박을 넣으려 했으나 한결의 개입으로 실패했었다는 얘기.


며느리한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황현정은 그날 이후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다.


남편 제갈룡이 미덥지 못했던 한세희는 결국 직접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또 조카 한결이 나서 방해하는 게 아닌가.


태기준으로부터 대충 한결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직접 만나보니 만만치 않았다.


“큰고모님, 최소한 남의 회사를 먹으려고 한다면 그 회사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격을 제시하셔야지요. 그게 거래의 기본 아닌가요?”


채원은 아들을 말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난번 태기준 때처럼 아들이 너무 듬직해 잠시 두고 보기로 했다.


“그런데 말씀을 쭉 들어보니 돈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아 궁금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혹시 큰고모님 말씀은 우리 엄마더러 지분은 그대로 가지고 그냥 경영일선에서만 물러나라는 건가요?”


분명히 사고가 나서 기억상실이라고 들었는데···


그리고 만약 기억이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이야기는 고등학생 입에서 나올 만한 게 아니었다.


“결이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원래···”

“아뇨, 제가 더 말씀드릴게요.”


한결이 한세희의 말을 가로막았다.


“GC생명과학의 작년 매출액은 1,142억, 영업이익 12억, 당기순손실 23억입니다. 영업이익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건 아까 엄마가 말씀하신 이유가 크구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건 외화 차입금의 환산손실이 반영된 것뿐이에요. ··· ···”


한참을 더 설명했다.


GC생명과학에 대한 정보를 이토록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 신정호가 가져다준 자료의 힘이 컸다.


물론 채원이 눈치채면 곤란하므로 공개된 재무제표에서 나타난 정보만을 이용해 회사에 대해 설명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GC생명과학은 엄청나게 저평가돼 있다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세상에 주가가 7,000원이라니오. 제가 볼 때 3만원이 적정선입니다.”


이건 실제 ‘테헤란로의 마귀’로서 모든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적절하게 책정한 GC생명과학의 밸류다.


물론 사는 입장이면 그만큼 돈을 줄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파는 입장. 무조건 3만원에서 네고가 시작된다.


거기다 지금은 실제로 팔 생각은 없으니 애당초 3만원 이하로는 협상 불가다.


이게 바로 업계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는 류지오의 계산법이다.


“주가란 건 시장이 결정하는 거야. 현재 그 가치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지. 3만원은 무슨···”


한세희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거야 좀 더 두고보시면 알겠죠. 여하튼 저희 지분이 32.96% 약 680만 주입니다. 거기에 3만원을 곱하면 약 2,040억. 경영권 프리미엄 20%까지 얹어서 2,248억. 우수리 떼고 2,200억원만 가져오시면 깨끗하게 회사 넘겨 드리죠.”


한결은 계산기도 두드리지 않고 순전히 암산으로 순식간에 이걸 계산해 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소진은 입이 떡 벌어졌다.


지난번 병실에서 태기준을 혼내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지금 그 비슷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자기 용돈도 제대로 계산 못 하던 인간이었는데··· 정말 사고로 기억을 잃고 좋은 두뇌를 얻은 건가? 그렇다면 나도 이참에···


“뭐 2,200억? 2,200억이 뉘 집 강아지 이름인 줄 아니?”


한세희의 격앙된 반응에 한결은 미소를 지었다. 여유로운 한결과 달리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던 채원과 소진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왜요, B&C에 돈 많잖아요? 그 화진텍인가 하는 회사를 사려고 돈 쌓아둔 걸로 아는데···”


이 말을 하면서 가슴이 쓰렸다. 엄청난 손해를 봤기 때문에.


분명히 당시에 김세훈에게 지분을 매각하라고 지시했건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다.


아마 지오가 교통사고를 당해 최종 결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B&C테크가 당시 지오가 가진 화진텍 지분 20%에 대한 가치를 1,100억으로 산정했다.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서는 최소 지분 40%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딱 2,200억이다.


그런데 화진텍은 몇 달 전 우려했던 특허소송에 휘말리면서 IPO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이번에도 지오의 ‘촉’이 들어맞았다. 돈에 관한 한 진짜 ‘마귀’처럼 정확했다.


결국 화진텍의 장외 주가는 대폭락했다. 에이원이 가진 20%는 이제 100억에도 팔릴지 의문이었다.


강양수 덕분에 가장 이득을 본 건 역설적이게도 B&C테크였다. 바로 한세희가 남편 제갈룡을 바지사장으로 두고 있는 그 회사.


“네가 화진텍을 어떻게 알지?”


한결은 질문을 차단했다.


“그건 큰고모님이 아실 필요가 없구요. 어쨌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화진텍을 사려고 쌓아둔 돈으로 GC를 사시면 된다는 겁니다.”


사실 세황그룹 기조실에서 평가한 GC생명과학의 가치는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약 1조원이었다.


기조실 평가를 기초로 채원 가족이 지분을 매입한다면 3,300억원이 든다는 얘기. 한세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결이 제시한 액수가 오히려 파격적 할인 가격이었다.


그런데 지금 주가가 7,000원 대에서 헤매고 있다. 시가로 환산한 GC생명과학의 가치는 고작 1,500억원.


그런데 그걸 전부도 아니고 500억원어치를 2,200억원에 사라고?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한 법이다. 한세희는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을 생각이 없었다.


한결은 한세희가 만약 2,200억원을 받아들였다면 채원과 소진을 어떻게든 설득해 실제로 거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었다.


한세희는 한결을 향해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우리 조카가 아주 장사꾼이네. 500억짜리를 4배나 뻥튀기해서 팔려고 하다니. 하하.”


한세희는 들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 위에다 살포시 놓았다.


“내가 역으로 제안할게. 500억에다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얹어줄게. 650억이면 너희 식구 대대손손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 거야.”


한세희는 마치 엄청난 시혜를 베푸는 듯 ‘30%’를 강조해서 말했다.


“딜?”

“노 딜.”


한결은 1초의 주저함 없이 한세희의 제안을 거절했다.


“큰고모님께서 뭔가 착각하신 것 같네요.”

“내가 뭘 착각했다는 거지?”

“제가 말씀드린 액수는 네고를 위해 제시한 금액이 아닙니다. GC생명과학의 페어밸류(Fair Value)를 기초로 한 최종 가격입니다. 오늘 만약 수락하지 않으신다면 두 번째 기회는 없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에는 2,200억으로도 절대 사실 수 없을 거예요.”


한세희는 조카 한결이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결이 제시한 매수대금이야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지급 가능한 액수. 자금력 튼튼한 B&C가 나서서 GC생명과학의 주가를 부양한다면 금세 갚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GC의 상황은 주가의 추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 7,000원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데 그걸 3만원에 사라고?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었다.


“그럼, 딜은 깨진 거니?”

“네, 큰고모님과 저의 매매가격이 너무 차이가 크네요.”


한세희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채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올케, 아들 하나 똑 부러지게 잘 키웠구나. 그런데 너무 허황된 꿈을 꾸고 살기에는 세상이 만만치 않지. 학교도 안 다닌다며. 편의점 알바라도 하면서 돈 1만원의 가치부터 알아 가도록 가르치는 게 부모의 도리 아닌가 싶네.”


채원이 뭔가 말을 하려고 할 때 한결이 제지했다.


“큰고모님이야말로 어디 자원봉사활동이라도 하시면서 노동의 가치를 좀 배우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돈 많은 부모님 밑에 우연찮게 태어나 평생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신 분이 1만원의 가치를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금수저 물고 태어난 주제에 어디서 돈의 가치 운운하느냐는 꾸지람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네, 뭐···”


오빠의 활약을 지켜보던 소진이 속삭이듯 말했다.


한세희는 도끼눈으로 소진을 쏘아봤다.


“저는 분명히 회사를 사가시라고 말씀드렸는데 큰고모님은 여전히 회사를 강탈하고 싶어 하시네요. 엉터리 회사라고 하시면서도 그렇게 탐을 내는 걸 보면 제가 말한 제시액이 터무니 없지 않다는 걸 잘 아시는 듯 보이네요.”


한결은 채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엄마는 남편이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를 위해 밤낮 없이 일하고 있어요. 이걸 두 눈 뜨고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렇죠, 엄마?”


아들의 ‘원맨쇼’를 지켜보던 채원은 그제야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 결아. 네 말이 맞단다. 형님, 저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알고 돌아가세요. 다음부터는 이렇게 밤늦게 불쑥 찾아오지 마시고···”


한세희가 이곳을 찾아올 때만 해도 이런 수모를 당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당장 회사를 넘기겠다는 확답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무릎을 꿇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오히려 어린 조카의 화려한 ‘말빨’에 완전히 당했다.


그래도 굴욕적으로 이곳을 떠날 순 없었다.


한세희는 마치 이런 정도의 반발은 예상했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준비해 온 다음 카드를 디밀었다.


“아참, 세황 기조실에서 나온 정보인데 조만간 국세청에서 세무조사가 나올 거야. 잘 대비해봐. 그래도 가족이라서 미리 알려주는 거야.”

“세무조사요? 우리 회사로 세무조사가 나온다는 거예요?”


한세희는 빙긋 웃었다.


“기조실 대관쪽에서 나온 정보니까 아마 정확할 거야. 최고급 정보니까 나한테 고마워해도 돼.”

“설마, 이것도 형님 쪽에서 작업한···”


한세희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손사래를 쳤다.


“천하의 국세청을 우리가 어떻게 작업하겠니? 그동안 세금 잘 냈으면 아무 문제 될 것 없지 않나?”


설상가상··· 채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한세희는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한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똑똑한 조카 말에 따르면 회사의 주가가 많이 저평가돼 있다는 건데··· 이번 세무조사가 회사의 공정가치를 아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럼 오늘 내가 제안한 650억이 얼마나 파격적인 조건이었는지도 알게 되겠지?”


한결은 어깨를 으쓱했다.


“가족끼리 돕고 살기 참 힘들구나. 올케, 그럼 나 간다.”


한세희는 현관문에서 신을 신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아’ 하고 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음 달 아버지 생신 때 너희에게도 초대장이 갈 거야. 그때 잊지 말고 꼭 참석하도록 해. 아버지께서 막내 며느리 가족이 꼭 보고 싶다고 하시더구나. 혹시 아니? 아버지한테 매달리면 무슨 방법이라도 생길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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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36 11 13쪽
50 50. 사면초가(四面楚歌) +1 24.08.27 234 13 12쪽
49 49. 천태우의 몰락 +1 24.08.26 233 13 12쪽
48 48. 천태우의 '운수 좋은 날' +1 24.08.26 232 13 12쪽
47 47. Welcome to 개미지옥 +1 24.08.25 249 12 12쪽
46 46. 차세린 섭외 +1 24.08.24 254 13 12쪽
45 45. 천태우의 제삿날 +1 24.08.23 267 11 13쪽
44 44. 한결의 분노 +1 24.08.23 270 13 12쪽
43 43. 우리 아들 안아보자 +1 24.08.22 279 12 12쪽
42 42. 형님 편하게 보내드리자 +1 24.08.21 271 12 12쪽
41 41. 여우 쫓으려다 호랑이를 불렀나 +1 24.08.21 280 12 12쪽
40 40. 이이제이(以夷制夷) +1 24.08.20 279 13 12쪽
39 39. '얼짱' 차세린의 경고 +1 24.08.19 286 13 11쪽
38 38. 소진의 더블데이트 제안 +1 24.08.19 295 13 12쪽
37 37. 한기호의 흑심 +1 24.08.18 315 12 12쪽
36 36. 너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구나 +1 24.08.17 316 14 12쪽
35 35. 세무조사에 대비하라 +1 24.08.16 322 13 12쪽
34 34. 쿠데타 모의 +1 24.08.16 325 12 12쪽
33 33. 페이퍼컴퍼니 +1 24.08.15 346 14 12쪽
32 32. 성년후견인 +1 24.08.14 343 13 11쪽
31 31. 서윤진을 낚아라 +1 24.08.14 346 13 12쪽
30 30. 분란의 씨앗 +1 24.08.13 348 13 12쪽
29 29. 악연의 뿌리 +1 24.08.12 341 14 11쪽
28 28. 지금이 더 좋아 +1 24.08.12 356 11 12쪽
27 27. 서윤진의 야심 +1 24.08.11 380 13 12쪽
26 26. 서윤진의 위기 +1 24.08.10 391 11 11쪽
» 25. 심야의 담판 +1 24.08.09 388 14 12쪽
24 24. 한세희의 도발 +1 24.08.09 398 12 13쪽
23 23. Love Story. written by 최강식 +1 24.08.08 419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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