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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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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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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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서윤진의 야심

DUMMY

서윤진은 류지오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서윤진은 남자의 키를 비롯한 피지컬적인 요소를 중시했다. 그런데 지오는 남자로서의 매력발산에 한계가 있었다.


서윤진이 사랑한 건 류지오가 가진 돈이었다.


이런 사실을 지오도 이미 알고 있으리라 서윤진은 짐작했다.


둘이 사랑을 나눌 때는 누구보다 뜨거웠지만 약속이나 한 듯 미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서윤진은 한도 무제한인 지오의 법인카드를 맘껏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지오가 사고를 당한 이후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지오의 사고 후 서윤진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고였다.


서윤진은 대형 로펌에서 나름 잘나가는 변호사였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전관이 아닌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게 큰돈을 벌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서윤진은 자신을 뒷받침해 줄 강력한 스폰서를 원했다.


173cm 57kg. E컵 바스트. 운동으로 다져진 매끈하고 글레이머러스한 몸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서 나오는 자신감.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미교포’가 아니냐고 묻는다.


서윤진은 스스로 ‘탈(脫)아시아급’ 피지컬이라고 노골적으로 자랑했다. 재수 없었지만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니까.


비록 지방대 출시이지만 어쨌든 변호사라는 ‘탑티어’ 직업에다 서구적인 외모.


남자들을 꼬시려고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한 트럭도 꼬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상류층 남자를 만나 그 세계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서윤진은 기존 남친들부터 정리했다. 대부분 모델이거나 영화배우 지망생 등 외모가 출중한 사내들이었다.


이들과 몸으로 하는 대화는 너무도 즐거웠지만 아쉽게도 작별을 고해야 했다.


**


[재일 씨, 내일부터 여기 오지 마.]

[왜, 자기가 우리집으로 오려고?]


서윤진은 브라 끈을 매면서 이불을 걷어찼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군더더기라고는 하나 없는 매끈한 각선미. 밀로의 비너스를 연상시키는 완벽한 팔등신 몸매였다.


[아니, 이제 헤어질 시간이야.]


불과 10분 전만 해도 격렬한 사랑을 나눴던 여자의 입에서 헤어진다는 말이 나왔다. 남자는 이해하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헤어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방금까지 날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어?]


서윤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팬티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 적나라했다. 남자의 아랫도리에 다시 불끈 힘이 들어왔다.


참을 수 없었다. 바로 일어나서 서윤진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그런데 서윤진은 마치 버스에서 성추행당한 여고생처럼 격하게 반응했다.


[뭐야? 지금 옷 입고 있잖아. 그리고 한국말 몰라? 이제 이별이라고!]

[자기, 옷 입는 모습이 너무 섹시해서 그만··· 이별 기념으로 한 번 안 될까?]


남자는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듯 싱글벙글 웃으며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서윤진은 팬티를 입고서 전신거울에 몸을 비춰본 후 협탁과 의자에 널브러져 있는 옷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이 시간 이후로 우린 남남이야. 오피스텔 비번도 바꿀 거니까 혹여라도 찾아올 생각 마.]


남자는 그제야 서윤진이 농담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뭐야, 진짜 헤어지자고? 미쳤어?]


서윤진은 남자의 속옷을 그의 얼굴에다 던졌다.


[미치긴, 이제 제 정신으로 돌아온 거지. 내가 언제까지 너 밥 먹여 주고 ‘꽁씹’도 줘야 하냐? 이제 시마이야.]


서윤진의 입에서 ‘꽁씹’ ‘시마이’ 같은 은어들이 쏟아져 나오자 남자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지금까지 조신한 척한 거야? 꽁씹이라니, 자기 입에서 나온 표현치고 너무 저렴한데?]


서윤진은 거울에 비친 남자의 모습을 보며 피식 비웃었다.


[왜, 꽁씹 대주던 년이 이제 안 준다고 하니까 아쉬워? 넌 허우대도 멀쩡하고 얼굴도 반반하니까 정신 나간 년들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니까 이제 날 그만 뜯어먹고 다른 먹이 찾으러 가!]


**


서윤진은 남친들의 스폰서로 살았던 과거와 결별하고, 이제 스폰서가 될 남친을 찾아 나섰다.


지오를 만난 건 사실 의도 반, 우연 반이었다.


서윤진이 상류사회 진출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운 건 대학 시절이었다. 상류사회는 변변찮은 집안의 장녀이자 집안의 기둥인 서윤진이 고된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일종의 ‘노스텔지어’였다.


하지만 자기 스펙으로 상류사회 진출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막연한 희망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변호사는 서윤진이 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티어 직업이었다.


막상 변호사가 됐지만 지방대 출신이란 게 계속 발목을 잡았다. 능력이 워낙 출중해 돈을 좀 만지긴 했지만 원하는 바에 비하며 한참 부족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상류사회의 꿈은 허공 속으로 사라질 것 같았다. 마침내 서른 번째 생일날 상류사회로의 도약을 위한 플랜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소위 대한민국 상위 0.1%들을 위한 회원제 클럽 파티에 참석했다. 이를 위해 대학 선후배, 로스쿨, 클라이언트 등 모든 연줄을 다 동원했다.


서윤진은 초대장이 없었으나 부자 클라이언트의 소개 덕분에 겨우 참석할 수 있었다. 그녀의 직업과 외모가 큰 역할을 했다.


쉽게 오지 않을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서윤진은 목표를 가지고 남자들에게 접근했다.


키 크고 핸섬한데다 돈까지 많은 남자를 만난다는 건 어디까지나 사춘기 소녀들이나 꾸는 꿈.


그런 ‘만찢남’ 같은 조건의 남자까지 바라는 건 10년 전 희망사항이었다.


돈이 아주 많은 남자. 이게 서윤진이 목표한 남자의 유일한 조건이었다.


어색한 웃음으로 사람들과 인사하며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있을 때였다. 몇몇 남자들이 대시해 왔지만 서윤진의 조건에 한참 부족했다.


그러던 중 몇 분째 자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남자의 끈적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 남자가 마침내 결심을 한 듯 서윤진 쪽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류지오였다.


**


173cm의 서윤진이 힐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180cm가 안 되는 지오가 옆으로 다가왔을 때 서로 눈높이가 비슷했다.


서윤진은 지금까지 185cm 미만의 남자를 사귄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돈만 보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허우대만 멀쩡한 남자 만나서 뭐 할래? 힐을 안 신으면 되잖아. 정신 안 차릴래, 서윤진?’


서윤진은 연애 상대나 찾는 그런 달콤한 시간이 아니라고 스스로 질책했다.


[여기서 처음 뵙는 분이시네요. 안녕하세요, 전 에이원자산운용 대표 패트릭 류라고 합니다. 한국 이름은 류지오입니다.]


대박! 올해 ‘귀인을 만난다’는 점괘가 맞았다. 운수대통이었다.


서윤진이 생각한 조건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바로 그 남자였다.


서윤진은 파티가 열리기 전 정말 힘들게 이날 참석자들 명단과 프로필을 확보해 미리 분석했다.


류지오는 참석자 중 서윤진이 찍은 가장 이상적인 후보 중 하나였다. 먹잇감이 스스로 뱀의 아가리로 굴러들어 왔다.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대서양에서 일하고 있는 서윤진 변호사입니다.]

[아, 변호사셨군요. 전 워낙 키가 크고 늘씬하셔서 어디 모델인 줄 알았습니다. 하하.]


실제로 모델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긴 한다. 근데 이 모임에 모델 따위가 가당키나 하나. 그래도 칭찬이니까 웃어 주자.


만약 연애상대로 이 남자를 만났다면? 외모 50점, 재력 100점, 키 50점, 유머감각 –50점으로 ‘400점 만점에 150점’. 탈락.


[그런 소리 가끔 들어요.]

[그런데 상당히 잔인하시네요.]

[뭐가요?]

[그렇잖아도 키가 큰데 힐까지··· 언제까지 우러러보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우러러볼 정도는 아닌데 과장이 좀 심하잖아?


[키 큰 여자 싫어하시나 봐요?]


지오는 급히 손사래 쳤다.


[그럴리가요. 만나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보다시피 제 피지컬적인 문제 때문에···]


자칫하면 끊어질 듯한 대화를 서윤진은 어렵게 이어 붙였다. 서윤진의 명확한 목표의식이 없었다면 대화는 5분 안에 쫑났을 게 확실했다.


결국 서로 호감을 확인했다고 생각한 지오는 명함을 내밀면서 따로 저녁약속을 잡았다.


저녁식사 후 둘이 서로의 알몸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윤진의 예상대로 지오는 돈 씀씀이가 시원시원했다.


생일선물로 예쁘게 생긴 빨간 페라리를 받았다. 서윤진을 위해 초대형 클라이언트들을 소개해 준 건 덤이었다.


만난지 1년 만에 이별통보를 받는 대신 지오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 아파트에 들어가는 몇 번째 여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법이니까.


**


[견적을 내보니 20만 달러가 나왔소. 컴퓨터를 여기 심양으로 보내주면 우리가 풀어서 다시 가져다 드리지.]


K는 중국 주소지와 입금할 은행계좌를 불러주겠다며 받아적으라고 했다.


“컴퓨터를 중국으로 보낼 순 없어요. 혹시라도 파손되면 안 되기 때문에.”


서윤진은 컴퓨터를 중국으로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컴퓨터야말로 지금 유일한 희망인데 혹시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럼, 해커가 한국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거요?]

“출장비까지 넉넉하게 드리죠.”

[그럼 50만 달러는 주셔야겠는데.]


한국-중국 간 비행기 가격이 뻔한데 가격이 너무 뻥튀기됐다.


“너무 비싼데요?”

[중국 애들은 원래 팀으로 움직이오. 그래서 비싸지. 한국으로 들어가는 위험수당까지 포함된 가격이오. 걔네 중에는 현재 인터폴 수배를 받는 자도 있어서··· 싫으면 관두시오.]


서윤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원래는 지오의 폰으로 계좌이체해서 돈을 지불할 계획이었는데 동생 류승오가 나타나면서 모든 게 꼬였다.


그날 지오의 집을 방문했을 때 류승오는 형의 재산을 욕심내는 자신의 속내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


한마디로 형이 죽으면 모든 게 자기 가족들 소유이니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


[당신이 여자친구라고? 증거 있어?]

[같이 살고 있고 이 집 비번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증명되지 않나요?]


생떼를 쓰던 류승오도 변호사의 논리정연한 말에 쉽게 반박할 수 없었다.


[여튼 우리 형은 결혼한 적이 없어. 여자친구라고 해봐야 어떠한 법적 권리도 권한도 없어.]

[제가 변호사예요. 법적으로 한 번 붙어 보실래요? 2년 넘게 동거생활을 해 왔다면 어느 판사 앞에 가더라도 사실혼 관계라고 인정될 거예요.]

[후후. 지잡대 공대 나왔다고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꿈 깨셔. 내가 이래 봬도 방송사에서 PD도 했던 사람이야. 지금 형이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고 아마 내 생각에는 저러다 그냥 갈 거 같어. 그럼 어떻게 될까. 살아 있을 때는 사실혼을 인정해도 죽으면 사실혼 상대에게 아무런 상속권이 없어.]


예상외로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받은 게 분명했다.


[꼭 형이 죽기 바라는 사람 같네요. 어쨌든 살아있는 이상에는 저에게 권리가 있는 건 확실하니 그만 나가주시죠.]

[나가지. 나가주지. 그런데 이 아파트에 있는 물건들 싹 다 사진 찍어서 갈 거야. 나중에 형이 죽으면 전부 상속재산이 될 텐데 당신이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예금 같은 거 건드릴 생각은 꿈속에서도 하지 마. 내가 나중에 싹 확인하고 만약 돈이 빈다면 바로 절도죄로 고소할 거야.]


**


류승오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오의 계좌에서 돈을 뺄 수는 없다.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수억짜리 미술작품들도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7억원에 달하는 큰돈을 어떻게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금이 좀 부족하니 해커 애들을 일단 스탠바이만 시켜주세요. 마련하는 대로 다시 연락드릴게요.”


대금이 좀 부족하다고 하면 깎아주기라도 할 줄 알았건만··· K는 단 일원도 깎아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하시오. 나한테 연락하고 싶으면 이 번호로 문자만 남기시오. 전화해봤자 받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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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A2 상황 발생 +1 24.08.28 217 13 12쪽
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36 11 13쪽
50 50. 사면초가(四面楚歌) +1 24.08.27 234 13 12쪽
49 49. 천태우의 몰락 +1 24.08.26 233 13 12쪽
48 48. 천태우의 '운수 좋은 날' +1 24.08.26 232 13 12쪽
47 47. Welcome to 개미지옥 +1 24.08.25 249 12 12쪽
46 46. 차세린 섭외 +1 24.08.24 254 13 12쪽
45 45. 천태우의 제삿날 +1 24.08.23 266 11 13쪽
44 44. 한결의 분노 +1 24.08.23 270 13 12쪽
43 43. 우리 아들 안아보자 +1 24.08.22 279 12 12쪽
42 42. 형님 편하게 보내드리자 +1 24.08.21 271 12 12쪽
41 41. 여우 쫓으려다 호랑이를 불렀나 +1 24.08.21 280 12 12쪽
40 40. 이이제이(以夷制夷) +1 24.08.20 279 13 12쪽
39 39. '얼짱' 차세린의 경고 +1 24.08.19 286 13 11쪽
38 38. 소진의 더블데이트 제안 +1 24.08.19 295 13 12쪽
37 37. 한기호의 흑심 +1 24.08.18 315 12 12쪽
36 36. 너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구나 +1 24.08.17 316 14 12쪽
35 35. 세무조사에 대비하라 +1 24.08.16 322 13 12쪽
34 34. 쿠데타 모의 +1 24.08.16 325 12 12쪽
33 33. 페이퍼컴퍼니 +1 24.08.15 346 14 12쪽
32 32. 성년후견인 +1 24.08.14 343 13 11쪽
31 31. 서윤진을 낚아라 +1 24.08.14 346 13 12쪽
30 30. 분란의 씨앗 +1 24.08.13 348 13 12쪽
29 29. 악연의 뿌리 +1 24.08.12 341 14 11쪽
28 28. 지금이 더 좋아 +1 24.08.12 356 11 12쪽
» 27. 서윤진의 야심 +1 24.08.11 379 13 12쪽
26 26. 서윤진의 위기 +1 24.08.10 391 11 11쪽
25 25. 심야의 담판 +1 24.08.09 387 14 12쪽
24 24. 한세희의 도발 +1 24.08.09 398 12 13쪽
23 23. Love Story. written by 최강식 +1 24.08.08 419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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