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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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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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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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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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 Love Story. written by 최강식

DUMMY

전날 못했던 소진의 생일파티는 다음날 아침 생일 케이크를 하나 올려놓은 채 간단하게 진행됐다.


“상다리 부러지게 차렸다더니 이게 뭐야?”


소진은 고기라고는 옆집 강아지가 씹다 버린 것 같은 갈빗대 몇 개만 보이는 단출한 아침 밥상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상다리는 어제 부러졌어. 오빠랑 엄마랑 덕분에 포식했지. 육전 남은 거 있는데 데워줄까?”


육전은 막 요리했을 때나 맛있지 한 번 냉장고에 들어갔다 오면 맛이 간다. 소진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생선도 뼈밖에 남지 않았네. 진짜 내가 엄마 딸 맞아? 유전자 검사 한 번 해봐야 해?”

“누가 늦게 들어오라고 했니? 음식 식으면 맛 없어지잖아. 그래서 오빠가 무리해서 먹었어.”


채원은 생일날 늦게 들어온 벌칙이라며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덕분에 오늘 지옥의 피트니스를 해야 해. 고맙다, 소진아. 겨우 뺀 살 다시 찌워줘서.”


조깅에서 돌아온 한결도 소진을 놀리는데 동참했다.


소진은 오빠를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원래는 화를 내며 벌떡 일어나 그냥 학교를 가는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눈앞의 메론 케이크가 소진의 뒷덜미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 모양 빠지는데.


소진은 포크와 나이프를 집고 메론 케이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됐어. 그냥 케이크나 먹을래.”


소진은 혼자서 케이크 3분의2를 폭풍흡입한 후 유유히 자리를 떴다.


**


한결은 전날 만났던 1학년 때 담임 손병호가 건네준 전화번호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태석. 010-3344-XXXX.


[1학년 때 유일한 친구였어. 2학년이 되면서 반이 갈리긴 했는데 계속 친하게 지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번 연락해 봐.]


기억 잃은 한결을 연기하고 있는데 굳이 친구를 만날 필요가 있을까. 인간관계를 쓸데없이 넓히는 게 도움이 될까.


지금까지 한결에 대해 알게 된 건 가족의 시각이었다. 친구의 시각에서 한결이 어땠는지도 알아보는 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송신음이 한참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막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태석이냐. 나 한결이야.”

[···]

“갑자기 전화해서 놀랐냐?”

[왜 전화한 거냐?]


잉? 절친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마치 빚쟁이한테 전화를 받은 듯한 느낌.


뭔가 싸했다.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을 잃어버려서.”

[그래서.]


아, 이 존만한 새끼. 졸라 띠껍게 전화받네.


“어제 1학년 때 담임 만났는데 너 전번을 주더라고. 그래서 한 번 연락해 본 거야.”

[후···]


어린노무 새끼가 웬 한숨?


“불편하면 그냥 끊을게. 미안하다, 괜히 전화해서. 담탱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너랑 나랑 그닥 친하지도 않은데.”

[잠깐.]

“응?”

[넌, 새꺄. 혼자 기억 잃고 학교 안 나오니까 좋냐? 너랑 나랑 그닥 친하지 않다고? 그럼 X발 내가 뭣 때문에 지금 이꼴을 당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셔틀이 사라졌으니 새로운 셔틀을 구했겠지. 그게 누구겠냐.]


아, 한결이 사라지면서 그 짐이 그대로 오태석에게 넘어간 것이었다. 권규진, 이놈은 찐이다. 찐으로 나쁜 놈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놈은 보통 고등학교에서 보이는 문제아 수준이 아니다. 성폭행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다고 하지 않았나.


이놈은 범죄자다. 절대 그냥 둬서는 안 된다.


소진이를 위해, 태석이를 위해, 그리고 언젠가 돌아올 한결이를 위해.


**


오태석과의 통화를 마친 후 찝찝한 마음을 걷을 수 없었다. 쿠바산 시가가 땡겼다.


이래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건가. 아, 담배 말린다.


맥주라도 한 잔 마셔야 할 것 같았다. 냉장고에는 지난번에 다 마시지 않은 버드와이저 2병이 있었다.


그런데 집에 있는 한결이 혼자 맥주를 마시리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논알코올 맥주로 채워져 있었다.


하, 또 논알코올이야? 나 마시라고 둔 거니 채원이가 야단치진 않겠지?


마치 진짜 엄마한테 야단맞는 걸 무서워하는 아들이 된 느낌이었다.


자괴감이 밀려왔다.


한결은 논알코올 2병과 조각 치즈 1개를 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


한결은 아파트 근처 근린공원으로 가서 벤치에 앉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시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흘렀다. 논알코올이지만 맛은 거의 맥주와 비슷해 술 마시는 기분은 만끽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을 때 경비실 옆에서 익숙한 얼굴이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


최강식이었다. 또 저녁 약속이 늦게 끝나면서 채원과 함께 집으로 온 게 분명했다.


아련한 표정으로 아파트 창문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랑에 빠진 남자였다.


한결은 약간 취한 김에 최강식의 속마음을 떠보고 싶었다.


지난번에 채원의 속마음을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네 차례다, 찌질아.


“안녕하세요?”

“어, 결이니? 그래 안녕?”


최강식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깜짝 놀랐다. 얼마나 놀랐는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최강식은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구두로 비벼 불을 껐다.


“운동하고 오는 길이냐?”

“네, 부사장님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 엄마랑 같이 오신 거예요?”

“부사장님이 뭐냐. 예전처럼 삼촌이라 불러주면 안 되겠니?”

“죄송해요. 예전 기억이 전혀 나지 않으니 삼촌이라는 말이 입에 붙질 않네요. 노력해 볼게요.”


너한테 삼촌이라니, 족보 꼬인다. 혹시 새아빠 소리는 듣고 싶지 않냐?


의미 없는 대화가 조금 더 이어졌다. 그러다 최강식이 자리를 뜨려 할 때 한결이 그를 붙잡았다.


“혹시 시간 있으면 저기 벤치에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사고 후 데면데면해진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이런걸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고 하던가. 최강식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맹숭맹숭 이야기만 나누기에는 서로 어색해 편의점 노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자, 마셔.”


최강식이 콜라를 건넸다.


“맥주 마시고 싶었는데···”

“맥주는 네가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사주마. 지금 사줬다간 네 엄마한테 무슨 소릴 들으려고, 하하. 미안하지만 맥주는 나만 마시는 걸로···”


한결은 아쉬워하며 콜라 캔뚜껑을 따서 시원하게 들이켰다.


“이런, 건배도 안 하냐? 섭하네···”

“콜라 마시면서 무슨 건배를···”


야, 삼촌이라면서 다 큰 조카한테 맥주 하나 못 사주냐. 쪼잔한 새끼.


최강식은 자신의 캔을 한결의 캔에 가볍게 부딪힌 후 쭈욱 들이켰다. 그리고 안주 삼아 사 온 오징어포를 부욱 찢어 한 줄 입에다 넣었다.


“그래, 결아. 하고 싶은 얘기가 뭐니?”


한결은 약간 망설이는 척하더니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부사장님, 우리 엄마 좋아하시죠?”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당황한 최강식은 마시던 맥주를 입에서 뿜었다.


‘푸웃.’


“숨기지 말고 얘기하셔도 돼요. 저뿐 아니라 소진이도 이미 눈치채고 있으니까요.”


최강식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았다.


자, 찌질아. 판을 깔아줬으니 한 번 시원하게 얘기해 봐. 얼마나 오랫동안 네 마음을 꼭꼭 숨겨왔는지 궁금하다.


진실한 대답을 바라는 듯한 한결의 눈빛을 본 최강식은 이참에 모든 걸 오픈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차라리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 줘서 고맙다. 맞아. 난 결이 네 엄마를 좋아해. 아니 사랑해.”


이 찌질이가 순순히 인정한다고? 무슨 자신감이지? 골키퍼 없는 빈 골대다 이거냐.


순간 한결의 눈빛이 야수처럼 돌변했다는 걸 최강식은 눈치채지 못했다.


화를 꾹 누르고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어요?”


한결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다는 걸 최강식은 느꼈다. 엄마를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아들의 귀여운 질투 정도라고 치부했다.


“언제부터라··· 굳이 말한다면 대학교 때부터라고 할 수 있지.”


최강식은 아이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채원과의 사랑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예전 이야기까지 꺼냈다.


친구들한테도 절대 발설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친구 아들에게 털어놓는다?


“사람들은 우리를 삼총사라 불렀어.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으로 열심히 사업을 준비했지. 우리가 2학년이 됐을 때 천사가 우리 앞에 나타났어.”


그랬지, 채원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 넌 거의 정신줄을 놓았지. 얼마나 버벅거렸던지 틱 장애라도 있는가 걱정될 지경이었다, 이 짜샤.


최강식은 전작에서 술을 꽤 마셨는지 매우 감성이 풍부한 상태였다.


“네 엄마가 나타나면서 셋 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됐고 친구들 간에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이 시작됐다.”


최강식의 설명은 한결이 알고 있는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단 하나의 차이라면 지오와 채원의 사랑이 최강식과 채원의 사랑으로 뒤바뀌었다는 것.


가진 것 없는 최강식이 결국 재벌 2세 한수호에게 채원을 빼앗기는 비극적 결말이었다. 최강식 감독, 최강식 주연의 드라마는 그렇게 끝났다.


“꽤 감동적인 스토리네요. 대학 시절부터 이어온 20년의 사랑.”


비꼬는 말을 이해 못 한 듯 최강식은 한결을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런데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고도 그 옆에 붙어서 일을 계속할 수 있었죠?”


이건 대놓고 ‘너 병신 아님?’이라고 묻는 거였다.


“그건, 네 엄마가 어떤 결정을 하든 친구들 간 우정은 변치 말자고 굳게 약속했기 때문이었어. 그래서 난 실연당한 후 약간 방황했지만 네 아빠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같이 참여하게 됐단다.”


또 거짓말. 도대체 언제 누가 그런 약속을 했냐. 찌질한 데다 정직하지 못하기까지···


한결은 최강식의 입을 통해 나오는 거짓말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럼 나머지 한 분은 어떻게 됐어요? 우정 변치 말자고 해놓고 왜 그분은 사업에 참여 안 하신 거죠?”

“그게··· 그 친구는 도저히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어. 결국 한국을 떠났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떠났다니. 최강식. 너 인마, 정신 안 차릴래?


연인이 친구를 선택하면서 그 충격으로 스스로 물러나 외국으로 떠난 거다.


80%의 팩트와 20%의 거짓말이 섞인 최강식표 장편 러브스토리에서 류지오는 약속을 어긴 찌질한 패배자였다.


“그러면 같이 일하는 내내 엄마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만약 그렇다면 너무 끔찍한데요?”


최강식은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절대 그렇지 않다. 난 깨끗이 단념했다. 수호와 네 엄마가 결혼한 뒤에 나도 다른 여자와 결혼했어.”


한결이 갸웃거릴 때 최강식은 급히 말을 덧붙였다.


“비록 얼마 못 가 이혼하긴 했지만···”


최강식은 결혼한 지 3년 만에 성격차이로 이혼하고 아이는 전처가 키우기로 했다. 전처는 호주로 이민갔고 최강식은 지금껏 양육비만 보내고 있었다.


최강식이 콜라캔을 쥐려던 한결의 오른손을 갑자기 덥석 잡았다.


“결아. 면목 없지만 네 엄마랑 정말 잘해보고 싶다. 너희들이 날 좀 도와주지 않을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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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A2 상황 발생 +1 24.08.28 217 13 12쪽
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36 11 13쪽
50 50. 사면초가(四面楚歌) +1 24.08.27 234 13 12쪽
49 49. 천태우의 몰락 +1 24.08.26 232 13 12쪽
48 48. 천태우의 '운수 좋은 날' +1 24.08.26 231 13 12쪽
47 47. Welcome to 개미지옥 +1 24.08.25 249 12 12쪽
46 46. 차세린 섭외 +1 24.08.24 254 13 12쪽
45 45. 천태우의 제삿날 +1 24.08.23 266 11 13쪽
44 44. 한결의 분노 +1 24.08.23 270 13 12쪽
43 43. 우리 아들 안아보자 +1 24.08.22 279 12 12쪽
42 42. 형님 편하게 보내드리자 +1 24.08.21 271 12 12쪽
41 41. 여우 쫓으려다 호랑이를 불렀나 +1 24.08.21 280 12 12쪽
40 40. 이이제이(以夷制夷) +1 24.08.20 279 13 12쪽
39 39. '얼짱' 차세린의 경고 +1 24.08.19 286 13 11쪽
38 38. 소진의 더블데이트 제안 +1 24.08.19 29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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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너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구나 +1 24.08.17 316 14 12쪽
35 35. 세무조사에 대비하라 +1 24.08.16 322 13 12쪽
34 34. 쿠데타 모의 +1 24.08.16 325 12 12쪽
33 33. 페이퍼컴퍼니 +1 24.08.15 346 14 12쪽
32 32. 성년후견인 +1 24.08.14 343 13 11쪽
31 31. 서윤진을 낚아라 +1 24.08.14 345 13 12쪽
30 30. 분란의 씨앗 +1 24.08.13 348 13 12쪽
29 29. 악연의 뿌리 +1 24.08.12 341 14 11쪽
28 28. 지금이 더 좋아 +1 24.08.12 356 11 12쪽
27 27. 서윤진의 야심 +1 24.08.11 379 13 12쪽
26 26. 서윤진의 위기 +1 24.08.10 391 11 11쪽
25 25. 심야의 담판 +1 24.08.09 387 14 12쪽
24 24. 한세희의 도발 +1 24.08.09 398 12 13쪽
» 23. Love Story. written by 최강식 +1 24.08.08 419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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