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기의 올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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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라곤신
작품등록일 :
2024.08.04 22:24
최근연재일 :
2024.08.2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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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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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영혼은 존재의 업보를 담은 정보체이며, 또한 마나를 가공하고 제어하는 기관인 ‘초감각기관’을 이루는 원천 에너지이도 했다. 바로 오러 하트가 그 초감각기관의 일종이며, 티르의 실력이 갑자기 증진된 것은 전적으로 오러 하트가 변화한 탓일 가능성이 높았다.


영혼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관측하거나 제어할 수 없었다. 적어도 이 베이샤 대륙의 통상적인 기술력으로는 그랬다. 즉, 영혼의 변화를 알아채봤자 당장 무언가를 대비하거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


‘일단, 훈련을 계속해보자. 이 변화가 일시적인 것인지를 확인해야 해.’


티르는 그런 생각으로 계속 훈련을 이어나갔다.


까아앙─! 빠각!


그 결과, 티르는 수많은 훈련에서 1위계의 신기록을 갱신했다. 사실 대부분의 훈련이 검사하는 항목들을 한 번에 망라하는 것이 일전의 허수아비 때리기였기에,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기교뿐만 아니라, 단순히 오러로 강화된 근력과 체력을 테스트하는 훈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티르는 모든 방면에서 1위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었다.


“헉, 헉, 헉······.”


얼마 뒤. 티르는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전신의 오러가 바닥 난 상황.


‘그나저나 이젠 먹어도 되겠군.’


창천의 정수는 체내 오러가 고갈된 상태에서 복용해야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었다. 여태 아껴놨던 이유가 바로 그것. 티르는 기꺼운 마음으로 보온병의 마개를 트려 했으나.


위이잉.


돌연, 개인 연무장의 출입문이 활짝 열리는 소리에 당황하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이봐! 버러지 놈!”


그곳에는, 갈색 머리칼을 지닌 소년이 성큼성큼 티르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빌터 아라테스. 아라테스 공작의 다섯 번째 적자(嫡子)이자 티르의 이복형 되는 인물이었다.


그의 등 뒤에는 열대여섯 살은 먹었을까 싶은 다섯 명의 남자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아라테스 가문 유력자들의 자제들로, 평소에 빌터가 데리고 다니는 패거리들이었다.


“헉, 헉, 헉······. 출입문 잠금을 어떻게 뚫었지······?”


손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었던 티르는, 힘없이 물었다. 그러자 빌터는 코웃음을 쳤다.


“몰랐냐? 네 연무장 자물쇠의 보안등급은 5등급이다. 하인들이 지닌 카드키로도 출입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그럼에도 그 동안은 신성한 가문의 규율을 준수하기 위해 무단침입하진 않았는데, 오늘은 이야기가 달라. 대체 무슨 부정행위를 저지른 거야!”


“후우, 부정행위······? 내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발뺌하지 마! 어떻게 너 따위가 하루아침에 훈련 기록들을 1위계 1등까지 끌어올린다는 거야! 필시 부정한 방법을 썼겠지!”


‘그것 때문이었나.’


공작가의 모든 연무장의 훈련 기록들은 모든 가솔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빌터는 티르가 새운 신기록을 보고는 놀라서 이곳에 찾아온 것인 듯 했다.


‘곧 있으면 가문의 기사들도 이곳을 찾아오겠지.’


눈앞의 빌터 놈은 아무래도 티르에게 이상한 누명을 씌우고 싶은 모양이지만, 가문의 기사들은 일단 냉정하게 진상부터 조사할 것이다. 그리고는 티르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낼 터.


그때까지만 빌터 놈의 개소리를 감내하면 될 것이었다.


“네가 연무장 인공지능을 해킹했을 리는 없고. 설마 악마와 거래를 했냐?”


“개소리, 마······! 악마와 거래를 했다면, 그 성취를 이딴 식으로 드러낼 것 같아······?”


“개소리라니! 너 같은 열등한 놈이 그토록 급작스러운 변화를 보였다면, 응당 그에 걸맞은 원인이 있겠지! 너, 손에 든 보온병은 뭐지? 이리 내놔 봐!”


“조사를 받아도, 가문의 집행기사들에게 조사를 받을 거다······! 너 따위가 아니라······!”


꿀꺽.


그리 말한 티르는 보온병 뚜껑을 열고 재빨리 창천의 정수를 한 입에 삼켰다.


“이 새끼가······! 내 말을 무시해?”


화악!


빌터가 이를 갈며 티르의 머리를 후려치려 횡으로 검집을 휘둘렀다. 통상적으로, 영약 복용 직후에 인간은 정신이 몽롱해지며, 그 무렵에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을 시 심하면 식물인간에서 뇌사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증오보다는 짜증에서 비롯된 행동이지만, 티르에게는 죽음만큼이나 치명적일 수도 있었다.


‘설마 곧장 공격해올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세상이, 느려졌다?’


다행히도 티르의 시간이 또 다시 느려졌다. 마치 세상에 멈춘 것처럼 느껴질 만큼이나. 빌터의 검집도, 주변의 패거리들도 모두 정지한 상태에 있었다. 그리고 티르 역시 정신은 명료하게 주변을 분석하고 있지만, 전신의 어떤 곳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목구멍을 넘어간 단환의 안쪽에서 비롯된 이물감이 머릿속의 어느 한 지점으로 수렴되는 것을 느껴졌다. 육체 외부에서 반입된 무언가가, 그 육체에 깃든 영혼에 영향력을 끼친다면 그것이 곧 영약.


그리고 초감각기관은 영혼과 연동되어 변화한다. 영약에게서 비롯된 이물감이 영혼이 존재하는 머릿속 한 지점으로 수렴하자, 혹사당했던 티르의 오러 하트는 순식간에 완전 회복되는 것을 넘어서, 한 단계 진화하여 세 배는 더 강한 출력과 효율을 지니게 되었다.


오러의 경지가 2위계에 발을 디딘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아무리 양질의 영약이라지만, 이렇게 효과가 좋을 수가 있나?’


티르가 즐거운 경악과 함께 의문을 떠올리던 와중에, 세상의 시간이 본래의 속도로 흐르기 시작했다. 세상이 멈춰있을 무렵부터 계속해서 사고를 이어나가며 이어질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있던 티르는, 곧장 몸과 머리를 아래로 숙이며 검집을 피해냈다.


“뭐야!”


스릉!


당황한 빌터가 소리를 지를 무렵, 티르는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빌터의 상반신을 향해 검을 올려 베었다.


빌터는 검집으로 티르의 칼을 막으려 했지만.


부욱!


티르의 칼이 그의 상반신을 베는 것이 더 빨랐다.


주륵.


빌터가 입고 있던 가죽 갑옷에 긴 자상이 생겨나며, 그 사이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 새끼가······!”


뒤로 물러난 빌터가 분노를 표출했다. 치명상을 피한 탓인지, 그는 기세등등했다.


“방금 그 일격으로 날 죽이지 못한 걸, 저승에서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스릉.


스르릉.


빌터가 그리 말하며 검집에서 진검을 꺼내들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패거리 역시 긴장한 낯으로 모두 검을 꺼내들어 티르에게 겨누었다.


‘공격하지 말걸 그랬나?’


티르는 큰일을 앞에 둔 것치고는 굉장히 평온한 정신으로, 그리 생각했다.


검술을 숭상하는 이 가문 내에서는 정당한 사유만 있다면 살인조차 용납된다. 심지어 혈족들 간의 살인 행위도 마찬가지였다. 즉, 빌터와 그의 패거리는 지금 정말로 티르를 죽일 생각으로 칼을 빼든 것이다.


‘아니, 아니야. 잘한 일이다. 다들 팔 하나쯤은 잘라 주는 게 맞아.’


평소에도 얼마나 저들에게 괴롭힘들 당했던가. 그리고 이번에는 우연한 기적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식물인간이나 뇌사 상태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저들을 베는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


티르는 어머니가 늘상 하던 말을 떠올렸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


“하아압!”


빌터가 선두에서부터 티르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오러 경지는 대략 3위계 초기.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티르를 포위한 나머지 패거리들은 모두 2위계 중기에서 후기였다.


반면에 티르는, 고작 2위계 초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딱히 무섭진 않은 걸.’


허나, 티르는 자신이 낙승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었다. 애초에 이길 만하다고 생각했기에 검집을 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웅······!


티르는 오러 하트를 활성화시켜 체내에 충만하게 차오른 마나를 다시금 오러로 연성해냈다.


타다닷!


그리고는 빌터에게서 등을 돌려 냅다 달아났다. 놈이 혼자라면 몰라도, 여럿이 포위한 상태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자살행위이니까.


“이 겁쟁이 새끼! 도망치지 말고 맞서 싸워라!”


‘몸이 지친 것은 그닥 문제되지 않아.’


도망가는 와중에 생각했다. 오러 경지의 상승은 지친 몸에 직접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않지만, 괜찮다고. 오러 유저가 2위계가 되면, 오러를 체내에서 수많은 실로 엮어내어, 그것의 이완과 수축을 통해 근육의 움직임을 보조하고 그 힘을 강화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오러 실들의 수축과 이완이 근육의 움직임과 거의 완벽하게 연동되어야만 실용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근사(筋絲)’라는 기예이며, 한 순간이라도 틀어지면 곧장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부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어지간한 천재들도 보통은 한 달 이상 감각을 수련해야만 제대로 써먹을 수 있지만.


“저 새끼, 지쳤던 거 아니었어? 왜 저렇게 잘 달리지?”


“몰라! 일단 구석으로 몰아!”


티르는 첫 시도임에도 불구, 거의 무결할 정도로 능숙하게 근사를 활용해냈다.


카앙!


‘시간은 내 편이야. 놈들은 초조할 테지.’


어느덧 허수아비 때리기 기구에 도착한 티르는, 가장 앞서 온 빌터의 저돌적인 사선 내려 베기를 올려 베기로 맞받아쳐 날려버리며 생각했다. 곧 가문의 기사들이 당도하면, 그들은 일단 싸움을 말릴 것이다.


그리고는 말하겠지. 나중에 정당한 일대일 결투로 맞붙으라고.


“이익······!”


빌터가 이를 악무는 것이 보였다.


고작 2위계 따위에게 힘에서 압도당한 것이 믿기지 않을 터였다.


“허수아비 때리기 난이도 4단계, 폭주 모드로 가동!”


티르는 허수아비 때리기 기구 안쪽으로 들어서며, 소리쳤다.


위이이잉!


그러자 천장에 매달린 허수아비들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티르를 쫓던 빌터와 패거리들이 멈춰선 가운데, 티르는 그 안쪽에서 허수아비들을 최소한의 몸동작으로 피해내며, 빌터를 도발했다.


“들어와라. 네가 나를 죽일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너도 알잖아?”


“이런 빌어먹을!”


폭주 모드란, 그 어떤 방식으로도 훈련기구의 가동을 도중에 멈출 수 없게 하는 모드였다. 그리고 허수아비 때리기의 난이도 4단계는 대략 10분 동안 진행된다. 10분이면 가문의 기사들이 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


즉, 빌터와 그의 패거리들이 이 자리에서 티르를 해치기 위해서는 저 살벌하게 움직이는 허수아비들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였다.


“······다들 들어가! 저놈 죽여!”


“하, 하지만······.”


“닥치고 하란 대로 해! 저놈을 여기서 못 죽이면, 그 뒤엔 너희들이라고 무사할 것 같아!”


빌터는 머뭇거리는 제 패거리들에게 윽박질렀다. 그도 아는 것이다. 티르의 재능이 뒤늦게 개화했으며, 강자존의 아라테스 공작가에서 티르가 자신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지면 어떤 보복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사실을.


빌터가 가장 먼저 허수아비들의 사이로 들어왔고, 그의 패거리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이 새끼······!”


썩어도 3위계라는 것인지, 빌터는 순식간에 허수아비들을 가로질러 티르의 곁에 도달했다. 하지만 곧장 티르에게 공격을 날리진 않았다. 제 패거리 놈들과 합공을 하려는 심산.


하지만 티르는 포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는 빌터의 반대편으로, 허수아비들이 미친 듯이 빠르게 오가는 훈련기구 내부를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했다.


서걱!


허수아비들을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는 전방의 한 놈과 검술을 겨룬 끝에, 한쪽 팔을 잘라내고, 등 뒤에서 다가오는 한 놈의 찌르기는 앞으로 몸을 이동하여 피해낸다. 찌르기를 가한 놈은 더 따라붙으려 했지만, 허수아비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빠악! 푹! 퍽!


한편, 양 측면에서 두 놈이 다가오며 각각 베기와 찌르기를 가해오지만, 예상했다. 찌르기를 해온 놈은 마침 쇄도해온 허수아비에 의해 알아서 튕겨나가고, 나머지 한 놈의 베기에는 검을 들이밀어 밀착한 뒤, 뱀처럼 휘감다가 일순간 찌르기를 가했다. 팔이 찔린 놈은 뒤로 도망쳤지만, 다가온 허수아비 하나에 머리를 얻어맞아 칼을 놓치고 땅을 굴렀다.


팔이 잘린 놈이 한 명. 허수아비에 제대로 맞은 놈이 두 명.


그렇게 벌써 세 명이 무력화되었다.


시속 6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움직이는 허수아비들을 피하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는 빌터의 패거리들은, 마치 허수아비들이 그를 피해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인 최적의 동선으로 움직이는 티르를 당해낼 수 없었다.


“너!”


그에, 빌터가 뒤늦게 티르에게 따라붙어 검을 날렸지만, 티르는 살짝 뒷걸음질 쳐서 간단히 피해냈다. 그때, 티르의 뒤에서 다가온 두 놈이 추가타를 날리려 했지만, 티르는 허수아비 하나를 붙잡아 타고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닭 쫓던 개가 되어버린 두 놈을 뒤로하고, 티르는 빌터의 앞에 착지했다.


“죽어!”


빌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티르에게 검을 찔러왔으나.


근처에서 빠르게 다가온 허수아비 하나가, 티르의 앞을 가로막으며 빌터의 검을 튕겨내 버린 것. 그리고 티르의 검은 그 허수아비가 옆으로 치워지기가 무섭게, 빌터의 복부를 노리고 찔러졌다.


푹!


빌터는 순간적으로 뒤로 빠졌으나, 복부에 관통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 무렵이었다.


위이잉.


개인 연무장의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티르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평상복을 입은 열 명의 기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현장의 상황을 보더니,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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