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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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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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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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죄수

DUMMY

 카인 왕국의 국왕, 데이지아레스 마리에 카인은 심기가 영 좋지 않았다.


 ‘조렌 테이머.’


 처음에 왔을 때의 조렌은 자못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 기사였다.

 다음에 봤을 때는 조련을 잘못 받았나 싶을만큼 달라진 모습.


 ‘경박하고 경망스럽고 경솔한 자 같으니.’


 왠지 모르게 한대 쥐어박고 싶어, 자신도 모르게 서약을 핑계삼아 칼등으로 정수리를 후려치고 말았다.


 ‘괘씸한 놈!’


 대륙의 패권국, 그 정점에 선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는 이때껏 없었으니까.

 근위대장은 비록 품계가 높지 않지만, 그 권한과 위세는 웬만한 작위 못지 않은 직위다. 그걸 거절해서 자신에게 창피를 주다니!

 그러니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까닭은 명확했다.


 ‘그런데 왜 그 작자의 상판대기가 자꾸 어른거리는 거지?’


 다만 이 이유는 스스로도 알지 못 했다. 그래서 그녀는 답답했다.


 “여봐라. 조렌 테이머는 카이네아를 떠났느냐?”

 “아직 아닌 것으로 아옵니다.”


 그럴 테지. 아직 하루가 채 지나지도 않았으니. 서쪽 끝으로 가야 하는 길이니, 필요한 채비를 하려면 며칠은 훨씬 더 걸릴 것이다. 

 그럼 그 작자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려다 말고 데이지는 멈칫한다.


 ‘내가 왜 그런 놈에게 신경을 쓰지?’


 울컥 화가 치밀었다.

 밀린 정무를 보기도 바쁘기에 문서철로 눈을 돌리려는데


 “폐하. 변방백 조렌 테이머가 알현을 청하고 있습니다.”


 타이밍 맞게 들려온 소식.


 “들라 하라.”


 데이지는 의아했다. 저 놈이 왜 다시 찾아온 거지? 


 ‘명을 거두어달라고 빌기라도 할 생각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웃기지도 않는 변방백이란 호칭을 주면서까지 그를 내보낸 건 사실상의 유배형이었으니까. 재물 대신 마물로 가득한 복마전을 봉토로 받았으니 똥줄이 타리라.


 ‘어디 한번 빌어보거라.’


 머리를 조아리는 각도와 싹싹 비는 손바닥의 온도에 따라 봐줄 의향은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다시 근위대장직을 제안하지는 않겠지만.


 “폐하. 신 변방백 조렌 테이머, 위대하신 카인의 왕을 뵙나이다.”


 다시 보는 그는 한나절만에 또 바뀌어 있었다. 물론 모습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이놈. 부활한 뒤 이상해졌다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


 방정맞게 입을 놀리던 아까와는 달리 무릎 꿇은 모습이 제법 의젓하지 않은가.

 부활후유증 때문이었다면 아량을 베풀어줄 수도 있으리라.


 “그래. 무슨 일로 대전에 든 것인가 변방백.”


 그녀의 예상으로는 변방백 임명을 거두고 원대 복귀를 청하러 온 것이리라.

 내심 기대하기로는, 근위대장을 맡고 싶다고 빌길 바랐지만.


 그런데 조렌에게서 나온 대답은 예상과도 기대와도 다른 것이었으니.


 “폐하께 청컨대, 신에게 수행원 몇 명을 주실 것을 청하옵니다.”

 “수행원이라니? 내 이미 공에게 수하들의 처분을 맡기지 않았는가.”


 데이지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고 반문했다.


 “짐이 일전에 들은 바로, <보라 깃발 중대>의 중대원들은 모두 공의 명이라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던데. 따라나서는 이가 그리도 없었단 말인가?”


 속으론 코웃음을 쳤다. 충성심과 단결력이 대단하다더니 결국 이 정도군.

 하긴 그 오지로 따라나설 이가 몇이나 되겠나 싶었다.


 “모두 폐하의 충직한 군인인만큼, 전원이 저를 따라나서기로 하였사옵니다.”

 “뭐라?”


 젊은 여왕의 눈썹이 꿈틀.


 “그런데 또 어찌 수행원을 청하는 거지? 필요하다면 용병이든 마법사든 종자든, 그대가 고용하면 될 것을.”


 조렌의 대답은 예상밖이었다.


 “수감된 죄수 중 일부를 사면하는 대가로 영지에 데려가려 합니다.”


***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중대장님?”

 “이제는 그만 영주라고 불러주겠나. 아직 영지엔 도착도 안 했긴 하지만. 그리고 기왕이면 좀 살살 말하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시는 겁니까 영주님?”

 “거···아니, 내가 잘못했네.”


 왕궁을 걸어나오는 동안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죄수들을 부임지에 데려가시겠다니.”


 릴리안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국왕 폐하께서도 허락해주셨는데 뭘. ‘마음대로 하라’고 하신 거, 자네도 밖에서 들었잖나. 그러니 마음대로 해야지.”

 “···그게 진짜 영주님 마음대로 하라는 말로 들리십니까?”


 사람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범죄자들까지? 그녀가 아는 조렌은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 더러운 범죄자들의 손을 빌릴 거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자네를 비롯한 중대원들이 흔쾌히 따라나서 줘서 고맙지만, 인재가 더 필요해.”


 입술을 꽉 깨무는 그녀.


 “저만으로는···아니, 저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까?!”


 영주를 콱 쏘아보았다.


 “아니. 부족한 건 나다.”


 하지만 조렌은 그 시선을 담담히 받아냈다.


 “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평민 출신 기사. 한 영지의 영주라니 당치도 않지. 세습 기사라면 섬기는 영주를 가까이서 보고 배운 점이 있기라도 하겠지만,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건 검을 휘두르는 게 다야.”


 릴리안의 눈빛이 약간은 누그러졌다.

 부족한 걸로 따지자면 자신이 더 많은데, 저렇게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시다니.


 “하지만···저희 중대를 지금껏 잘 이끌어오시지 않았습니까.”

 “군인으로서 전장을 누비는 것과 영지를 다스리는 건 도마뱀과 드래곤만큼의 차이가 있지. 게다가···.”


 조렌의 따뜻한 눈길이 닿자


 “우리 중대의 활약은 내가 잘 이끌어서가 아니라 중대원이 나를 잘 따라와준 덕분이네. 특히 자네가 날 잘 도와줘서이지. 자네가 없었다면 여러모로 힘들었을 거야. 고맙네.”


 릴리안의 굳은 마음이 녹아들었다.

 예전의 조렌은 엄정한 지휘관 그 자체. 공명정대와 솔선수범을 온몸으로 나타내는 남자였다. 가장 먼저 진격하고 가장 늦게 퇴각하는 모습으로 존경을 얻었지만, 살가운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릴리안이 존경한 점이 바로 그런 면모였다.


 『가끔은 병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 주시죠.』


 그녀가 그렇게 말할 때면 조렌은 늘


 『그러지.』


 라고 말하며 서툴게나마 병사들을 다독거렸다. 그는 부하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릴리안은 그럴 때마다 마음 속으로 속삭였다. 


 『그리고 가끔은 제게도···.』


 그런데 지금 조렌이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내게 이런 말씀을 해 주시다니.’


 요 며칠 줄곧 실망해왔다. 부활 후유증으로 너무나 달라진 그의 모습에.

 하지만 안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만 있는 게 아니었다. 


 ‘확실히 달라지셨어.’


 한결 따뜻해지고 여유로워진 조렌.


 ‘후유증이 다 나아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신다면···지금의 이런 모습도 없어지는 걸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조렌은 그녀가 존경하는 대상이지 우상은 아니다. 내가 마음에 드는 모습만 골라서 짜맞출 수는 없다.


 “자네 왜 그러나? 혼자 고개를 휘젓질 않나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질 않나.”

 “···영주님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상태창인지 뭔가 하는 자는 제게는 아직 보이지 않으니까.”


 이렇게 실없는 농담을 해보기는 처음인 듯하다.

 활짝이 아닌 살짝이지만, 릴리안은 정말로 오랜만에 웃음지었다.


***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는 길은 어둑 축축.


 “무슨 일이십니까.”


 굳은 인상의 간수장이 젊은 귀족을 가로막았다.

 정복에 있는 훈장들과 백작 작위를 나타내는 브로치를 보고서도 주늑들지 않는 간수장.


 “나는 변방백 조렌 테이머입니다. 죄수 몇 명을 방면하려 하는데.”

 “···한번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죄수 몇 명을 방문하려 하신다고요?”

 “방문이 아니라 방면.”


 기막힌 간수장은 호영의 태연한 얼굴을 몇 초간 쳐다본다.

 둘 중 하나다. 저기 벽에 보이는 거미가 내 귀에도 줄을 쳤거나, 이 작자가 미쳤거나.


 “쓸만한 자를 몇 명 골라서 좀 데려갈까 하는데.”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이 말하는 호영. 여기 사과 싱싱한 걸로 두 개만 주세요.


 “참. 국왕 폐하께선 허락하셨소. 자, 여기 허가증.”


 당당히 찍혀있는 국왕의 인장을 본 간수장은 영혼이 탈옥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변방백 조렌 테이머가 원하는 죄수를 방면하되, 남은 형기의 절반만큼을 테이머 영지의 영민이 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다만 반란죄나 내란죄로 인해 투옥된 죄수는 방면할 수 없다.’···테이머 영지가 어디입니까? ”

 “a.k.a. 아우포킬립스 시.”

 “아.”


 간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면이 아니라 사형이군요.” 


***


 간수 한 명이 안내를 맡아 호영을 모시고 다녔다.


 “이 자는 어떻습니까 남작님?!”


 상품 소개를 하듯 신나있는 간수.

 온 몸에 흉터가 가득한 마른 남자였다. 그는 심드렁하게 간수를 한번 쳐다보고는 돌아 누웠다.


 “무슨 죄를 지었는데요?”

 “흉악범 <자길>. 절도 및 강도 수십건으로 15년을 받았습니다.”

 “어디. 스펙 한번 볼까”


 그 자의 스탯을 본 호영은


 [자길] ☆

무력  D     : 15 ~ 16 (주특기 : 수면중인 사람 습격)

지력  D     : 8 ~ 12

마력  F     : 1 ~ 3

매력  F     : 1 ~ 6

통솔  FF   : - 8 ~  -1

정신력 FF   : - 3 ~ 5

교화도 FFF : - 85 ~ - 70

(그는 형기를 마치면 미개척지에 가서 강도짓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교화도 기본 수치가 마이너스 85에···최대 수치가 마이너스 70? 게다가 다른 능력치도 완전 시망이네.’


 각 능력치는 기본 수치와 최대 수치를 나타낸다. 게임 <레인 오브 다이스>의 시스템 상, 모든 캐릭터는 사용시마다 100면체 주사위를 던지고 그 값을 기본 수치에 더해서 적용시킨다. 이때 주사위 운에 따라 성능이 과도하게 차이날 수 있기에 각 수치의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저 정도 수치라면···내 능력으로 교화해봤자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겠군.’


 앞서 중대원들에게 연설했을 때 호영은 깨달았다. 몬스터뿐 아니라 사람도 교화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그것이 그가 감옥까지 오기로 한 이유중 하나였다.

 하지만 쓸만한 자들이 영 적었다. 


 “아주 흉악한 놈입니다 백작 나리. 반성이라는 걸 전~혀 하지 않는 것같습니다.”

 “그게 바로 문제라고.”

 “예?”


 호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 말야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무슨 형벌부대를 만들려는 줄 아는 거요?”

 “그···그럼 아니란 말씀입니까?”

 “···하. 아니라고오!”


 독방에서 발길을 돌리는 호영을 보고 당황한 간수.


 “왕국법상 사형시킬 순 없지만 죽어 마땅한 놈들을, 뼈빠지게 굴려서 죽게 만드려는 정책 아니었습니까?”

 “틀렸어! 영지민이 죽으면 거둬들일 세금도 줄잖아! 그리고 쓸모있는 놈들을 굴려야지 이런 폐급을 굴려서 뭐해!”

 “그, 그렇군요.”

 “그리고 당신. 아까부터 당신이 다루기 귀찮은 범죄자들만 나한테 떠넘기는 것 같단 말야?”

 “그,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변방백은 머리가 아팠다. 괜한 생각을 했나? 싶었다.


 ‘하지만 그 마물 소굴로 흔쾌히 간다는 사람이 있겠냐. 거금을 준다면야 따라나설 이들이 있겠지만 자금이 감당 안 돼. 먹튀 안 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감옥의 죄수들에게 생각이 미친 것이다. 자유와 복무의 등가교환.


 “뭐야, 왜이리 시끄러워?!”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에 돌아본 호영은 놀랐다. 죄수복 대신 사제복을 입고 있었으니.


 “성직자가 왜 감옥에 있어? 간수 양반, 저 사람은 무슨 죄로 들어왔소?”

 “사제 <루비아>. 살인 2건. 그런데 죽은 사람은 1명이죠.”

 “그게 무슨 말인지? 2건이라면서 왜 한 명이야?”


 돌아온 대답은 걸작이었다.


 “사람 한 명을 죽이고 부활시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죽여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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