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각성자로 회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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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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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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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DUMMY

다음 날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난 강현우가 몸을 일으켰다.

몸은 가벼웠고 정신은 맑았다.

인생 최고의 컨디션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제 그 개고생을 했는데··· 능력빨 좀 받는데?”


침대를 나와 욕실로 향했다.

거울로 등짝과 어깨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두 번 세 번을 확인해 보았지만 역시나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젠킨슨 박사였었지.”


회귀 전 읽었던 칼럼이 문득 생각났다.

각성자이면서 연구자였던 로버트 젠킨슨 박사.


그에 따르면 각성은 본래 인간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깨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이기에 각성이 이루어지는 순간 어떤 능력인지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다고도 했다.


“DNA라고 했던가··· 미토콘드리아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런 곳에 능력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라고.

강아지가 물에 빠졌을 때 자연스럽게 수영을 하는 것에 비교했던가?


강현우 역시 정신이 돌아온 시점에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인지하기는 했었다.

다만 아주 약간의 의심이 있었을 뿐.

각성자에 대한 수많은 자료를 읽어 보았지만 초재생이라는 능력은 본 적이 없었다.


“어쨌든 앞으로 병원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실비 보험은 해지하고··· 의료 보험 탈퇴는 안되겠지?”


그냥 쓸데없는 소리를 해봤다.


“...”


하얀 늑대를 닮은 마수가 머릿속에 떠올렸다.

마수의 하울링은 분명 피어였다. 그리고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쳤다.


“광역 피어··· A급 마수.”


강현우의 눈에 불길이 타올랐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쉬운 상대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10년간 그토록 찾아다닌 녀석인데 싱겁게 끝나버리면 안 되겠지.

다음에 꼭 다시 보자고.


* * *


“많이 기다렸어?”


강현우가 카페 테이블에 앉으며 물었다.


“아니. 방금 왔어.”


서지연이 밝게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강현우의 등에는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심상치가 않다.’


웃고는 있지만 분명 단단히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는 얼굴이었다.


꿀꺽—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약속 장소로 오는 동안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한다고 믿을 수 있는 얘기도 아니고···’


그래도 만약 묻는다면 숨기는 것 없이 말하기로 결심했다.

안 물어보면 얘기 안 하는 거고···


“몸은 괜찮아?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


서지연이 물끄러미 강현우를 바라보았다.


‘뭐냐! 왜 말이 없냐!’


TV 모니터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CCTV에 찍힌 광화문 광장의 모습이 비쳤다.


“오빠.”

“응? 왜? 지연아.”

“저거 오빠 맞지?”


TV에 여자를 감싸 안은 남자가 마수에게 맞고 날아가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어찌나 대차게 벽에 처박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느껴졌다.


“... 어. 맞아. 나야. 스트라이크였네.”


강현우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인정했다.


“아픈 데는 없어?”

“없어. 없어. 저게 보기에만 그렇지 충격이 엄청 크지는 않았어. 오빠가 낙법도 쳤다고.”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냐···

서지연의 눈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됐다. 오빠. 아픈데 없으면 됐어.”


서지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아픈데 없으면 됐다고요.”


강현우가 멍청한 표정으로 서지연을 바라보았다.


“오빠가 당장은 저걸 설명하지도 못할 거 같고 나도 이해를 못 할 거 같으니까 일단은 넘어간다고.”

“어··· 그래.”

“조금 미뤄진 거니까 긴장 풀지 마시고요.”

“넵! 물론입죠!”


* * *


집으로 돌아온 강현우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협탁에 올려 두었던 코어를 집어 들었다.


은은한 빛을 띄는 구체.

마수의 심장.

각성자의 마력 기관.

코어와 관련된 것들이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빨리 흡수해 보는 게 낫겠지? 어차피 해야 되는 거잖아.”


강현우가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눈을 감고 깊게 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관조했다.

심장 어림에 자리 잡고 있는 코어가 느껴졌다.


“진짜 있구나···”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각성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체감되었다.

코어에 정신을 집중하니 그 속에 담긴 마력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내 코어는 준비됐고.”


강현우가 마수의 코어를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눈을 감고 마수의 코어에 집중했다.

코어에 담긴 마력이 느껴졌다.

자신의 마력과는 달랐다.

거칠고 사나운 야성이 담겨 있었다.


“흐으읍— 후우우—”


깊고 느리게.

코어의 마력을 빨아들인다는 느낌으로 호흡했다.

호흡을 따라 마력이 강현우의 몸속으로 조금씩 빨려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흡수한 마력은 코어로 유도하고.’


빠각—


마수의 코어가 쪼개졌다.


“후··· 마력은 모두 빨아들인 것 같은데··· 윽!”


가슴 부분에서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코어가 아주 조금 커진 것 같았다.


“으···”


곧이어 뜨거운 기운이 코어에서 느껴졌다.

강현우의 본래 마력과 흡수한 마수의 마력이 충돌하는 듯했다.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후아— 후아— 후아—”


마력 간의 충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두 녀석이 자연스럽게 잘 섞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 진짜··· 번거롭네. 이거.”


이제는 코어에 마력이 넘쳐났다.

그분이 오신 말티푸처럼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래. 그래. 산책 가자.”


주체하지 못하는 마력을 코어 밖으로 흘려내보냈다.

마력이 온몸을 순환하고 다시 코어로 돌아가기를 여러 번.

간신히 마력이 안정을 되찾았다.


“어우··· 처음이라 그런지 어렵네.”


강현우가 이마를 쓸어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키가 조금 커졌나? 나이 서른에?”


욕실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근육도 붙은 것 같았다.

직감적으로 신체 능력이 상당히 상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욕실 조명 아래서 포즈도 한 번 잡아 봤다.


* * *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오늘도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강현우는 침대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10년 만의 출근이라 가슴이 설레었다.

퇴사하는 날이라서 설레는 걸지도.


“안녕하십니까?”


강현우가 사무실에 들어서며 인사했다.


“강대리 왔어? 웬일이야 휴가를 내고.”

“대리님. 어디 아프신 거 아니죠?”


부서 동료들이 반갑게 인사해 주고 걱정도 해줬다.

입사 5년 차. 휴가를 낸 게 손에 꼽을 정도니 무슨 일이 있나 싶기도 하겠지.


“과장님. 감사합니다.”


옆자리에 앉은 박과장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어제 갑작스럽게 휴가를 낸 강현우를 대신해 수고가 많았으리라.


“감사는 무슨. 조금 있으면 더럽게 깨질 건데.”

“그거야 뭐 일상이니까요.”

“그렇지··· 일상이지··· 씨팔.”


박과장의 목소리에 단전에서 올라오는 듯한 분노가 느껴졌다.


“개놈 온다.”


박과장의 말에 사무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장례식장으로 변해 버렸다.


“아녀하시미가.”

“김주임. 뭐라고 웅얼 거리는 거야! 인사 똑바로 안 해! 하여튼 빠져가지고. 쯧.”


김부장이 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개지랄이다.

하기 싫은 인사를 억지로 하는 탓에 웅얼거리는 걸 김부장도 알까?


김영백

48세

개꼰대

짬처리 달인

숟가락 얹기 100단

일명 개놈


“어이쿠! 우리 김대리님 나오셨네요. 위아래도 없고 눈에 뵈는 거 없는 우리 강대리님.”


어제 갑자기 휴가를 냈다고 저런다.


[오자마자 지랄이네.]

[그러게요. 예상은 했지만 듣기 싫으네요.]

[강대리님. 힘내세요. ㅠㅠ]


채팅창에 대화들이 오갔다.

김부장이 출근하는 순간 동료들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좋아도 지랄. 나빠도 지랄하기 때문이지.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을 왜 하나? 나 때는 말이야 휴가가 뭔지도 몰랐어!”


그건 병신이고요···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주의해야지! 나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야!”


김부장은 가방을 내던지듯 두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PC 정도는 켜고 나가라···”

“오늘 신기록입니다. 1분 30초.”

“와우! 개놈.”


아마도 김부장은 경영지원부에 갔을 것이다..

지난주에 신입 사원들이 들어왔으니.

참견도 하고 이빨도 까고 눈요기도 하고.

성희롱으로 고발도 당했으면서 정신을 못 차린다.


“과장님.”

“응? 왜? 진지하게 무게를 잡고 그래. 퇴사하냐?”

“네.”

“... 그러냐? 잘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저녁에 소주나 하자.”

“네.”

“니가 사.”


* * *


11시 55분.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뉴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광화문 광장 관련 기사가 메인 화면을 도배하고 있었다.


“뭐 하냐? 일 안 하고. 빠져가지고는. 하여튼 개념이 없어요. 개념이.”


김부장이 강현우의 모니터를 보며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이때까지 쳐 놀다가 밥시간 되니까 나타난 주제에···

하여튼 사람 빡치게 하는 재주는 참으로 대단한 새끼다.


“박과장. 점심 먹으러 가자.”

“네.”

“순댓국 괜찮지? 거기 알지?”

“네.”


어차피 지가 먹고 싶은 거 처먹을 거면서 뭘 물어봐.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 위치한 순댓국집.

오래된 노포로 인근에서는 맛집으로 제법 이름이 있는 곳이었다.

주인 내외도 성실하고 항상 친절해서 강현우도 퇴근 후에 종종 찾는 곳이었고.


“대표님. 여기 좀 그만 오시면 안 됩니까?”

“왜? 나 여기 좋은데. 백상무는 여기 싫어? 입에 안 맞나? 그럴 리가 없는데. 백상무도 어릴 때 가난해서 흙 퍼먹고 살았잖아.”

“그런 게 아니고요. 회사 근처라서 직원들도 많이 오는데 얘들 불편하잖아요. 아니면 점심시간이라도 피해서 오시던가요.”

“안돼. 여기 점심시간에 맞춰서 준비한단 말이야. 지금이 제일 맛있다고.”


윤태호. 강현우가 다니는 회사 ‘비콘’의 대표이사였다.

윤태호가 순댓국을 한 숟갈 떠먹으며 말했다.


“그리고 일부러 여기 구석 자리에 짱박혀서 먹고 있잖아. 대가리 처박고 먹으면 아무도 못 알아봐. 밥이나 먹어. 식으면 맛없어.”

“네. 네. 알면서 그냥 얘기해 봤습니다.”

“어으— 좋다. 소주 땡기네.”

“안됩니다.”


윤태호가 맛깔스럽게 순댓국을 먹고 있을 때였다.


“에이씨! 주인장! 주인장! 이리 와봐!”


한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김영백 부장이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무슨 일? 여기 봐봐! 여기!”


김부장은 거의 다 비워진 순댓국 뚝배기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머리카락 안 보여? 지금 이딴 걸 먹으라고 준거야?”

“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됐어! 나 돈 못내! 에이씨! 더러워서!”


김부장은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순댓국집을 나가버렸다.


“개놈이··· 다 처먹고 나서 지랄이네··· 머리카락도 지꺼 같구만.”

“과장님. 먼저 나가 보세요. 여기는 제가 처리하고 따라가겠습니다.”

“알았다.”


박과장이 김부장을 쫓아 일어섰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강현우가 순댓국집 사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닙니다. 화가 나실 수도 있죠.”

“속은 상하시겠지만 너무 담아두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음식값은 계산하겠습니다.”


순댓국집 사장에게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를 하고는 강현우도 가게를 나섰다.


“백상무. 아까 김부장 맞지? 기획 2팀.”

“네. 맞습니다.”

“원래 저런 친구였나? 좀 이상한 사람일세.”

“평판이나 실적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그 친구는?”

“강현우 대리입니다.”

“안 보고 어떻게 알아?”

“들어오는 거 봤습니다. 그래서 여기 그만 오자고 한 거구요.”

“아··· 그랬구나. 아무튼 강현우 대리라고··· 잘생겼네.”


윤태호가 순댓국을 뚝배기 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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