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각성자로 회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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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띠
작품등록일 :
20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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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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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DUMMY

띵동!


‘17번’


손에 쥔 번호표를 한 번 더 확인한 남자가 주민 센터의 창구를 향해 걸어갔다.


“정면의 카메라 보시고 성함 말씀해 주세요.”

“강현우요.”


창구 공무원의 무미건조한 질문에 남자가 대답했다.


“생일 네 자리 눌러 주세요.”


공무원이 숫자 패드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강현우는 창구에 놓인 숫자 패드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기요? 생일 모르세요?”


공무원의 짜증 섞인 독촉에 강현우가 천천히 숫자 패드를 누른다.


‘0 3 2 1...’


숫자 패드를 누른 강현우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내 생일이 다른 날이었다면... 지연이가 죽는 일은 없었을 텐데...’


강현우가 왼손에 끼여진 반지를 지그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강현우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현우가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창구 공무원은 강현우를 몇 번이나 불렀는지 조금 화가 나 있었다.


“이거 가지고 저쪽에서 쌀 배급받으시면 돼요."

“예.”


강현우는 공무원이 던지다시피 건네 준 배급 티켓을 들고 일어섰다.


“얼굴만 잘생기면 뭐 하냐고. 저렇게 얼이 빠져가지고는...”

“그래도 얼굴은 너무 내 스타일이다.”

“정신 차려. 내 스타일이야.”


창구 공무원들의 수근 거림이 들려왔다.


덜렁 덜렁


강현우는 쌀 배급 봉지를 왼손에 대충 들고서는 주민 센터를 나섰다.


펄럭 펄럭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강현우의 오른쪽 소매가 펄럭였다.

강현우의 오른팔은 비어있었다.


* * *


딸깍


좁고 허름한 고시원 방에 들어선 강현우가 조명을 켰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는 침대와 책상 그리고 작은 옷장이 전부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강현우는 PC부터 켰다.

구형 PC가 굉음을 토해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PC가 켜지자 강현우는 책상에 앉아 웹서핑을 시작했다.

강현우는 오로지 게이트 관련 정보만 찾아서 하나하나 정독했다.

한 글자라도 놓치면 큰일이라도 날 듯이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눈에서 광기가 돌았다.

주민 센터에서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정독한 내용들을 꼼꼼히 요약정리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웹서핑을 하던 강현우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어느 날 느닷없이 생긴 게이트에서 튀어나와 한쪽 팔과 사랑하는 연인의 목숨을 빼앗아간.

강현우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마수.

10년째 행방을 쫓고 있지만 일말의 단서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탈진한 표정으로 누워 천정을 바라보던 강현우가 갑자기 흐느껴 울었다.


꺽꺽!


이불로 입을 틀어막아 보았지만 울음소리를 막기에는 부족했다.


“야 이! 씨부럴 새끼야! 조용히 좀 해라!”


옆방에서 벽을 치며 지랄을 한다.


“옆방 총각. 괜찮아?”


다른 쪽 벽에서 강현우를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옆방 할머니였다.


“... 예. 괜찮습니다.”

“그래 총각. 계속 시끄럽게 하면 멱을 따버릴 거야.”

“예...”


* * *


이제 막 동이 터오는 이른 아침.

강현우는 졸린 눈을 비비며 고시원을 나섰다.


“아직 춥네.”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봄의 초입이었지만 새벽에는 아직 쌀쌀했다.

강현우는 후드를 푹 눌러쓰고 몸을 한껏 움츠린 채 걸음을 옮겼다.


“응?”


고시원 골목을 빠져나와 조금 큰 도로에 접어들 때쯤.

강현우가 뒤를 돌아 보았다.

하지만 골목에는 새벽 공기만 가득할 뿐 다른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잠이 부족한가...”


어제 너무 늦은 시간까지 꺽꺽거렸나 싶었다.

잡생각을 털어낸 강현우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감이 좋네? 역시나 적합 인자라는 건가?”


전봇대 뒤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눈에 띄는 외모의 여자였다.

여자의 눈은 멀어져 가는 강현우를 쫓고 있었다.


* * *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강현우가 다시 고시원 골목에 들어섰다.

왼손에는 공공 근로를 마치고 받은 도시락이 담긴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저기요.”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엄청난 미인이 있었다.

이 세상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외모였다.


“... 나요?”


강현우가 여자에게 되물었다.


“네. 그쪽이요.”

“왜요?”


강현우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


‘뭐야 이 사람. 고자야? 반응이 왜 저래?’


여자는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혹시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도와달라구요?”

“네. 짐을 좀 옮겨야 하는데... 무거워서요.”


강현우가 여자를 빤히 쳐다본다.


‘왜? 뭐가 맘에 안 드는데!’


또다시 예상을 벗어난 반응에 여자는 초조함을 느꼈다.

보통은 좋다고 따라온다고 하던데...

여자를 쳐다보던 강현우가 오른쪽 어깨를 몇 번 흔들어 보였다.


펄럭 펄럭


“봤죠?”


여자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별... 거지 같은 경우를 다...”


한마디 내뱉고는 강현우가 발길을 돌렸다.


“조사팀 새끼들... 다 뒤졌어...”


여자가 낮은 목소리로 다짐했다.


* * *


사흘 뒤 이른 새벽.

강현우가 다시 고시원을 나섰다.

일주일에 두 번.

공공 근로를 나가야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끝나고 나눠주는 도시락도 꼭 필요했고.


“응?”


골목을 빠져나가던 강현우가 인기척에 뒤를 돌아봤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엄청난 미인이 있었다.

강현우는 조금 짜증스러운 눈으로 여자를 쳐다봤다.


‘또라이 같은데··· 피하자.’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가던 길을 재촉했다.


“저이 씨!”


돌아서는 강현우를 보며 여자가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딱!


그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작은 스파크가 번쩍였다.

그러자 강현우 주변으로 검은 막이 생겨났다.


“뭐야!”


당황한 강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검은 막은 강현우를 감싸고는 검은 상자가 되어 사라졌다.


* * *


또각. 또각.


상자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강현우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납치라니.

돈도 없고 빽도 없고 팔도 한 쪽 없고.

탈탈 털어도 먼지밖에 없는데.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슉―


초짜 납치범이거나 뭔가 단단히 착오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상자가 사라졌다.


상자 밖은 온통 하얀 공간이었다.

심지어 벽도 없었다.

커다란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결벽증인가··· 인테리어 취향 보소.’


납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로 옮겨졌다는 것은 확실했다.


‘죽은 건가? 영화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것 같은데.’

​“강현우 씨. 안녕하세요?”


뒤를 돌아보니 트레이닝복 차림의 엄청난 미인이 말을 걸어왔다.


‘너 같으면 안녕하겠냐...’


강현우는 여자의 인사에 대꾸하지 않고 심드렁하게 바라만 봤다.

그나저나 이 여자는 왜 자꾸 뒤에서 말을 걸어?


“모셔오는 과정이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저희 사정이 조금 급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납치범이 사과를 하네.

이것도 나름 신박한 전개일세.


“용건은요?”


강현우가 물었다.

바쁘신 것 같은데 앞뒤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갑시다.


“거래를 했으면 하는데...”


갑작스러운 남자 목소리에 강현우가 뒤를 돌아 보았다.

덩그러니 놓여있던 커다란 의자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언제 온 거야?’


강현우는 잠시 놀라는 듯하다가 이내 다시 무표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지금 남자의 등장에 숨겨진 트릭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분명 남자는 거래를 원한다고 했다.


“사령관님. 오셨습니까.”


여자가 남자를 향해 깍듯이 인사를 했다.


“각성과 회귀.”


남자가 밑도 끝도 없이 훅 들어왔다.

나타날 때도 뜬금없더니 갑자기 뭔 소리를...

불현듯 강현우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가능한 겁니까?”

“우리가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회귀.

강현우의 가슴이 뛰었다.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각성.

강현우의 눈에 광기가 돌았다.


“대가는 뭡니까?”

“얘기가 빠르군.”

“각성 이후에 강현우 씨의 신체 관련 정보를 일체 수집하는 거예요.”


여자의 대답에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거래인 것 같습니다만?”

“그건 상대적인 거지. 우리 쪽한테는 중요한 거다.”


남자의 대답에 거짓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강현우 쪽이 훨씬 유리한 거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유리하게 보이게 끔 만든 것이거나.


“각성의 부작용은 없습니까?”

“없다.”

“부작용은 없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이 각성될지는 알 수 없어요.”

“자신이 가장 염원하는 바를 얻게 될 거다.”


염원하는 바라...

강현우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오른쪽 소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회귀는 어떤 겁니까?”

“돌아가는 거지.”

“언제로 돌아갑니까?”

“게이트가 처음 나타난 때로 돌아간다.”


게이트.

처음 나타난 것은 10년 전이다.

그날 강현우는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 마수에 의해 팔을 잃었고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다.


“그 이전으로는 안됩니까?”


가능하면 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더 과거로 갈수록 시간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까.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을 거다.

게이트와 마수를 철저하게 파괴할 준비를.


“불가.”

“게이트의 최초 등장만이 시간 흐름에서 포착할 수 있는 특이점이에요. 다른 시점의 포착은 기술적 제약이 있고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각성 역시 무효화될 거예요."

“각성 무효화는 곤란하군요. 알겠습니다.”


각성 없는 회귀는 아무리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강현우는 깔끔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거래는?”


사령관이 대답을 독촉하며 강현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


아무런 희망 없이 마수에 대한 집착으로 버텨온 지난 10년.

간혹 망상으로 꿈꿔왔던 것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회귀와 각성.


그럼에도 강현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다시 상황을 되새기며 정리했다.


‘오호― 덥석 물지 않는다고?’


여자가 강현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거래하겠습니다.”


잠시간 생각에 잠겨있던 강현우가 사령관에게 대답했다.

​분명 숨기고 있는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을 숨기고 있든 상관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패배감과 무력감 그리고 광기가 뒤섞여 있던 강현우의 눈이 10년 만에 희망에 빛나고 있었다.


“좋군. 진행시켜.”

“네. 사령관님.”


사령관은 짧게 명령하고 사라졌다.


* * *


“101% 적합 인자라니... 괜찮을까요?”

“99% 적합 인자는 모두 실패했잖아.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렇긴 하죠. 100% 적합 인자는 발견된 적도 없고···”


수술대에 누워 반쯤 마취 상태에 접어든 강현우에게 수술진의 대화가 들려왔다.

모두 실패라고? 속은 건가··· 외과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튀었어야 되는 건가.

잠깐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차피 죽지 못해 겨우 연명하던 목숨.

나 역시 선택의 여지는 없다.

도망도 못 쳤을 거고.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수술에나 집중해. 시작한다.”

“네.”


강현우의 의식이 점점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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